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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한지훈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08:57:30

다음 날 오후, 정문 초인종이 저택의 적막을 깨뜨렸다.

인터폰 화면에는 서아의 직속 선배이자 브랜드 기획팀장인 한지훈이 서 있었다. 서아가 이틀째 출근하지 않고 연락마저 끊기자 직접 찾아온 모양이었다.

“윤서아 에디터 만나러 왔습니다. 안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문 열어 주십시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서아가 벌떡 일어났다.

“지훈 선배…….”

밖으로 이어진 끈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서아가 현관으로 달려가려 하자, 2층에서 내려오던 태준이 보안 요원에게 손짓했다.

뜻밖에도 문이 열렸다.

지훈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아의 핼쑥한 얼굴과 곳곳에 배치된 보안 요원부터 확인했다. 한 손에는 서아의 노트북과 회사 출입증이 든 가방이, 다른 손에는 동료들이 챙겨 보낸 세면도구와 옷이 담긴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직접 찾아온 얼굴에는 밤새 제대로 쉬지 못한 흔적이 선명했다.

“서아야, 괜찮아? 회사에도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선배.”

서아가 다가가려는 순간 태준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섰다.

“한지훈 팀장님이시죠. 태강그룹 강태준입니다.”

그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지훈은 악수를 받지 않았다.

“도현이 형님 일로 충격받은 건 압니다. 그래도 회사와 지인 연락까지 끊어 놓을 이유는 없죠. 지금 서아를 억지로 가둬 둔 겁니까?”

태준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사고 배후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서아의 신변을 노리고 있습니다. 당사자와 상의해 보호 중이고요.”

“그 당사자에게 직접 묻겠습니다.”

“그 전에 반입 물품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태준이 손을 내밀자 보안 요원이 지훈의 가방을 가져가려 했다. 지훈이 몸을 틀어 피했다.

“서아 개인 노트북과 출입증입니다. 본인에게 직접 주겠습니다.”

“이 집에 들어오는 물건은 전부 검사합니다.”

“여기가 구치소입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지훈이 태준 너머로 서아를 바라보았다.

“네가 원해서 여기 있는 거야?”

“둘이서 이야기하게 해 주십시오.”

지훈의 요구에 태준은 짧게 답했다.

“안 됩니다.”

“그럼 최소한 서아가 대답하는 동안 입 다물고 계시죠.”

대답 한마디면 됐다. 싫다고, 도와 달라고 말하면 지훈은 경찰을 부를 터였다.

그러나 보안 요원들이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지훈의 뒤로 현관문도 닫혀 있었다. 섣불리 사실을 털어놓았다가는 그마저 이 집에서 무사히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저 괜찮아요.”

서아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쥐었다.

“오빠 일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연락을 못 드렸어요. 나중에 제가 따로 연락할게요. 오늘은 돌아가 주세요.”

지훈의 표정이 굳었다. 말과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얼굴이었다.

“서아야.”

그가 위로하듯 서아의 두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손바닥만 한 물건이 외투 주머니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보조 휴대전화였다.

서아는 놀란 기색을 감추려고 시선을 내렸다.

“무슨 일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해. 내가 어떻게든 도울 테니까.”

지훈은 손가락으로 서아의 손바닥을 두 번 눌렀다. 회사에서 긴급 상황을 알릴 때 둘만 쓰던 신호였다. 휴대전화 안에 이미 필요한 연락처와 지도가 들어 있다는 뜻이었다.

“선배도 조심하세요.”

태준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눈빛이 전보다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훈은 돌아서기 전 태준에게 말했다.

“보호와 감금은 다릅니다. 서아가 싫다고 말하는 순간, 전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혼자 오지 않을 겁니다.”

“마음대로 하시죠.”

태준은 웃지 않았다.

“다만 그 선택의 대가는 본인이 감당하셔야 할 겁니다.”

현관문이 닫히고 보안 요원들이 물러났다.

서아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계단 쪽으로 걸었다. 방까지 올라가 전원을 켜면 바깥과 연락할 수 있었다.

“서아야.”

등 뒤에서 태준이 불렀다.

발이 그대로 멎었다.

그는 소파 옆에 선 채 서아의 외투 주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차분한 얼굴이었다.

“한 팀장은 원래 회사 후배 손을 그렇게 오래 잡나?”

말끝에 질투가 선명하게 묻었다.

“그 사람한테 뭘 받았어?”

서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둘 사이의 짧은 침묵 속에서, 주머니 안 휴대전화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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