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루인은 박정금이 손자를 얼마나 원하는지 잘 알았지만 잠잘 때조차 감시받고 싶진 않았다.“어머님, 여긴 회사랑 너무 멀어요. 매일 일찍 일어나면 영도 씨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거예요.”그녀는 아들이 박정금의 전부라는 점을 잘 이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정금이 정말로 망설였다.강루인을 힐끗 곁눈질하던 주영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날 제대로 방패막이로 쓰는데?’그녀는 주영도의 시선을 느꼈으나 조금 전의 그처럼 무시하기로 했다.본가로 들어와 사는 건 이렇게 흐지부지되었지만 시어머니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본가의 도우미를 두 사람의 집으로 보내려 했다.강루인이 또다시 거절하려는데 박정금의 태도가 완강해서 그냥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아주머니, 나 배고픈데 밥 언제 먹을 수 있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쁜 소녀가 나타났다. 바로 주영도의 여동생 주초원이었다. 주초원이 그들을 보고 깍듯하게 인사했다.“오빠, 새언니.”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왔어?”강루인도 미소로 답했다.올해 16살이 된 주초원은 주씨 가문의 막내딸이자 주영도 아버지의 늦둥이 딸이었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박정금은 도우미에게 밥상을 차리라고 일렀다.주초원이 식탁 앞에 앉아 해맑게 웃었다.“새언니, 금요일에 학부모회가 있는데 새언니가 와주면 안 될까요?”그 말에 젓가락을 들었던 강루인이 멈칫했다.주초원은 어머니를, 주영도는 아버지를 닮아 두 사람의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모두 아버지 주갑수의 눈매를 쏙 빼닮았다.차갑고 감정 없는 주영도와 달리 주초원은 늘 눈웃음을 짓고 있어 상대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하지만 강루인은 알고 있었다. 그건 모두 꾸며낸 모습이라는 것을.강루인이 에둘러 거절했다.“금요일에 출근해야 해서 안 돼. 어머님께 부탁드리는 건 어때?”주초원은 포기하지 않고 주영도를 보면서 뾰로통한 얼굴로 애교를 부렸다.“오빤 날 제일 예뻐하잖아요. 새언니를 하루만 빌려주면 안 돼요?”강루인의 시선도 주영도에게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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