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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Penulis: 류한나
“민준 오빠, 날 위해 나서준 건 감사하지만 내가 겪은 작은 억울함 때문에 하씨 가문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송민준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은서야, 허씨 가문은 자업자득이야. 그들을 동정할 필요 없어.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건 멍청한 짓이야.”

고은서는 비록 상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세상의 약육강식 법칙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송민준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난 그들을 동정하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가봐...”

“그건 두려워할 필요 없어.”

송민준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 대표가 판단해서 잘 처리할 거야. 그 정도 분별력은 있는 사람이니까. 그 집안사람들 아마 다시는 너희 가문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

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에 비해 달라 보였다. 냉혹한 기운이 송민준을 감싸는 것이 마치 하씨 가문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짓밟을 것 같은 위압감이 몰려왔다.

‘민시후와 곽승재가 말했던 송민준의 수완이 정말이구나.’

그녀는 민시후가 자신이 송민준과 거리를 두는 이유를 설명할 때 표정이 떠올랐다.

거기다 오늘 송민준이 김지숙에게 경고할 때의 그 차가운 표정이 떠올라 낯설기만 했다. 만약 C선생이 정말 송민준이라면 정말 상대하기 버거운 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서야, 밥 안 먹었지? 나랑...”

송민준이 같이 식사하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곽승재가 차에서 내려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괜찮아?”

송민준은 곽승재가 잡은 고은서의 손을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곽 대표님, 은서는 괜찮아요. 일도 이미 해결했고요.”

“당신이 왜 여기 있죠?”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서와 식사나 하려고 왔다가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했을 뿐입니다.”

“송 대표님은 은서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나타나네요.”

곽승재의 불편한 표정에도 송민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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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172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난처함과 후회를 눈치챘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곽승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승재 씨가 꼭 나를 도와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민준 오빠, 식사는 다음에 해요. 오늘 일은 고마웠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방금 김지숙이 벌인 소동 때문에 대문 앞에 모인 구경꾼들 그리고 휴대폰으로 찍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며 고은서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송민준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민아 말로는 네가 오후 내내 바빠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하던데 가서 간단하게라도 식사하고 가는 게 어때?”곽승재와 여시은의 문제를 논의하고 싶었던 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다음에요.”고은서의 거듭된 거절에 송민준은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곽승재를 흘깃 쳐다보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기 직전 뒷문이 열리며 곽승재가 차에 올라탔다.너무 배고파 시비할 힘조차 없어 창가에 기대어 앉은 고은서에게 곽승재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었다.“너 초콜릿 안 먹잖아. 왜...”“널 위해 준비한 거야. 네가 저혈당이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셔서 비상용으로 챙겨뒀었어. 그런데 너 내가 초콜릿 안 먹는 거 기억하고 있었구나.”고은서는 초콜릿 한 알을 집어 입에 넣고는 덤덤하게 답했다.“그냥 물어본 거야, 다른 의미 두지 마.”곽승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서야, 예전엔 정말 너에게 잘해주지 못한 거 같아.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 다 내 잘못이야. 전에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할게.”과거에도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었지만 곽승재의 이 한마디에 고은서의 가슴 한구석은 또 시큰해났다. “나도 잘못이 있어. 당신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고 결혼 생활도 너무 너한테만 매달려 널 귀찮게 했어. 바꿔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상대방은 싫을 것 같아.”“아니야! 난 처음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 마음을 그땐 몰

  • 어게인, 비긴   제1171화

    “민준 오빠, 날 위해 나서준 건 감사하지만 내가 겪은 작은 억울함 때문에 하씨 가문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해.“그녀의 말에 송민준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은서야, 허씨 가문은 자업자득이야. 그들을 동정할 필요 없어.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건 멍청한 짓이야.”고은서는 비록 상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세상의 약육강식 법칙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송민준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난 그들을 동정하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가봐...”“그건 두려워할 필요 없어.” 송민준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 대표가 판단해서 잘 처리할 거야. 그 정도 분별력은 있는 사람이니까. 그 집안사람들 아마 다시는 너희 가문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에 비해 달라 보였다. 냉혹한 기운이 송민준을 감싸는 것이 마치 하씨 가문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짓밟을 것 같은 위압감이 몰려왔다.‘민시후와 곽승재가 말했던 송민준의 수완이 정말이구나.’그녀는 민시후가 자신이 송민준과 거리를 두는 이유를 설명할 때 표정이 떠올랐다. 거기다 오늘 송민준이 김지숙에게 경고할 때의 그 차가운 표정이 떠올라 낯설기만 했다. 만약 C선생이 정말 송민준이라면 정말 상대하기 버거운 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은서야, 밥 안 먹었지? 나랑...”송민준이 같이 식사하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곽승재가 차에서 내려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괜찮아?”송민준은 곽승재가 잡은 고은서의 손을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곽 대표님, 은서는 괜찮아요. 일도 이미 해결했고요.”“당신이 왜 여기 있죠?”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은서와 식사나 하려고 왔다가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했을 뿐입니다.”“송 대표님은 은서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나타나네요.”곽승재의 불편한 표정에도 송민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 어게인, 비긴   제1170화

