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폭발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강렬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마치 광폭한 파도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듯 거칠게 몰아쳤다.강대한 힘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공간이 찢겨 나가듯 균열이 생겼고 그 틈새가 언제라도 사람을 삼켜버릴 것처럼 아득한 공포를 자아냈다.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일제히 창백해졌다.“뒤로 물러나!”남궁은서의 날카로운 외침이 터졌고 곧바로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이끌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화간종의 원현주를 비롯한 무인들도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고 단순한 충격 여파조차도 엄청났다.뼛속까지 스며드는 위협감과 마치 생명의 끝이 코앞에 닥쳐온 듯한 압박감에 그들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후퇴했다.임우빈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두 명의 제자를 붙잡아 급히 물러서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양박군이 손을 휘둘러 두 사람을 단숨에 안전한 곳으로 날려 보냈다.‘괜히 데리고 왔어!’임우빈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한편, 정우찬을 따르는 절정 고수들 역시 발 빠르게 몸을 피했다.하지만 종사급 이상의 무인들만이 무사했을 뿐 나머지 고수들은 한순간에 전멸했다.수십 명의 무인들은 공중에서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고 바닥에 내팽개쳐지며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렸다.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이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두려운 건...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승패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격전이 펼쳐진 중심부는 마치 혼돈의 소용돌이에 삼켜진 듯한 형상이었기 때문이다.정말로 공간이 부르르 떨리고 균열이 점점 깊어지는 압도적인 위력이었다.그 순간.콰르릉!견고하던 전투장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거대한 암석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뿌연 먼지가 거세게 피어올랐다.심지어 성종의 본부 전체가 흔들렸다.궁전이 무너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대지가 요동쳤다.만약 진법이 그 충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이곳은 이미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강대한 진법조차 이 폭발적
남궁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꼭 쥐었다.‘내 아들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이것이 육지 신선의 경지라는 것인가.그 강대함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화간종의 원현주와 원성희 자매는 넋이 나간 채 예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의 눈빛에는 순전한 경외감과 동경이 가득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이토록 우아하면서도 절대적인 강함을 지닌 남자인 것 같았다.비록 얼굴이 평범하고 체격도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그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존재였다.그가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신비롭고 고결하며 경이로웠다.그들이 어찌 이런 남자를 우러러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그들은 지금껏 누구도 자신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정우찬조차도 그녀들의 눈에 차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이 남자는 달랐고 그녀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그 옆에서 월령 역시 감탄에 빠져 있었다.‘이게 진정한 남자지. 예전에는 용문의 용왕 같은 남자에게 감탄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자식은 단순한 무례한 건달에 불과했어. 진정한 남자는 이렇게 우아해야 하고 강해야 하고 초연해야 하지. 나도 나중에 결혼한다면... 이런 남자와 해야겠어.’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리고 선우서림의 시선은 누구보다도 강렬했다.‘이게 바로 내가 섬기는 진짜 주인님이지. 줄곧 모시고 싶은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따를 사람. 정말 너무 완벽해.’그는 그녀의 믿음을 배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반면, 패배를 맛본 절정종의 패자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들은 이번에는 완전히 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어쩌면 애초에 이길 기회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들은 마침내 양박군 같은 고수가 이 남자를 보고 주인이라고 부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충분히 양박군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사람들은 바닥에 누워있는 처참한 정우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절망감이 가득했고 전혀 눈앞에 벌어진 이 모든
정우찬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에는 충격과 절망이 교차했다.예천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그는 완전히 패배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눈 속에는 희미한 희망의 빛이 남아 있었다.그에게는 아직 마지막 비장의 패가 남아 있었다.아무리 예천우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 그는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진정한 초월자의 영역이었고 절대적인 경지였다.절정종에는 그 경지에 도달한 존재가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절정종의 마지막 희망 절정 노조였다.‘아직 끝나지 않았어...’정우찬은 속으로 되뇌었다.‘비록 지금 당장은 내가 완전히 패배했지만 절정 노조가 나선다면... 모든 것이 뒤집힐 수도 있어.’그가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었다.‘여 전주는 아직 육지 신선의 경지가 아니야.’그는 싸움을 끝낸 직후부터 계속 이 점을 생각하고 있었다.