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올해 설은 결국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지수현은 병원에서 새해를 맞는 것이 왠지 불길하다고 생각하며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강루인은 병실을 정리하며 물었다.“너 아직도 미신을 믿는 거야?”지수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가면 안 돼?”강루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안 돼.”“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잖아. 아직 병원에서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해서 지금은 퇴원하면 안 된다고.”지수현은 집에서 새해를 맞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려 했다.“그럼 섣달그믐날 집에 갔다가 설날에 다시 오면 안 돼?”강루인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냥 얌전히 있어. 괜히 몸에 무리가 가면 어떡하려고.”지수현의 회복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만한 일이라면 그녀는 그 무엇도 원하지 않았다.“어디에 있든 나랑 은우가 항상 곁에 있을 거야.”병실은 전체적으로 흰색을 기본으로 꾸며져 있어 차갑고 온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이었다.하지만 강루인의 손길이 닿으면서 어느새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덕분에 지수현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녹아내렸다.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안아 줘.”그 모습에 강루인은 조용히 앞으로 다가갔다.지수현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기대더니 어리광을 부리듯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내가 다 나으면 우리 결혼식 다시 올릴까?”강루인은 그의 복부 상처에 무리가 갈까 걱정되어 최대한 몸을 뒤로 빼고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어머, 내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그때 문밖에서 함지율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강루인이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는 함지율과 지은우가 서 있었다.함지율은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은우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는 손가락 사이로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두 사람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아빠, 엄마.”지은우는 총총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동그랗고 커다란 눈으로 지수현을 바라보며
주이준에 이어 주승우까지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둘째 집안은 대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게다가 주세웅은 이미 중풍으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설령 그가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하고 싶어도 마음만 앞설 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결국 그는 김옥순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주영도는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고 병실을 찾아온 사람들은 모조리 문전박대를 당했다.덩치 좋은 경호원들이 병실 앞을 굳게 지키고 있었기에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노윤환은 주영도를 대신해 김옥순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어르신, 대표님께서 지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충분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이만 돌아가시죠. 대표님께서 더 이상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노윤환은 김옥순의 팔을 부축해 그대로 밖으로 모셨다.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주영도의 상태를 들먹이며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대표님은 지금 언제 다시 일어나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음고생도 심하실 텐데 어르신께서 조금만 양해해 주십시오.”김옥순이 이번에 찾아온 것도 사실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에서였던 것은 아니었다.그녀 역시 떠밀리다시피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김옥순에게는 큰손자도 안쓰럽고 둘째 손자 역시 안타까웠다.두 사람이 원수라도 된 듯 서로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으니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 타들어 갔다.김옥순은 두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바랐지만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주승우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순간부터 이 모든 일이 원만하게 끝날 리 없었다.지팡이를 짚은 김옥순의 손은 가늘게 떨렸고 탁해진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그녀는 상황이 대체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예전에는 분명 가족끼리 화목하고 평온하게 서로를 아끼며 잘 지냈었다.도대체 어쩌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또 누군가는 해외에서
“주영도가 여동생한테 화가 나서 다시 수술실로 실려 갔대.”지수현은 강루인이 깎아준 과일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그 말을 들은 강루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과일을 깎으며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휠체어 하나 빌려다 줄까?”지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휠체어는 왜? 바람 쐬러 데리고 나가려고?”강루인이 태연하게 대답했다.“구경거리가 생겼는데 직접 보면 더 재미있잖아.”지수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내가 남의 일에 너무 참견하는 것 같아서?”강루인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보기엔 네가 너무 한가한 것 같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뭐 하러 그렇게까지 신경 써?”그 한마디에 지수현의 입꼬리가 또다시 귀에 걸릴 듯 올라갔다.그는 강루인이 주영도를 철저히 외면하는 태도가 마음에 쏙 들었다.주영도는 몸이 튼튼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화만 나도 기절할 정도였고 그렇다고 허약하다고 하기엔 죽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질기게 버텨냈다.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이틀 뒤였다.이번에는 주초원도 더 이상 주영도를 자극하지 않았다.괜히 또 건드렸다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던 것이다.주영도 역시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여동생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기에 곧바로 병실에서 내쫓았다.주초원도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사실 그녀 역시 이곳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주영도는 주승우 쪽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그는 늘 원한은 품은 사람에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주세웅에게만큼은 마지막 여지를 남겨두려 했다.하지만 주영도가 한발 물러섰더니 상대는 오히려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것이다.숲속에서 벌어진 습격은 결국 처음부터 주영도의 목숨을 노린 것이었다.상대가 그에게 살길을 남겨둘 생각조차 없었다면 주영도 역시 더 이상 형제간의 정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주이준이 세운 계획은 주영도 명의로 된 지분을 모두 빼앗은 뒤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그렇게 되면 주승우가 최대 주주 자리에
