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화장실에 갇힌 일은 선생님 쪽에 전해졌다.성연은 북성제일고 학생이 아니었다.북성남고에서 아주 화제성이 높은 인물이었다.누구나 다 알다시피 소식이란 자연히 빨리도 옮겨진다.얘기를 전해 들은 이윤하가 바로 교문 입구에 세워진 학교버스에서 내려 황급히 북성제일고 교무실로 달려갔다.지금 그녀는 매우 화가 났다. 방금 학교에 크나큰 영예를 안긴 성연이 이런 대우를 받다니. 당연히 북성제일고에 찾아가 따져야 했다.“북성제일고도 명문 학교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고의로 문을 잠그다니 어떻게 학생이 그런 부도덕한 일을 할 수 있는지요? 갇힌 사람은 우리 북성남고의 학생입니다. 수학경시대회 주최측인 여기 북성제일고에서 설명을 해주셔야지 않겠습니까?”자기 학교의 학생은 당연히 이윤가 보호해야 하는 법.북성제일고 선생들도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정우석도 이 소식을 듣고 사무실로 달려갔다.정우석이 옆에서 건의했다.“선생님, CCTV를 좀 돌려 보시죠.”말을 마친 정우석은 성연에게 가서 친절하게 물었다.“송성연, 괜찮아?”성연이 고개를 저었다.“나는 괜찮아. 너희 선생님이 CCTV를 확인해서 공정하게 처리해 주시길 기대해.”북성제일고의 선생은 감히 태만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자신들 학교에서 발생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학교의 명성에도 좋지 않을 터.사람들은 북성제일고가 형편없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래서 교무주임은 북성남고의 학생과 선생을 데리고 보안실에 가서 확인했다.경비원도 즉시 협조하며 그 시간대의 CCTV를 다시 돌렸다.그런데 CCTV영상의 일부가 잘려 있었다.바로 성연이 사고를 당한 그 시간이 공백 상태였다.누군가 손을 쓴 것 같았다.교무주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북성제일고가 언제부터 이렇게 느슨해졌지?’‘CCTV에 누가 손을 댔다?’‘북성남고 사람들, 설마 자신들이 고의로 그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더욱 번거롭다.성연을 화장
성연의 능숙한 조작을 보고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성연의 저 수준은 거의 전공을 따라잡을 정도로 보였다.강가희와 그 친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마음이 좀 불안해졌다.“송성연이 정말 CCTV를 복구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강가희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아닐 거야, 걔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겠어?”강가희의 친구 왕영화가 말했다.“그래야 할 텐데.” 강가희의 마음은 은근히 불안했다.정우석은 한쪽에서 성연의 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15분 후에 영상이 복구되었다.CCTV 화면이 확인해 보니 바로 강가희의 친구 왕영화였다.북성제일고 선생님의 안색이 아주 좋지 않다.‘어쩌다 학생들의 품행이 이 지경으로 떨어졌는지…….’다른 학교 앞에서 이런 장난으로 학교에 망신을 주다니.그들은 즉시 왕영화를 찾아왔다.이 일은 왕영화가 강가희를 대신해서 한 짓이다.그녀는 방금까지도 송성연에게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나 빨리 자신을 찾아내다니.왕영화가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왔다.얼굴이 온통 허옇게 질린 채로.왕영화 앞에 선 교무주임의 얼굴이 아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너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니? 우리 학교에 와서 대회에 참가한 송성연 학생에게 이렇게 해서 너한테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왕영화는 당연히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은 단지 어린 여학생들 사이의 질투심일 뿐.강가희 이름은 더더욱 내뱉을 수 없었다.강가희는 집안이 아주 좋고 행동도 대범해서 작은 원한일지라도 반드시 갚았다.만약 자신이 진짜 자백한다면, 북성제일고에 자신의 몸 둘 곳이 있기나 하겠는가?그래서 왕영화는 자인했다.“선생님,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송성연이 우승한 것에 질투해서 나쁜 마음을 품고 가두었어요.”교무주임은 한심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왕영화를 바라보았다.“너는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뭘 다툰단 말이야? 너하고 무슨 상관이라고!”“선, 선생님, 잘못했어요.” 왕영화는 불쌍한 척
