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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Author: 종이워치
“참, 옆에 앉아 있던 여자들도 조사해. 만약 저 자식과 같이 다니는 사이라면 모두 잡아 와.”

남궁상민의 눈빛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비록 화면에서만 봤지만 두 여자의 아름다움은 그의 이상형이자 여신인 진나비보다 못지않은 정도였다. 물론 그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진나비가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

“알겠습니다!”

백지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

‘방금 화면에 나왔던 여자는 정말 아름다웠어. 사실 나도 탐내고 싶었는데 남궁상민이 저렇게 다 차지하려 하다니. 나한테는 국물 한 모금도 안 남겨줄 작정인가.’

하지만 백지훈은 남궁 가문의 도련님인 남궁상민의 뜻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한편, 진나비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예천우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천우 오빠, 공연 끝나고 야식이라도 함께 좀 먹을까요?”

예천우는 그녀의 진심 어린 감정을 느꼈지만 더 깊이 얽히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거절했다.

“아, 미안하지만 오늘 밤엔 일이 좀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 다음에 내가 살게.”

“아... 알겠어요.”

진나비는 강요하지 않았다. 예천우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거절의 뉘앙스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밤의 완벽한 듀오 무대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했다.

예천우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콘서트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뒤이어 진나비도 무대 아래로 내려왔고 그때 장미나가 다급히 물었다.

“나비 언니, 천우 오빠와 약속 잡았어요?”

진나비는 고개를 저었고 장미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남궁상민이 방금 관객석에 있었어요. 언니가 천우 오빠와 노래할 때 남궁상민의 표정이 아주 안 좋았어요.”

“정말? 설마 남궁상민이 천우 오빠를 원망하는 건 아니겠지?”

진나비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장미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진나비를 바라보았다.

‘지금 천우 오빠를 걱정할 때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데.’

더 이상 진나비와 말을 섞지 않기로 한 장미나는 서둘러 공연장을 나섰다.

그녀는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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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연이 살아 있는 한 조종석에 있는 놈이 먼저 폭탄을 터뜨릴 일은 없을 터였다.“도련님, 지금 혹시 시간을 끌면서 당신 동료가 조종석을 처리하길 기다리고 계신 건가요?”강수연은 담담하게 물었다.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빛엔 다시 미약한 희망이 깃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곧이어 차갑게 미소 지으며 그 희망을 꺾어버렸다.“그렇다면 정말 안타깝네요. 그런 생각은 전부 헛수고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그래?”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의심하는 듯이 흥미롭게 바라보며 되물었다. 애초에 그는 시간을 끌 생각이었기에 조금 더 떠들어도 나쁠 게 없었다.“못 믿으시겠어요? 그럼 제가 설명해 드리죠.”강수연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첫째,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도련님이 데리고 탑승한 사람은 옆에 있는 이 아름다운 분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어요. 둘째, 설령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내 동료는 조종석 안에 있고 그 문은 지금 굳게 잠겨 있으니까요. 외부에서 함부로 열고 들어갈 순 없어요.”그 말에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예상이 맞았네.”“맞았다 한들 어쩌겠어요? 제 동료는 아주 안전하게 조종석에 갇혀 있는걸요.”강수연의 입꼬리에 싸늘한 웃음이 감돌았다.“그리고 하나 더 알려드리자면 제 동료는 종사 초급의 고수예요. 이 정도의 고수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자는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른 이들밖에 없죠. 하지만 세상에 육지 신선이 얼마나 되겠어요? 더구나 도련님은 이번에 용도로 갈 때 육지 신선의 부하를 데려오지 않았을 테고 기껏해야 종사 경지의 고수 정도겠죠.”그녀의 분석에 예천우는 손뼉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대단하네. 역시 천변 여우답군. 정말 빈틈없이 치밀하게 준비했어.”주변 사람들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그 둘을 지켜봤다. 예천우의 침착한 태도에 놀라면서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더더욱 불안해졌다.“과찬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말한 건 도련님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셔서 모두가 살 수 있는