강루인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만 욕해. 난 신경 안 써.”그러면서도 그녀는 계속해서 지수현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강루인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인지 지수현의 불쾌한 기색도 금세 누그러졌다.그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주영도가 척추를 다쳐서 앞으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강루인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말했다.“그 사람들한테서 들었어.”“어떻게 생각해?”지수현은 말을 건네면서도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강루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건 의사가 판단할 일이지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야.”지수현은 밥을 한술 떠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물었다.“보러 가고 싶지는 않아?”그는 의식을 되찾자마자 사람을 시켜 주영도의 상태부터 알아보게 했다.덕분에 주영도 역시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과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주영도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소식에 지수현은 솔직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정말이지 너무 아까웠다.그는 이미 조화까지 준비해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괜히 기대만 잔뜩 한 셈이었다.역시 싫어하는 인간답게 주영도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괜히 기대하게 했다.강루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가길 바라는 거야?”지수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아니.”그는 강루인을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보낼 만큼 관대한 사람이 아니었다.지수현은 애초에 주영도를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강루인은 그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그럼 쓸데없이 사람 떠보지 마. 괜히 너만 괴롭잖아.”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듯했다.원하던 대답을 얻은 지수현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강루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수현이었다.만약 그에게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지금쯤 하늘을 찌를 듯 치켜 올라가 있었을 것이다.두 사람이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주영도가 있는 병실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
지수현 역시 질긴 목숨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그는 수술실에서 끝내 살아서 나왔고 강루인에게 재혼할 기회 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강루인은 지수현의 몸이 하루라도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정성껏 그를 돌봤다.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으로 챙겨 먹였고 하루 세 끼도 매번 직접 만들어 병원으로 가져다주었다.어느 날 점심 무렵, 강루인은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하필이면 길에서 박정금 모녀와 마주친 것이다.‘주영도도 이 병원에 있나?’사건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그동안 강루인의 머릿속에 주영도라는 사람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심지어 그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곧 생각을 거두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마치 그들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강루인, 거기 서!”강루인은 두 사람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지만 주초원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주초원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강루인은 분노로 일그러진 주초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주초원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왜 우리 오빠를 보러 가지 않는 거야? 오빠가 너 때문에 다쳤는데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게 말이 돼? 넌 양심도 없어? 우리 오빠가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 알아?”주초원은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말했다.그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오빠가 앞으로 장애를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주초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가 받은 충격은 오히려 주영도보다 더 컸다.만약 그가 정말 걷지 못하게 된가면 주씨 가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테고 회사를 계속 이끌어가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었다.강루인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난 내 남편을 돌봐야 해.”“강루인, 넌 정말 배은망덕해. 넌 인간도 아니야
강루인의 발걸음은 더욱 단호해졌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루인과 지수현은 동시에 표정을 굳혔다.지수현은 곧바로 주위를 살피며 경계심을 높였다.하지만 수풀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잔뜩 긴장했던 두 사람도 그제야 몸에서 힘을 풀었다.노윤환이었다.그가 구조 인력을 이끌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강루인을 마주한 순간 노윤환은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예전에 불렀던 호칭을 내뱉었다.“사모님...”“아니, 강루인 씨...”지수현의 싸늘한 시선에 그는 재빨리 호칭을 고쳐 불렀다.주영도가 그들과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노윤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은요? 대표님은 어디 계십니까?”강루인이 대답하기도 전이 옆에 있던 지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당장 달려가면 시체라도 건질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늦으면 뼈도 못 찾겠지만.”그의 한마디에 노윤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수현은 그의 표정 따위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곧바로 강루인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노윤환 역시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는 서둘러 주영도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때 마침 지수현을 데리러 온 사람들도 현장에 도착했다.익숙한 사람들이 곁을 지키자 강루인은 그제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팽팽하게 조여 있던 신경이 풀리자 그녀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근육통과 피부에 남은 쓰라린 통증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강루인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몸이 휘청거렸다.지수현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조심해.”그러고는 그녀를 그대로 들어 안아 차에 태웠다.그들이 막 떠나려던 순간 노윤환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주영도를 데리고 나타났다.주영도는 사람에게 업힌 채 축 늘어진 몸으로 끌려 나오고 있었다.강루인은 차창 너머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힘없이 늘어진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두 눈은 굳게 감겨 있었으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생사조차 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