정우석은 원래 한 두 마디 좋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연의 표정이 별안간 싸늘해졌다.온몸에 가차없는 기운이 감돌았다.정우석은 자신이 한 마디만 더 보태면 성연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을 직감했다.입으로 나가려던 설득의 말을 정우석이 삼켰다.그래서 말을 바꾸어 성연의 요구에 따라 말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을 도와 교무주임을 설득했다.“선생님, 왕영화 스스로 지은 죄입니다. 벌을 받아서 자기 죄를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모두가 호시탐탐 교무주임의 처리를 지켜보고 있었다.결국 교무주임은 왕영화를 화장실로 보내 가둘 수밖에 없었다.왕영화는 억울하다며 울었다.그녀는 화장실에서 용서를 빌었다.“송성연 학생, 나는 잘못했어. 너를 화장실에 가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나를 내보내 줘.”이 일을 이제 전교생이 다 알게 되었을 것이다.아마 지금이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화장실에 갇혔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고.생각만 해도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왕영화는 화장실에서 문을 두드렸다. 얼른 이 고문을 끝내고 싶었다.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성연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이제야 잘못을 알았다고? 애초에 자신을 안에 가둘 때 이런 각오도 안 한 거야?’성연은 이런 사람에 대해 절대 마음을 약하게 먹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문 앞에서 자신이 화장실에 갇힌 시간을 세었다.“송성연,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어. 나를 내 보내줘, 내 보내줘.” 왕영화는 주위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으니 견딜 수가 없었다.분명히 십 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왕영화는 한 십 년은 지난 것 같았다. ‘왜 아무도 자신을 내보내 주지 않을까?’왕영화는 앞으로 고개를 들고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성연은 딱 봐도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강가희를 대신해서 이 일을 한 것을 약간 후회했다.얼마가 지나서 밖에서 성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요.”이어서 교무주임이 문을 열고 왕영화를 풀어
성연이 학교에 도착하자 북성남고의 학생들 모두 이 일을 듣고 성연을 두둔했다.또 북성제일고 게시판으로 달려가 왕영화를 비난하며 게시판을 게시판을 폭파시켜 버렸다.“모모 학교 학생은 정말 뻔뻔하다면서? 사람을 화장실에 가두는 일도 서슴없이 한다던데?”“그래, 우리 학교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눈이 돌은 거 아니야? 지고 싶지 않으면 아예 출전을 하지 마. 진짜 웃겨.”“그런 양심도 없는 학생을 보내서 너희 북성제일고의 떨어진 위상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봤어?”그날 밤, 북성제일고의 게시판이 모두 폭파되었다.모두 북성남고 학생들이 몰려와서 성연을 위한 공정함을 설파했다.물론 욕은 욕일 뿐. 성연이 수학경시대회의 우승을 따내며 학교에 영예를 안기자 학교에서는 축하하며 성연에게 상금을 수여했다.성연의 공로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북성남고의 자랑이 되었다.그날 저녁, 이윤하는 자비로 반 전체 학우들에게 밥을 샀다.반 학우들 모두 즐거워했다.“아싸, 살아 생전에 이윤하가 한턱 내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지금 꿈을 꾸는 것이 아니지?”옆에 있던 짝꿍이 꼬집자 아이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왜 나를 꼬집어?”짝꿍이 말했다.”아파? 아프면 맞는 거야. 꿈이 아니라는 뜻이지.”“우리가 이번에 송성연 덕을 보았네. 공부 잘하는 사람 덕분에 고기를 먹는다. 나는 앞으로 성연이와 가까이 지내기로 결정했다.”옆에 있던 친구가 비웃었다.“그건 네 일방적인 결정이지?”“왜? 안 돼?” 그 말투는 꽤나 뻔뻔스러웠다.성연도 아이들과 함께 따라갔다.반 전체 학우들이 함께 설득해서 피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모두들 즐거워 보이는데 자신이 다른 아이들의 흥을 방해하기도 힘들었다.모두 노래방에서 먹고 마셨다.음치 학생의 노래를 들으니 처량하게 울부짖는 듯했다.주위는 모두 시끄러운 소리, 학우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였다.이전에 성연은 늘 혼자였는데 지금은 아이들 속에 어울릴 수 있었다.성연은 이 느낌이 꽤 괜찮고 재미있다고 느꼈다.사실 인생은 일을 좀
