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Y국 교외, 클럽 환타지아, S조직 거점.이들은 모두 강상철 세력으로, 지난 번 무진과 성연을 습격했던 그 패거리들이기도 했다.지금 클럽 내부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음성으로 가득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자축하고 있는 모습이다.이번 강무진 습격에 성공하면서 많은 포상금을 받았던 것이다.일년 간 조직이 쓰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이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이미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몸을 살짝 비틀거릴 정도로 마시고 취한 모습이었다.“내가 너희들에게 말했지. 나만 믿고 같이 강상철이 시키는 대로 하면 꽤나 후한 보수를 받을 거라고 말이야. 말해 봐, 이렇게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을 마시는 기분이 어때? 앞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녀들을 옆에 끼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거야.” 아래 자리에 앉은 부하들 모두 이 말에 피가 끓어올랐다.“큰 형님, 현명하십니다. 앞으로 저희는 보스를 따라 불지옥이라도 뛰어들 겁니다. 의리를 지켜야지요.”“맞습니다.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는 언제든 부르시는 대로 달려갈 겁니다.”“저희는 앞으로 큰 형님과 함께 부귀를 누릴 겁니다.”그동안 모두 매일 혹독한 훈련만 거듭했지 딱히 얻은 게 없었다.많은 수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어했다.그러나 이번에 강상철이 준 보수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액수가 적혀 있었다. 그들 모두 희망을 가질 만큼.강상철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내가 진작 말했지? 열심히 훈련하고 일만 잘하면 어르신이 너희들을 절대 홀대하지 않을 거라고.”소위 큰 형님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바로 고개를 들고 입에 술을 털어 넣는 동작이 자못 호탕했다.모두 늘 칼에 피를 묻히고 핥는 사람들이니 고상하고 어쩌고는 꺼낼 필요도 없다.그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그만이다. 기본적으로 그저 오늘 하루를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램만 가지고 있을 뿐.그래서 룸에 있던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흥이 났는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거칠어 보였다.
달아난 흑매는 가장 먼저 이 상황을 국내의 강상철에게 보고했다.그 시각 강상철은 한창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핸드폰에 뜬 발신인이 흑매임을 확인한 강상철이 손을 휘이 저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여자 안마사가 바로 룸을 나갔다. “무슨 일이야?” 강상철의 음성이 상당히 나른하다.흑매가 무진에게 중상을 입힌 후, 강상철은 이미 그를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생각이었다.흑매가 초조한 음성으로 강상철에게 보고했다.“부회장님, 저희 조직이 궤멸됐습니다.” “뭐?” 강상철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검은 옷의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을 찾고 있을까 걱정하며 흑매는 계속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알지 못하는 조직 같은데, 아주 잘 훈련된 자들이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쾅.” 순간 화가 난 강상철이 손바닥으로 테이블 위를 세게 내려쳤다.그 굉음에 핸드폰 저편의 흑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핸드폰을 꽉 쥔 강상철의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조직을 만들어 훈련시키느라 얼마나 많은 심혈과 돈을 들였는가? 그런데 어떻게 그 거점을 알아내서 이처럼 쉽게 궤멸시킬 수가 있다는 말인가.또 전문 킬러와 조교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기도 했는데 이렇게 쉽게 일격에 당했단 말인가.“빨리 조사해서 보고해.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알아 보란 말이야.” 강상철이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따라서 국외의 인물과의 원한 관계는 배제했다.그토록 짧은 시간에 자신의 조직을 궤멸시켰다면 분명 실력이 막강한 강력한 조직일 것이다.‘그런데 과연 누구일까?’강상철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우리 쪽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흑매의 얼굴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만약 자신이 조사를 하게 된다면 스스로 그물 속으로 뛰어드
강상철은 원래 무진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방금 들려온 소식에 마음속의 의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하긴 몸이 허약한 강무진이 깨어난다 해도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지.’“나가.” 고개를 숙인 강상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강상철로부터 책임 추궁을 피하고 싶었던 부하 직원이 나가라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잽싸게 나갔다.강무진이 아니라면 그들로서는 정말 짐작이 되지 않는다.흑매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에.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든 상황이 사실은 무진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강상철과 강상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진은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들의 거점을 너무도 쉽게 와해시켜 버렸다.강력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무진은조금만 조사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강상철의 조직을 거점으로 하는 이들이 무진이 사고를 당한 날 대거 움직였다는 사실을.그리고 돌아간 시간도 마침 손건호가 달려온 시간과 일치했다.그래서 무진에게 손을 쓴 사람들이 바로 강상철의 조직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무진에게 중상을 입인 것이 조직이 궤멸된 직접적인 결과인 것이다.