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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Author: 류한나
그 말에 송민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고은서가 바라는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조용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은서야, 오늘 이렇게 만나줘서 고마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이에 쌓인 오해는 너무 깊은 것 같아. 내가 뭐라 해도 네 마음을 풀 수는 없겠지.”

송민준이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

“시간도 늦었으니 난 이만 가볼게.”

이내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섰고 고은서는 뒤돌아있는 송민준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충고했다.

“송민준 씨, 당신이 민아 오빠니까 충고 하나 해줄게요. 악행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자멸하게 되는 법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들이 왜 그렇게 저와 고씨 가문을 증오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본인이 저지른 일들이 모두 드러날 날이 올 거예요. 그때가 되면 꼭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되겠죠.”

고은서의 말에 송민준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옅은 미소를 짓고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송민준이 떠나가고 고은서는 조금 맥이 빠진 듯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역시 송민준은 미리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이미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송민준과 여시은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

그날 농장에서 여시은이 그녀를 물에 밀어 떨어뜨린 사건과 그 장면이 누군가에게 찍힌 영상.

송민준은 분명 여시은을 도와 그런 걸 처리하려 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송민아가 우연히 개입하면서 그 영상이 드러났고 일이 틀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송민준은 매우 영리했다.

자신의 어떤 행동도 고은서에게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그래서 고은서는 그와 여시은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제는 그가 여시은을 몰래 돕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음에도 고은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송민준 씨는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조종당할 사람이 아닌데... 정말 어머니의 부탁 하나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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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80화

    고은서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송민아는 언제나 조건 없이 그녀를 믿고 지지해 주었기에 정말 가능하다면 그녀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고은서는 주인혁의 카톡을 찾았다.지난번 XX 국에서 주인혁이 고은서를 찾았을 때 고은서가 솔직하게 자신의 뜻을 밝힌 뒤로는 두 사람은 연락이 거의 끊겼었다.주인혁도 그녀와 송민준의 열애설을 보았는지 오늘 아침 안부 메시지를 하나 보내왔다.고은서는 주인혁에게 시간이 되면 송민아를 위로해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주인혁은 곧바로 송민아에게 연락해 보겠다고 답했다.고은서가 그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곽승재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이틀 전 송민준을 때려 함께 경찰서에 끌려간 곽승재는 사실 예전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위장했던 남자들을 만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곽승재는 그 남자들에게 현장에서 송민준을 직접 지목하게 하여 그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송민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으로 그들이 무고했다고 고소하려 했으며 결국 그 남자들이 겁을 먹고 그저 돈을 받고 한 일이라며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진술을 바꿨다.곽승재가 이 이야기를 고은서에게 전했을 때 고은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송민준의 성격상 그렇게 허술하게 직접 나설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승재 씨, 당신 지금 어디야? 송민준 쪽은 어떻게 됐어? 뭔가 자백했어?”고은서가 물었다.외할아버지를 해치려고 했던 그 사건에서 연중서가 받았던 전화는 송민준의 비서에게서 온 것이었다. 비서는 연중서에게 슬쩍 부탁을 암시했지만 그들의 통화는 녹음도 없고 계좌 거래 내역도 없는 탓에 단순한 진술만으로는 송민준에게 죄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요 며칠 동안 곽승재는 계속 관련된 사안들을 쫓느라 매우 바빴다.“송민준의 비서가 연중서와 만났던 증거를 확보했어.그리고 그 비서가 입을 열었어. 경찰 조사만 끝나면, 송민준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그제야 조금

  • 어게인, 비긴   제1279화

    이번 뉴스는 북성의 송 씨 그룹과 관련된 것이었다.송 씨 그룹의 연간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에 갑작스럽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송민준은 현재 경찰서에서 조사 협조 중이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송 씨 그룹 고위층은 속이 타들어 가며 우왕좌왕했다.원래 이런 상업적인 이슈는 일반 네티즌들의 관심 밖이었지만 이번에는 ‘송민준 열애설’과 ‘곽승재의 라이벌 폭행’ 등의 이슈로 인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몰려들어 주시하기 시작했다.사람들은 과감하게 추측했다.이번 송 씨 그룹의 위기는 곽승재가 만든 것이며 그들의 다툼은 단순한 주먹싸움이 아니라 이제는 비즈니스 영역까지 번져 서로 물고 뜯는 치열한 집안싸움으로 확장되었다고 봤다.송민준이 경찰서에 갇힌 것도 곽승재의 계획 중 일부일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하지만 송민준은 사업에서 항상 딱 부러진 스타일로 알려져 있었기에 이번에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그리하여 모두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이슈가 너무 뜨거워지자 당일 밤 핫이슈를 빠르게 캐치하는 작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팬 픽션을 써서 올렸고 많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무하자 송민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은서에게 물었다.“곽 대표님이 우리 오빠랑 너 사이의 루머 때문에 ST를 공격한 거야?”고은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ST 그룹은 GS 그룹과 맞먹는 수준이고 곽승재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ST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우리 아빠도 벌써 나한테 전화해서 너랑 오빠 사이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어. 나는 오해라고 했는데 아빠는 믿지 않더라.”송민아가 말했다.“그래서 내가 해성에 오지 말라고 했어.”“은서야, 그날 일은 정말 우리 오빠가 한 짓이야? 아니면 그냥 우연히 널 데려간 것뿐인 거야?”송민아가 물었다.“아직

