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산부인과

기묘한 산부인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By:  ddingjak30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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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신이 옥상에서 떨어뜨렸던 '빵셔틀'이 신의 손을 가진 산부인과 명의로 돌아왔다. 시댁의 불임 압박에 내몰려 차가운 진료대 위에 누운 전직 일진 여왕벌과, 그녀의 쾌락과 생존 시간을 완벽히 지배하려는 남자의 치명적인 배덕 메디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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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일요일 오후의 식탁은 늘 지나치게 정갈해서 오히려 폭력적이었다.

매끄럽게 유약을 바른 백자 식기 위에는 기름기가 적당히 오른 갈비찜과 제철 나물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렬되어 있었다.

음식이 식어가는 속도와 비례하여 식탁을 채우는 침묵은 언제나 서린의 몫으로 남겨진 유예된 형벌과 같았다.

시어머니는 수저 하나 내려놓는 동작조차 흐트러짐이 없었다.

식탁보에는 물 한 방울 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품위 있는 손끝이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는 순간이면, 서린은 늘 판결을 앞둔 피고인처럼 숨을 죽여야 했다.

 

"삼 년이면 우리도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렸지 싶다."

 

시어머니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도 상대의 기를 꺾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 하나 낳지 못하는 여자는 아무리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있어도 결국 남의 제사상에 잘못 올라온 잡채 한 접시와 다를 게 없는 법이야.”

 

나지막하고 우아한 음성 속에는 어떤 격정이나 악의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불량품을 가려내는 검수관처럼 냉정하고 무심한 판정이었다.

 

"대를 이을 수 없는 사람에게 우리 집안의 유산을 맡길 수는 없지. 이번 봄이 네가 이 집 아래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야."

 

서린은 무릎 위에 올려둔 냅킨을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짰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염치라는 건 말로 때우는 게 아니다."

 

시어머니의 시선은 이미 서린을 지나쳐 식탁 맞은편으로 차갑게 넘어가 있었다.

 

남편 민석은 그 잔인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접시에 담긴 안심 스테이크를 일정한 간격으로 써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의 나이프가 흰 접시의 표면을 스치며 내는 규칙적인 마찰음은 아내에 대한 방관이자 어머니의 말에 대한 동조의 표식이었다.

 

민석에게 결혼이란 번듯한 대기업 부장이라는 직함 옆에 세워둘 적당히 말 잘 듣는 트로피를 진열장에 들이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트로피의 장식적 가치가 다하고 기능적 결함이 입증된다면 언제든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무언의 합의가 그의 표정에 서려 있었다.

 

"민석아, 네 생각은 어떠니."

 

시어머니의 물음에 민석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해야죠. 저도 슬슬 피곤해지던 참이었습니다."

 

서린은 허벅지를 깊게 파고드는 손톱의 통증을 견디며 숨을 죽였다.

 

고개를 숙인 채 바라본 바닥의 대리석 타일에는 거실 조명이 서늘한 흰빛으로 반사되고 있었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이란 언제나 이토록 위태로운 빙판 위를 맨발로 걷는 일의 연속이었다.

 

부모의 온기를 알지 못하고 자란 유년 시절은 결핍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하기에는 지나치게 남루하고 축축했다.

 

늙은 조모의 굳은살 박인 보살핌은 자칫 교실 안에서 경멸과 조소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가난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서린이 선택했던 유일한 생존 방식은 누구보다 먼저 송곳니를 드러내고 약한 것들을 발아래 짓밟는 것이었다.

 

교실의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하며 타인의 수치심을 양분 삼아 자신의 비루함을 은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여왕벌의 왕관이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인지는 옥상 난간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그 창백한 소년의 그림자와 함께 영원히 바스러졌지만 말이다.

 

과거의 죄를 덮고 평범한 인간의 가면을 쓰기 위해 발버둥 치던 서린에게 민석과의 만남은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처럼 보였다.

 

화려한 조명과 술기운이 뒤엉킨 클럽에서 우연히 벌어진 하룻밤의 실수.

 

그것은 고졸 출신의 평범한 여자가 재벌가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준, 기적 같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 사다리는 올라갈수록 좁아져 이제는 서린의 발목을 옥죄는 단두대의 발판으로 변해 있었다.

