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강해인은 고태겸을 7년 동안 사랑했다. 그러나 태겸은 새로운 여자를 얻자, 아무 망설임 없이 그녀를 버렸다. 그래서 해인은 미련 없이 돌아섰고,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 강해인의 눈에 한유호는 타고난 거친 기운을 지닌 남자,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하지만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유호는 해인의 가느다란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부드러운 몸을 벽에 밀어붙였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채,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모른다더니?” “윽...” 그는 해인의 입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미친 듯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성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어느 날 모임에서 태겸은 술에 완전히 취해 있었다.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그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자, 태겸은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해인아...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다시 잘해보면 안 될까?” 그 순간, 해인은 몸을 돌려 태겸의 평생 라이벌 품으로 파고들었다. 태겸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해인은 발꿈치를 들어 올려 그 남자의 입술에 키스했다. “소개할게.” “한유호, 내 남편이야.” 그제야 태겸은 깨달았다. 자신이 손수 키웠다고 믿었던 그 장미를... 적이 송두리째 가져가 버렸다는 사실을. ... 그 후, 누군가가 보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최고 명문가 출신인 태겸 도련님이 해인을 기다리며 밤새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그저 그녀가 한 번만이라도 뒤돌아보길 바라면서. 문이 열렸다. 유호는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헤친 채 서 있었다. 몸에는 아직 식지 않은 온기와 욕망이 남아 있었고,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잔향처럼 욕정이 어려 있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비틀며 냉소했다. “뭐가 그렇게 시끄러워?” “한 번만 더 불러 봐. 그럼 네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그 입술에, 네 대신 내가 마음껏 키스해 줄 테니까?” ... 한유호는 한때 고태겸을 질투했다. 미쳐버릴 만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그 장미는 한유호의 것이었다.
View More방금 경찰서 안에서 사건으로 끌려온 남자들이 해인에게 보내던 시선을 떠올리자 태겸의 속이 거칠어졌다.그 시선들은 필요 이상으로 끈적했고, 조절되지도 않았다.“다음부터는 다른 남자들 만날 때, 그렇게 입고 다니지 마.”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데?”옷은 해인이 일부러 고른 게 아니었다.밤중에 잠깐 나오는 길에 누가 신경 써서 차려 입겠는가?옷장 앞쪽에 걸려 있던 걸 집어 입었을 뿐이었다.입고 나와서야 색이 유난히 눈에 띈다는 걸 알았다.밝은 색이 해인의 피부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그래도 다시 갈아입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태겸 때문에 거울 앞에 서서 옷을 고를 만큼 해인은 여유롭지도 않았다.해인은 태겸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태겸은 더 다투지 않았다.“차 저쪽에 있어. 밤도 늦었고, 혼자 가기엔 좀 그래. 데려다 줄게.”예주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면서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맞아요, 언니. 금방이에요. 오빠하고 제가 같이 데려다 드릴게요.”‘이런 인간들이... 꼭 둘이 붙어서 사람 속을 긁지.’해인은 냉소를 흘렸다.태겸과 예주를 더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해인의 눈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담겼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또렷하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유호와 대현은 거리가 있어서 그쪽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들리지 않았다.대현이 웃으며 말했다.“야, 나 갑자기 느꼈는데, 고태겸 저거 은근히 집착형 아니냐? 제수씨는 그냥 보석만 해 주고 가는 것 같은데, 둘이 뭐가 있어 보이진 않잖아.”‘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유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목소리는 나지막하고 차가웠다.“그래?”대현은 말을 이었다.“솔직히 난 오래된 감정이 있으니까 제수씨가 아직 못 놨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못 놓은 쪽은 고태겸인 것 같아.”말을 하다 말고, 대현은 멈칫했다.멀리서 보고만 있던 상황이었는데, 유
이 시간의 경찰서에는 폭행 사건으로 끌려온 사람도 있었고, 절도 혐의로 붙잡힌 사람도 있었고, 사소한 다툼으로 고성을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그런 곳에 해인이 들어서자, 어둡고 탁한 공간에 이질적인 빛이 스며든 듯했다.해인이 경찰서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자 주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몰렸다.저마다 손에 쥔 일을 멈추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고태겸 씨 보석 때문에 왔습니다.”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태겸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해인을 보는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태겸의 시선이 해인에게 고정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색이 스쳤다.‘이 밤에 저렇게 입고 나왔어? 안 춥나?’서류를 처리하던 경찰은 해인을 보자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이쪽으로 오세요.”해인은 경찰을 따라 절차를 밟으러 갔다.그동안 단 한 번도 태겸이나 예주 쪽을 보지 않았다.