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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Author: 서은월
“누, 누구세요…?”

아설은 이른 아침 문을 열었다가, 문 앞에 서 있는 노인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노인의 옷차림은 소박했으나, 쓰인 비단의 결이 범상치 않았다. 예전 영국공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상등의 옷감이었다. 곽자욱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리 장군은 서북 대장군이시자, 진국공이신 맹 장군이시다.”

“맹, 맹 장군이요!”

아설은 비록 경성에서는 하녀로 지냈지만, 맹 장군의 이름만큼은 모를 수 없었다. 만문충렬이라 불리는 집안이었고, 황제를 알현할 때도 꿇어앉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지닌 인물이었다. 마침내 사리를 아는 사람을 하나 만났다는 듯, 곽자욱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우리 장군께서 강 대인을 뵙고자 하신다. 속히 안으로 전하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막 외출하려던 강세오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곁에 선 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연아는 아직 어리지 않느냐. 또래 아이들보다는 훨씬 영특하니, 너무 붙들어 놓지는 말거라.”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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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8화

    그녀는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그가 오면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문을 걸어 잠근 채 만나지 않았다.그가 사람을 보내 물건을 전해도 그녀는 그저 명옥에게 맡겨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창고에 넣어 두게 했다.송하윤을 처음 본 것은, 송학당의 뜰이었다.그날, 송하윤은 큰 마님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방 안에는 두 사람의 다정한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예법에 따라 들어가 문안 인사를 올렸다.“신첩, 큰 마님과 송 아가씨께 문안드립니다.”허리를 굽힌 그녀의 태도는 땅에 닿을 듯 낮고도 겸손했다.그 순간, 날카로운 시선 하나가 곧장 그녀를 꿰뚫었다.노골적인 탐색과 적의가 담긴 눈길이었다.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 사람이 강 마님인가요?”송하윤의 목소리는 꿀을 입힌 듯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서늘한 독기가 스며 있었다.“생김새가 제법 괜찮긴 하네요. 그러니 사촌 오라버니를 그토록 홀려 놓았겠지요.”큰 마님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눌렀다.“윤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강시아의 심장이 툭 하고 가라앉았다.그녀는 무의식중에 연아의 손을 꽉 잡았다.연아 역시 그 기운을 느낀 듯 작은 몸을 더욱 그녀의 뒤로 숨겼다.그 순간, 그녀는 또렷이 깨달았다.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이렇게 가문이 높고, 곧 세자부인이 될 송하윤과 무엇으로 맞설 수 있단 말인가.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물러나는 것뿐이었다.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물러나 다투지 않고 빼앗으려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살아가는 것.그러나 때로는 물러난다고 해서 평온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태후의 생신을 맞아 각 가문은 축하 예물을 바쳐야 했다.송하윤은 미래의 세자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이 일을 도맡았다. 그리고 강시아를 불러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강 마님 자수 솜씨가 이 집에서 가장 좋다고 들었어요. 이 ‘송학연년도’는 강 마님에게 맡길게요. 우리 영국공부를 위해 힘을 보태는 셈이니, 잘 부탁해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7화