  • 용왕 귀환   제1441화

    “닥쳐!”승객들이 저마다 눈물을 흘리며 비굴하게 애원하는 모습을 보자 옆에 있던 선우서림이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정말 비겁하고 뻔뻔한 인간들이네! 너희들을 죽이겠다는 사람은 우리 도련님이 아니라 저 독한 여자잖아. 그런데 왜 자꾸 도련님께만 매달리는 거야? 그렇게 애걸할 거라면 차라리 저 여자에게 가서 해. 감히 여기서 도련님을 도덕적으로 협박하려고 들지 말고!”승객들은 선우서림의 질책에 얼굴이 빨개졌다가 하얘졌다가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두려웠다. 강수연은 진짜 사람을 죽일 것 같았고 상대적으로 예천우가 더 자비롭게 보였기 때문이다.어쩌면 그 점이 그들의 용기를 조금 더 키웠는지 누군가가 머뭇거리며 소리쳤다.“저 여자가 이러는 이유가 결국 도련님 손에 있는 그 옥패 때문이잖아요? 그것만 내주면 다들 살아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하면 당신의 목숨도 구하는 거라고요!”승무원 고유정도 급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덧붙였다.“맞아요. 도련님, 사람 하나 살리는 게 칠 층 탑을 쌓는 것보다 값지다는 말도 있잖아요. 제발 너무 잔인하게 굴지 말아 주세요.”“지금 이 비행기에는 이백 명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어요. 겨우 옥패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 목숨이 희생돼야 합니까? 목숨이 그렇게 값싼 건가요?”“만약 도련님이 진짜 사내답다면 빨리 옥패를 넘기고 모두를 살리세요. 그래야 당신도 사는 거 아닙니까?”“...”“뭐라고? 너희들은 정말 끝까지 뻔뻔하네!”선우서림은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승객들은 이제 아예 모든 걸 내려놓고 마구잡이로 예천우를 협박했고 심지어 승무원들까지 하나같이 그에게 책임을 돌리며 몰아붙였다.단 소하진만이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사실 소하진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저 당당하고 압도적인 예천우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그때 예천우가 고개를 살짝 흔들며 선우서림에게 말했다.“서림아, 진정해. 이런 쓰레

  • 용왕 귀환   제1440화

    그 말이 떨어지자 비행기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모두가 얼떨떨했다.‘저 여자한테 아직도 다른 수가 남았다는 건가?’그러나 예천우는 곧바로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 동료가 더 있고 너처럼 몸에 폭탄을 심은 놈이 있다는 거냐?”그 말에 모두가 숨을 삼켰고 사실 예천우는 이미 그렇게 예측했다.강수연이 이 정도 작전을 혼자서 벌였을 리가 없고 몸에 폭탄을 심는 일처럼 중요한 건 아무한테나 맡길 수는 없으니 그 동료 역시 핵심 인물일 것이다.그리고 그녀의 명령 없이는 절대 폭탄을 작동시킬 수 없는 상황일 거고 그렇지 않다면 그녀 자신도 매 순간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었다.그런데도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승객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역시... 똑똑하시네요. 역시 용왕님이셔!”강수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예 도련님, 기꺼이 알려드릴게요. 난 혼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제 동료들은 이미 이 비행기 안 곳곳에 숨어 있어요. 전부 승객으로 가장하고 탑승했죠.”그 말에 객실 안은 다시 한번 공포로 물들었다.‘이 많은 사람 중에 폭탄을 지닌 자들이 섞여 있었다고?’하지만 예천우는 비웃음만 지었다.“허풍은 그만 떨어. 너한테 동료는 몇 없고 그중에서도 폭탄을 지닌 놈은 딱 한 명뿐이야. 그리고 그놈은 지금 조종석에 있어.”예천우는 그 말을 하며 강수연의 표정을 예리하게 살폈고 동시에 강력한 정신력을 통해 그녀의 미세한 반응을 탐지했다.그리고 단번에 확신했다.‘역시 내 말이 맞았군.’그렇게 되면 일은 단번에 쉬워졌고 일단 조종석에 있는 놈과 눈앞의 강수연만 처리하면 상황은 끝이다.예천우는 그 즉시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전음을 사용해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는 바로 절정 노조였다.비록 절정 노조는 그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았지만 이 비행기를 함께 타고 있었기에 조종석까지 접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예천우는 조종석 내의 모든 인원을 단 1초 안에 의식을 잃게 하라고 명

  • 용왕 귀환   제1439화

    박민정은 예천우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마음 한편이 복잡했다.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자신은 신경조차 안 쓰고 선우서림만 챙기는 걸 생각하면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자신도 그 감정을 다잡았다. 생각해 보면 그건 자신이 욕심을 부린 탓이었다.어차피 선우서림은 예천우의 사람이었고 그녀는 아니었다.기내의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미 강수연이 두 사람을 가차 없이 죽인 장면을 봤기에 그녀라면 진짜로 다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강수연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예 도련님,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몰라도요. 만약 이 비행기가 정말 폭발한다면... 만 미터 상공에서 도련님이 정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그녀는 다시 한발 다가오며 덧붙였다.“게다가 한 사람을 더 데리고요.”예천우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일반적인 무술로는 당연히 불가능했고 육지 신선조차도 낙하 충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었다.그는 성종에서 전해 내려오는 성사리의 힘을 이용해 육지 신선의 경지조차 초월한 상태였기에 혼자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다.하지만 누군가를 데리고 떨어진다면 그건 조금 복잡한 문제였다.예천우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보이자 사람들은 안도했다.‘그럼 그렇지. 조금 전까지는 전혀 죽지 않는다고 우쭐대더니 결국 불가능한 거였군.’기장석 쪽에 서 있던 승무원 고유정도 그때를 틈타 조심스럽게 나섰다.“예 도련님, 저기... 이렇게까지 상황이 커진 이상 무리하게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 그냥 그 옥패라면... 얼마든지 우리가 돈을 모아 드릴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고유정을 냉정하게 쳐다보며 조용히 손을 들어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고 고유정은 얼굴이 하얘진 채 뒷걸음질 쳤다.예천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수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

