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강만여는 가족을 대신해 죄를 갚기 위해 황제의 침전 궁녀가 되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가 황궁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 한 번도 연민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질투 많은 숙비가 그녀에게 독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을 때조차 방관했다. 강만여는 모든 것을 묵묵히 참아냈다. 끝없는 조롱과 모욕에 그녀는 점차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졌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연차를 채워 출궁해 황제와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출궁 사흘 앞두고, 차갑고 무정하던 황제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도 않고, 자꾸만 집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천하도 너도 모두 짐의 것이다. 어디를 가든 짐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없다.” 기양은 아버지와 형을 죽인 냉혹하고도 잔인한 황제였다. 그는 비록 후궁이 많았지만, 진심으로 끌리는 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만여 또한 5년이라는 세월을 그의 침전 궁녀로 있었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어깨가 젖듯, 그는 강만여에게 스며들었고 언젠가 자신을 떠날 거란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출궁 일이 정해지고, 그는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강만여가 다른 곳에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황제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가 온 천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황제라지만, 그녀의 마음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View More‘폭군일까? 성군일까? 만여와 심장안, 서청잔이 보좌하고 있으니, 폭군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만여는 몇 살까지 살았을까? 심장안은 그 후에 다른 사람과 혼인했을까?’이번 생에선 영원히 답을 알 길이 없는 질문들이었다.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린 내관 하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손에는 찻반을 들고 있었다. “정무를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다과를 드시며 잠시 쉬십시오.” 기양은 낯익은 목소리에 얼굴을 들어 확인했고, 깜짝 놀랐다. “소복자, 너냐?” 내관 또한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찌 미천한 저
기옥이 아무리 변명해 봤자, 사적인 욕심 때문에 위험을 미리 알리지 않은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형부, 대리사, 도찰원의 관리들은 기옥을 경멸했다. 경원제를 간접적으로 시해한 흉수로 간주했다. 기옥의 모비와 외가 친척들이 아무리 변호해도 대신들은 태자에게 처벌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기옥은 굴하지 않고 기망을 물고 늘어졌다. 기망과 황후는 한 몸이며, 황후가 황제에게 손을 쓴 것이라고 했다. 기망을 하루빨리 등극시키기 위함이며 이 계획을 기망이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기망 또한 혐의자이므로 자신을
신하들은 이에 이견이 없었다. 금의위 지휘사와 이미 금의위 천호로 승진한 서청잔이 곧 사람들을 이끌고 현장을 통제하더니, 태극전의 모든 인원을 편전으로 데려가 심문했다. 기옥은 안색이 파리해진 황후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기망을 자신만만하게 바라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금의위의 고신은 신형사 못지않다. 신형사에 황후의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금의위에는 없었다. 황후에게 매수된 자가 고문을 이기지 못해 자백하기만 하면 황후와 기망을 동시에 끌어내릴 수 있다. 기옥은 매수한 내관이 자신의 이름을 불까 봐 걱정하지도 않
황제는 정신이 혼미하였고, 기양과 기망을 제대로 구분도 못 하고 얼떨결에 조서를 써주기라도 한다면, 황후가 수년간 쏟아부은 공든 탑이 무너질 것이다. 황후는 기양을 죽이든지, 황제를 승천시켜야 했다. 기양의 현재 능력을 고려하면 후자가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컸다. 단약에 손만 좀 쓰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경원제의 연단을 돕는 왕보장은 기양이 밖에서 데려온 자였다. 왕보장이 기양의 사람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았던 황후는 안전을 기하려면 태극전의 내관을 매수하는 편이 확실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황후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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