    그 착각은 거울 속 꽃과 물 위의 달처럼, 손을 대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꿈처럼 흐르던 삼 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영국공부 세자, 주종현이 혼인을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그 소식이 그녀의 귀에 들어왔을 때, 강시아는 마침 연아의 작은 옷에 노란 영춘화를 수놓고 있었다.바늘끝이 그대로 손가락을 깊게 파고들었다. 붉은 핏방울이 번져 나와 연한 꽃잎을 물들였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오직 일부러 그녀가 듣도록 낮춘 목소리로 속닥거리는 하녀들의 말만이 맴돌았다.“들었어? 송 가 아가씨래.”“그 송 아가씨는 우리 세자의 사촌이래. 태후 마마께서도 칭찬하신 재녀라잖아.”“이게 바로 문벌이 맞는 혼사고, 친가끼리 더 가까워지는 거지.”“그렇지 뭐. 예전에 약혼까지 했었다잖아. 송 가에 일이 생겨서 깨졌을 뿐이지…”“이젠 송 가 장자가 출세했으니, 이 혼사도 다시 올라온 거고.”그들의 말은 바늘처럼 하나하나 그녀를 찔렀다.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강 마님의 좋은 날은 이제 끝났다고.그 유일했던 총애도 곧 정실부인에게로 돌아갈 거라고.총애라니. 강시아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애초에 그런 것을 바란 적이 없었다.그저 자신의 운명조차 손에 쥘 수 없는 하나의 첩일 뿐이었다.그녀의 바람은 오직 하나. 연아가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뿐이었다.혼례 날짜가 정해진 뒤로 이상하게도 주종현은 오히려 더 자주 그녀의 뜰을 찾았다.예전처럼 그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연아를 놀아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그는 무언가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동쪽 거리의 새로 생긴 과자, 서쪽 장인의 손에서 나온 적금 비녀, 남쪽에서 막 들어온 신선한 여지.마치 무언가를 메우려는 듯, 혹은 달래려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마음속 불안은 점점 더 짙어졌다.그리고 이 “총애”는 곧 큰 마님의 귀에 들어갔다.그날, 그녀는 송학당으로 불려갔다.큰 마님은 상석에 앉아 염주를 굴리며 눈길조차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6화

    후원에서 벌어지는 다툼이란 고작 담장 하나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몸은 지켜 줄 수 있었지만 스며들 틈을 찾는 소문과 독을 머금은 시선까지는 막아 주지 못했다.그러다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조 씨와 큰 마님은 다시 한 번 움직였다.이번에는 그들의 얼굴에서 처음과 같은 단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됐다. 어차피 우리 주 씨 집안의 핏줄이니, 아이가 태어나서 이름도 없이 자라게 할 수는 없지.”“첩으로 들이도록 하자.”그리하여 강시아는 주종현의 강 마님이 되었다.신분이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하룻밤 사이, 그녀는 다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한때 그녀를 업신여기던 하녀들조차 이제는 마주치면 공손히 무릎을 굽혀 마님이라 불렀다.어떤 이들은 몰래 다가와 비위를 맞추는 웃음을 지으며 속삭였다.“언니, 아니… 강 마님, 어떻게 세자의 눈에 드신 겁니까? 좀 가르쳐 주세요.”그들은 이것이 그녀가 바라던 영화라고 믿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돈을 모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분명, 그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두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뒤에서는 욕을 했다.왜 자신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된 걸까.그녀는 밤마다 홀로 눈물을 흘렸다.주종현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는 다정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서툴지만 행동으로 그녀를 달랬다.성 서쪽에서 가장 유명한 절임 과일을 사 오기도 했고 입덧으로 밤새 괴로워할 때면 잠도 자지 않고 곁을 지켰다. 때로는 아무 말도 없이 마당에 함께 앉아 그저 같은 시간을 보냈다.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모든 체면과 배려를 그녀에게 내어 주었다.열 달을 품고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다.산실에서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순간, 그녀는 자신도 다시 살아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딸이었다.주종현은 유모의 손에서 그 작고 쭈글쭈글한 아이를 받아 들고는 조심스럽게, 서툴게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5화

