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웅남이 자기 친아버지인 예 어르신을 해치려 한다고?’예천우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하지만 지금의 예씨 가문은 이미 사방에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균열은 깊고 넓게 퍼져 있었다.‘좋아. 그럼 며칠만 더 기다려보자.’‘그 틈에 기어 나올 자들이 더 있을 거야. 한 놈도 빠짐없이 죄다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예씨 가문에 맑은 하늘을 되찾아주자.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사부님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그것도 지켜봐야 해.’ 지금 이 시점에서조차 가벼운 의심이 예천우의 마음 한구석에서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시간이 좀 남자 예천우는 문득 마두석이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니 마두석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바로 조사 지시를 내렸다.‘참, 이신향이랑 유사라가 백성 그룹에 다니고 있었지. 차라리 둘을 불러내어 백성그룹의 내부 사정을 좀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예천우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유사라에게 전화를 걸까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서 괜히 오해 살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예천우는 이신향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이신향과 유사라는 최근 회사 내부 인사에 변화가 생길 거라 기대하며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던 그녀들이었지만 여전히 마 대표는 건재했고 나머지 간부들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들은 실망감이 컸다. 다만 오늘은 유난히 시비를 걸어오던 도성욱이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가 바뀌는 와중에 움직이기 조심스러운 걸지도 모른다.오후가 되자 이신향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곧장 전화를 받았다.“천우 씨!”“네. 지금 회사에 있어요?”“네. 근데 통화는 괜찮아요.”“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면 신향 씨랑 사라 씨 좀 봐요. 제가 저녁 살게요.”“좋아요. 꼭 시간 낼게요.”“몇 시에 퇴근해요?”“6시요.”“좋아요. 그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고 이신향과 유사라는 회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 도성욱이 수를 써서 퇴근을 막는 건 아닐지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웬일인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그때 마침 예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끊은 이신향이 유사라에게 물었다.“사라 씨, 바로 짐 챙겨서 도망갈까요? 아니면 우선 천우 씨 약속부터 갈까?”유사라는 잠깐 망설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미룰 수도 있었겠지만 예천우와 저녁을 먹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일단 약속 먼저 가요. 밤에 도망치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니까요.”“그래요. 사라 씨 말이 맞아요.”이신향은 고개를 끄덕였고 당부하듯 말했다.“근데 우리 일은 천우 씨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요.”“알아요. 여긴 성도고 천우 씨도 만능은 아니잖아요. 괜히 천우 씨한테까지 짐 지우지 말자고요.”이신향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결심을 굳힌 두 사람은 길가로 나와 조금 걷자 곧 예천우의 차가 시야에 들어왔다.예천우 역시 그녀들을 발견했다.두 사람 모두 흰 셔츠에 타이트한 H라인 스커트를 입은 정장 차림이었고 그 미끈한 몸매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가늘고 긴 다리, 드러난 하얀 피부까지.그냥 스쳐 지나가도 누구든 한 번쯤은 돌아볼 만큼 눈에 띄는 외모였다.하지만 예천우는 무르지 않았다. 그 정도 외모는 이미 익숙했고 마음이 쉽게 흔들릴 만큼 약하지도 않았다.두 사람이 차에 타자 그는 자연스럽게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어요?”두 사람은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근처 식당 하나를 말했고 그곳은 다행히 집 근처이기도 했다.취직하고 나서 바로 근처 원룸을 잡았기 때문에 돌아가기도 쉬웠다.예천우는 곧장 차를 돌려 그 장소로 향했고 도착해서 보니 그곳은 꽤 평범한 야외 포장마차 스타일의 고깃집이었다.예천우는 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두 여자의 외모가 워낙 눈에 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 않을
유사라는 예천우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고맙고 든든한 사람이라 해도 지금 그가 상대하게 될 상대는 동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백씨 집안이었다.그런 그를 이런 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정말 아무 일 없어요?”예천우는 그녀의 얼굴에 스친 미묘한 기색을 놓치지 않았고 곧 이신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신향 씨, 둘이 늘 붙어 다니잖아요. 신향 씨가 말해봐요.”이신향은 눈을 피하며 웃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천우 씨, 아까 그 얘기... 듣고 싶다던 건 뭔데요?”이신향은 아무렇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예천우는 잠시 두 여자의 태도를 살펴보다가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군.’특히 이신향은 역시 말 돌리는 솜씨는 유사라보다 한 수 위였다.**성격도 그렇고 임완유 쪽에서 꽤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기회 되면 얘를 내 회사 쪽 관리직으로 써도 괜찮겠는데... 아예 대표로 세워둘까?’예천우는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굴렸다.‘내가 꼭 직접 회사를 직접 운영할 필요는 없어. 돈이야 어차피 넘치니까.’“진짜 아무 일 없어요, 천우 씨.”“자. 그러면 오늘은 그냥 즐겁게 마시죠.” 유사라도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렸다.“정말 고마웠어요. 늘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요.”테이블 위에는 이미 시원한 맥주가 놓여 있었고 유사라는 잔을 들어 예천우에게 건넸다.“괜찮아요. 이런 거야 뭐 별거 없죠.” 예천우도 잔을 들어 가볍게 맞부딪쳤다. 다만 그는 살짝 한 모금만 마셨다.‘이 둘, 분명 뭔가 속이고 있는데... 일단은 넘어가 주자.’하지만 유사라는 그 한 잔을 단숨에 비웠다.이신향도 곧이어 잔을 들었고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또 한 잔 마셨다“이제 슬슬 얘기해 볼까?”예천우가 맥주를 내려놓으며 본론을 꺼냈다.“두 분은 원래 백성 그룹에 있었잖아요? 그쪽 상황 좀 얘기해 줘요.”“네?”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