무진은 한 놈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본거지가 무너졌으니 강상철이 얼마나 마음이 아파할지 모르겠다.한동안 조용히 있어야 할 터.안금여 쪽에서 나온 소식도 사실은 강상철, 강상규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진과 짜고 연기를 한 것.그러나 안금여가 무진을 걱정한 건 사실이었다.그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안금여는 하마터면 북성에서 달려올 뻔했다.결국 무진과 성연의 권유로 겨우 안심하고 그만 둔 안금여였다.지금 안금여는 아직도 무진과 통화하고 있었다.안금여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무진아, 정말 괜찮은 거지? 날 속이는 거 아니지?”“할머니, 저 정말 괜찮습니다. 거짓말 아니니 안심하세요.” 무진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그는 본래 이 일을 할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걱정이 많은 성격의 할머니가 알게 되면 안심할 수 없을
일을 처리하러 나갔던 손건호는 저녁에야 돌아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무진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약재 인수인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소식을 보내온 그들은 약재의 명칭을 모두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래서 손건호는 망설이지 않고 약재를 건넸다.자신의 일 처리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했다.이어서 무진이 지시했다.“범인을 계속 찾아.”‘본거지 하나 없애는 것만으로는 부족해.’비록 한동안은 강상철이 잠잠하겠지만, 이것으로 꺽일 저들의 세력이 아니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이번에 클럽 내에서 몇 명을 잡아왔습니다. 다른 거점을 토하게 하려고 고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둘째, 셋째 할아버님 쪽은 요 몇 년 동안 너무 깊이 숨어 있었습니다. 발톱을 뽑으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니 당연히 일부만 제거할 수 있을 뿐입니다.”이 조직들은 강상철, 강상규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아주 부득이한 때가 되지 않으면 그들은 동원되지 않았을 터였다.이번에 조직을 움직여 무진에게 손을 댄 것도 만전을 기하려던 상황에 불과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늙은 여우가 머리를 내밀었겠는가?성연도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이런 말들은 외부인에게는 일급 기밀이라 할 수 있었다.그러나 손건호와 무진은 그녀 앞에서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무진은 진짜 조금도 자신을 꺼리지 않는다.그러나 성연은 마음속으로 강상철과 강상규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중이다.그 패거리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끝까지 갔다면 자신도 부상을 입었을 게 분명했다.말하자면 강상철, 강상규는 성연 자신까지 계산에 넣었던 것이다.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진을 다치게 만든 그들이었다. 만약 사부님의 약이 없었다면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이라는 관문은 절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화장실에 가는 틈에 성연이 서한기에게 연락했다.“이번에 매복해서 나와 무
서한기의 일 처리 실력 또한 손건호 못지 않았다. 그는 즉시 아직 제거되지 않은 강상철 쪽 본거지 몇 군데를 알아냈다.흑매를 추적해서 알아냈다.본거지를 잃은 후 혼자 남은 흑매는 여기저기로 도망다니기 바빴다.그는 반드시 다른 본거지에 몸을 의탁할 것이다.서한기는 고구마 줄기 들어올리듯이 본거지들을 줄줄이 찾아냈다.그러나 조사해서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서한기는 놀랐다.원래 강씨 집안의 강상철과 강상규는 단순한 장사꾼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들이 요 몇 년 동안 남몰래 자신들의 세력을 이렇게나 키우고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이들 조직은 해외에서 중상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꽤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명문재벌 가 내부가 얽히고 설킨 모양새가 상상 이상으로 간단치 않았다.서한기는 찾아낸 소식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보고를 들은 성연이 순간 놀랐다.“아직 대여섯 개의 본거지가 더 남아 있었다고?”외국에 이렇게 많은 본거지를 세울 수 있었다니, 강상철과 강상규의 배후가 상당히 복잡한 모양새다.‘앞으로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군.’“맞아요, 보스. 근데 본거지들이 다 조그만하고 볼품이 없어요.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저것들 싹 없애버릴까요?”성연의 조직은 크다. 이 조직에 들어올 수 있으려면 실력도 장난 아니다.강상철, 강상규 쪽 본거지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비교하자면 식욕을 돋우는 전채요리쯤?저들을 없애려고 하니 식은 죽 먹기밖에 안된다.서한기의 말을 듣고 있던 성연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자기 쪽이 가서 없애 버려도 안 되는 건 없다.강상철, 강상규 쪽 패거리는 남겨둬도 결국 세상에 민폐일 것이다. 이런 조직이 사라지면 못된 일들을 좀 덜 하게 될 지도 모르고.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 쉽다.자신의 신분은 아직 공개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하든 불편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성연은 서한기에게 지시했다.“가서 흑매를 잡아와. 그리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친 성연이수건을 들고 무진의 몸을 닦아주었다.이제는 부끄럽니 어쩌니 하는 것도 없었다.예전부터 침을 놓으면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특정한 때가 아니면 성연은 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무진이 일반 환자나 매한가지로 보였다.이때 손건호는 수하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그날 클럽에서 끌고 온 몇 놈 중에서 전력이 비교적 화려한 한 놈이 본거지를 하나 알고 있었다. 또 외부에서 직접 정탐하던 수하가 다른 본거들을 알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숨기려 하니 더 숨겨지지 않는 모양새다.그래서 조금만 파헤쳤는데도 강상철, 강상규의 꼬리가 드러났다.