    소문은 새벽 안개보다도 더 빠르게 퍼져 나갔다.그녀가 자수방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이미 영국공부 뒷채는 그 이야기로 가득했다.자수방의 하녀 하나가 무슨 요사스러운 수를 썼는지 세자께서 술에 취한 틈을 타 침상에 올라갔다는 이야기였다.“쯧쯧, 정말 사람 몰라본다니까.”평소 말 한마디 섞지 않던 하녀가 비꼬듯 입을 열었다.“겉으로는 그렇게 순한 척하더니 속셈은 다 뱃속에 감춰 두고 있었네.”“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죽어라 일하는데 저 계집은 슬쩍 세자 뜰로 기어들어 갔잖아.”“이제야말로 가지 위로 날아오른 셈이지.”그녀는 핏기 빠진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자수틀 앞으로 걸어갔다.찢어지는 듯한 몸의 고통을 꾹 눌러 참으며 한 땀, 또 한 땀 자수를 이어갔다.손을 멈추지 않는 한 이 모욕과 통증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주종현이 그가 직접 입에 올렸던 그 “명분”을 위해 지금 자신의 어머니와 마주 서 있다는 것을.“첩을 들인다고? 현아, 제정신이냐! 아직 정실도 들이지 않았으면서 먼저 첩부터 들이면, 어느 집에서 딸을 시집보내겠느냐.”주종현은 당 아래에 서 있었다.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흔들림 하나 없었다.“어머니, 이 일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저는 그녀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영국공부 세자가, 하인 하나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조 씨가 냉소했다.“정 마음에 걸린다면, 은전이나 좀 쥐여 주고 내보내면 그만이지.”“그럴 수 없습니다.”평소 며느리 조 씨와 사이가 좋지 않던 큰 마님마저 이 일에서는 뜻을 같이했다.“터무니없다! 이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네가 영국공부 세자인데, 하녀 하나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큰 마님의 지팡이가 바닥을 세차게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세자가 하녀에게 명분을 주겠다는 이야기는 곧장 뒷채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강시아가 있었다.그녀를 못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4화

    구름 위에 선 사람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 같은 이가 감히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이곳에서 그녀에게 허락된 자리란 그저 머무는 것뿐이었다.눈 깜짝할 사이, 오 년이 흘렀다.어리숙하던 소녀는 어느새 곱게 자라난 처녀가 되었고 몸값을 치를 은전도 이제 거의 다 모였다.곧 이 감옥 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던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영국공부의 가연 자리에서였다. 이방 쪽 주종훈이라는 인물은 평소부터 풍류로 이름난 자였는데, 몇 잔 더 들이키자 눈빛이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그 시선이 거리낌 없이 그녀의 몸에 얽혀들었다.그는 그녀를 가리키며 국공부인 조 씨를 향해 웃었다.“숙모, 이 계집 마음에 드는데요. 제 통방으로 들여주시죠.”주위에서 웃음이 터졌으나 그녀의 머릿속은 멍하니 울렸다.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혼이 빠진 듯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었다.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떨렸다.이대로 벗어날 수 없겠구나 그렇게 절망하던 순간,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상석에서 흘러나왔다.“술이 과합니다.”세자, 주종현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그를 신처럼 느꼈다.하지만 알지 못했다. 악몽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그날 밤, 세자 뜰의 큰 하녀 명옥이 무언가 잘못 먹은 듯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그러다 마침 곁을 지나던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나 정말 못 버티겠어. 잠깐만, 잠깐만 대신 좀 서 있어 줘.”명옥은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거짓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문가에 서 있던 순간, 휘청이는 그림자가 술병을 들고 밀려 들어왔다.주종훈이었다.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세 잔이나 비웠으니… 네 주인은 쓰러졌을 테고 네가 대신 마시거라.”“도련님, 저는 술을 못합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말했다.“못해?”주종훈이 비웃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3화