    “송민준, 당신이 뭔데 여자 하나 때문에 우리 집안을 이렇게 몰아붙여! 정말 우리를 만만하게 본 거야?”김지숙이 송민준을 향해 날카롭게 따졌다.송민준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김 여사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군요. 제가 언제 하씨 가문을 얕잡아 보았다는 말씀인지?”“모른 척 작작 해! 북성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우리 남편을 배제한 건 공개적으로 우리 집안이 당신에게 밉보였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고 뭐야?“고은서는 이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비록 상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 세상이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송민준이 외부에 하씨 가문이 송씨 가문을 건드렸다는 신호만 보내면 송씨 가문의 환심을 사려는 자들이 앞장서 하씨 가문을 공격할 테니 송민준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김 여사님, 저는 단지 그쪽 집안을 진흙탕 같은 존재로 보았을 뿐입니다. 진흙탕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죠.”김지숙의 분노에도 송민준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김지숙은 상상도 못 한 모욕에 경악했다.이때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서가 아까 신고했던 터라 경찰이 도착한 것이다.김지숙은 남편의 상황이 열악한 데다가 자신 때문에 일이 더 커질까 봐 두렵고 초조해졌다. 그녀는 또다시 머리 숙여 고은서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꼭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김 여사님의 협박과 욕설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경고는 필요하겠죠.”고은서는 눈앞에 닥친 일이 너무 많아 더 큰 화를 부르고 싶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척지기도 싫었다.고은서의 말에 수긍한 김지숙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송민준을 바라봤다. 왠지 송민준은 쉽게 끝낼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 대표님께 전해주세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면 하씨 가문도 다시 회복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또다시 경솔하게 움직이면 진짜로 파멸이 뭔지 보게

  • 어게인, 비긴   제1169화

    김지숙은 듣자마자 서둘러 부인하며 자신이 집에 돌아간 뒤 이번 일을 깊이 반성했고 고은서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존엄을 버린 처절한 애원에 가까웠다.마침,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그는 이쪽 상황을 보고는 급히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고 대표님, 괜찮으십니까?”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땅에 무릎 꿇은 김지숙 모자를 보며 말했다.“김 여사님, 단지 사과를 하려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냥 일어나서 정상적으로 얘기하세요.”어제 김지숙의 태도는 분명 거만했고 말도 매우 무례했다. 고은서는 사과를 받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까지 받아들이기는 버거웠다. 하지만 김지숙은 일어나지 못했다. “고 대표님, 오늘 관련 부문에서 우리 그이를 데려갔어요. 누가 그가 중대한 범죄에 연루됐다고 신고했대요. 너무 억울해요. 그는 그런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어요...”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알고 보니 하씨 가문에 큰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니 김지숙이 이렇게 체면을 버리고 무릎까지 꿇은 것이다.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부동산 열풍이 한창일 때 그들은 무자비하게 불법 수단을 동원해 공사권을 따내면서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여 오늘날의 하씨 가문으로 거듭났다고 한다.“지금 회사 내부도 난리예요. 별별 소문이 다 퍼지고 있고요. 고 대표님, 넓은 마음으로 저희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실 수 없을까요? 저희가 정말 잘못했어요.”김지숙은 계속 애원했다.“김 여사님, 이 일은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도 전혀 몰라요. 지금 잘못된 사람한테 사정하고 있어요.”고은서는 냉정하게 말했다.“아뇨, 절대 아니에요. 고 대표님, 앞으로는 저희가 고 대표님이 다니는 길에도 나타나지 않을게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네?”김지숙은 애원하며 말했다.고은서는 이 일에 송민준이 얽혀 있음을 직감했다. 김지숙은 분명 송민준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