손건호는 그들로 하여금 계속 탐문하게 했다. 정보를 팔 수 있는 만큼 파야지 태만해서는 안된다.수하와의 통화를 끝내고 병실로 온 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이 소식을 간단히 말했다.무진이 턱을 가볍게 세우며 말했다. “네가 직접 가. 한 놈도 놓치지 마.”무진의 명령을 받은 손건호가 재빨리 뛰쳐나갔다.그날 밤, 두 개의 본거지가 연이어 또 궤멸 당했다.국내에서 소식을 들은 강상철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집안에 있던 진귀한 도자기들을 던져 부쉈다.자신이 누군지 알았다면 기어코 그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이것은 강상철이 요 몇 년 동안 축적해 오던 것이다. 한 번에 세 곳을 치다니 강상철의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듯했다.강상규의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형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좀 냉정해집시다. 천천히 조사해 보면 반드시 뭔가 알아내는 게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강상철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 강상규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냉정? 지금 어떻게 냉정해? 세 개, 본거지 세 개란 말이다. 이 칼잡이들을 모아서 키우느라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또 쏟아 부은 시간과 에너지는? 어? 그런데 어떻게 냉정해?”강상철은 지금 이미 완전히 격노한 상태였다.강상규조차도 감히 쉽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 서 있
이 이름을 듣자 강상철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이 용병 집단에 속한 이들은 보통 돈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 이들에 의해서 거점이 박살이 난 것이다. 게다가 강상철 측의 조직은 이전에 이 용병 집단의 미움을 산 적이 있었다.만약 그들이라면 정말 일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전화를 끊은 강상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때 강일헌이 도착하자 강상규는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입구에서 강일헌을 만난 강상규가 말했다.“일헌아, 네 할아버지를 잘 다독여 드려. 화를 적게 내시도록 해. 화를 내지 않게.”강일헌이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습니다, 작은 할아버님.”룸에 가니 강상철의 가라앉은 얼굴이 보였다. 강일헌이 다가가서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강무진이 돈을 주고 시킨 게 아닐까요?” 강무진은 상당히 신중한 놈이었다. 그는 이 일이 강무진과 관계가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그럴 리가? 강무진은 지금 중환자잖아? 그가 이전에 그 모양으로 출국했다고? 사람들을 불러서 시켰다고?” 강상철은 무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미움을 산 적이 있던 다른 조직들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뒤에서 수를 쓴 것으로 보였다.강상철은 이 생각에 더 기울었다.“할아버지, 잊지 않으셨지요? 전에는 강무진이 불구였는데 나중에 다시 일어섰잖아요? 그리고 회장님의 치매도 나중에 좋아졌고요. 무진 곁에 고수가 있을 지도 모르지요.”강일헌은 몇 번을 생각했다.그때 본가는 이제 절대 못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들은 얼마나 자신만만했던가. 그러나 결국에는 강무진이 후계자의 자리를 꿰찼지 않았나?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충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강무진이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었다.잠시 생각해 보던 강상철은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 두 번의 상황에 그는 정말 억울함을 느꼈다.기회를 놓치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할 거냐?” 강상철은 강일헌이라는 손자를 매우 신임했다.아래 세대 중에서 강상철은 강일헌을
지금 국외는 이미 다음날이었다.마침 성연이 무진에게 물을 마시게 하던 참이었다.사실 먹여준다고 할 순 없었다. 물컵에 빨대를 하나 꽂아 무진이 마시기 편하게 해줬을 뿐이다.강일헌의 출국 소식을 알게 된 후, 무진이 잠시 턱을 쓸더니 성연에게 말했다.“우리는 연극을 좀 해야겠는데?”손건호가 무진에게 소식을 전달할 때 성연도 옆에 있었다.그래서 바로 무진이 말한 의미를 알아듣고 대답했다.“알았어요.”강일헌의 행차는 한 마디로 뒤에서 칼로 사람을 찌른 후에 그 사람이 완전히 죽었는지 보러 오는 것과 진배없었다.이런 행위를 성연이 싫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당연히 자신의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무진에게 맞추어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줄 작정이다.자신들의 잔꾀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그날 오후, 강일헌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강무진 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면 강무진의 진짜 상태가 어떠한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손건호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머리를 쓸어 올린 강일헌이 짐짓 걱정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사촌형님이 다쳐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 위급한지 어떤 지도 알 수 없어 할머님이 또 쓰러지셨어. 가족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나를 대표로 면회 보낸 거야.”손건호가 냉소를 지었다.“제가 보기엔 우리 대표님이 죽기를 바라 마지않는 것 같은데요?”강상철, 강상규의 야심이 여태껏 가려진 적이 있었던가?강일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손건호는 이런 인사에게 좋은 낯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손건호의 이런 반응을 본 강일헌은 무진이 틀림없이 중상을 입었으리라 짐작했다.강무진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지 모른다.강일헌은 속으로 환희의 괴성을 질렀지만, 얼굴에는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관심을 많이 두는 척 가장했다.“무슨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