  • 용왕 귀환   제1438화

    종사 후급의 경지에서 단 0.01초 안에 상대를 죽이거나 붙잡는 것도 아니고 의식을 완전히 잃게 만드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적어도 박민정이 보기엔 종사 경지에서 무술을 아무리 극한까지 연마해도 그런 기적 같은 속도는 도저히 불가능했다.더구나 상대는 같은 종사급이면서도 특유의 몸놀림과 회피력으로 악명이 높은 천변 여우 강수연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난 할 수 있어.”“푸하하. 예 도련님, 지금 저를 어린애쯤으로 보시는 건가요?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아세요?”그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에 강수연은 마침내 언성을 높였다.심지어 상대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선 인물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이미 예천우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함부로 다가가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명한은 그야말로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자신도 예씨 가문의 일원이기에 비록 방계라 할지라도 이 세상의 무공 서열과 실력 차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종사 후급의 무술은 최고 중의 최고였고 예씨 가문의 백호 전신 역시 그 경지에 도달했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그런 전설과 맞먹는 강자가 지금 이 눈앞에 있고 그런 자가 예천우의 목숨은 물론 기내 전원을 인질 삼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이미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게다가 그녀가 말한 심장이 멈추면 폭발하는 폭탄을 실제로 예천우에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스피드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니 이제 와서 생각하면 자신이 그런 사람과 싸우려고 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게다가 아까 그는 심지어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예천우한테 보복을 계획하고 있었다.‘정말 미련한 짓이네. 이제 와서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강수연의 조롱 섞인 물음에 예천우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쉽게 속일 상대는 아닌 거 알지.”“그럼 됐네요. 예 도련님, 이젠 옥패를 넘겨주시죠.”강수연은 속으로 시름을

  • 용왕 귀환   제1437화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박민정과 선우서림 등 일행 모두 마찬가지였다.그들 모두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절세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고 정신력 하나는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비록 박민정은 아직 육지 신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천야해각 출신으로서 정신과 영혼을 동시에 수련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육지 신선을 배출하는 초일류 문파에서 자란 이에게는 정신 공격쯤은 충분히 견뎌낼 자격이 있었다.“좋아. 말해봐.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예천우가 담담하게 물었다. 강수연이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협박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강수연은 그 말에 요염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서늘하고 독기가 서려 있었다.“예 도련님은 참으로 총명하시네요. 뭐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저 예 도련님과 곁의 여자들을 포함해서 이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의 목숨이 제 손에 달렸다는 것뿐이죠.”그녀의 말이 끝나자 기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하게 식었다.누구도 웃지 못했고 누군가는 이미 숨을 삼키고 있었다.만약 방금 그 잔혹한 살인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헛소리라며 웃고 넘겼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면 그녀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공포감이 기내를 조용히 파고들었다.고유정은 입술이 바짝 말라 혀를 한 번 훑었고 예명한조차 땀에 젖은 이마를 닦지도 못한 채 하얗게 질려 있었다.예천우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강수연을 찬찬히 바라보았다.“그래서?”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어떻게 모두를 끌고 죽겠다는 건데?”강수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사실 별로 복잡하지 않아요. 어떤 미친 과학자가 만든 최신형 폭탄이 하나 있어요.사람 몸속에 심어지고 심장 박동과 연동돼 있죠. 누군가 이 폭탄을 몸에 삽입하면 심장이 멈춘 순간 바로 폭발해요. 무서운 건 그 폭발력이... 비행기 반쪽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거죠.”그 말에 기내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었고 모두 안색

