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정도원은 이해리를 끔찍이 사랑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고귀하고 위엄 있는 사람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사랑하는 그녀 앞에만 서면 순한 강아지로 변했다. 하지만 동거 2년 만에 이해리는 그가 여비서와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정도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해리야, 제발 나 용서해줘. 네가 3년 동안 외국에 가 있는 동안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 그 여자를 네 대역으로 생각했어.” 매정하게 뒤돌아선 이해리는 그의 형과 결혼했다. ...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정지안이 태어날 때부터 결벽증이 심하다고 하는데 결혼 뒤, 이해리의 취향을 존중해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집에 너라는 고양이가 있으니 몇 마리 더 키워도 상관없어.” 이해리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사랑이 깊어지려 할 때, 그녀가 살짝 깨문 흔적이 이 남자를 길들이는 가장 다정하고 잔혹한 증표가 될 줄을. ... 정지안은 이해리와 함께 자선 갈라쇼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때 높은 곳에서 늘 거만하던 정도원은 먼발치에서 몰래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을 훔쳐보는 신세가 되었다. 음침한 표정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를 눈치챈 정지안이 경호원을 불렀다. “저 시궁창 같은 녀석 당장 끌어내.”
View More그날 열린 축하연과 정지안의 청혼 성공 소식은 정도원과 윤유나가 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심여진은 그 실시간 검색어를 본 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이해리가 정지안에게 눈짓을 보냈다.정지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말했다.“지금 어머니께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이런 일에 더는 관심을 두고 싶지 않으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해리는 이 재산도 결국 우리 집안의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정도원에게서 일부를 되찾았어요. 나머지는 관련 프로젝트의 피해 보상에 사용했고, 남은 돈은 어머니 노후 자금으로 드리려고 해요.”사실 그 돈은 많지 않았다. 정지안과 이해리가 심여진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그러나 심여진은 고개를 저었다.“이 돈은 필요 없다. 나는 이제 정도원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아. 앞으로 그 아이가 살든 죽든 나와는 상관없다. 그저 다른 곳으로 옮겨 편안히 요양하고 싶을 뿐이야.”나이가 들면서 과거에 가졌던 의욕과 고집도 이미 많이 사라졌다.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정지안과 이해리는 서로를 바라봤다.사실 두 사람도 이런 결과를 오래전부터 예상하였다. 그들은 억지로 권하지 않고, 경치가 아름다운 요양원을 이미 알아봐 두었다고 말했다.이곳에서 멀지 않아 두 사람도 자주 찾아갈 수 있었다.심여진은 동의했다. 그녀는 정지안과 이해리가 결혼식을 마친 뒤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에드워드는 깨어난 뒤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이해리를 도와 실험실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해리는 실험실 전체의 권한도 다시 에드워드에게 돌려주었다.그동안 그를 대신해 너무나 많은 일을 처리한 탓에 사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제는 손에 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삶부터 돌보고 싶었다.한 달 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오초아가 해외에서 급히 돌아와 이해리에게 큰 선물을 건넸다.그제야
하지만 이해리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그녀는 정지안의 손을 잡고 먼저 말했다.“어머님 일을 잘 정리하고 나면 우리 휴가를 떠나요.”정지안은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했다.다음 날 정도원과 윤유나에게 내려진 판결 결과가 모두 나왔다.그동안 정지안과 이해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사람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각각 사람을 보내 조사했다.그 과정에서 정도원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 단기 대출 계약을 복잡하게 체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윤유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듯했다. 재산을 손에 넣은 뒤 그 돈을 자신의 해외 계좌로 옮기려 했고, 이미 몇 사람을 매수하기까지 했다.처음에는 정말 해외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정도원이 자신에게 숨긴 채 그렇게 많은 일을 벌였고, 그 재산을 차지하려면 빚까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너진 듯했다.그 모든 내용을 본 이해리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처리는 전부 정지안에게 맡겼다.윤유나는 원래 혼자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고의로 사람을 해치려 한 사건 때문에 정도원과 함께 체포됐고, 두 사람 모두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앞두게 됐다.한편 정지안이 이해리에게 약속했던 축하연도 정식으로 열렸다.이번 축하연에는 이해리의 친구 전원과 실험실 사람들이 초대됐다.그런데 축하연에 에드워드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스승이 깨어난 모습을 본 이해리는 몹시 놀랐다.요 며칠 정도원과 윤유나의 일을 처리하느라 실험실에는 거의 가지 못했다. 모든 일을 정지안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 채 다른 사정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가끔 병원에 가서 심여진을 찾아뵙는 것이 전부였다.그런데 이제 스승까지 깨어났으니 이해리는 크게 기뻐하며 다가갔다.에드워드는 그동안 주세훈과 다른 제자들이 계속 자신을 정성껏 돌보고 치료해 줬으며, 특효약을 쓴 뒤에야 깨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이전에 벌어진 일도 모두 들었다며 이해리가 고생했다고 위로했다.스승에게 인정받았다
