LOGIN모든 걸 빼앗긴 백서린 앞에 남편이 몰락시킨 천재 골프 프로 강태오가 나타난다. “사모님, 허리를 더 돌리셔야 합니다. 제가 뒤에서 제대로 잡아드리죠.” 위험한 밀착 레슨으로 시작된 은밀한 관계. 서로의 욕망과 복수가 얽히게 되는데...
View More쾅!
1번 홀 티박스에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드라이버 헤드가 공의 윗부분을 비껴 맞으며 잔디를 깊게 파고들었다. 어처구니없이 굴러간 하얀 골프공은 불과 20미터 앞 러프 풀숲에 맥없이 처박혔다.
"푸흡……!"
뒤편 카트 옆에 서 있던 민채리가 요란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형광 핑크색 명품 골프웨어를 차려입은 그녀가 구진혁의 팔짱을 끼며 교태를 부렸다.
"진혁 씨, 내가 뭐랬어? 사모님은 그냥 클럽하우스에서 커피나 마시게 두자니까."
"채리야, 조용히 해."
구진혁이 말로는 타이르는 척하면서도 입가에는 노골적인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서린의 등을 날카롭게 꿰뚫었다.
"백서린. 이딴 꼴 보이려고 굳이 따라나섰어?"
진혁이 뚜벅뚜벅 걸어와 서린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가죽 골프 장갑 너머로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악력이 가해졌다.
"아……!"
"아파? 억대 투자자들 다 모인 사교 라운딩에서 개망신당한 내 얼굴이 더 찢어질 것 같은데."
진혁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서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네가 잘하는 게 도대체 뭐가 있어? 애 하나 제대로 못 지켜서 유산하더니, 이젠 몸뚱이 하나 제대로 못 가눠?"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서린은 손목을 빼내려던 동작을 멈췄다. 이 자리에서 그 말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애 하나 제대로 못 지켜?’
5년 전, 지금의 진혁이 세운 ‘진우홀딩스’의 주춧돌이 된 부동산 플랫폼 초기 모델과 핵심 특허. 그것을 기획하고 피를 말려가며 코딩했던 건 바로 서린이었다. 창업 종잣돈 20억 역시 서린의 친정 외가 유산에서 나온 피 같은 돈이었다.
무리한 과로로 뱃속의 아이를 잃었을 때, 진혁은 병상에 누운 서린의 인감도장을 빼돌려 지분을 전부 가로챘다. 그리곤 서린을 서서히 경영에서 배제하고, 우울증 환자 취급하며 집에 가두어버렸다.
"손 놔."
서린이 이를 악물고 진혁의 눈을 쏘아보았다.
"뭐?"
"손 놓으라고, 구진혁."
진혁이 헛웃음을 흘리며 서린의 손목을 거칠게 내팽개쳤다.
"주제 파악이나 해. 넌 내 서포트 없으면 밥 한 끼도 제 손으로 못 사 먹는 기생충이야."
"어머, 사모님 눈빛 좀 봐. 무서워라."
채리가 뾰족하게 다듬은 네일로 턱을 괴며 비아냥거렸다.
"사모님, 골프는 머리로 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치는 거예요.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서 무슨 공을 치겠다고 여기까지 기어 나오셨을까?"
"민채리, 입 닥쳐."
서린이 말을 끊자 채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머, 무서워. 진혁 씨, 사모님이 나 째려봐."
VIP 라운딩에 동행한 사모펀드 대표들의 수군거림이 서린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저 사람이 구 대표 본처라지?’
‘에이, 영락없는 몸치네. 저러니 남편이 젊은 애한테 눈이 돌아가지.’
‘구 대표가 데리고 사는 것도 보살이네.’
진혁이 캐디에게 손짓했다.
"채리야, 가자. 다음 홀 준비해."
진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채리의 허리를 감싸 쥐며 다음 홀로 향했다.
홀로 남겨진 티박스 위.
서린은 바닥에 뒹구는 드라이버를 내려다보았다. 부어오른 손목 때문에 당장 다시 쥐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다음 홀로 따라오라는 말은 끝내 없었다. 진혁은 자신을 여기에 두고 가는 것조차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기생충이라고?’
‘네가 가진 모든 것, 그 제국의 밑바닥에 내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어.’
장갑을 벗자 눌렸던 자리가 드러났다. 서린은 손목을 가리려다 그만두었다. 골프를 못 친 것은 자신이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잃은 일까지 들먹이며 모욕당할 이유는 없었다. 오늘 일을 또 자신의 잘못으로 접어두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그 사교계, 그 판 위로 내가 직접 올라가 줄게.’
서린은 골프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남편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대신 청담동의 프라이빗 골프 아카데미 번호를 찾았다. 혼자 연습할 수 있는 1인 VIP 룸이 있다는 곳이었다.
정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이 은밀하게 드나든다는 하이엔드 골프 아카데미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직원의 정중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 청담 에이펙스 골프 클럽입니다."
