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진나비도 흑룡회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말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흑룡회는 지금 거의 대놓고 나서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이미 다른 사업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혜선은 예천우가 흑룡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줄 알고 말했다.“흑룡회가 천해 시에서 어떤 존재인 걸 모르고 있었나 봐. 흑룡회 회장이 바로 용등상회의 양회장이야. 천해 시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지. 네가 흑룡회는 모른다 해도 용등상회는 들어 보았을 거잖아. 천해 시에 내놓으라 하는 회장님들이 다 용등상회에 있어.”그녀는 말한 후에 예천우가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예천우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확실히 놀랄 필요도 없었기에 그는 여유가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어머. 그래? 정말 대단하군.”“당연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 당장 이 남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혹시 여기서 살아서 떠날 수 있을지도 몰라.”조혜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흑룡회를 건드렸는데. 계속 건드려야지 뭐 어쩌겠어.”예천우는 말이 끝나자마자 조혜선의 뺨을 호되게 때렸다. 뺨을 맞은 조혜선은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졌고 머리가 어지러웠다.너무 뜻밖으로 벌어진 일이여서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이건 진나비의 몫이야.”예천우는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오른쪽 뺨을 또 때렸다.조혜서은 휘청거리며 몇 바퀴 돌더니 방향감을 잃고 땅에 넘어졌다.예천우가 그나마 사정을 봐주지 않았더라면 조혜선은 이미 그 자리에 쓰러졌을 것이다.“이건 네가 미련해서 때린 거야. 변태적인 여자는 봤지만 너 같은 사람은 처음 봐. 입만 열면 사람을 죽일 궁리나 하고.”예천우의 화난 모습을 본 그들은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예천우는 전혀 도리를 따지지 않고 사람을 때렸고 심지어 그들보다 더 사나웠다. 그래서 그들은 예천우가 자기들보다 더 건달처럼 느껴졌다.진나비는 그때 이미
“아주 간단해. 흑룡회 사람들이라면서? 이렇게 하자. 지금 너희 회장님한테 전화해서 날 상대하러 오라고 해.”“뭐라고요?”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모두 멍해졌다.장나미도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천우 씨, 흑룡회는 정말 대단하니 절대로 그들을 얕보아서는 안 돼요. 심지어 천해 시에서 누구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해요.”“제가 흑룡회를 무시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일은 끝을 봐야 하잖아요. 저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면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요. 차라리 흑룡회 회장을 상대해서 해결하는 게 어쩌면 더 나을 수 있어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들은 건방진 사람은 많이 보아왔으나 예천우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 보았다.그들도 사실 흑룡회 사람들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들은 흑룡회 안에서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그들 중에 이도한이라 불리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지금 예천우의 담담한 모습을 보자 자신들이 어쩌면 건들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직감이 들었다.“전화해서 회장을 모셔 오라니깐.”예천우는 그들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자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러자 이도한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예천우 씨, 죄송합니다. 우리는 사실 흑룡회 사람들도 아니고 큰 인물도 몰라요. 제발 저희에게 기회를 주세요. 한 번만 살려 주세요.”예천우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다 짝퉁들이었구나. 나도 뭔가 수상했어. 양대복 그 자식은 분명히 이미 흑룡회 사람들에게 날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 두었을 텐데.”‘뭐라고?’예천우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이 놀라서 멍해졌다. 그들은 전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양대복, 얼마나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는 심지어 그냥 이름 세 글자를 부르며 심지어 양대복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게다가 양대복도 흑룡회가 그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신신당부까지 할 정도로 그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잠깐.’이도한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무서워서 몸을 떨었다.그는 자신의 한 흑룡회
“도한 형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설마 저 자식의 헛소리를 믿으세요? 신과 같은 양 회장님께서 저런 자식을 두려워할 것 같아요?”그러자 조혜선도 덩달아 말했다.“그래. 분명히 저 자식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있는 거야.”“아가리를 닥쳐! 조혜선, 너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예천우 씨를 건드렸겠어! 기다려. 오늘 내가 살아서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도한은 조혜선을 욕한 후 바로 예천우게게 말했다.“천우 씨, 제발요. 너그럽게 저희를 용서해 주고 목숨만 살려주세요. 너희 둘은 거기서 뭐 해. 빨리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그의 두 동생은 이도한을 많이 믿고 따랐기에 그가 이 정도로 말하자 어쩔 수 없이 함께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때리면서 용서를 빌었다.예천우는 그들의 이런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좋아. 그래도 눈치 하나는 빠른 것 같으니 이번 일은 내가 용서할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 감사합니다.”이도한은 그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서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비록 아까 예천우한테 맞았지만 한참이 지났기에 그들은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래서는 그들은 조혜선은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재빨리 이곳을 떠났다.조혜선이 어떻게 되든 그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심지어 조혜선이 뒤에서 그들을 계속 불렀지만 누구도 고개 한번 돌리지 않았다.이도한은 호텔을 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방금 너무 찌질한 것 같았지?”“아니, 아니에요. 도한 형님은 방금 아주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고 봐요. 우리가 이제 사람을 더 끌어모아서 복수하면 돼요.”“복수? 너희들이 죽고 싶다면 스스로 해. 날 끌어들이지 말고.”이도한은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은 정말 무서운 존재야.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양회장도 그를 아주 두려워할 정도로 말이지.”“네? 도한 형님, 그건 아까 그 자식이 잘난 척한 거였잖아요. 설마 정말로 그 자식의 말을 믿