윤유나의 말은 이해리에게 너무나 기괴하게 들렸다.이해리와 정도원의 결혼은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지키는 관계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윤유나가 끼어들었다.이해리는 두 사람을 놓아주기 위해 오래전에 정도원과 이혼했다.그 뒤에 벌어진 모든 일은 정도원과 윤유나가 함께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든 결과일 뿐이었다.그런데 지금 윤유나는 그 모든 책임을 이해리에게 떠넘기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마음속 두려움은 이미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충격과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네가 이 지경이 된 것도, 너와 정도원의 관계가 망가진 것도 나와는 상관없어. 알아? 이 모든 건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이해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윤유나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네가 오랫동안 정도원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게 단순히 네가 수완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네가 예전의 나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야. 정도원은 너를 내 대용품으로 여긴 거라고.”윤유나는 갑자기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도 그 사람이 나에게 조금은 진심이었어! 아니었다면 내가 마지막에 임신했다고 속였을 때 모든 재산을 나에게 넘기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이해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윤유나가 정도원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해 그 재산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이해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이미 돈을 얻었고 임신도 하지 않았잖아. 이 도시나 나라를 떠나면 좋은 미래를 살 수도 있어. 그 돈이면 평생 먹고사는 데 아무 문제도 없을 텐데.”몰락한 부자라도 평범한 사람보다는 나았다. 정도원의 손에는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이 있었다.회사 형편이 갈수록 나빠져 앞으로 회사만으로 먹고살 수 없고 윤유나가 직접 운영할 수도 없다고 해도, 그 돈을 활용하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그런데 대체 왜 마지막까지 나를 찾아온 것일까?’윤유나는 이해리를 바라보며 웃었다.“별다른 이유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그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이 도시를 떠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윤유나는 이해리에게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다.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이해리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다.멍하니 있던 그녀를 옆의 정지안이 알아챌 때까지도 생각은 이어졌다.정지안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마침 화면에 떠 있는 내용을 보게 됐다.정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보낸 메시지야?”이해리는 원래 혼자 해결하고 싶었지만 정지안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윤유나였군.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저들을 상대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네...”정지안은 차갑게 웃었다.그동안 정도원의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윤유나라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윤유나가 만나자고 한다면 가. 어떻게 상대할지는 이미 생각해 뒀어.”사실 이해리의 마음에는 망설임이 조금 남아 있었다.이렇게 좋은 날 굳이 다시 윤유나와 얽힐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정지안의 말도 옳았다.게다가 윤유나가 정도원이 가진 재산의 관리 권한을 손에 넣은 듯하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앞으로 윤유나가 그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었다.“그 사람 손에는 아직 그 집안의 재산 일부가 있어요. 반드시 만나서 그 재산을 되찾아야 해요.”결심을 굳힌 이해리는 상대에게 답장을 보냈다.그녀 역시 윤유나를 만나 이 모든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윤유나의 답장은 간단했다. 이해리가 만나겠다고 하자 윤유나는 일부러 아주 가까운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소식을 받은 이해리는 정지안과 다시 상의했다.두 사람은 모든 상황에 미리 대비한 뒤, 이해리 혼자 윤유나가 말한 교외 공원으로 향하도록 했다.그 공원은 평소 사람의 발길이 드물고 조금 황량한 곳이었다. 이해리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일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계속 윤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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