  • 어게인, 비긴   제1168화

    회사 관계자들을 소집한 고은서는 대책 마련 회의를 열었다. 물론 그녀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불필요한 소문이 퍼지면 회사에 더 큰 타격일 수 있었다.하지만 어떤 위기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비해 고은서는 직원들에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사전 대책을 세우라고 당부했다.사실 이미 예비 방안은 준비돼 있어 저작권 분쟁 시 이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명예와 타이밍을 잃으면 그녀는 패배자일 뿐이었다. 반대로 여시은은 이익을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은서를 무너뜨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회의를 마친 고은서는 극도로 지쳐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곽승재와 송민준 같은 인물들이 대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피곤함에 어깨를 주무르며 퇴근하려고 나선 고은서가 밖에 나와 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쥔 그녀는 빨리 집에 가서 뭐라도 먹고 싶었다.운전기사에게 도착했는지 확인하려던 순간 한 남녀가 달려왔다. 고은서가 알아보기도 전에 두 사람이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누구...?”낯선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고 대표님, 어제는 제가 눈이 멀어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고은서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만했던 김지숙이 갑자기 이렇게 무릎을 꿇다니?고은서가 멍하니 서있는 사이 김지숙이 아들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말해! 왜 말이 없어!”아들이 항의했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사과해!”김지숙이 다시 때렸다. “멍청한 녀석! 어제 고 대표님께 했던 막말들을 잊었어? 당장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안 하면 네 카드 전부 정지할 거야!”그 말에 아들이 주저앉으며 사과했다. “고 대표님, 용서해 주세요.”김지숙이 이어 말했다. “고 대표님, 저희가 정말 잘못했어요.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했죠. 고 대표님 같은 능력 있는 분과 식사

  • 어게인, 비긴   제1167화

    질문을 던지자마자 고은서는 곧바로 깨달았다.“여시은이 나를 노리는 거야. 이렇게 가만히 준비하는 걸 보면 우리 WOR 게임과 유사한 게임으로 시장을 뺏으려는 속셈이겠지!”“구체적인 사항은 육현석이 확인 중이야. 거의 틀림없어.”곽승재가 대답했다.고은서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거 같아. WOR 게임은 지금 데이터도 평판도 좋아. 여시은이 같은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이기긴 어려워. 하지만 여시은은 승산 없는 일은 안 해. WOR 게임에 밀리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거야.”고은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시은이 몰래 만드는 게임은 WOR 게임과 똑같을지도 몰라!”이 해석만이 여시은이 그렇게 수고를 들이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었다.고은서의 말에 곽승재는 다시 한번 육현석의 말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육현석의 분석을 전했다.“핵심 기술과 데이터가 없다면 여시은이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워.”그래도 고은서의 마음은 무거웠다. 여시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앞서 여시은이 WOR 게임 회사를 공개적으로 방문한 것도 그녀에 대한 도발이었을 것이다.만약 두 회사가 동시에 동일 게임을 출시한다면 저작권 분쟁 소송으로 시장을 잃을 것이 뻔했다. 게임 시장은 빠르게 변하거니와 이미 많은 이들이 WOR 게임 회사를 시기하고 있었다. 기회만 주어지면 모두가 짓밟으려 들 테니 소송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전생에서 WOR 게임 회사는 투자자와의 소송으로 시장을 잃었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도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한단 말인가?“은서아, 너무 걱정하지 마. 아직 모두 추측일 뿐이야.”곽승재가 차분한 목소리로 달랬다.“여시은이 일부러 하는 쇼일 수도 있어. 네가 스스로 무너지게 하려고 말이야.”고은서은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시은이 목적 없이 이렇게 공을 들일 리가 없었다.곽승재와의 통화를 마친 후 고은서는 회사로 돌아와 WOR 게임 회사의

  • 어게인, 비긴   제1166화

    곽승재는 육현석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계속 알아보는 것과 고은서에게 이미 찾아낸 단서를 알리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형, 여시은은 도대체 왜 은서를 노리는 거야? 혹시 형에 대한 사랑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야, 뭐야?” 육현석이 물었다.곽승재와 고은서는 C 선생의 사건을 조사 중인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함구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육현석의 추측에 곽승재는 부정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증명됐어. 인간의 질투심이 얼마나 무서운지.”육현석은 혀를 차며 말했다.예전에 백유미가 그토록 발광한 것도 질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은서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WOR 게임의 공개 테스트 데이터를 확인했다. 다행히 현재 데이터가 아주 안정적이고 반응도 좋았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고은서는 급한 일을 마친 후 송민아를 찾아갔다. 송민아는 이제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마침, 계획서를 하나 다 보고 눈을 감고 쉬려던 참에 고은서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송민아는 깜짝 놀랐다.“고 대표님, 일할 때는 안 보이다가 제가 딱 쉬려고 하니까 나타나시네요. 제 머리 위에 감시 카메라라도 설치한 거 아니에요?”고은서는 송민아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고 용건을 말했다.“너희 오빠 어제 생일이었어?”송민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알았어?”정말로 어제가 바로 송민준의 생일이었다.고은서는 어제 저녁 식사 때 매니저가 선물을 준 일을 설명했다.“너희 오빠는 왜 생일을 안 챙기는 거야?”“나도 잘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 오빠가 생일 파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엄마 말로는 오빠가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조용히 보내고 싶어 한대. 그래서 매년 오빠 생일에는 부모님이 그냥 용돈이나 선물 정도만 챙겨주고 밖에 나가서 축하한 적은 없어.”고은서의 추측이 더욱 확신으로 굳어졌다. 송