그 말을 들은 조혜선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저 자식들에게는 사람을 부를 기회를 주더니, 내가 두려워서 그런 말을 감히 나한테는 못하는 거야?”“살려고 애쓰고 있네.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다 허락할게. 이제 전화 해봐. 네가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다 불러 모아 봐.”“진심이야?”조혜선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진나비가 그 말을 듣자마자 말했다.“안 돼요! 저는 천우 씨가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조혜선은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지금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면 천우 씨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전 그까짓 사람들이 전혀 두렵지 않아요.”“천우 씨...”“걱정하지 마세요. 조혜선이 뭐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빨리 전화해.”“그래.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조혜선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때 마침 예천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소문하 였다.‘이제 불과 몇 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문하가 벌써 뭔가 알아낸 걸까?’“여보세요, 문하야.”“천우 형님. 제 부하들이 이미 증거를 찾았어요. 이번 일은 바로 려성한이 저지른 짓이에요.”소문하도 단도직입 적으로 말했다.“려성한이 꾸민 짓이라는 걸 증명할수 할 수 있어?”“네. 증거가 확실해요. 그리고 그 외에도 임연 그룹의 전 주주 2명도 이번 일에 참여했어요.”소문하는 확신에 찬듯 고개를 끄덕이었다.“허허. 죽고 싶은 자가 한 사람 뿐이 아니었군. 이렇게 하자. 네가 소씨 집안의 세력을 이용해서 인터넷에서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을 좀 찾아줘. 그들이 감히 내 여자에게 그렇게 함부로 욕을 하다니. 본때를 보여줘서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할꺼야.”“네!”소문하는 전화를 끊고 즉시 예천우의 말대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그때 아무도 조혜선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안색이 크게 변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 원인은 방금 그녀가 조금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방금 예천
“그래. 소문하랑 아는 사이야?”예천우는 살짝 놀랐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을 들은 조혜선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소문하마저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사실 그녀는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어쩐지 방금 예천우는 양대복도 안중에 두지 않았고 양회장도 흑룡회 사람들을 보고 예천우를 건드려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문하마저 예천우에게 이토록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자 이 모든 게 어쩌면 전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조혜선은 마침내 예천우가 왜 계속 두려운 게 없이 여유가 넘쳤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오히려 잘난체했고 쉽게 예천우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망상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겁에 질려서 몸을 떨고 있는 조혜선의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진나비와 장미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들도 예천우가 전화를 한 후에 넋이 나간 조혜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천우 씨가 통화한 내용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 소문하라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그녀들은 소문하라는 사람을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예... 예천우 씨, 죄송해요. 제가...”그 순간 조혜선은 예천우를 부르는 호칭마저 바뀌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는 고개를 내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넌 이미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 걸 알아차렸네.”“네. 네. 죄송해요. 다 제 잘못...”“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어. 나한테는 크게 미안할 게 없지만 넌 그녀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입혔어.”예천우는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비 씨, 조혜선은 나비 씨와 나미 씨께 맡길게요. 원하는 대로 처리하세요.”그 말이 나오자 조혜선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예전에 진나비에게 미친 짓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진나비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은 죽임을 당할 것만 같았다.진나비와 장미나는 완전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 일어난 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조혜선의 배후에 큰 인물이 있을까