그가 직접 경험한 육지 신선의 기운은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심지어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힘이었으나 여 전주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그렇다면...그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는 절정 노조뿐이었다.정우찬은 입을 열려고 할 때 그보다 먼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먼저 나섰다.독박쥐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예천우한테 절을 하면서 공경하게 말했다.“여 전주님의 막강한 실력을 보았습니다. 독박쥐는 여 전주님이 성종 종주의 자리에 앉으시는 걸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그는 예천우 앞에 엎드리며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멍해졌다.‘뭐?’독박쥐는 분명 정우찬의 편이었고 지금까지도 예천우를 몰래 습격하려 했던 자였다.그런 그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모두는 깨달았다.'아, 저놈... 살려고 저러는 거구나.'처음부터 절정종이 이길 거라 믿고 정우찬에게 붙었지만 이제는 예천우가 성종을 장악할 것이 확실해지자 살기 위해 배를 갈아탄 것이다.하지만 독박쥐의 행동
결국 독박쥐는 이제 자신이 절정종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천우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적당한 핑계를 대고 먼저 손을 쓰려는 것이었다.“독박쥐!”정우찬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넌 정말로 염치도 없는 배신자구나. 두고 봐라. 네놈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야.”그의 음산한 시선이 독박쥐를 꿰뚫었다. 하지만 독박쥐가 대꾸할 틈도 없이 정우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너희 모두는 정말로 내가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그 한마디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특히 정우찬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은 순간적으로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설마... 아직도 뭔가 남아 있는 건가?’이제 정우찬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고 단 한 줌의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우환 또한 이미 완전히 폐인이 된 상황이었다.절정종이 아직 감춰둔 무언가가 있단 말인가?하지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혹시 거대한 폭약이라도 숨겨둔 걸까?하지만 이곳에 모인 모두는 최소한 종사급의 절정 고수들이었다. 설령 성전이 무너진다 해도 절정종의 제자들이 전멸할 뿐이지 이들까지 죽을 리는 없었다.이때,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겼다.‘정우찬이 믿는 비장의 카드가 뭐지?’그러나 곧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 절정종에는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가 한 명 있지.’예천우는 단번에 그 사실을 간파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강자는 이제 막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뿐 아직 완전히 경지를 공고히 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었다.‘겨우 그 정도로 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예천우는 조용히 속으로 웃었다.비록 자신도 이제 막 육지 신선의 경지에 들어선 상태였지만 그는 마도 사리의 힘을 통해 수많은 전대 고수들의 정수를 흡수하며 자신의 경지를 공고히 해왔다.즉 그 강자가 이제 막 신선의 문턱을 넘었다면 예천우는 이미 그 정점에 도달한 상태였다.게다가 이
그러자 독박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알 수 없는 공포가 심장을 조이며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대체 누구지?그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누구야. 당장 나와!”“크하하하...”음산하고 섬뜩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고 그 순간 독박쥐의 눈앞에서 검은 그림자가 불쑥 솟아났다.마치 허공에서 스스로 형체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림자는 천천히 형태를 갖추더니, 마침내 검은색 도포를 걸친 노인의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그 얼굴은 짙은 흑안개에 가려져 있어 정확한 형체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하하...”노인의 웃음소리는 점점 깊어졌다.그 순간 노인의 손이 섬광처럼 뻗었고 독박쥐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크흑...”독박쥐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단순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고 그의 온몸이 무형의 강대한 힘으로 완전히 봉쇄된 상태였다.도망칠 수도 없고 반격조차 불가능했다.자신은 종사급 고수라 자부했건만 이 노인의 손길 한 번에 완전히 무력해졌다.그는 절망이 밀려왔고 숨이 막혔다.“종, 종주님...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절박한 눈빛으로 그는 예천우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그가 부르는 종주님은 더 이상 정우찬이 아닌 예천우였다.하지만... 예천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의 눈빛에는 어떠한 동정심도 없었고 이미 예천우에게 있어 독박쥐는 살아 있을 이유가 없는 존재였다.그 순간 노인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크흑...”우드득!독박쥐의 목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의 목뼈가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지며 머리가 힘없이 휘청거렸다.휙!절정종의 최고 고수 중 한 명이었던 독박쥐는 한번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노인의 손에서 처참하게 내던져졌다.죽은 독박쥐의 시신이 바닥에 나뒹굴자 주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제껏 독박쥐의 간사함을 증오하던 사람들조차 그의 죽음이 너무도 가볍게 이루어진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한순간에... 그것도 너무나 손쉽게 말이다.그것이 바로 절정종의