 

수백억 대의 부동산을 쥐고 흔드는 시댁의 세계에서 아이란 막대한 자본을 합법적으로 이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행권이었다.

 

아이가 없는 며느리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했고 그 유통기한의 끝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거실로 자리를 옮겼을 때 민석은 서류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이게... 뭐예요?"

 

"동탄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기로 정평이 난 불임 전문 클리닉을 예약해 뒀어. 병원 올 때 그거 가지고 와. 내일 오전 열 시야. 시간 맞춰서 병원 갈 준비나 해둬."

 

민석은 서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건조하게 뱉어냈다.

 

그것은 다정한 배려가 아니었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점에 맡기듯, 일방적으로 내리는 통보에 가까웠다.

 

"거기 원장이 꽤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이번에도 진전이 없으면 그때는 나도 더는 손 못 써."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서린은 찻잔을 쥐고 있던 손을 떨며 묵묵히 대답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하나의 기능으로 재단되고 평가받는 모멸감 속에서도, 이 안락한 껍데기 같은 세계를 잃을 수 없다는 비루한 욕망이 서린의 목을 짓눌렀다.

 

다음 날 아침 동탄의 신도시 중심부에 우뚝 솟은 메디컬 타워의 외관은 거대한 얼음기둥처럼 차가워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소독약 냄새와 인공적인 방향제 향이 뒤섞인 공기가 서린의 폐를 파고들었다.

 

엘리베이터가 VIP 불임 클리닉이 있는 최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서린의 심장은 더욱 거칠게 뛰었다.

 

귓가에는 둔탁한 심장 소리만이 울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짙은 대리석 복도 끝, 은빛으로 빛나는 원장실 문패가 서린의 눈에 들어왔다.

 

그 문 너머에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단순한 의학적 처치인지, 아니면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심판인지 서린은 알지 못했다.