  • 어게인, 비긴   제1165화

    주민기는 속으로 아우성쳤다.‘이게 무슨! 인간으로 살기도, 남자로 살기도 힘들지만 곽승재 비서로 사는 건 진짜 지옥이야!”다른 비서들은 자기 일만 하면 되는데, 그는 대표님의 목베개가 어떻게 어울리는지, 갖은 수식어를 붙여서 칭찬해야 했다.‘설마 내가 비위를 맞추느라 그냥 내뱉은 소리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주민기는 표현이 빈약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돌리며, 어떻게 하면 이 우윳빛 목베개를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듣는 사람이 기분 좋게 극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형!”그때 밖에서 육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민기는 감격하여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육현석이 너무 고마웠다.“대표님, 현석 도련님이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 분이 얘기 나누십시오.”말을 마친 주민기는 서류를 안고 재빨리 사무실을 나섰다.심지어 너무 급히 나가다가 하마터면 육현석과 부딪칠 뻔했다.육현석은 토끼처럼 날렵하게 뛰어나가는 주민기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곽승재에게 물었다.“형, 민기 씨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허둥지둥 도망가는 거야?”곽승재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 흐뭇한 표정으로 육현석을 바라보았다.“이 목베개를 은서가 선물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육현석은 당황하여 눈동자에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이 형이 미쳤네! 그래서 주민기가 저렇게 도망간 거였어. 아! 나도 도망가고 싶다.’곽승재한테서 목베개를 어떻게 받았는지 간신히 알아낸 육현석은 측은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건 불쌍한 척해서 얻어낸 거잖아.’하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고은서가 직접 준 것이고, 그가 기쁘다면 그걸로 됐다.“형, 근데 무슨 일로 나를 불렀어? 설마 목베개를 자랑하려고 부른 건 아니지?”전화는 어제 왔었다. 곽승재가 예지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다른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곽승재는 약간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여시은이 별장을 임차했다고 말했다.어제 받은 보고에 따르면, 별장의 한 층은 전부 컴퓨터로 채웠고,

  • 어게인, 비긴   제1164화

    고은서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을 꽉 잡은 곽승재의 큰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은서야, 송민준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될까?”살짝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스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가슴 어딘가가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곽승재는 민시후가 그녀를 쫓아다닐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은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리 약속했잖아. 서로의 연애에 대해 묻지도, 간섭하지도 않기로.”“은서야, 우리는 이제 정말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거야?”“없어.”고은서의 단호한 대답에 곽승재는 눈에 서글픈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고은서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 없이 가서 전등을 켜더니 연고를 꺼내며 곽승재에게 셔츠 단추를 풀라고 말했다.곽승재가 정말 앓아누우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함께 맞서야 할 강적을 앞에 두고, 조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곽승재는 고은서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뒤, 농담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셔츠 단추를 풀자, 탄탄한 가슴근육이 드러났다.곽승재가 고은서 앞에서 처음 웃통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지만, 둘만 있는 폐쇄된 공간이라 약간 어색하고 이상했다.고은서는 재킷을 가져다 그의 가슴근육과 복근을 덮은 후, 어깨로 시선을 옮겼다.칼자국은 낫긴 했지만 흉터가 남아있었고, 총상 흔적은 더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이 상처들은 흰 피부와 대조되며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해 보였다.고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약을 발라주고 차가운 아이스팩으로 냉찜질을 해줬다.곽승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없었고 기분이 더 가라앉은 것 같았다.그런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문을 열어놓고 바깥 상황을 살피다가 곽승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했다.이미숙은 언제나 이런 임무를 기꺼이 수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숙이 급히 뛰어오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곽승재가 나간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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