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멸정 사태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겨우 목숨 하나 건진 주제에 조용히 숨어 지내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이렇게 설치다니.”계획이란 언제나 변수가 있는 법이었다.원래 멸정 사태는 박민정을 시켜 예천우한테 미인계를 써서 옥패를 빼앗으려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용진성이 직접 예천우를 눈여겨 보고 있으니 이젠 대놓고 적대하는 상황으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어쩔 수 없이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이런 편이 더 낫다고 여겼다.괜히 세상 물정 모르는 박민정이 예천우에게 혹해 마음을 뺏기는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은서는 속이 뒤집힐 듯 분노로 치를 떨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어머니의 손을 살며시 잡아끌며 미소를 지었다.“엄마,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개는 짖으라고 있는 거니까요. 그냥 짖게 내버려둬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반드시 되찾아올 테니까요.”그러자 남궁은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자기 아들이 이미 육지 신선 경지의 절정에 오르지 못했다면 아마 두려움에 벌벌 떨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만큼은 담담한 예천우의 표정이 엄청 믿음직했다.그 순간 멸정 사태는 싸늘하게 소리쳤다.“죽고 싶어!”그녀는 손에 든 무기를 높이 휘두르자 엄청나게 강렬한 내력이 예천우를 향해 날아들었다.그 내공은 오로지 예천우만을 겨냥해 있었기에 한층 더 날카롭고 공간마저 뒤틀릴 듯 무시무시했다.손끝에서 내지른 한 방의 위력은 보는 이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예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그 파괴력에 아연실색했다.‘고작 한 번의 공격이 이 정도라니...’하지만 예천우의 곁에는 양박군이 있었다.상대가 용진성이 아닌 이 늙은 비구니라도 맞붙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던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서며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그에게는 어떤 강한 공격이 오든 주먹으로 받아내는 게 전부였다.“쾅!”그 순간 두 사람의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혔고 양박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멸정
예천우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절세 고수들의 존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세상에... 정말 전설이나 소문만 믿고 살아서는 안 되겠네.’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늘 청룡이 이 세상 최강의 고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청룡 전신이라는 존재조차 아무것도 아니었다.이 세상에 숨어 있는 강자들은 정말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들이었다.지금처럼 힘을 끝까지 끌어올려 놓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비참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함을 감추지 못했다.결연하게 입을 굳게 다문 예천우의 표정을 바라보며 예관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이젠 정말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때였다.장내에 천둥 같은 굉음이 울리더니 용진성의 몸이 다시 땅 위로 떨어졌고 얼굴에는 분노와 초조함이 가득했다.잠시뿐이었지만 분명 상처를 입은 게 틀림없었다.양박군 역시 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옷도 너덜너덜해지고 숨결도 조금 거칠었지만 어딘가 오히려 들떠 보였다.그의 두 눈에는 전투의 쾌감이 번뜩였다.“나랑 한 번 더 싸워!”그러나 용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싫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예천우를 손봐주기 위해서지 너랑 겨룰 생각은 없으니까.”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의 시선에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 경계와 불안이 어른거렸다.예천우의 수하가 이 정도라면 예천우의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스며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여전히 자신의 곁엔 옛 용왕과 독룡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게다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두 명의 절세 고수들 역시 과거의 사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들이었다.양박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듯 오히려 당당하게 웃으며 비아냥댔다.“뭐야 혹시 겁나서 도망치는 거야?”“겁? 네가? 나한테 겁을 줄 자격은 없어!”용진성은 더 이상 말로 시간을 끌지 않았고 곧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이제 이쯤 됐으면 더 숨지 말고 다들 나와
사실 양박군이 꼭 용진성을 이길 거란 보장은 없었다.하지만 반대로 용진성이라고 해서 양박군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을지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무엇보다 양박군은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독특한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그런 점에서 용진성 같은 압도적인 상대가 오히려 그의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연습 상대가 되는 셈이었다.“알겠습니다. 도련님.”양박군은 공손하게 대답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용진성을 정면으로 바라봤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는 이미 더는 할 말을 잃은 듯 조용해졌다.하지만 조금씩 그들은 어느샌가 예천우의 당당한 자신감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중요한 건 이상하리만치 그 자신감이 매번 실현했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과는 다를 거라고 대부분 속으로 생각했다.용진성은 분노로 눈을 치켜뜨며 외쳤다.“건방지고 무모하긴... 고작 저 어린놈 따위가 감히 나를 이길 생각을 한다니 참으로...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그러나 상대는 더는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용진성은 그 기세에 순간 놀랐지만 즉시 재빨리 응수할 수밖에 없었다.쿵!엄청난 충돌음이 저택을 뒤흔들었고 남궁 가문의 사람 중 몇몇은 충격에 귀와 코에서 피를 쏟았으며 심지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자도 나왔다.그 강렬한 충격파는 치명적이었다.반면 예씨 가문 쪽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다.직접적으로 그 힘을 느끼진 못했지만 두 사람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그 엄청난 풍경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예씨 가문의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분명 우리 쪽을 보이지 않게 지키는 고수가 있는 게 틀림없어... 아마도 두 명의 육지 신선 경지 고수들이겠지.’하지만 정작 그 모든 것은 예천우의 힘 덕분이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걸 해내고 있었다.용진성은 급히 첫 주먹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약간의 상처를 입었고
