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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시하
공혜리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난번 신의님 덕분에 불치병을 치료한 뒤로 아버지는 줄곧 정정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셨어요. 그게 신의님의 당부라고 하시면서요. 해다마다 2000억 원씩 기부하는 건 물론이고, 보육원과 학교도 얼마나 지었는지 몰라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조만간 기부금도 늘일 생각이래요. 제 아버지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번에도 꼭 부탁드릴게요. 신의님께서 도움을 주실 수만 있다면, 저희 집안에서 세세 대대 은혜를 갚으면서 살게요.”

지난 시간 동안 공혜리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부 실망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공규석이 3년 전에는 어떻게 불치병을 치료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때는 잠깐 나갔다 들어오더니 운 좋게 완치됐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공혜리는 당연히 그 핑계를 믿지 않았다. 공규석이 그날부터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생전 안 하던 일을 하는 것도 줄곧 이상하게 여겼다.

그녀의 의문은 공규석의 금고 속에서 일기를 발견한 다음에야 완전히 풀렸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정체를 숨기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공규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은둔 고수의 연락처를 찾아야 했다.

그녀는 일기를 한참 뒤진 다음에야 전태웅도 언급된 것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 염무현의 연락처를 받았다. 염무현이 순순히 응해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규석을 위해서는 어떠한 실례라도 범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약간 마음이 흔들린 염무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알겠어요, 우리 언제 한번 만나죠.”

“감사합니다, 신의님!”

공혜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반대로 염무현은 아주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규정은 변함 없어요.”

이 말인즉슨 병을 치료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그는 종래로 누군가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어요. 신의님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제가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까요?”

“나는 서해의 히스턴 호텔에 있어요.”

“서해에 계셨군요! 저 서해 사람이에요. 지금도 서해병원에 있으니까, 바로 헬기를 타고 뵈러갈게요!”

...

서해시의 남연동, 이곳은 땅값이 금값과 같은 곳이다.

양씨 가문은 이곳에 마당 딸린 3층짜리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동네 주민은 전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물들이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양씨 집안사람들은 농촌에서 살았다. 그리고 염무현이 시내에 신혼집을 마련한 다음에야 흙먼지 날리는 농촌을 벗어나 진정한 도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양씨 가문은 어엿한 재벌가가 되었다. 양희지의 어머니 서아란은 남동생 양준우에게 헤벌쭉 웃으면서 말했다.

“네 누나가 드디어 이혼했단다!”

서아란은 기쁨에 겨워 덩실덩실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그런 개자식은 진작 차버려야 했어. 그 자식이 교도소에 들어간 이후로 우리가 얼마나 잘됐는지 보렴. 예전에 뭘 해도 실패했던 건 다 그 자식 때문이었던 거야! 애초에 결혼도 허락하지 말아야 했어! 나도 참 멍청하지, 괜히 허락했다가 우리 희지 청춘만 낭비했네. 그래도 순순히 이혼해 줘서 시름 놨구나. 안 그러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

서아란의 말을 조용히 듣던 양준우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순순히 이혼한 게 아닐걸? 누나가 비서랑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 자식한테 집도 주고 차도 준대. 그리고 6억인가, 아무튼 그 정도 돈까지 준대. 다 합하면 적어도 10억은 넘지 않겠어?”

“그걸 왜 이제야 말하니? 어쩐지 쉽게 꺼져준다고 했네. 받아먹은 게 있으니까 물러난 거였어!”

“난 또 누나가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진짜 줄 줄은 누가 알았겠어?”

“전과자한테 10억이 말이나 되니? 우리는 그 자식한테 빚진 게 하나도 없어! 안 되겠다, 나라도 그 돈을 돌려받아야지! 그 돈으로 너한테도 회사를 차려주마. 너도 이제는 희지처럼 대표님 소리를 들을 때가 되었어!”

이 말을 들은 양준우는 갑자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약속한 거야! 절대 말 바꾸면 안 돼! 내가 지금 당장 그 자식한테 전화해서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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