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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서산풀이
흐뭇한 표정으로 밥을 먹는 조중헌과 반대로 임호군은 밥을 먹는 내내 표정이 울적했다.

조중헌이 떠나기 전 임호군에게 두 알을 나눠주고 나서야 그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아까 있은 일 때문에 어색한 부녀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진시우가 임 노인의 뒤를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한 후에야 임 노인은 화만루를 입에 넣었다.

임호군이 말했다.

“시우야, 화만루 약효가 아주 좋은 것 같아. 아까보다 많이 편해졌어.”

진시우가 물었다.

“할아버지 솜씨도 좋으신 것 같은데, 젊었을 때 누구에게 맞아서 이렇게 되신 거죠?”

임호군은 손을 저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젊고 혈기왕성할때 있은 일이지. 기분나쁜 말을 하지 말자구나. 살아있다보면 언젠간 갚을날이 오겠지.”

임호군이 말을 아끼자 진시우도 더 묻지 않았다.

정신이 맑아진 임호군은 진시우를 끌고 바둑을 몇 판 두었다.

오후 두시쯤. 예쁘게 꾸민 임아름이 핸드백을 들고 내려왔다.

“아가야, 어디로 가는게냐?”

임호군의 물음에 임아름이 대답했다.

“이안이랑 커피 마시러 가요.”

“그래? 마침 잘 되었구나. 시우도 데리고 나가거라. 친구들에게 남편을 소개시켜주는 자리가 되겠구나.”

임호군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임아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진시우와 함께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싶지 않았다. 이안이 자신을 놀릴게 뻔했다!

진시우를 바라본 그녀는 위협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녀의 위협적인 눈빛을 무시한채 손에쥔 바둑을 놓은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어차피 저는 한가하니까요.”

이 뻔뻔한 놈이 지금 나랑 같이 나가겠다는 거야? 임아름의 두눈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할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임아름은 마지못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러자. 같이 가면 되지.”

임아름과 함께 저택을 나선 진시우는 그녀의 붉은 애마에 올라탔다.

엑셀을 있는 힘껏 밟은 임아름은 조수석에 앉은 진시우를 보며 물었다.

“너, ‘낄끼빠빠’ 라고 들어 밨어?”

진시우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할아버지를 제대로 속일수 있잖아. 할아버지 눈치가 얼마나 빠르신데 이렇게 안 하면 모든 걸 꿰뚫어 보실 분이셔.”

임아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자 진시우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홍대 입구에 도착한 임아름은 브레이크를 세게 밟은후 차문을 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내려.”

차문을 열고 내린 진시우가 길가에 가만히 서있었다.

임아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가고싶은 데로 가서 마음껏 놀아. 집에갈때 연락할게.”

진시우가 말했다.

“나 휴대폰 없는데?”

임아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요즘 휴대폰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이 존재하다고?

이런 남자가 LS 그룹 이사인 나랑 어울리다고 생각해? 임아름은 할아버지에게 섭섭한마음이 더욱 커져갔다.

대체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거야...

한참을 고민에 빠진 진시우가 말했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여기서 기다릴게.”

임아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신용카드를 진시우에게 건네준 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됐어, 이거로 휴대폰이나 장만해. 나와서 휴대폰도 안 샀다고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실지도 모르니까.”

휴대폰 하나의 가격은 200만원, 기부했다 생각하지 뭐.

임아름의 카드를 손에 쥔 진시우는 생각에 잠겼다. 외딴 동네도 아니고 휴대폰이 없으면 불편하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그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한 임아름을 태운 붉은색 애마가 굉음을 내며 떠났다.

“붕--”

진시우는 손에 쥐어쥔 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영감탱이가 내 돼지 저금통만 살려뒀다면, 나 진시우 이꼴이 되지는 않았을..”

자리를 막 떠나려는 진시우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 동생!”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중헌, 조 의원이 였다.

“조 의원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진시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중헌은 자신이 잘못본줄로만 알았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진시우가 너무 반가웠던 그는 너무 기뻤다.

“근처에 물건을 좀 사러 왔는데, 어디로 가는 길이야?”

“휴대폰 사러 나왔습니다.”

“음?”

어리둥절한 조중헌이 물었다.

“어느 가격대를 보려고?”

“상관없습니다.”

조중헌은 반가운 기색으로 물었다.

“그럼, 내가 운영하는 약만당으로 같이 갈래? 주위에 핸드폰 가게가 몇군데 있어.”

서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약만당은 조중헌이 개원한 의원이였다.

의원내부에는 20대의 젊은 여자가 하얀 호사복을 입고 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든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진시우는 호사복을 입고 옅은 화장을한 청순한 모습의 여자아이를 보았다.

간단한 옷차림이지만 그녀의 완벽한 몸매와 하얀 호사복의 매치가 잘 이루어져 묘한 매력이 있었다.

“시우 동생, 여긴 내 손녀. 조연희라고 해.”

“안녕.”

진시우가 예의상 고개를 까딱 거렸다.

조연희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찼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에게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또 처음이였다.

“시우 동생, 편히 앉어.”

조중헌이 진시우를 대하는 태도는 정중함을 넘어섰다.

많은 재벌 관리들이 의사 할아버지 앞에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왔지 그녀의 할아버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첨이였다.

그녀는 진시우 이 남자가 궁금해졌다.

젊은 남자와 자신의 할아버지와 하는 대화를 엿들으려는 그때, 밖에서 다급합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 의원님, 조 의원님 계십니까?”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남성이 백발 노인을 업고 달려왔다.

조중헌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 씨 어르신께서 이게 무슨일이신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이 선생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씌여져 있었다.

“조 의원님, 저희 아버지 꼭 좀 살려주세요!”

조중헌은 심각한 표정으로 쓰러진 남자의 맥을 찾으려 애썼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연희야 침.”

조연희가 얼른 달려가 침을 가져왔다. 조중헌의 몇차례 시도에도 노인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중헌의 머리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 씨 성을 가진 중년의 남자의 꼭 쥔 주먹에는 걱정과 분노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조연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저 사람이 왜...”

진시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조연희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지고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

“이 어르신은 이병천, 저 중년 남자는 이병천의 아들 이현문. 서울에서 손꼽히는 거물들이에요.”

진시우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못하자 그녀는 알아듣기 쉽게 말하였다.

“이병천 어르신을 살리지 못한다면, 할아버지 잘못이 아니여도 할아버지 평판에 금이 가게 될 것입니다.”

이 씨 노인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 지는것을 느낀 조중헌의 머리에는 땀이 비오듯이 쏟아져 내렸다.

이현문의 얼굴빛이 급격이 어두워 지더니 화를 참는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 의원님, 힘드시면 포기하세요. 시간이 지체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이어서 말하지 않은 그의 말에서 조중헌은 충분한 위협을 느낄수 있었다.

이현문을 힐 바라본 진시우의 눈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찼다. 진시우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중헌 형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죠.”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조중헌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침을 물렀다.

진시우를 바라보는 이현문의 촉촉한 두눈에는 분노가 언뜻거렸다.

“어디서 굴러온...”

이현문의 말을 거칠게 끊은 진시우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버지 살리고 싶으면 그입 닫는게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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