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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Author: 비담
강루인이 옆에 있던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조금 전까지 달콤하게 느껴졌던 와인이었는데 이젠 쓴맛만 느껴졌다.

장미꽃은 여전히 물방울을 머금고 있어 싱그럽고 탐스러웠지만 감상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오직 시들어버린 분위기만 남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부러움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구아정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강루인은 와인 잔을 내려놓고 침울한 기분으로 레스토랑을 떠났다.

맑았던 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끼며 비바람이 몰아쳤다. 하늘도 그녀의 마음을 아는 걸까?

강루인은 비를 맞으며 걸었다. 곧 얼굴이 젖었고 빗물과 눈물이 섞여 그녀가 우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하고 돌아가.”

강루인은 그들이 이미 떠났을 거라 생각했지만 주영도와 구아정은 여전히 멜로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주영도가 구아정을 잡고 차에 태우려 하자 구아정이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가. 전에 나랑 약속했잖아. 같이 있어 주겠다고...”

구아정이 눈물로 젖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출장 간다고 나한테 거짓말했어...”

주영도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달랬다.

“거짓말 아니야. 흥분하지 말고 감정 좀 추슬러.”

“오빠는 거짓말쟁이야...”

구아정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도로 맞은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로 그때 차 한 대가 구아정 쪽으로 돌진해왔다.

주영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구아정을 잡으려 했다.

그 광경에 강루인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는데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갔다.

“조심해. 가지 마.”

하지만 그의 손목을 잡자마자 세게 뿌리쳐졌다. 강루인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주영도가 구아정에게로 달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때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이번엔 강루인 쪽으로 돌진해왔다. 차가 점점 가까워졌지만 머리가 정지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 전 그녀의 남편은 다른 여자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하지만 지금 아내가 위험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차가 돌진하기 직전 강루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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