정우찬을 꾸짖고 난 절정 노조는 마침내 천천히 시선을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꼬맹아, 네가 이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솔직히 좀 놀랍군. 하지만 운이 없었어. 오늘 너는 나를 만났으니 결국 여기서 목숨을 잃게 될 거야.”그의 음산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퍼지자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허세 좀 그만 부려!”그때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듯 터지며 한 사람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솟구쳤다.“주인님을 해치려면 먼저 날 넘어야 할 거야.”그 사람은 양박군이었다.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려 절정 노조 앞을 막아섰다.상대가 누구든 그가 얼마나 강하든 주인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더군다나 이 노인은 분명 엄청난 위력을 지닌 존재였다.그조차도 몸이 본능적으로 경계를 세우며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더욱 먼저 내가 상대해야 해.’양박군은 눈을 번뜩이며 결의를 다졌다.그가 먼저 맞서 싸워야 예천우가 상대의 힘을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그러나 절정 노조는 그를 마주 보며 냉소를 흘렸다.“너 따위가 나를 상대해 보겠다고?”그의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차라리 네 주인이라면 몇 번이나마 막아낼 수 있겠지만 너는 상대조차 안 될걸.”그 말에 원현주와 화간종 고수들은 얼굴이 굳어졌다.그들은 이미 절정 노조의 강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압도적인 존재라면 희망은 있는 걸까?그가 언급한 육지 신선의 경지는 정말 단순한 추측이었을까?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절정 노조는 허공에 떠 있었고 그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그 모습은 마치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적인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그 순간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설마... 진짜 육지 신선의 경지란 말인가?’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모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렇다면 이제 승산은 전
완전히 압도당했다.그야말로 완벽한 압살이었다.만약 양박군의 몸이 이렇게까지 단단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이 정도 버티다니... 네 몸도 정말 강하군.”절정 노조의 눈빛에 미묘한 놀라움이 스쳤다. 그러나 그의 말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하지만 널 상대하는 동안 난 겨우 절반 힘만 썼을 뿐이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우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노조님은 정말 강합니다. 노조님은 천하무적입니다!”그동안 정우찬과 절정종의 고수들은 끊임없이 눌려왔고 패배를 거듭하며 끝없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답답함과 분노가 말끔히 사라졌다.그들이 한때 무적이라고 믿었던 양박군조차 절정 노조 앞에서는 완전히 유린당했다.아무리 강해진다 한들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절정종의 문파 사람들이 흥분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들 역시 하나둘씩 소리를 질렀다.“노조님은 천하무적이야!”“노조님께서 이겼어!”절정 노조가 있는 한 이곳에서는 누구도 감히 저항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여 전주?양박군?그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결국은 무의미했다.반면 화간종과 영종의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몇몇은 이미 얼굴이 창백해졌고 어떤 이들은 입술을 깨물며 이를 악물었다.원현주와 원성희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들은 이제야 깨달았다.절정종이 감춘 카드가 이렇게까지 끔찍할 줄이야.‘이제 끝이야.’이제 화간종은 절정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저 허무할 뿐이었다.원성희의 표정도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녀는 늘 자신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라 믿어 왔다.그러나 오늘 이곳에서 예천우와 양박군의 싸움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닫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그렇다면 예천우조차
양박군의 강렬한 기세는 상처를 입기 전과 비교해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결사대 같은 분위기였다.“그래. 막을 수 없어도 막아야지. 내 공격도 받아 봐.”그 순간 또 다른 한 사람이 거침없이 뛰어 내려왔다. 그가 바로 임우빈이었다.양박군의 옆에 착지한 그는 온몸에서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며 굳은 결의를 보였다.그는 비록 종사 중급의 경지에 불과했지만 그의 눈빛은 한없이 단단했고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전주님, 어서 떠나십시오. 전주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임우빈의 입술이 살짝 떨렸으나 그의 눈빛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오늘 전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제게는 더없는 영광입니다! 다음 생에도 반드시 전주님의 부하가 되겠습니다.”“우리도 함께하겠습니다!”임우빈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라전의 두 대왕 역시 뛰어내렸다.그들은 자신들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순식간에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꺼이 그 길을 선택했다.자신들의 전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나도!”굵직한 목소리가 들리며 또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그 사람은 바로 당만수였다.그의 몸에서 분출되는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 폭발했고 종사 절정의 강대한 기운이 모든 이들의 피부를 찌르듯 감쌌다.당만수의 눈빛은 이글거렸다.언제부턴가 그는 양박군을 단순한 후배가 아니라 자기 아들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그리고 예천우는 자신이 평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인물이고 자신의 우상이자 은인이었다.눈앞에서 양박군이 온몸을 던져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도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다.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순간적인 충동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한 번 사는 인생이니 진정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끝낼 수 없어. 이왕 사는 거 제대로 살아야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