이 말이 떨어지자 남궁 가문의 사람들은 속으론 불만이 가득했지만 용진성의 명령을 거스를 용기는 아무에게도 없었다.예씨 가문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특히 예관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라도 누가 앞장서서 예천우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그러나 정작 예관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예천우가 설령 용진성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그의 성격상 그런 도덕적 압박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번엔 뜻밖에도 예시언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크게 외쳤다.“가주님, 저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예씨 가문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를 구해준 건 바로 가주님이셨습니다. 가주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예씨 가문은 이미 끝장이 났을 겁니다. 그러니 저희 예씨 가문 모두는 가주님과 생사를 함께 하겠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맞아요. 같이 죽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함께 생사를 하겠습니다.”“함께 싸우겠습니다.”뒤이어 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큰 소리로 외쳤고 이전까지 망설이던 이들까지 모두 굳은 결의로 가득 찼다.이쯤 되면 더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죽고 다시 태어나도 다시 멋지게 살아주면 그만이지.’흥분과 결의로 가득 찬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이성은 무뎌지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용진성은 싸늘한 표정으로 속으로 혀를 찼다.‘이 예천우란 놈... 겨우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렇게 모두의 신뢰를 얻다니... 보통내기가 아니군.’하지만 뭐가 어떻든 간에 결국 절대적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이 세상에서 자신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는 없으니 결국은 모든 걸 무릎 꿇게 할 자신이 있었다.예천우는 모두의 반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 중 누구도 죽지 않을 겁니다.”예씨 가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정말로 믿기엔 너무 절망적인 상
“조심해!”예관희는 그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의 생각에 예천우는 실력이 아직 종사 경지에 머무르고 있었고 종사 절정조차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예관희는 예천우가 저런 무시무시한 일격을 막아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힘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고 오히려 용진성이 뿜어내는 압도적 위력에 짓눌려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 순간 예관희의 마음은 깊은 후회와 절망으로 물들었다.‘차라리 천우를 돌아오게 하지 말걸... 내가, 내가 천우를 위험에 빠뜨린 거야.’이런 자책은 예씨 가문의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한 명 한 명 얼굴이 굳어졌다.‘이게 바로 육지 신선 경지의 절정 고수라는 건가.’단 한 번의 공격에 모두의 몸이 마치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안 돼!”예서우 역시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수년간 오빠의 가족을 찾아 헤매다가 이제 막 다시 만났는데 하필 이런 일이 닥치다니...하지만 그녀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자신의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만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하지만 바로 그때 절정의 위기를 뚫고 절정 노조와 정우찬이 양쪽에서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두 사람은 힘을 합쳐 용진성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섰다.“쾅!”두 힘이 맞부딪히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그 충격파에 공간이 찢어지고 저택 안이 한순간에 혼돈으로 변했다.부서진 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겨우 시야를 회복했다.지붕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집안 한가운데엔 깊은 웅덩이까지 생겼다.만약 현장에 고수들이 없었다면 그 엄청난 충격파와 강력한 여진만으로도 예씨 가문 사람들 대부분이 심각하게 다쳤을 것이다.그런데도 아무도 안도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모두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가주 곁을 지키던 두 명의 절대 고수와 절정 노조와 정우찬조차 용진성의 단 한 번의 공격에 크게 다쳐 여러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고 연달아 피를 토했다.평소엔
예천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예씨 가문과 남궁 가문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간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심지어 예관희조차 안절부절못하며 급하게 입을 열려던 찰나 정우찬이 순식간에 움직여 남궁서준을 단칼에 끝내버렸다.가엾게도 남궁서준은 용진성이 나타난 순간 자신의 목숨을 건졌다고 착각했지만 결국 그 어떤 구원도 받지 못한 채 처참히 생을 마감했다.“건방진 자식!”이 광경을 본 용진성은 분노에 차 눈이 뒤집힌 채 성큼성큼 예천우 앞으로 다가왔다.세상을 호령하던 그가 감히 자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남궁 가문의 사람을 죽인 예천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이 자식이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그 광경에 예관희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제 정말 끝이구나. 천우가 오늘 일을 너무 크게 벌였어. 예씨 가문도 이제 멸문을 피할 수 없게 되겠지.’용진성은 단순히 용국을 대표하는 무력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였다.‘휴... 결국 이 모든 게 다 내 우유부단함 때문이었어.’예관희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아까만 해도 남궁 가문과 적당하게 타협해서 계약을 맺고 이번 사태를 무난하게 넘길 수도 있었는데... 내가 조금만 더 결단력이 있게 행동했다면 이런 파국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하지만 이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예관희는 결연히 마음을 다잡았다.‘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어. 예전처럼 또다시 망설이다가 정환까지 희생시켰던 그날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어. 설령 모두가 이 자리에서 쓰러진다 해도... 천우만 살아남는다면 우리 예씨 가문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거야.’그때, 용진성이 성큼성큼 다가서며 강렬한 기운으로 예천우를 노려보았고 그의 시선에는 뚜렷한 경멸과 위압이 가득했다.“예천우,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이제 네 목숨은 끝난 줄 알아.”그는 초대 전신으로서 이미 은퇴한 뒤에도 온 용국과 세계의 수많은 인물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존재였다.심지어 각국 정상들도 그를 쉽게 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