식은땀에 젖은 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감춘 채, 서린은 마침내 차가운 진료실의 문을 밀어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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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김복련
김복련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2026-10-05 01:14:37
1
0
92 Chapters
1화
일요일 오후의 식탁은 늘 지나치게 정갈해서 오히려 폭력적이었다.매끄럽게 유약을 바른 백자 식기 위에는 기름기가 적당히 오른 갈비찜과 제철 나물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렬되어 있었다.음식이 식어가는 속도와 비례하여 식탁을 채우는 침묵은 언제나 서린의 몫으로 남겨진 유예된 형벌과 같았다.시어머니는 수저 하나 내려놓는 동작조차 흐트러짐이 없었다.식탁보에는 물 한 방울 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품위 있는 손끝이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는 순간이면, 서린은 늘 판결을 앞둔 피고인처럼 숨을 죽여야 했다. "삼 년이면 우리도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렸지 싶다." 시어머니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도 상대의 기를 꺾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 하나 낳지 못하는 여자는 아무리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있어도 결국 남의 제사상에 잘못 올라온 잡채 한 접시와 다를 게 없는 법이야.” 나지막하고 우아한 음성 속에는 어떤 격정이나 악의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불량품을 가려내는 검수관처럼 냉정하고 무심한 판정이었다. "대를 이을 수 없는 사람에게 우리 집안의 유산을 맡길 수는 없지. 이번 봄이 네가 이 집 아래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야." 서린은 무릎 위에 올려둔 냅킨을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짰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염치라는 건 말로 때우는 게 아니다." 시어머니의 시선은 이미 서린을 지나쳐 식탁 맞은편으로 차갑게 넘어가 있었다. 남편 민석은 그 잔인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접시에 담긴 안심 스테이크를 일정한 간격으로 써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의 나이프가 흰 접시의 표면을 스치며 내는 규칙적인 마찰음은 아내에 대한 방관이자 어머니의 말에 대한 동조의 표식이었다. 민석에게 결혼이란 번듯한 대기업 부장이라는 직함 옆에 세워둘 적당히 말 잘 듣는 트로피를 진열장에 들이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트로피의 장식적 가치가 다하고 기능적 결함이 입증된다면 언제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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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병원 7층의 공기는 바깥의 소음과 먼지를 단번에 차단한 채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발소리를 집어삼키는 두터운 카펫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라벤더 향은 이곳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공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돈으로 불안을 유예하고 결함을 지워내려는 자들만이 조용히 드나드는 은밀한 요새였다. 안내 데스크에 서류를 건네자 단정하게 머리를 묶어 올린 간호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태도였다. 명찰에는 '윤해린'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차서린 님, 원장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간호사의 하이힐 소리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서린은 코트 주머니 속에 든 손을 단 한 순간도 펴지 못했다. 벽면에 걸린 거대한 추상화와 차가운 조명들은 마치 수술대 위의 무영등처럼 서린의 숨을 턱 끝까지 죄어왔다. 간호사가 육중한 원목 문을 노크하고 조용히 열어젖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등을 돌린 채 커다란 창밖의 신도시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의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흰 가운의 깃 아래로 드러난 단정한 턱선과 서늘할 정도로 맑은 눈동자가 서린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의 왼쪽 가슴에 달린 은색 명찰에 또렷하게 새겨진 석 자가 서린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원장 서우진. 순간 서린의 발밑이 허공으로 푹 꺼져 내리는 듯한 지독한 현기증이 일었다. 호흡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고 귓가에서는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우진. 그것은 서린이 지난 십 년간 의식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 봉인해 두었던 이름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던 학교 운동장, 쉬는 시간마다 헐레벌떡 매점으로 달려가 빵과 음료수를 사 오던 마르고 창백했던 소년. 무릎에 늘 피딱지가 앉아 있던 그 아이의 뺨을 서린은 손쉽게 내리치곤 했다. 돈 몇 푼을 받아들고 비웃음을 날리던 자신의 서늘한 손끝과 그 손끝을 피해 옥상 난간으로 몰리던 소년의 겁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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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우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명령은 지극히 평온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환자에게 탈의를 요구하는 의사의 직업적 권위. 하지만 그 말을 뱉어낸 자가 과거 자신이 발아래 두고 짓밟던 소년이고, 벗어야 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서린의 사고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 서린은 차마 그 자리에 선 채 발을 뗄 수조차 없었다. "안 들립니까, 차서린 씨." 우진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재촉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책상 위의 인터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윤 간호사, 진료실로 들어와요." 