"오늘 밤 9시, 1인 전용 VIP 룸으로 예약해 주세요."
낮에 누구와 왔는지, 왜 혼자 남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번 예약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과 연습할 시간뿐이었다.
"네, 회원님. 원하시는 전담 레슨 프로가 있으십니까?"
서린은 티박스 너머로 멀어져 가는 구진혁과 민채리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가장 엄격하고, 가장 독한 사람으로 배정해 줘요."
"아…… 그렇다면 최근에 합류하신 강태오 프로님이 계십니다만, 레슨이 워낙 혹독해서 사모님들께는 추천해 드리지 않는데……."
"그 사람으로 해요."
서린은 주저 없이 말을 끊었다.
"얼마나 독하든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그 프로로 넣으세요."
오전 11시, 여의도 진우홀딩스 본사 대표이사실.쾅—! 쾅—! 쾅—!“빌어먹을! 은행장실 연결하라고! 내가 직접 통화하겠다고 했잖아!”구진혁이 집무실 책상을 걷어차며 고성을 내질렀다. 비서실장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대표님, 한성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대표님 면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PF 대주단에서도 1,200억 PF 대출 철회 공문이 정식 접수되었습니다…….”“뭐? 1,200억이 날아갔다고?!”진혁의 눈에 시뻘건 핏발이 섰다. 당장 이번 주까지 결제해야 하는 하도급 공사 대금과 브릿지론 이자만 400억 원이었다. 자금줄이 막히면 내일 당장 최종 부도 처리가 떨어질 판이었다.“명동 사채시장 알아봐! 연이자 30%를 주더라도 당장 400억 현금으로 땡겨오라고!”“담보 조건도 가져와.”비서실장이 문으로 향하자 진혁이 덧붙였다. 그는 책상 위의 자산 목록을 뒤적였다. 은행이 거절했어도 자기 이름으로 묶어둔 것들을 내밀면 돈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그 시각, 서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친정 외삼촌과 은밀한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청해둔 가압류 결정이 나왔다. 네 유산이 어디로 흘렀는지 소명한 자료가 받아들여졌어. 오늘 오후에 결정문상 부동산과 회원권부터 집행할 거다. 해외 계좌는 따로 절차를 밟아야 하고.”“감사합니다, 삼촌. 집행된 목록을 보내주세요. 제가 돌려받을 돈과 회사가 회수할 돈은 구분해둘게요.”서린이 통화를 마치며 창밖의 도심을 내려다보았다.서린은 가압류 소식만 읽고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진혁에게는 현금이 필요했다. 돈을 구하려고 손댈 수 있는 곳을 떠올리다가 다시 보고서를 펼쳤다.통화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태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린은 작성 중이던 메모를 멈추고 메시지를 열었다. 진혁이 다음 돈줄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사모님, 구진혁이 명동 사채 브로커들을 만나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덫을 놓았습니다.]메시지에 나온 브로커는 서린의 명단에도 있었다.
이른 아침 7시, 남산 하얏트 호텔 프라이빗 연회장.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아래, 국내 굴지의 사모펀드 대표들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 10여 명이 원형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앉은 사람은 구진혁이 아니었다.순백의 실크 블라우스에 칼날 같은 네이비 테일러드 수트를 차려입은 백서린이었다. 서린의 곁에는 서류 가방을 든 강태오가 듬직하게 보좌하고 있었다."백 대표님, 지난번 자선 대회에서의 240미터 티샷은 여전히 여의도 증권가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미래에셋 출신의 사모펀드 고위 임원이 감탄을 쏟아내며 커피 잔을 들었다. 서린은 우아한 미소로 화답하며 태블릿 PC 화면을 띄웠다."숫자를 직접 보시죠. 공사 현장과 장부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서린이 화면을 넘기자 대화가 멎었다. 진우홀딩스의 용인 물류센터와 송도 주상복합 PF 사업장 실사 자료였다. 임원들은 준비해 온 보고서와 숫자를 맞추기 시작했다."공정률은 12%에 불과한데, 이미 대출금의 70%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었습니다. 구진혁 대표는 분식회계로 장부를 조작해 여러분의 추가 출자를 유도하려 하고 있죠."임원들의 반응은 같지 않았다. 한 사람은 사업장 이름을 다시 읽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이 받은 보고서를 펼쳐 옆에 나란히 놓았다."이게…… 사실입니까? 구 대표가 공금을 빼돌렸다고요?"“은행 감사팀이 검토 중인 거래 자료와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 사본입니다.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확정되는 건 아니니, 원자료부터 함께 보시죠.”서린이 테이블 중앙으로 두꺼운 감사 보고서를 밀어 넣었다.“새 돈을 끊으면 현장부터 멈춥니다. 기존 돈은 무엇으로 회수하죠?”한성은행 임원이 물었다. 서린은 현장별 자산 목록을 펼쳤다. 상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구진혁의 몰락 다음에 남을 것이었다.“거래 명세와 지급 증빙이 맞는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아래 송금은 현장 지출이라고 설명할 자료가 빠져 있습니다.”처음부터 그녀의 말을 믿던 사
