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여는 가족을 대신해 죄를 갚기 위해 황제의 침전 궁녀가 되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가 황궁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 한 번도 연민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질투 많은 숙비가 그녀에게 독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을 때조차 방관했다. 강만여는 모든 것을 묵묵히 참아냈다. 끝없는 조롱과 모욕에 그녀는 점차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졌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연차를 채워 출궁해 황제와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출궁 사흘 앞두고, 차갑고 무정하던 황제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도 않고, 자꾸만 집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천하도 너도 모두 짐의 것이다. 어디를 가든 짐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없다.” 기양은 아버지와 형을 죽인 냉혹하고도 잔인한 황제였다. 그는 비록 후궁이 많았지만, 진심으로 끌리는 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만여 또한 5년이라는 세월을 그의 침전 궁녀로 있었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어깨가 젖듯, 그는 강만여에게 스며들었고 언젠가 자신을 떠날 거란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출궁 일이 정해지고, 그는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강만여가 다른 곳에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황제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가 온 천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황제라지만, 그녀의 마음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View More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그의 아래에서 애원했다. “폐하, 살려주십시오, 소첩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묻지 않을 테니 살려주십시오. 아직 시침을 들 수 없습니다.” 기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의 현재 몸 상태로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참기에는 너무 괴로웠다. “착하지? 짐이 예전에 가르쳐 준 것들을 모두 잊었느냐?” 그는 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입 맞추고, 그녀의 귓불을 물었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전에 그가 가르
그때 그는 황하 범람으로 밤낮없이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강만여는 그를 미워하고 싫어했지만, 끈기 있게 이틀 동안 그와 함께 있어 주었고, 결국 쫓겨났다. 중산왕과 장평왕이 황하 범람을 이용하여 그녀와 아이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자, 서청잔은 그녀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고, 그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자 화를 내는 척하며 그녀를 승건궁으로 돌려보냈다. 그녀는 늘 기양이 자신을 속인다며 불만을 품었지만, 많은 경우 그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아마도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할 테지만, 그 당시에는
강만여는 기양의 청을 수락하고, 소복자에게 호진충에게 가서 그가 이곳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승건궁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 것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소복자가 명을 받고 떠나자, 기양은 강만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호진충에게도 잘해주는 것이냐?” 강만여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이제 호진충까지 투기하시는 겁니까?” 기양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느냐?” 강만여가 말했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소첩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소첩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저도 잘해줄 뿐
기양이 말했다. “맥을 짚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태의가 온 김에 맥을 짚어보거라.”강만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태의는 꼼꼼히 진찰한 후, 기혈이 부족하여 몸이 허약한 것이기에 진 원판이 지어준 약을 계속 복용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양은 강만여의 감정 이상 증상이 악화할까 봐 염려했으나, 태의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자 비로소 안심했다. 감정이 서서히 진정된 강만여는 태의가 떠난 후, 소매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 기양에게 내밀었다. “소첩은 난귀비를 모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소첩이 모
강만여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기양은 만두 한 개를 더 집어 들고 물었다. “작년 섣달그믐날, 짐이 어떻게 보냈는지 아느냐?”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릅니다.”기양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작년 섣달그믐날, 짐은 승천전에서 여러 신하들과 시간을 보냈다. 짐은 술에 취해 건청궁으로 돌아왔고, 손량언도 만두 한 그릇을 짐에게 가져다주며, 신구 교체와 새해맞이를 이야기했다. 짐은 먹지 않았다. 짐은 그릇을 던져 깨뜨렸다. 왜냐하면 짐은 옛것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새것이 오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짐
강만여는 예전에는 어떻게든 변명하던 그가, 지금은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고, 기양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무엇이기에, 설날에까지 밖으로 나가야 했을까?’소복자는 두 명의 내관과 함께 차와 손을 씻을 뜨거운 물수건을 가져왔다. 강만여는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식혜 상자에서 만두 한 그릇을 꺼내 기양의 앞에 놓았다. 식혜 상자는 두 층으로 되어 있었고, 구리 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래층에는 끓는 물이 들어 있어 보온 역할을 했다. 기양은 고개를 내밀어 보더니 말했다. “꽤 무거웠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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