짧은 호출음이 끊어지기 무섭게 육중한 원목 문이 열리고, 조금 전 서린을 안내했던 간호사 윤해린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단정하게 정돈된 유니폼은 진료실의 차가운 정적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환자분 탈의 돕고, 진료대 세팅해 드려." "네, 원장님." 우진의 건조한 지시에 해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해린이 서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타인의 손에 의해 발가벗겨져야 한다는 사실이 서린의 숨통을 한층 더 조여왔다. 게다가 다가온 간호사는 평범한 유니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단정한 옷감 아래로 유려하게 흐르는 허리의 곡선과 풍만한 굴곡은 지나치게 농염했고,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붉은 입술은 차가운 진료실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저토록 완벽한 여자가 왜 이곳에서 무표정한 시종처럼 서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서린의 시선 끝에 위태롭게 맺혔다. "차서린 님, 이쪽으로 오세요." 해린은 기계적인 손길로 서린을 탈의 커튼 안으로 이끌었다. 서린이 굳은 채 서 있자, 해린은 주저 없이 서린의 코트 단추를 풀고 양 어깨에서 옷을 벗겨냈다. 이어 서린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슬랙스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지퍼가 맞물려 내려가는 얇은 금속성 마찰음이 서린의 귓가를 날카롭게 찔렀다. "팔 들어주시겠어요. 바지도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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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차가운 젤의 미끈거리는 점성이 여린 살결에 닿는 순간, 서린은 척추를 관통하는 섬뜩한 한기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틀었다. 그러나 양옆으로 단단하게 고정된 산부인과용 진료대의 금속 발걸이는 단 일 밀리미터의 도망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꺾으며 버둥거리는 반동 탓에, 활짝 벌려진 하체가 진료대 아래에 자리 잡은 우진의 시선 정면으로 더욱 깊숙하게 밀려 들어갈 뿐이었다. "힘 빼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우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적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그의 라텍스 장갑 낀 긴 손가락이 찔걱거리는 젤의 마찰음을 내며, 굳게 닫혀 있던 내밀한 틈새를 느릿하고 집요하게 가르고 들어왔다. 서린의 숨이 턱밑에서 단번에 잘려 나갔다. 그는 마치 애완 동물을 쓰다듬는 것처럼 서린의 비부 전체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힘 빼야 안 아파요." 서린의 음부 전체를 마사지하던 우진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젤이 잔뜩 묻은 손가락 하나를 질 속으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아흐윽! ... 아파... 아파요..." "참나, 왜 이렇게 힘을 주고 있을까. 윤 간호사." 그가 옆에 물끄러미 서 있던 해린을 불렀다. "환자분, 온열기로 근육 좀 이완시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후, 윤 간호사는 손에 주름진 호스가 연결된 넓은 투명 마스크 같은 것을 들고 왔다. 그것은 마치 환자들의 호흡을 돕는 산소 마스크처럼 생겼다. 해인은 온열기를 가져다 벨트를 채워 서린의 허벅지 양쪽에 고정시켰다. 그러자 투명한 마스크 부분이 서린의 허벅지 사이에 정확하게 밀착되었다. 아직은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해린이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공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며 곧 따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호스를 타고 따듯한 공기가 퍼져나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었다. 서린은 기분이 점점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허벅지 안쪽의 경직된 부분 뿐만 아니라 온 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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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우진의 손가락이 질벽 안쪽의 가장 깊고 취약한 지점을 지그시 짓누르며 원을 그렸다. 살갗과 팽팽한 고무가 맞물리며 나는 질척한 소리가 밀폐된 진료실의 정적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미 온열기로 한 차례 노곤하게 풀어져 있던 서린의 내부는 우진의 침입을 거부하지 못하고 맥없이 벌어졌다. 그의 손끝이 예민한 점막의 결을 하나하나 헤집어 올릴 때마다, 척추 아래쪽에서부터 찌릿한 열감이 전선처럼 뻗어 올라왔다. 서린은 산부인과용 진료대의 손잡이를 부서져라 움켜쥐며 고개를 젖혔다. 이것은 치료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각의 회로를 남김없이 발가벗겨 통제하려는 가혹한 폭력이었다. 그러나 머리로 느끼는 극도의 수치심과는 별개로, 하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쾌락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다. "아... 으흣, 잠깐... 잠깐만요..." 서린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자기도 모르게 비음이 섞인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과거의 여왕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직 쾌락에 굴복한 암컷의 절박한 탄식에 불과했다. 우진은 그런 서린의 애원을 가볍게 묵살하듯, 손가락 두 개를 가지런히 모아 한층 더 깊은 각도로 찔러 넣었다. 점막 깊은 곳의 움푹 들어간 곳이 강하게 긁혀 올라가자 서린의 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바로 그때, 진료실 원목 문 밖에서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똑, 똑. 순간 서린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진료대 옆에 서 있던 간호사 해린이 문으로 다가가 살며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밖에서 노크했던 다른 간호사가 나지막히 말했다. "대기실에 다음 예약 환자분 도착하셨습니다. VIP이십니다." 