밤 11시, 청담동의 한적한 오피스텔. 은은한 조명이 켜진 거실 바닥에는 초록색 실내 인조 잔디 퍼팅 매트가 길게 깔려 있었다.달칵. 서린이 도어록을 열고 들어서자, 샤워를 마치고 검은색 가운만을 걸친 태오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맞이했다. 남자의 탄탄한 가슴팍과 쇄골 사이로 은은한 시더우드 향이 짙게 풍겨왔다.“구진혁은 어땠습니까?”태오가 와인 잔을 건네며 낮게 물었다. 서린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넘기며 미소 지었다.“회사 전화 덕에 일단 나왔어. 사진 의심이 풀린 건 아니고. 장부가 넘어간 걸 알아서 채리부터 찾으러 갔을 거야.”서린은 말을 멈추고 잔을 내려놓았다.“사진에 얼굴이 나왔으면 어땠을까.”오는 길에는 회사 상황부터 설명하려 했다. 막상 태오를 만나니 자기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을 때가 먼저 떠올랐다. 태오는 사진이 흐려서 다행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닫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오늘은 넘기셨습니다.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남습니다.”태오는 서린이 내려놓은 잔을 매트에서 먼 쪽으로 옮겼다. 그가 손을 내밀자 서린이 잡았다. 둘은 거실의 퍼팅 매트 앞으로 갔다.“한숨 돌리시죠. 아까 들은 말과 지금 여기 있는 걸 잠깐 분리해보십시오.”태오가 서린의 손에 묵직한 퍼터를 쥐여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린의 등 뒤에 바짝 밀착했다. 완벽한 백허그 어드레스 자세. 남자의 단단한 하체가 서린의 둔부를 묵직하게 받치며 체온을 전달했다. 서린의 숨결이 찰나에 흩어졌다.“하…… 태오야, 여기서 퍼팅 레슨을 하겠다고?”“오늘 버텼으니 여기서까지 안 떠는 척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이 안 들어가도 진혁이 보는 데가 아니잖습니까.”태오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서린의 귓바퀴를 뜨겁게 데웠다.남자의 커다란 손이 서린의 손등을 덮고, 다른 한 손은 서린의 실크 블라우스 밑단을 파고들어 잘록한 허리선을 지그시 쓸어 올렸다. 살갗이 맞닿는 순간, 서린의 전신에 걷잡을 수 없는 전류가 흘렀다.“퍼팅 스트로크는 손목을 쓰지 않습니다. 오직
“너…… 네가 어음 만기를 어떻게 알아?!”진혁이 닫힌 침실 문을 향해 소리쳤다. 투자 심사에 제출한 만기표였다. 서린에게는 회사 일을 모른다며 보여준 적조차 없던 숫자가 그녀 입에서 나왔다. 누군가 자기 없이 자료를 읽고 있다는 생각에 문손잡이를 다시 잡았다.침실 문이 다시 열렸다. 문틈으로 나타난 서린의 입술 끝에 잔혹한 조소가 번졌다.“네가 투자받겠다고 제출한 자료에 있잖아. 나한테만 회사 일을 모른다고 했지, 그 숫자까지 없앤 건 아니었네.”서린이 팔짱을 끼며 진혁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은행도 차명 거래와 약정 위반을 들여다봤어. 투자 하나 취소됐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야. 기한이익상실, EOD 통보가 내일 아침 9시로 잡혀 있으니 네 재무팀에 물어봐.”“말도 안 돼……! 박 대표가 왜 투자를 취소해?! 자선 대회에서 계약서에 도장 찍기로 했단 말이야!”진혁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구진혁, 네가 페이퍼컴퍼니 3개 세워서 분식회계 하던 쓰레기 장부, 박 대표가 이미 다 확인했어.”진혁은 채리의 이름 대신 박성재에게 쏟아낼 욕을 먼저 뱉었다. 서린은 그가 장부를 부정하는지 들었다. 거래가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문제 삼는 것은 그걸 누가 읽었느냐는 것뿐이었다.“누가…… 누가 그 장부를 박 대표한테 넘겼는데?! 어떤 새끼야?!”서린은 송금 날짜 하나를 불렀다. 진혁이 입을 다물었다.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질문에 답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받아야 할 녹취가 남아 있는 채리에게 그의 의심을 대신 안내해줄 이유도 없었다.그 순간, 진혁의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진우홀딩스 2대 주주이자 사외이사들이었다.- “대표님! 지금 당장 비상 이사회 소집되었습니다! 주채권은행에서 법정관리 신청 경고가 들어왔습니다!”통화를 듣던 진혁이 휴대폰을 놓쳤다. 바닥에 떨어진 화면에서도 사외이사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집에서 언성을 높이는 동안 회사에서는 참석할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진혁은 전화를 주우려다 소파 끝에 걸터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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