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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Penulis: 서은월
“모래바람 조금 부는 게 뭐가 대수인 게냐? 맹 장군 같은 연세의 분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주종현은 누님의 응어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누님, 형부를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세요.”

주다언이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한테 부탁한 적 없으니 입 다물어라.”

주종현은 입을 다물고 그저 목수진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목수진은 태연하게 눈썹을 한번 들어 올렸다. 그동안 맹 장군 문 앞에서 청을 올린 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금은보화를 들고도 얼굴 한번 못 본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부인은 말 몇 마디로 맹 장군의 마음을 돌려보겠다는 모양이었다.

맹시은은 그 표정을 보았다. 한눈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집안은 넉넉했고 고생해 본 적도 없으며 근심에 시달린 적도 없다. 모든 일이 무난히 흘러온 삶.

주다언이 다섯 살이나 어린데도 겉으로는 오히려 다섯 살은 더 많아 보였다. 속사정까지 따지면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맹시은은 주다언을 바라보며 입가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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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0화

    하녀가 돌아와 아뢰었다. 주 세자는 몇몇 동료들과 가벼이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그럼 기녀를 불러 흥을 돋우진 않았느냐?”“불렀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회월루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들이 다 갔다고 합니다. 다만…”하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표정이 어딘가 묘했다.“그 기녀들은 모두 다른 이들 곁에만 머물렀고, 주 세자 곁에는 단 한 명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송하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그 뒤로, 그녀는 종종 그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어느 때는, 거리 모퉁이에서였다.주종현은 키 큰 말 위에 올라 경성의 방비를 살피고 있었다.눈매는 차갑고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서려 있었다. 햇빛이 각이 뚜렷한 옆얼굴 위에 내려앉아 차가운 금빛을 얇게 입혔다.또 어느 때는, 벗들과의 시회에서였다.그는 한켠에 조용히 앉아 가끔 몇 마디 말을 나눌 뿐이었지만, 말과 몸짓 하나하나에 명문가 자제 특유의 고귀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지켜볼수록 그녀 마음속에 싹튼 생각은 점점 또렷해졌다.그는, 정말로 아버지와는 다르다.그러나 그 첩과 아이.그 존재는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박힌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그녀는 답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공부의 주씨 큰 마님이 다시 한 번 꽃구경을 청하는 초청장을 보내왔다.이번에는 그녀도 거절하지 않았다.송하윤은 일찌감치 몸을 일으켰다. 곧장 정원으로 향하지 않고 그저 집안 풍경을 보고 싶다 핑계를 대었다.아직 이른 시각이었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채, 국공부 전체가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을 찢듯 날카롭고 힘차게 몰아치는 기세였다.송하윤의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흩날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그 뜰 안을 바라보았다.주종현의 뜰은 의외로 휑했다. 소박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눈을 사로잡을 꽃도 없고 정교하게 꾸민 장식도 없었다. 그저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큰 회화나무 한 그루와 돌로 된 병기 거치대 하나뿐.그리고 그 남자는 새벽빛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79화

    송부의 하늘이 맑게 개었다.저택에는 새로운 하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과거를 알지 못했고 오직 지금의 주인만을 두려워하고 따랐다.어머니의 병도 정성스러운 간호 속에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이제는 작은 불당에 앉아 경전을 베껴 쓰고 뜰의 화초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다만 한때 사랑과 증오로 가득하던 그 눈동자는 이제 깊은 우물처럼 고요해져 어떠한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녀와 오라버니는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이해한 듯, 그 지난날을 조용히 묻어 두었다.마치 이름만 부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과 일들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듯이.이 집은 겉으로는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완벽할 만큼 단정했으나 숨결 하나 느껴지지 않는 그림 같았다.오라버니의 관직은 더욱 순탄하게 뻗어 나갔다.그는 결단력이 있었고 수단 또한 냉혹했기에 태후 마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불과 삼사 년 만에 한림원 시독에서 통정사 부사로 단숨에 승진했고 천자의 곁에서 주목받는 신흥 권신이 되었다.경성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다. 송 가에 기린아가 났다고.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따라붙었다.“송 시랑이 너무 일찍 떠난 게 아쉽군. 오늘의 영광을 보았다면 얼마나 기뻐했겠나.”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송하윤은 그저 눈을 내리깔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옅은 냉소를 띠었다.기쁘다고? 영광이라고?지금의 평온과 영광이 무엇과 맞바꿔 얻어진 것인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이 여전히 있었다면 어머니는 이미 사람들에게 짓밟혀 한 줌의 흙으로 사라졌을 것이고 그녀와 오라버니는 여전히 그 우스꽝스러운 집안 싸움 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장기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지금의 이 평온은 바로 그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의 마음이 독하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다는 오라버니의 말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아버지의 상기가 끝나자 그녀는 혼담이 오갈 나이가 되었다.중매쟁이들이 송 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63화

    주종현은 얼굴을 굳혔다.“아무리 긴급한 일이라도 들어올 수 없다 하지 않았느냐!”지금의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것인데, 수년간 쏟은 공력의 성패가 단 한 번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병사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대인, 제가 너무 경솔했사옵니다. 한데 아문에서는…”주종현은 그의 표정을 보며 냉큼 코웃음을 쳤다.“잡아라.”근처의 두 관병이 달려와 그를 단단히 제압했다.위심이 보고했다.“세자 저하, 이미 몇 명이나 붙잡았사옵니다.”주종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나 같은 오품 지휘관을 위해 이렇게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49화

    “설강 아가씨.”설강이 후문을 나서다 말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멈춰 섰다. 뒤돌아보니 만천이 있었다. 평소에는 위심을 보는 일이 더 많다 보니 만천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만천 귀군.설강이 예를 갖춰 인사했다. 만천은 막 연무장에서 돌아온건지 손에 쌍극을 쥔 채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강 마님께서 나가시려는 것입니까?”세자는 최근 며칠간 반드시 강 마님을 잘 지키라고 그에게 명했었다. 설강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아니요. 제가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가는 것입니다.”그 말에 만천은 걸음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64화

    “더 볼 것도 없군. 다 타 버렸다!”옆에 있던 관병이 무언가를 밟고 몸이 굳었다. 그것은 단순히 타버린 목재가 아니었다.그가 발을 옮기자 발바닥에 묻은 검은 재가 벗겨지며 금빛이 번쩍였다.금이었다!그는 재빨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조금 변형되긴 했지만 원래는 팔찌였음이 분명했다.“꺽다리! 이걸 좀 봐. 금이야!”꺽다리는 동료의 손에 든 물건을 보고 돌아섰다. 두 사람은 바로 머리를 맞대고 금덩이를 몰래 숨겼다.“빨리! 숨겨!”“더 찾아보자. 분명 예전에 누군가 여기에 숨겨둔 물건일 거야. 화재 덕분에 밖으로 나온 거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56화

    강시아는 손수건으로 연아의 작은 얼굴을 살며시 닦아주었다.“연아나 많이 먹거라.”하 유모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강시아의 손에서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마님, 내일부터는 연아 아가씨께서 열흘 동안 휴식을 취하신다 하옵니다.”강시아의 신분이 이토록 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곡식 장사에서 벌어들인 돈도 아낌없이 나눠주는 인심을 보며 하 유모는 예전부터 그녀가 복 많은 사람이라 여겼다. 얼마 전 하대우 역시 상단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곡식 가게가 자리를 제대로 잡기만 한다면, 빠르면 가을에 국공부에서 일을 관둘수도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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