간호사들의 차분한 음성이 서린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바깥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서린은 문을 등지고 있었고 등 뒤에는 얇은 커튼까지 드리워져 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취하고 있는 자세가 수치스러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보일까 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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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서린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되물음은 황망하기 짝이 없었다. "좌, 좌약이요...?" 우진은 대답 대신 차가운 책상 모퉁이를 긴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환자분, 진료실에서 의사의 처방에 의문을 품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이미 진료대에서 확인하셨잖습니까." 그의 어조는 서늘하리만치 차분하고 단호했다. "내부 근육의 뭉침과 경화가 심해서 일반적인 복용약만으로는 약효가 안쪽까지 침투하지 못합니다. 혈류를 강제로 돌려놓아야 해요." 마치 고장 난 기계 부품에 윤활유를 들이붓는 정비공처럼 무감각하고 건조한 태도였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 해린이 은박으로 밀봉된 작은 타원형 캡슐 하나를 상자에서 꺼내 우진에게 건넸다. 우진은 작은 상자에서 새로운 라텍스 장갑을 꼈다. 그리고 해린에게서 미끈거리는 캡슐을 집어 들며 서린을 똑바로 응시했다. "옷을 다시 전부 벗을 필요는 없습니다. 치마만 걷어 올리고, 여기 진료 책상에 양손을 짚고 허리를 숙이세요." 서린의 발밑이 허공으로 푹 꺼져 내리는 듯했다. 조금 전 진료대 위에서 겪었던 그 끔찍한 굴욕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책상에 엎드린 채 뒤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서린의 전신을 마비시켰다. "선생님, 그건... 제가 집에 가서 직접 넣으면 안 될까요...?" "직접 넣으면 정확한 위치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자궁 경부 바로 밑에 정확히 밀착시켜야 해요. 지금 뒤에 환자도 기다리니까 어서 엎드리세요." 우진의 단호한 명령에 서린은 결국 비틀거리며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책상 모서리에 떨리는 양손을 얹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뒤에서 다가온 해린이 서린의 치마를 망설임 없이 허리춤까지 걷어 올렸다. 속옷 아래로 서린의 하얀 둔부와 조금 전의 검사로 붉게 달아오른 허벅지 안쪽이 다시 한 번 완전하게 드러났다. 서늘한 실내 공기가 맨살에 닿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아났다. "엉덩이 뒤로 조금 더 빼세요." 우진의 차가운 손끝이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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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햇살이 쏟아지는 동탄의 브런치 카페는 지나치게 평화로워서 오히려 서린의 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통유리창 너머로 유모차를 끄는 신도시의 젊은 부부들이 한가롭게 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식어버린 에그 베네딕트와 샐러드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이해령은 명품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려 얹은 채 화려하게 칠해진 손톱을 매만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군림했던 무리 중 하나이자 서린의 가장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어제 민석 씨가 가보라던 그 산부인과는 다녀온 거야?" 해령이 포크 끝으로 샐러드 올리브를 툭툭 건드리며 무심하게 물었다. 서린은 얼음이 녹아 묽어진 커피 잔의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해령아... 나 어제 병원에서 서우진을 봤어." 포크를 움직이던 해령의 손끝이 허공에서 딱 멈추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찰나의 날카로운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서우진? 그... 고등학교 때 옥상에서 떨어졌던 그 빵셔틀 애 말하는 거야?" "응. 그 병원의 대표 원장이었어. 이름도, 얼굴도... 그 애랑 완전히 똑같았어." 서린은 어제 차가운 진료대 위에서 겪었던 그 지독한 공포와 수치심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 그날 옥상 난간에서 떨어져서... 죽었잖아. 병원 실려 가고 소식 끊겼을 때 우리 다 끝났다고 벌벌 떨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의사가 돼서 내 앞에 나타날 수가 있어?" 서린의 떨리는 음성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해령은 이내 피식 헛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저었다. "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세상에 이름 같고 얼굴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해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그때 그 자식은 4층 옥상에서 맨땅으로 곤두박질쳤어. 살아남았어도 평생 휠체어나 타고 다닐 불구가 됐겠지. 그런 애가 무슨 수로 의대에 가고 병원 원장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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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격렬했던 정사가 남긴 것은 탁하고 무거운 땀 냄새뿐이었다. 침대 헤드에 묶여 있던 검은 가죽 스트랩이 풀리고, 해린은 힘없이 늘어진 몸을 웅크린 채 젖은 시트 위로 무너져 내렸다. 우진은 상체를 일으켜 협탁 위에 놓인 담배 갑에서 개비 하나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의 부싯돌이 긁히며 찰칵하는 건조한 마찰음과 함께 푸른 불꽃이 일었다. 어둠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담뱃불 끝이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천장으로 흩어졌다. 해린 역시 붉게 물든 허벅지와 둔부를 매만지며 우진의 곁으로 슬금슬금 기어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우진이 말없이 건넨 라이터 불을 받아 문 해린이 가늘게 연기를 뿜어내며 그의 단단한 어깨에 뺨을 기댔다. "오빠, 오늘따라 유난히 다른 생각 하는 것 같아." 해린은 젖은 눈을 깜빡이며 우진의 가슴팍을 손가락 끝으로 간지럽히듯 쓸어내렸다. "나한테 온전히 집중 안 해주시면 나 서운한데... 아까 싸지도 않고... 내가 입으로 해줄까, 오빠?" 애교 섞인 해린의 콧소리와 유혹적인 손길에도 우진의 시선은 허공의 연기 속에 차갑게 멎어 있었다. 우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여자의 얼굴만이 맴돌고 있었다. 낮 동안 진료대 위에서 하얗게 질린 채 떨던 차서린.