이신향과 유사라는 여전히 백성 그룹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열을 올리고 있었고 그 말투엔 억눌린 분노와 좌절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들의 귓가에 익숙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이신향, 유사라. 너희 눈에 내가 그렇게도 더러운 놈으로 보이냐?”깜짝 놀란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정말로 도성욱이었다.그의 뒤에는 험상궂은 남자들이 몇 명 따라오고 있었고 그들 모두 하나같이 건들건들한 눈빛과 위협적인 몸짓을 하고 있었다.누가 봐도 평범한 인간들이 아니었다.이신향과 유사라의 얼굴이 순간 새하얘졌다.‘어떡해... 들켰어.’그녀들은 오늘 밤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전에 무사히 빠져나가야 한다고 마음먹었지만 도성욱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설령 우연히 마주친 거라 하더라도 조금 전 그가 들은 말만으로도 그가 그녀들을 놓아줄 리 없었다.도성욱은 두 여자의 겁먹은 얼굴을 보며 잔인하게 웃었다.“계속 욕할 거지?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진짜 내가 너희 하는 짓 모를 줄 알았냐?”이신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 선배님... 제가 좀 취해서요. 혹시 실수한 게 있었다면... 정말 죄송해요.”“이신향. 내가 너를 좋아하긴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병신인 줄 알아? 너희 오늘 밤 도망가려는 건 다 알고 있었어.”그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지금 당장 나랑 같이 가. 그게 싫으면 너희 인생은 여기서 끝날 줄 알아.”말끝을 흐리며 웃는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악마 같았다.이신향은 얼굴이 더 창백해졌지만 옆에 있는 유사라를 스치듯 바라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좋아요. 저 혼자 따라갈게요. 사라 씨는 아무 죄 없어요. 그리고 이 자리는... 저희가 마련한 것도 아니었고요. 저 사람까지 엮지 마세요.”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한 명이라도 건져내는 것이었다.이 자리에서 유사라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도성욱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정장의 사내 두 명이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사람을 때리는 일이라면 자신 있다는 듯 눈빛엔 흥분까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이런 짓을 즐기는 자들이었다.예천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 정말 제대로 힘을 쓰면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저들을 박살 낼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그런 모습을 보이긴 곤란했다.그런데도 자신에게 맞서려는 예천우의 태도에 두 사내는 더욱 자극받은 듯 주먹을 불끈 쥐고 거칠게 달려들었다.“팍! 팍!”두 번의 묵직한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예천우는 손을 슬쩍 휘두른 것뿐이었는데 두 사내는 마치 장난감처럼 허공을 돌며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그들은 뼈가 으스러진 듯 몸을 움켜쥐며 바닥에서 끙끙대고 있었다.도성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무... 무술이라도 하는 거야?”그의 표정은 당황을 넘어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다.“그러니까 그렇게 깝치더니 뭔가 있었던 거군. 그래도...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날 상대하려 해?”그는 비웃듯 말했지만 음울하게 떨리는 눈빛은 그 말과 정반대였다.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내가 지금 쓰는 건 육체 수준조차 아닌데.’도성욱의 말도 안 되는 허세에 예천우는 더는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오늘 넌 끝장이야. 너희들 모두 한꺼번에 덤벼. 저 자식을 죽이라고!” 도성욱은 고래고래 소리치자 그 뒤에 있던 건달들이 다시 한번 우르르 달려들었다.하지만 그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유연하게 움직이며 모두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심지어 나무 의자를 들고 달려든 두 명은 손에 들고 있던 의자까지 박살이 나고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했다.남은 자들은 그 모습을 본 순간 바로 땅에 엎드려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상대가 도저히 싸워 이길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그렇게 식당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그 자리에 남은 건 도성욱 한 명뿐이었다.주변 사람들은 충격에 말
이신향과 유사라는 여전히 얼굴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방금 전 예천우가 도성욱의 다리를 박살 내는 걸 보고는 솔직히 그를 말리고 싶기도 했다.하지만 곧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이제 와서 뭐 어쩌겠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막아봤자 무슨 소용이야.’ 도성욱 같은 인간은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한테는 꼬리를 내리지만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질이었다.그러니 지금 그를 봐주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었다.역시나 비틀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도성욱은 예천우를 향해 살벌한 증오심을 드러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되뇌었다.‘오늘 이 굴욕... 반드시 갚아줄 거야. 기다려라, 반드시 채 대표님께 보고해서, 너를 갈아버릴 거야. 그땐 네가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 못 하게 만들어줄 거야.’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였다.