차에 오르자 무진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뭐 먹었어?”성연은 즉시 뼈가 없는 것처럼 무진의 무거운 몸에 기대었다.“배고파서 과일을 좀 먹고 배를 채웠을 뿐이에요.”“뭐 먹고 싶어?” 무진이 물었다.“다 좋아요.” 성연도 이제 상관없었다. ‘배가 고프니 먹을 수만 있으면 돼.’물론 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데리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 않으리라 믿었다.무진은 바로 성연을 데리고 식당에 갔다.식당은 가정식 요리가 주메뉴로 비교적 담백한 맛이었다.무진이 죽과 몇 가지 음식을 같이 주문했다.예외 없이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이다.“지금 시간이 늦어서 기름진 것을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 내일 일어나서 배가 불편하지 않도록 따뜻한 것을 먹는 게 좋아.” 무진이 설명했다.그도 성연에게 맛있는 것을 좀 먹이고 싶었다.하지만 여건은 허락하지 않으니.무진이 이렇게 세심하니 성연은 자연히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죽은 금방 나왔다.반찬도 깔끔한 것이 보기에도 맛있을 것 같았다.의심할 여지없이 무진은 어느 방면에서나 안목이 뛰어났다.‘이 집 죽, 아주 맛있네.’뒷맛이 풍성하다.성연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무진은 바로 옆에서 그녀가 먹는 것을 보면서 입가를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 서두르지 말고.”티슈의 감촉, 그리고 무진의 손끝 온도.그녀는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였다. 죽을 먹으며 마음속의 작은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었다.어쨌든 성연도 여자아이인지라 이런 일에 있어서는 좀 대범하지 않았다.돌아가는 도중에 성연은 줄곧 무진의 어깨에 기대어 졸았다.무진은 그녀가 다른 곳에 부딪히지 않도록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무 피곤한 것 아니냐.”“괜찮아요. 무진 씨, 오늘 어떻게 우승을 했을까?” 성연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려 무진을 보았다.자세 때문에 무진이 고개를 숙이니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점차 함께 섞이기 시작했다.성연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들 사이에 좁혀진 거리가 괘나 위험하다는 걸.성
이 일로 온 학교가 떠들썩했다.왕영화는 사과 동영상을 촬영해서 게시판에 올렸다.다만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았다.만약 그들이 성연을 위한 공정한 도리를 외치지 않았더라면 북성제일고에서는 전혀 아무런 내색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려고 했을 터였다.주연정이 동영상을 따서 성연 앞에 놓았다.“성연아, 봐봐, 왕영화가 너에게 사과했어, 북성제일고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거야.”성연은 아래의 댓귿들을 뒤져본 다음 최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대충 이해했다.그제서야 비로소 일이 커진 것을 알게 된 성연이다.그날 북성제일고를 떠난 후 이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관심 두지 않고 지냈었다.게다가 성연도 왕영화에게 화장실에 갇힌 맛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이다.그래서 성연은 게시판에 인증을 했고 그녀의 이름이 드러났다.그녀는 북성제일고 공식 게시판에 간단히 대답하고 왕영화의 사과를 받아들였다.이렇게 이 일이 대략 끝이 나면서 북성남고 학생들이 더 이상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결국 자신은 정당한 대우를 받았고, 왕영화도 응당한 처벌을 받은 셈이었다.성연의 글이 올라오자 북성남고 학생들은 분분히 아래에 글을 남겼다.“오오, 이렇게 착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북성제일고 아이들은 우리를 만만하게 여기는가? 감히 우리 학교 학생을 만만하게 대하다니, 흥.”“됐어, 다들 말 좀 들어. 성연이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했어. 그렇게 한참 떠들었으니 이제 충분해. 사람들이 농담으로 여기지 못하게 해야지.”학생들 모두 성연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자신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그래서 이 일은 이렇게 진정되었다.북성제일고 쪽.왕영화는 오히려 이 일 때문에 학우들에게도 욕을 먹었다.어디를 가나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 때문에 학교가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면서.하물며 왕영화 혼자서 한 일에 학교까지 연루되었으니 정말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왕영화는 너무너무 억울했다.