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터져 나오던 그 비명과, 수치심으로 물든 붉은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손가락을 조여오던 그 강한 압력과 진심으로 느끼던 쾌감. 우진을 찾아오는 불임 환자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녀들 대부분이 비슷한 치료를 받았다. 그의 치료법이 통상적인 산부인과에서 행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진의 치료를 통해 건강한 여성성을 회복하고 임신에 성공한 환자들이 많았다. 처음엔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통해 누명을 벗었다. 통상 불임 치료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임신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며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첫 치료에서 얼굴을 붉히다가 끝나거나 불편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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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십 년 전, 경기도 오산의 한 고등학교 옥상.녹슨 철문 너머로 텁텁한 담배 연기와 함께 천박하고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회색빛 시멘트 바닥 구석에 쭈그려 앉은 대여섯 명의 남녀 학생들은 교복 단추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채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그 무리의 가장 중심에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을 번뜩이는 열여덟 살의 차서린이 있었다.서린은 긴 다리를 꼰 채 교복 치마를 펄럭이며 침을 탁 뱉었다."아, 이 새끼 왜 이렇게 안 와? 빵 하나 사 오는데 몇 년이 걸리는 거야?""그러게. 다리몽둥이를 확 분질러 놔야 정신을 차리지."옆에 앉은 이해령이 낄낄거리며 담뱃재를 바닥에 털어냈다.철없는 일진들의 입에서는 거침없는 욕설과 조롱이 쉴 새 없이 오갔다.잠시 후.옥상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땀범벅이 된 마르고 왜소한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모습을 드러냈다.서우진이었다.우진의 품 안에는 매점에서 헐레벌떡 쓸어 담아 온 빵과 우유, 과자 봉지들이 안겨 있었다.우진이 옥상에 들어서자마자 일진 무리들은 굶주린 짐승처럼 우르르 달려들었다."야, 바나나우유 사 오랬더니 왜 딸기우유 사 왔어?""이거 완전 병신 아니야? 야, 과자 이리 내놔!"아이들은 우진의 품에서 빵과 과자를 거칠게 낚아채며 머리통을 툭툭 쥐어박았다.품이 텅 빈 우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옥상 그늘 아래에서 빵 봉지를 뜯고 있는 서린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두려움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지만, 우진은 간신히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저... 서린아. 돈은...? 나 오늘 문제집 사야 해서 그 돈 꼭 필요한데..."우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졌다."뭐?"서린은 먹던 빵을 우진의 얼굴을 향해 사납게 내던졌다.매서운 파열음과 함께 서린의 손바닥이 우진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고개가 꺾인 우진이 비틀거리자, 서린은 주먹을 쥐고 우진의 명치와 아랫배를 인정사정없이 가격했다."컥...!"우진이 배를 움켜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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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두 번째 삶을 얻어 눈을 떴을 때, 우진의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얗게 비어 있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비참한 과거를 지나왔는지에 대한 기억은 티끌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뇌리와 손끝에 선명하게 각인된 것은 인간의 몸을 꿰뚫어 보는 신비로울 만큼 정교하고 뛰어난 의술뿐이었다. 우진은 동탄의 중심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산부인과를 개원하고, 쉴 틈 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다. 원래의 그는 태생적으로 유약하고 다정하며 순한 성격이었다. 진료실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불임 환자들의 절박한 고통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정성과 체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냉혹한 세상은 그의 순수한 선의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통상적인 산부인과의 범주를 벗어난 그의 독자적인 심부 근육 이완 치료법은, 곧 돈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이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치료를 통해 얼어붙었던 기관을 회복하고도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성추행이라며 고소장을 들이미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더욱 우진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은 것은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병원 직원들과 간호사들의 잔인한 배신이었다. 그들은 환자 측의 회유와 돈에 매수되어, 법정에 서서 우진을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거짓 증언을 서슴지 않았다. '원장님이 환자의 신체를 희롱했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일했던 이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악의적인 거짓말 앞에서, 우진의 여리고 순수했던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몇 년에 걸친 피 말리는 법정 공방과 사회적 매장의 위기를 겪는 동안, 그의 따스했던 심장은 서서히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해갔다. 결국 압도적인 치료 성공률에 대한 임상 데이터와 과학적 입증을 통해 모든 소송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완벽하게 승소했지만, 상처 입은 영혼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인간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과 냉혹함만이 그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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