  • 용왕 귀환   제1436화

    강수연의 말투를 들은 예천우는 그녀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그래, 맞아.”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른손이 부드럽게 휘둘렸다.그러더니 단칼에 하은별의 목을 그어버렸고 핏줄이 터지며 그녀의 생명은 한순간에 끝이 났다.박민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여자가 대체 뭘 하려는지 더 지켜보기로 했다.하은별에게 별로 감정이 없던 것도 이유였다. 애초에 그녀는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강수연은 단숨에 두 명이나 죽였다.게다가 그 두 사람은 다 조금 전에 예천우를 곤경에 몰아넣으려 했던 인물들이었다.이런 장면을 목격한 예명한은 완전히 무너졌다.강수연의 시선이 자신에게 옮겨가는 게 느껴지는 순간 그는 숨이 막히는 듯 공포에 휩싸였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제발... 제발 죽이지 마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정말 뭐든 할게요...”그러곤 정신없이 예천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소리쳤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단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그러자 예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널 죽일지 말지는 저 여자의 선택이야. 난 널 어쩌지 않을 거고 그렇다고 널 위해 나서지도 않을 거야.”“안 돼요. 제발요. 도련님, 저를 살려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개가 되라면 개가 되고 노예가 되라면 노예가 될게요!”예명한은 울부짖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예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네 아버지 이름이 뭐야?”“예... 예승현입니다.”예명한은 더듬거리며 답했지만 속으로는 당황하고 있었다.‘왜 갑자기 아버지를 묻는 거지?’‘진짜... 이럴 줄이야.’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예명한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예승현이라는 이름은 확실히 기억에 있었다.그래도 집안 어르신이었고 특히 예웅남 쪽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예웅남과는 별다른 갈등이 없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

  • 용왕 귀환   제1435화

    예천우는 갑자기 일어난 천변 여우 강수연을 바라보며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눈치채고 있었다.애초에 강수연은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줄곧 예천우만을 노려보고 있었고 예천우는 그런 뻔한 시선을 모를 리가 없었다.다만 그녀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것인지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강수연은 매혹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 한 걸음씩 하위림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하위림의 턱을 들어 올렸고 하위림은 그녀의 치명적인 미모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했다.강수연은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나... 예뻐?”“예뻐요...”하위림은 멍하니 대답했다.“날 갖고 싶어?”“갖고 싶어요...”하위림은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답했고 강수연은 입가에 더욱 짙은 웃음을 띠며 속삭였다. “그러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면 날 가질 수 있어.”그 말이 떨어지자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 하나가 들려 있었고 자연스럽게 하위림의 손에 쥐어졌다.주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승무원들 역시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어떻게 무기를 비행기에 들고 들어올 수 있었단 말이야. 설마 진짜 저 말을 믿고 자살할 리는 없겠지.’하지만 모두의 믿기지 않는 시선 속에서 하위림은 잠시 갈등하는 듯 보이더니... 곧바로 단검을 들고 자기 가슴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안 돼!” 하은별이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단검은 정확히 심장을 꿰뚫었고 하위림은 비틀거리다 무너져 내렸다.극심한 고통에 휩싸인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창백해진 얼굴로 그는 간신히 소리쳤다.“살려줘... 살려줘...”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사실 이 시점에서는 구하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박민정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어릴 적부터 태상망정록을 수련해 온 그녀는 애초에 인간 감정에 무심했으며 방금 하은별이 자신들까지 끌어들였던 사실을 떠올리자 그런 인간

  • 용왕 귀환   제1434화

    예천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떨군 채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예명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그러자 하위림과 하은별 남매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다. 조금 전 예천우의 무자비함을 직접 본 터라 지금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살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특히 하은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다급히 외쳤다.“맞아요. 우리가 일부러 그쪽을 해치려고 한 거예요. 명한 오빠가 당신 옆에 있던 여자분들이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이런 일을 꾸몄어요. 당신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여자들 앞에서 본인의 위세를 뽐내서 결국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했던 거예요. 그러고는 다 명한 오빠 여자로 만들려 했던 거죠.”하은별은 폭로라기보단 거의 퍼붓듯 진실을 쏟아냈고 그 말에 예명한은 얼굴이 새까맣게 질렸다.그는 당장이라도 하은별을 붙잡아 목을 조르고 싶었다.‘설령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굳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더럽게 말해야 해? 게다가... 여자분들이라고 했어!’예명한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제발 저 자식이 못 들었어야 하는데...’하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예천우가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여자분들?”“그, 그게... 맞아요. 저쪽 두 분도요...”하은별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박민정과 소정을 가리켰다.“특히 저 여자분께서 아까 당신한테 말을 걸었잖아요. 그걸 보고 명한 오빠가 완전 화가 났어요. 어차피 이쪽 여자들은 다 명한 오빠가 찍어둔 사람들이었거든요. 당신이랑 관계가 좋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이런 짓을 한 거예요...”“...”이 말을 들은 예명한은 멘탈이 박살 났고 심지어 옆에 있던 하위림조차 벙찐 얼굴이었다. 그도 자기 여동생이 멍청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책 없을 줄은 몰랐다.박민정은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어졌고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옆을 돌아봤다.“소정아, 이제 알겠지?”소정은 난처한 얼굴을 하고 더듬거리며 변명했다.“저, 저 언니... 혹시 쟤가 무서워서 억지로 떠넘긴 거 아닐까요?”박민정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무서워서 억지로 떠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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