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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Author: 젠모
하지만 출혈이 있기 때문에 유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의사의 말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진아연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선생님, 만약에 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요...?"

현재 그녀는 박시준과 이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아이의 문제는 다시 한번 고민해야 했다.

의사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왜 원하지 않으시죠?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지 아십니까?"

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남편은 왜 같이 안 왔죠?"

의사는 "아이를 원하지 않더라고 남편과 먼저 상의하세요."라는 말했다.

진아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난처해하는 그녀와 의료 기록서를 번갈아 쳐다보던 의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겨우 21살이군요! 결혼은 안 했나요?"

진아연: "결... 결혼은... 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죠!" 이제 곧 이혼을 하니깐 말이다.

"낙태 수술이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에요. 아연 씨가 결정한다 해서 오늘 바로 해드릴 수도 없어요. 우선 집에 돌아가서 좀 더 고민해 봐요. 남자친구와의 지금 관계가 어떻든 아이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의사는 그녀에게 의료 기록을 보여줬다. "지금 약간 출혈이 있는 상태여서, 만약의 경우에 잘못된다면 앞으로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려워요."

진아연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죠?"

의사는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 "낙태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왜요? 마음이 좀 그러세요? 음, 이렇게 예쁜 엄마라면 아이도 분명 엄마를 닮아 예쁠 거예요. 우선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일주일 정도 푹 쉬신 다음,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에 오세요."

......

그녀는 병원에서 나왔고 눈부신 햇살때문에 제대로 두 눈을 뜰 수도 없었다. 하지만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렀고, 발걸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녀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와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시준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의 경호원들이 자신을 강제로 수술대에 눕히고도 남을 것이다.

사실 그녀 역시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서 혼란스러웠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길가에 택시를 세우고 외삼촌 집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한 후, 어머니는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외삼촌의 집안은 재벌만큼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 부유한 편이었다.

"어머, 아연아. 혼자 온 거니?"

외숙모는 빈손으로 온 그녀를 보고 실망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아니, 저번에 아버님 집에 갈 때는 두 손 가득 비싼 선물들을 가지고 갔다던데! 뭐... 네 집이 아니라 예의도 차릴 필요가 없다 이거야."

진아연이 집에 온다 해서 잘 대접할 생각이었는데 빈손으로 온것을 보고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복잡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왔기에 진아연은 당황했다.

"아! 외숙모. 죄송해요.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다음에 올 때는 꼭 선물을 준비해서 올게요."

"됐다! 뭐 지금 아연이 네 표정을 보니 그 집에서 쫓겨난 모양이네? 박시준이 깨어났다고 듣긴 들었는데. 무슨 대접을 받았길래 그렇게 죽을 상으로 이렇게 달려온 거니?"

진아연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장희원은 수치스러워 하는 자기 딸의 모습을 보고 이내 두둔했다. "내 딸이 그 집에서 쫓겨난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

"어머, 장희원. 내가 틀린 말 했니?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렀나 보네? 너야말로 지금 누구 집에 얹혀 사는지 잊었나 보구나... 그렇게 잘났으면 당장 나가든가!"

장희원은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진아연 역시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욱더 복잡해졌고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엄마가 외삼촌 집에 살면서 분명 자신보다 편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나쁠지는 몰랐다.

특히나 엄마와 외숙모 사이가 이렇게 나쁜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엄마, 나가서 원룸에서라도 사는게 어때? 돈이라면 나한테 조금 있으니깐..." 진아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장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30분도 채 안 돼 모녀는 외삼촌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아연아, 돈 문제는 걱정하지 마. 돈이라면 나도 있으니깐. 내가 외삼촌 집에 계속 있었던건 건강이 좋지 않은 외할머니께서 같이 있어주라 해서 그랬던거야. 네 외할머니만 아니었다면 엄마는 진작 나왔을 거야." 장희원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

진아연은 눈을 떨구고 몇 초간 고민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 외숙모 말이 맞아... 이틀 뒤에 박시준 씨와 이혼할 예정이야."

