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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Author: 꽃길
‘기다렸다고? 나를 왜?’

“삼촌, 혹시 저녁 안 먹었어?”

그녀는 제일 먼저 그 생각이 들었다.

조시언은 정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녀의 메시지를 받은 후로 마음이 불안해서 도무지 밥 먹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안 먹었지? 그럼 내가 뭐라도 해줄게."

조시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안리영은 조용히 확신했다.

"됐어."

조시언은 짧게 거절했다.

"그럼 왜 기다렸어? 무슨 일 있어?"

안리영은 그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기다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조시언은 그녀의 약간 흐릿해진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술 마셨어?"

안리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으로 잔의 크기를 가리키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마셨어."

조시언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큰 키는 가까이서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고 조명 아래 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이상함을 느낀 안리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삼촌, 왜 그래?”

그녀는 조시언의 어둡게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티끌 하나 없는 맑고도 낯선 눈빛이었다. 그녀의 시선과 마주치자 조시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초조함은 어느새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전에 의사는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 신경이 마비돼서 수술에 지장 준다고.”

안리영은 그 말에 가볍게 웃음을 지었고 입가에 옅은 보조개가 살짝 패였다.

“가끔은 괜찮아. 게다가 과음한 것도 아니고, 의사도 사람인데 수술 때문에 술 한 방울도 못 마실 건 없잖아.”

그녀는 나름 이성적으로 말했다.

“누구랑 마셨어?”

조시언이 묻자 안리영은 신발장에 가볍게 기대선 채 양손으로 가장자리를 잡으며 대답했다.

“구안석이랑. 곧 떠난대.”

조시언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작별 인사한 거야?”

안리영의 예쁜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이별이라고 해야겠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 위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내 지나간 사랑과의 완전한 이별.”

“그래서 슬퍼?”

조시언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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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거야.”그러나 안리영은 조시언의 말을 들은 뒤로부터 저녁에 잠도 잘 자지 못했다.조수민은 오자마자 조시언에게 삼계탕도 끓여주고 또 여러 가지 싱싱한 채소도 많이 사 왔다.“이것들은 내가 전부 시골에 가서 직접 샀는데 모두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들이야.”그러나 안리영은 여전히 조시언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조수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어느새 그녀도 느꼈는지 안리영에게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아까부터 왜 그리 부담스럽게 쳐다봐?”“엄마는 왜 유독 삼촌한테만 잘해줘?”“동생이니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어디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양심이 없는 줄 알아?”역시나 돌아오는 건 그녀의 꾸지람이다.그러나 이미 습관이 된 안리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당연한 건 맞는데 왠지 동생을 대하는 게 아니라...”안리영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아들을 대하는 것 같아서.”조수민은 냉장고에 채소들을 정리해서 넣고 있었다.“그러니까 말이야.”그리고 시원하게 인정하더니 커다란 가지 하나를 들고 말을 이었다.“시언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고작 크기가 이만한 아기여서 난 감히 안아주지도 못했어. 그때 나는 고작 스무 살이 넘었었는데 만약 내가 일찍 결혼했더라면 그만한 아기가 있었겠지.”“네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외할머니는 허리가 자주 아팠어.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가 거의 매일 업어줬지. 그리고 가끔 밤에 울거나 보채면 몰래 데려와 내 방에서 재우기도 했고.”조수민은 어느새 하던 일도 멈추고 그때의 추억에 잠겼다 .안리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전혀 어색하거나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엄마, 아빠는 엄마 첫사랑이었어?”안리영은 갑자기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조수민이 거실 쪽을 힐끔 바라보니 안정수와 조시언은 한창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안리영에게 답했다.“아니.”순간 안리영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17화

    나는 애써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검사해 보는 것도 좋지. 혹시나 나중에 조시언 씨랑 결혼해도 걸리는 게 없잖아.”내 말에 안리영이 버럭 화를 냈다.“자꾸 헛소리하면 진짜 때린다?”“때려봐, 바로 고소해서 배상금 요구할 테니까.”뱃속에 보물 같은 아이가 있어서 나는 지금 두려울 게 없었다.나랑 안리영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두 사람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 저리 신났는지 모르겠네요.”“앞으로도 쭉 저렇게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조시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뜨는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그는 진정우에게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렇게 조시언은 전화 받으러 서재에 들어갔고 진정우도 핸드폰을 확인했다.나랑 안리영은 그제야 소파에 앉아 방금 안리영이 말해줬던 얘기를 진정우에게도 알려줬다.“정우 씨, 혹시 우씨 가문에서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나일까?”그러자 진정우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야.”순간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렇다면 내가 우씨 가문의 채권자나 마찬가지란 소리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우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 빚을 갚을지 기대돼.”비록 웃으며 말했지만 아까 안리영이 말한 우씨 가문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아직도 가늠이 안 갔다.나로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일은 부모님을 잃은 것밖에 없는데 그 범인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바로 배제할 수 있었다.“진씨 가문에서 제대로 조사해 보면 알 것 같은데.”한편, 안리영은 전화 통화가 길어지는 조시언이 신경 쓰이는지 계속 서재 쪽만 바라보았다.“걱정되면 가보든지.”내가 귓속말로 안리영에게 말하자 그녀는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곧장 위층 서재로 향했다.문을 두드리려고 하다가 살짝 열려있는 틈으로 그의 뒷모습이 보이더니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최대한 빨리 샘플을 채취할게. 혹시 결과는 언제쯤 나와? 그래, 알겠어. 이번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샘플 채취?검사 결과?안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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