태겸의 시선이 계속 해인을 따라가자, 예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오빠, 저희가 해인 언니랑 남편분 데이트를 방해한 거면... 언니 기분이 안 좋지 않을까요?”예주의 말에 태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데이트?’‘해인이... 진짜 약속이 있었던 거야?’‘이 옷도... 다른 남자 보라고 입은 거고?’서류에 서명이 끝나자 경찰 한 명이 태겸 쪽으로 다가왔다.“두 분,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이미 해인은 유리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태겸은 바로 발걸음을 재촉해서 뒤를 따라갔다.예주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가, 어쩔 수 없이 함께 따라 나섰다.경찰서 밖에서 해인은 휴대전화를 꺼내 택시를 부르려고 했다.그때 해인의 어깨 위로 재킷이 떨어졌다.익숙한 향이 희미하게 스쳤다.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구 옷인지 알 수 있었다.해인은 반사적으로 재킷을 벗어 태겸에게 돌려줬다.밤바람이 거세게 불었다.가느다란 체구의 해인은 바람에 휘청이는 듯 보였다.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더 애처롭게 보였다.태겸의 가슴이 답답해졌다.“안 추워?”해인이 바로 받아쳤다
대현은 그제야 모든 게 맞물리는 느낌이 들었다.유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그때 해인이는 가족들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었어. 아마 내 꼴이 너무 흉해서였겠지.”“해인이 두 오빠가 놀랄까 봐 해인이를 가운데에 두고 감싸더라. 그렇게 이미 멀어지고 있었어.”말을 하다 말고, 유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천천히 눈을 감았다....아홉 살짜리 소년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한쪽 다리를 접은 채, 무릎 사이로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었다.겨울이었다.하지만 어린 유호가 입고 있던 옷은 너무나도 얇았다.차가운 바람이 살을 파고들었고, 몸에 묻은 피는 얼어붙어 있었다.그 앞에 작은 여자아이가 다가왔다.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아주 천천히.“오빠 아픈데, 왜 병원 안 가?”대답은 없었다.아홉 살의 유호는 눈썹만 살짝 들어 올려 아이를 바라봤다가 다시 고개를 무릎에 묻었다.그때의 해인은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작고 말간 얼굴은 바람에 금세 붉어질 만큼 여렸다.누가 봐도 집에서 곱게 자란 아이였다.유호는 알고 있었다.자신 같은 아이와 저런 아이는 같은 세계에 살지 않는다는 걸.곧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차가운 시선을 느끼면, 금세 겁을 먹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아이는 다가오더니 유호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작은 머리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어린 해인의 눈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해인은 차갑게 얼어 있던 유호의 손가락을 살짝 건드렸다.“오빠, 나 작은 의사야. 내가 상처 싸매 줄까?”해인의 손은 말랑하면서도 따뜻했다.말을 하며 등에 멘 토끼 모양 가방을 앞으로 돌렸다.그 안에서 붕대 하나, 면봉 하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제법 그럴듯했다.해인은 진지하게 유호의 상처 위에 뭔가를 발랐다.유호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이 아이는 집에서 병원 놀이를 꽤 많이 해 봤다는 걸.분홍색 연고에서는 강한 향이 났다.지나치게 달고 진했다.나중에서야 유호는 알
양쪽의 감정이 더 격해지기 직전, 경찰 한 명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그 경찰도 이미 눈치를 챘다. 이 경찰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집안의 자제들이라서, 하나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인물들이었다.경찰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사람들을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래서 바로 유호에게 절차를 밟으라고 재촉했다.유호는 서류에 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현을 경찰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밖으로 나오는 길 내내 대현은 말이 많았다.“와, 오늘 싸움 진짜 시원했어. 제수씨가 알면 분명 잘했다고 할 거야. 제수씨 대신에 한 번 제대로 풀어준 거잖아.”그러다 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생각해 보면 제수씨도 참 안 됐어. 친정 쪽에서 나서 주는 사람도 없고, 그 어머니라는 분도 참... 자기 딸이 그렇게 당하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다니.”대현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진짜로 말이 안 통하면, 내가 따로 사람 써서 고태겸 몇 번 더 손을 봐줄까?”유호는 대현의 말을 듣다가 옆으로 시선을 줬다. 말투에는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듯했다.“제수씨라는 호칭, 꽤 자연스럽게 쓰네.”“그럼 당연하지!”대현은 대답하고 나서야, 조금 늦게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어라? 지금 유호 말투가 좀...’가슴이 살짝 철렁했다.‘설마 이런 것도 신경 쓰는 거야?’유호는 더 말하지 않은 채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대현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을 꺼냈다.“근데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신기해. 너 같은 인간이 결혼을 했다는 게.”라이터를 꺼내 든 유호는 불을 붙이지는 않고 손끝으로 천천히 굴렸다. 대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네 성격이라면 평생 혼자 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야. 근데 요즘 보면, 밤도 안 깊었는데 집에 가더라? 제수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거야.”유호는 어릴 때부터 ‘집’이라는 개념이 희미한 사람이었다.집은 그저 주소만 있는 공간일 뿐이었다.차라리 술집 VIP룸 소파에서 자는 걸 택할 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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