곽세은은 얼굴을 가린 채 냉소를 지으며 왕영화를 바라보았다.“네가 기분 나빠서 때리려면 때려. 대신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랑 안다고 하지 마.”“넌 내가 너처럼 겉과 속이 다른 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왕영화는 이를 악물고 떠났다.곽세은에게 처음 다가간 것은 곽세은의 집안 때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함께 지낸 후, 그녀는 진심으로 곽세은을 친구로 생각했다.그녀는 곽세은 같이 좋은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외면당하는 게 안타까웠다.그래서 어떻게든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러나 마지막에 곽세은이 자신을 물어뜯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사무실에서 곽세은이라고 자백할 걸 그랬다.자신은 그렇게 열심히 곽세은을 생각해 줬는데, 일이 터지자 곽세은은 학우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려워했다.결과는?왕영화는 냉소를 지었다. 곽세은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게 정상인 것 같았다.곽세은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곧 한 여학생이 달려왔다.“세은아, 왕영화가 너를 찾아 뭐라고 해?”곽세은은 정신을 차리고 눈시울을 붉혔다.여학생은 비로소 곽세은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곽세은이 코를 훌쩍거렸다.“왕영화가 나에게 학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 내가 어쩔 수 없다고 했더니, 영화가…….”여학생은 듣자마자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이지 너무 못됐다. 걔는 정말 그래도 싸. 앞으로 걔 상대하지 마.”“사실 영화는 아주 착한 애야.”곽세은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네가 그렇게 착하니 걔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보건실에 가서 얼음찜질 좀 해 줄게.” 그러자 여학생이 곽세은을 부축하며 자리를 떴다.“고마워.” 곽세은이 작은 소리로 감사를 표했다.곁눈으로 왕영화 쪽 방향을 한 번 보며 입술 끝을 당겨 올렸다.그녀는 왕영화와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왕영화는 그녀가 이용한 바둑돌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우석은 자신에게 전혀 마음이 있지 않았다.그는 정
소지한의 말을 들으며 성연은 원래 음울했던 마음이 많이 옅어졌다. 그녀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니며 말했다.“그래, 계속 그렇게 해. 그녀가 틈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도록.”소지한은 알았다고 대답했다.저녁 무렵에 학교가 끝나자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성연이 청소할 차례였는데, 선생님은 원래 청소를 면제시켜 주려 하였다.그러나 성연은 이것이 다른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거절했다.빗자루를 놓고 나오자 성연은 아직 입구에 서있는 이윤하를 보았다.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선생님’하고 불렀다.“청소 다 했어?” 성연에게 말하는 이윤하의 음성이 많이 부드러워졌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좀 작은 일이긴 한데. 네 현재 성적은 아주 좋아. 선생님은 네가 가능한 한 현재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래. 내년에 졸업하면 학교마다 수시 정원이 있어. 그때 괜찮다면 네가 그 명단 중에 들 수 있어.”이 일에 대해 이윤하는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성연에게 한마디 하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성적이 좋아 수시모집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그러나 학교에서 직접 보증하면 많은 일들을 생략할 수 있었다.성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이 정원은 원래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그러나 성연의 성적이 너무 좋았다.그러니 이 정원은 당연히 성연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윤하는 말하면서 손에 든 연습문제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선생님이 네 실력에 맞춰서 그리고 감점 옵션에 따라 널 위해 선별한 연습 문제야. 가능한 한 빠진 부분을 찾아서 보충해. 감점해서는 안 되는 부분에서 감점을 받지 않게 하고. 돌아가서 시간이 있을 때 연습해도 돼. 해보면 나쁘지 않을 거야.”성연에게 이 연습문제를 줄 때 이윤하는 사실 마음이 좀 불안했다.어쨌든 이전에 성연과의 갈등이 있었으니까.성연과 자신이 격의 없이 지낼 수 있을