  • 어게인, 비긴   제12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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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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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76화

    “민아야, 넌 나랑 네 오빠 사이 일에 끼어들지 마. 그리고 부모님께도 알리지 말아줘.”고은서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네 오빠가 한 짓은 이것뿐만이 아니야. 내가 증거를 손에 넣기만 하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고은서의 말에 송민아는 조금 놀란 듯했다.왜 그녀의 말투가 이토록 싸늘한 걸까? 마치 오빠와 큰 원수라도 진 것처럼……하지만 더 물어볼 새도 없이 고은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외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고은서는 정원에 주차되어 있는 송민준의 차를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송민준은 어제 식당에서 입었던 정장보다 더 세련된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고급스러운 짙은 갈색 슈트에 라이트한 색상의 셔츠, 금테 안경까지 걸친 전형적인 성숙되고 성공한 남자의 이미지였다.그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고 거실 곳곳에는 그가 들고 온 듯한 값비싼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송민준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던 일들, 해찬시에서 하마터면 외할아버지를 다치게 할 뻔한 폭주족들, 그리고 전생의 방화 사건으로 비롯된 비극까지...고은서는 당장이라도 그를 쫓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 그녀는 억지로 분노를 눌렀다.“은서야, 왔어?”송민준은 마치 진짜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태도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인사했다.“은서야,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어서 와서 외할아버지에게 너랑 민준 군 사이가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 좀 해줘 봐.”외할아버지가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고은서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외할아버지, 이 일은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먼저 민준 오빠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송민준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은서야, 네가 우리 관계를 아직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어젯밤 일이 갑작스러운 것도 알고. 나도 이렇게 빨리 퍼질 줄 몰랐어. 화 풀어. 오늘은 일부러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리러 온 거야.”“나랑 너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함부로 말 하지 마.”고은서가 냉랭

  • 어게인, 비긴   제1275화

    곽승재는 비록 그녀와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본래 제멋대로이고 독점욕이 강한 남자임은 변함이 없었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약에 취해 의식을 잃고 그런 상태로 송민준과 몇 시간이나 함께 있었다. 게다가 지금 송민준은 일부러 그런 사진까지 유포했다. 그러니 곽승재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그런데도 곽승재는 지금껏 그 사진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오히려 그녀에게 불안한 눈빛으로 사과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다시 한 번 곽승재의 변화를 느꼈다.“송민준의 목적이 무엇이든 난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곽승재가 안도의 숨을 내쉬기 전에 전에 고은서가 덧붙였다.“나와 내 가족을 해친 사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원래부터 불안해하던 곽승재는 그 말을 듣고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는 과거에 고은서에게 많은 상처를 줬었다. 하여 그는 고은서가 송민준을 선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와 송민준의 뉴스는 더 크게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GS 그룹의 전문 홍보팀도 이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몇몇 네티즌은 고은서의 신상을 파헤쳤고 그녀가 유일 투자은행의 대표라는 사실도 드러났다.또 어떤 내부자는 최근 유일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송민준이 가져온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송민준이 예비 처가 집에도 수많은 오더를 물어다 줬고 MQ의 신제품 향수 런칭을 위해 시장 기반까지 마련해줬다고 했다.이런 대규모의 지원은 곧 두 집안이 경사스러운 일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고은혜였다.“언니, 이거 진짜야? 어제 전화할 때만 해도 아무 말 없었잖아. 어떻게 갑자기 송민준이랑 그렇게 된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고은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저번에 같이 밥 먹었을 때 난 언니가 형부, 아니 곽 대표님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해 보는 줄 알았는데!”고은서도 이렇게 일이 순식간에 커질 줄은 몰랐다.게다가 유일과 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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