장희원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그녀를 위로해 줬다. "그래. 잘 생각했어. 졸업도 안 했으니, 이혼한 뒤 학업에만 집중하자."

"응... 엄마. 이혼한 후에는... 아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엄마랑 같이 살래...!" 진아연은 조심스럽게 장희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하지만 자신의 임신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말했다가 매일 같이 걱정하다 쓰러지실 수도 있으니까.

저녁이 되서야 진아연은 박시준의 집으로 돌아왔다.

넓은 거실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사모님, 저녁은 드셨어요? 저녁 식사를 준비해 드릴게요. 아, 그리고 부탁하셨던 생리대는 여기요." 이모님이 갑자기 나타나 진아연은 깜짝 놀랐다.

"아! 이모님. 밥은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하죠? 그 분... 집에 안 계시나요?" 진아연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물었다.

"네, 대표님께서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휴, 의사 선생님이 집에서 푹 쉬셔야 한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말을 안 들으시네요." 이모님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대표님이 은근히 고집이 있으셔서 아무도 대표님을 못 말리네요."

진아연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짧은 만남에서 그녀에게 잊지 못할 무서운 추억을 만들어 줬으니깐 말이다.

매우 저돌적이며, 예민하고, 극악무도한 사람...

사실 그가 깨어나기 전에는 환자로서 약간의 동정심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 밤.

역시 진아연은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니 병원에 있을 때보다 자신의 아이라는 느낌이 더 크게 와닿아 슬퍼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시간은 벌써 아침이 되었다.

그녀는 일부러 박시준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침 9시 30분. 이모님이 문을 두드렸다.

"사모님, 대표님이 나가셨어요. 나오셔서 아침 드세요."

진아연은 이모님께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거 같아 얼굴이 빨개졌다.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진아연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교 선배의 전화였고, 그로부터 원고 번역 일을 부탁받았다.

"아연아, 네가 논문 준비로 바쁘다는 건 아는데. 이거 너한테는 정말 껌이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페이가 엄청 높아. 근데 12시 전까지는 마무리해 줘야 해."

진아연은 돈이 필요했기에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

번역이 끝나고 원고를 두 번 정도 다시 체크한 다음 선배에게 문서를 보내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근데 갑자기 화면이 두 번 정도 깜박였다.

그리고 화면이 파랗다가 갑자기 검게 바뀌는 것을 보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노트북이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다!

문서는 다행히 USB에 저장해놓았다.

그녀는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USB를 천천히 노트북에서 빼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다른 컴퓨터를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모님, 제 노트북이 작동이 안 돼서요. 혹시 집에 다른 컴퓨터가 있나요? 문서 하나만 보내면 돼요."

"있죠. 하지만 대표님 컴퓨터입니다."

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감히 박시준의 컴퓨터를 사용한다?

"문서만 보내시는 거라면 오래 걸리시진 않으시죠?"

이모님은 그녀의 불안한 얼굴을 보니 도와주고 싶었다.

"대표님께서 함부로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걸 좋아하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급한 일 먼저 처리하셔야죠. 괜찮을 거예요."

진아연은 시계를 봤다.

벌써 열한시 오십분이었다.

열두시까지 원고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

박시준의 서재는 2층에 있다.

그가 식물인간인 상태일때도 청소부 이외에는 아무도 그의 서재에 들어가지 못했다.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지만 지금은 돈이 더 급했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워야 한다면 수술비가 필요했다.

아이는 그녀 혼자서 가진 것이 아닌 어쨌든 박시준의 아이이기도 했다.

박시준은 그녀에게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빌려준다면 그 역시 그가 원하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서재에 들어간 후, 그녀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만약 그가 노트북에 암호를 설정했다면 그녀는 욕심부리지 않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컴퓨터 화면이 자동으로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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