이전에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쳤던 두 사람은 조직에서의 실력도 막상막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랬다.한 차례 맞붙는 모습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아주 격렬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부분은 전혀 없었다.“아빠!” 두 사람이 싸우고 있을 때, 소파에 앉아 있던 두 아이가 온통 눈물 범벅인 얼굴로 무진에게 달려왔다.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한 채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무진에게 달려갔다.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흐느끼는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무진의 가슴을 뒤흔들었다.무진이 고개를 숙이고 두 아이를 바라보자, 익숙한 두통이 다시 찾아왔다.“아빠, 저 아줌마가 아빠가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아빠는 우리가 싫어요?”작은 얼굴이 눈물에 젖은 채 흐느끼는 사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공주의 모습이었다.사무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했다. 여동생처럼 펑펑 울지는 않아도 줄곧 눈물이 눈가에 맺혀 있었다.사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무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아빠는 정말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요?”무진은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마음속에서 어떤 느낌이 더욱 짙어졌다.‘나를 아버지라고 부른 두 아이가 송성연 씨 아이였어.’ ‘게다가 이번에 송성연 씨를 만났을 때도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며칠 동안 이어진 장면들이 지금 마치 파노라마처럼 무진의 머릿속을 빠르게 맴돌았다.“아빠, 사진이는 아주 말을 잘 들어요. 우리가 말을 잘 들으면, 아빠가 우리하고 같이 있을 거예요?”다시 고개를 든 사진의 눈에는 어느새 다시 눈물이 맺혀 있었다.작고 하얀 두 손을 천천히 펼치면서 무진이 안아 주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아이의 이런 모습을 본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손을 내밀고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아무 말없이.여전히 성연에게 붙잡혀 있던 예민주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했지만, 벗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다른 한쪽에서 손건호는 여전히 서한기와 뒤엉킨 채 막상막하인 상태였다.
성연은 그저 비웃기만 하면서 핏발선 눈으로 무겁게 무진을 쏘아보았다.“지금 저 여자를 두둔하는 건가요?”미간을 찌푸린 채 성연은 감히 의문을 제기할 수도 없는 위엄이 담긴 목소리로 조용히 남자를 쏘아보았다. ‘이게 무슨 대화로 하자는 거야? 완전히 도발하는 거지!’그러나 지금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인 성연에게는 무진의 눈빛이 그렇게만 보였다.심지어 다시 이전의 두통이 반복되었다. ‘아주 뚜렷하고 강렬한 느낌이야.’‘매번 이 여자를 마주할 때마다 이런 전에 없던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우리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 거야!’무진이 멍하니 있을 때, 줄곧 주의하지 않았던 예민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진 오빠, 빨리 구해줘요!”무진은 그제서야 비로소 예민주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예민주의 두 볼이 빨갛게 부어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손건호, 아직도 거기에 서서 뭐 하는 거야?”남자는 차갑게 지시하면서 셩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네!” 지시를 받았지만 손건호는 여전히 다소 망설였다. 결국 자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무도 익숙했던 성연이기 때문이다.지금은 마치 어떤 이유 때문에 자신의 대척점에 서 있는 듯했다.이런 느낌에 손건호는 막막하기만 했다.‘하지만 나는 결국 보스의 수하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해.’“송성연 씨, 예민주 씨를 놓아주십시오.”성연의 앞에 다가간 손건호는 성연을 직시하지도 못한 채 공허한 눈빛이었다.성연은 여전히 예민주의 멱살을 꽉 쥔 채 전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손건호, 이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끼어들지 마.”그 말을 듣자, 손건호는 마치 망치에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러나 그저 잠시만 그랬을 뿐. 손건호의 눈빛은 이미 빠르게 수습되었다.“송성연 씨, 죄송합니다만 이게 제 일입니다.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오.”이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손건호 자신만이 알고 있을 뿐.말을 마친 손건호가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