방금 전의 광경은 누구에게도 상상 이상이었고 지금은 누가 감히 소리 한 번 낼 수 없었다.‘저 사람... 평범해 보였는데... 진짜 무서운 사람이었네.’ 그렇다고 해도 맞은 쪽도 솔직히 딱히 동정할 대상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 인간들 생김새부터 수상했고 하는 짓도 폭력 그 자체였다.“뭐해. 다 들었으면 이제 그만들 일어나. 꺼져.”예천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식당 안을 울리자 사람들은 도성욱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이신향과 유사라를 안전하게 두려면 진짜 상대해야 할 건 이 자의 뒤에 있는 세력들이었다.그러자 건달 무리는 벌떡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멈춰.”예천우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들은 벌벌 떨며 돌아섰고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도성욱한테 끌려온 것뿐이고요...”“됐고. 그딴 변명 들을 생각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돌리며 도성욱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이 쓰레기는 너희들이 데리고 나가. 눈앞에서 안 보이게.”“예,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이신향과 유사라는 백성 그룹과 흑호파의 악명에 대해 너무 많이 들었다.자연히 백씨 가문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그녀들은 번갈아 가며 말을 쏟아냈고,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말에 예천우는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겨우 타이밍을 잡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자, 다 말했어요?”두 사람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백씨 가문 따위로는 절 어떻게 못 해요.”원래는 아예 백성 그룹이 자기 소유라는 말까지 하려다 말았다.이곳은 사람도 많고 흑호파와 백성 그룹의 평판도 좋지 않기에 굳이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그 말투는 마치 백씨 가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고 이신향과 유사라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역시 우리 걱정할까 봐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그녀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됐어요.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말고 그냥 먹고 마셔요.”예천우는 아까 자리에서 일어난 것도 혹시나 싸움으로 가게를 망칠까봐 걱정했다고 설명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포장마차의 주인인 중년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저기 손님... 아까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들으니까 전화하면서 무슨 사람을 부르네 어쩌네 하던데... 어서 자리를 뜨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들은 이신향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니까요. 천우 씨, 우리 이만 일어나요.”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러곤 예천우는 아주머니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저희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히려 우리가 나가버리면 그놈들이 여기 와서 괜히 사장님께 화풀이할 수도 있잖아요. 저희 때문에 피해 보시면 안 되죠.”그 말에 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없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이신향은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천우 씨,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그럼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예천우는 황당하면서도 난감한 표정으로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술을 못 마시게 해야 했는데...’그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사라가 잔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천우 씨, 사실... 나 예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기회가 없었어요.”예천우는 그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유사라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얼핏 감이 왔다.“그러면 그냥 말하지 마요.” 그는 조심스럽게 막아보려 했다.“안 돼요. 오늘은 꼭 말해야 해요.” 유사라는 눈이 붉어진 채 진심을 담아 말했다.“오늘 아니면 평생 말 못 할 것 같으니까요...”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천우 씨, 나... 천우 씨를 좋아했어요. 아니, 지금도 좋아해요. 아주 많이... 너무 많이요...”“처음 천우 씨랑 같이 채무 수금하러 갔을 때 차분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던 모습에 완전히 반했어요. 그 이후로도 계속 저를 도와주고 지켜주고...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자꾸 커졌어요.”“근데... 천우 씨는 제가 천우 씨를 좋아하는 거 한 번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고백하려고 마음먹은 날도 있었는데... 항상 겁이 나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천우 씨랑 임완유 대표님이... 사귄다는 걸 알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죠. 그때부터 아,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난... 감히 그 사이에 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잊으려고 했어요. 그냥 포기하자고. 그런데 안 되더라고요. 너무 좋아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차라리 평생 혼자일지언정 천우 씨를 포기하느니 그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게 잘못된 거라는 거 알아요. 두 분 사이에 끼어드는 거니까. 그래서 감히 천우 씨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멈출 순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림자처럼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누군가 몰래 사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