장미나는 지금이 바로 복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진나비는 비록 때리지 않았지만 평소에 자기 얼굴을 가장 신경 쓰던 조혜선이 맞아서 퉁퉁 부은 것을 보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바로 그때 장미나가 갑자기 말했다.“조혜선, 묻고 싶은 게 있어. 사실대로 말해 줘.”그녀는 말하고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예천우 씨, 절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어리둥절한 예천우가 대답했다.“물론이죠. 안심하세요. 미나 씨가 어떤 질문을 하든 제가 진실한 답만 말하도록 할게요.”“좋아요. 천우 씨, 고마워요.”장미나는 예천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조혜선, 그때 나비 언니의 얼굴을 망가뜨린 화재는... 네가 한 짓이야?”그 말을 듣자 조혜선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이건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비밀이었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장미나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진나비도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급변했다. 진나비는 여태까지 그것이 단지 사고일뿐 누군가가 수작을 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급하게 물었다.“미나야, 그게 무슨 뜻이야? 왜 그런 질문을 해?”그녀는 원래 장미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급한 어조로 물었다.왜냐하면 그 당시 뜻밖의 화재로 그녀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었다.장미나는 여태까지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단서를 보면 그건 분명히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고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었다.그 당시에는 정말 전혀 조혜선을 의심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혜선이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진정을 되찾은 조혜선은 즉시 말했다.“아니에요. 전 그런 적이 없어요!”‘조혜선이 아니었구나!’진나비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누군가가 한 짓이라면 그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이 미울 것이다.그 당시 화재 때문에 최고의
이 장면을 본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조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자신을 봐봐.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지금 그 순간 사악하고 모질던 조혜선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진나비의 요구하에 조혜선은 그 당시의 경과를 말했다.“내가 그 재벌들과 술 마시러 가기 싫다고 한 게 그리 큰 죄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조혜선, 난 너한테 잘해줬잖아.”화재의 이유를 들은 진나비는 다시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았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때는 제가 화가 났어요. 나비 씨가 저를 거절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저도 곤란한 처지였어요. 심지어 이 일 때문에 나비 씨가 저를 욕했어요.”조혜선도 억울한 표정이었다.“오히려 네가 지금 도리를 따져?”장나미는 화가 나서 또 심하게 욕을 한바탕 퍼부은 후에야 다시 돌아가서 진나비를 위로했다. 어찌 됐든 지금은 예천우가 그녀를 치료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진나비는 진정을 되찾았다.그때 예천우가 물었다.“나비 씨, 이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일단 조혜선한테 뜯겼던 돈을 다 돌려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됐어요. 경찰에 신고해서 법으로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합시다.”이미 예천우의 도움을 충분히 많이 받았기에 진나비는 더 이상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조혜선은 아까 이미 자기에게 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이 일은 제가 처리해 줄게요.”예천우는 즉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혜선은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죄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그녀는 진나비에게 끝까지 달라붙어서 괴롭힌 게 가장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이곳에서 예천우를 만나지도 않았을 거고 이런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경찰이 조혜선을 데리고 가자 진나비는 다시 예천우를 향해 말했다.“천우 씨, 정말 고마워요. 천우 씨 덕분에 과거의 진실도 알 수
“맞아요. 그때 교토의 한 피부과 명의도 그렇게 말했어요. 이 모든 게 다 조혜선 탓이에요.”진나비는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조혜선의 말을 듣지 않고 제대로 된 의사를 찾았더라면 진작 치료했을 수도 있었다.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었다.“치료하는 건 문제가 아닐 거야. 하지만 나를 정말 도와준다면 다시 대중의 시선에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가요계에 복귀할 생각이 있어?”“복귀?”진나비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제가 정말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물론이지. 게다가 실력만 있으면 예전보다 훨씬 강한 모습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어.”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진나비는 멍해졌다. 원래 그녀의 마음속에는 얼굴 흉터만 고칠 수 있으면 충분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의 원래 생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그녀도 사실 복귀할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예전의 시끄러운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천우 씨,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무슨 질문?”“혹시 연예계에 회사가 있어요?”예천우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연예계의 암묵적 관행들이 두려워서 내 회사에 입사해서 널 지켜달라는 거지?”“네!”진나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만약에 천우 씨께 회사가 없으면 넌 감히 연예계에 다시 복귀할 용기가 안 나요.”그녀는 예전의 무서운 암묵적 관행들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권력과 세력이 없으면 대처할 방법이라곤 전혀 없었다.“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널 지키려면 아무도 널 건드릴 수 없어.”예천우가 말하자 진나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천우 씨가 있어서 많이 안심돼요. 그러면 전적으로 천우 씨의 지시에 따르겠어요.”“좋아. 그러면 내가 사람을 보내 네 얼굴을 치료해 준다는 뉴스를 준비해서 내보낼게. 이제 네가 회복되면 바로 큰 이슈가 될 거야. 임연 그룹의 화장품도 대박 날 거고 너도 수많은 팬을 확보해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어.”예천우가 말하자 진나비가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