    그녀의 이름은 강시아였다.너무도 오래된 일들은, 이제는 희미해 잘 떠오르지 않았다.다만 기억나는 것은 늘 말수가 적고 엄격했던 아버지와 언제나 그녀 앞에 서서 어떤 일이든 막아 주고 지켜 주던 오라버니였다.아버지는 향교에서 글을 가르치는 훈장이었다. 손에 쥔 회초리로 수많은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렸다. 그러나 그 회초리가 오라버니에게 내려진 횟수는 다른 모든 아이들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강세오, 반드시 급제하여 우리 강 씨 집안을 빛내야 한다!”아버지는 늘 그렇게 엄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이웃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강 가에서 문곡성이 날 인재가 나올 거라고.모두가 오라버니를 칭찬했다. 영리하고, 앞날이 창창하다고.하지만 그녀만은 알고 있었다.그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훨씬 더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을.살림은 늘 궁핍했다.장터에서 파는 엿은 한 푼이면 두 알을 살 수 있었다.오라버니는 늘 더 큰 쪽을 골라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자신은 작은 것을 입에 물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이라도 되는 양 웃었다.“시아야, 오라버니가 급제하면, 엿 한 상자를 사 줄게. 매일 먹게 해 주마.”그녀는 그 말을 믿고 오라버니가 급제하는 날을 가슴 가득 설렘으로 기다렸다.그러나 하늘을 뒤덮은 홍수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논밭도, 집도, 이미 약해져 있던 아버지의 몸마저 앗아갔다.물이 빠진 뒤,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곧이어 역병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평생 엿을 사 주겠다 약속했던 오라비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낡은 판자 위에 누운 그의 몸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쇠처럼 뜨거웠고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겨우 불러온 의원은 한 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이 병은 좋은 약으로 버텨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요.”하늘에 맡긴다. 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가.그녀는 누워 있는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0화

    주종현은 이제 왼손만으로 말에 오르내리는 동작에 제법 능숙해졌다. 빠른 속력이 아니라면 한 손으로도 거뜬히 말을 몰 수 있었고 오른손은 아직 힘이 없었으나 형식적으로 고삐를 붙잡고 있어 겉으로는 흠이 드러나지 않았다.사흘이 지나, 서남대영이 도착하자 정현 전체가 끓어오르듯 들썩였다. 그들의 환호는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다. 며칠간 나태하게 농락만 하던 산적들조차 깜짝 놀랐다. 감금된 촌민들 중 산적들이 수군대는 말을 들은 자들이 그 소식을 다른 사람한테도 전했다.“살았다!”“조정에서 사람을 보냈다!”“드디어… 살 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2화

    “고맙다, 시…”주종현이 낮게 중얼거리자 아람은 그의 손을 탁 뿌리쳤다.“전 지금 아람이에요. 주 대인하고는 한 점 관련도 없는 사람입니다.”주종현은 그녀의 새침한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아람 낭자. 소생이 감사를 드립니다.”아람은 소름 돋는다는 듯 그에게서 한 발짝 더 멀어졌다.“이건 좀 역겹네요. 앞으로는 이러지 마세요. 적응되지 않으니까.”밤이 되자, 현청 뒤쪽 후원으로 큼지막한 목욕 통 하나가 들여졌다. 약재를 고아 만든 약탕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그 통 안에 부어졌다. 뼈를 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32화

    “아버지! 언제부터 산적이랑 구면이셨다고 그러십니까!”하연은 아주 많이 불만스러웠다. 큰 오라버니는 이미 그녀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 토벌에서 공을 세운다면 집안 누구도 그녀를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산적들이 스스로 항복을 해버린다면 공을 어떻게 세워야 한다는 말인가! 하 장군이 성큼 다가와서는 딸의 뒤통수를 후렸다.하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마지못해 중얼거렸다.“아 아저씨.”정현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으나 허름한 현청만큼은 한밤중에도 불과하고 환히 불이 켜져 있었다. 하연이 팔짱을 끼고는 문기둥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34화

    아정모의 시선이 정현 현청에 걸린 현판을 스치듯 지나갔다.“전하께서 모든 군량을 옮기신 것은, 하 장군을 견제하려는 뜻이시겠지만 제 아들마저 곤란해졌습니다. 이미 아뢰었듯, 세오의 앞길이 순탄해질 수만 있다면 저는 전하의 앞길을 여는 말발굽이 되겠다 약속해드렸을 뿐입니다.”소휘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아정모를 노려보았다. 아정모 역시 물러서지 않고 그의 시선에 맞붙었다. 소휘가 우선 웃으며 말했다.“그래, 본왕이 헤아리지 못하였군.”왕부의 마차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앞에 멈췄다.“밤새도록 수고했다. 본왕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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