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는 뜻밖의 말에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말하려 할 때에는 이미 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뒤였다. 이 남자는 권력도 돈도 없지만 항상 자신의 가슴에 와닿는 말을 하고 자신을 감동시키는 행동을 한다.하지만 동시에 사고뭉치이기도 했다.방금 그의 말은 무슨 뜻이지? 이 사건이 누군가 자신을 표적으로 일부러 꾸민 짓이란 말인가?‘정말 배후에 누군가 있다 하더라도 예천우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텐데? 또 무지막지하게 대처하면 모를까.’그가 평소에 하던 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임완유는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다.예천우는 끊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전화를 걸어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완유야,”“예천우, 너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뭘 알아낸 거 맞지? 절대로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돼.”임완유는 곧바로 용건을 말했다. “함부로 안 해.”“그렇다면 너 정말 누가 조작했는지 알아냈어?”임완유가 놀라서 물었다.“응!”“누구야?”임완유가 냉큼 물었다.“소문휘, 려성한.”예천우는 임완유한테는 숨김이 없었다.“뭐?!”“그럴 리가 없어!”임완유는 예천우의 말을 들은 순간 급히 부인했다. “그때 우리가 소문휘에게 말 못 할 손해를 입힌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한배를 탄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어떻게 루루 화장품에 손해를 입히겠어?”“려성한은 나랑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익에 손해되는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 이렇게 되면 려성한도 손해가 엄청날 텐데.”임완유는 말하고 나서야 생각나서 물었다. “넌 이런 지라시를 대체 어디서 들은 거니? 누가 일부러 너한테 흘린 거 아니야?”“왜 그렇게 생각해?”“이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어. 네가 감정적이고 겁이 없잖아. 일부러 가짜 소식을 너한테 흘려서 네가 충동적으로 사고를 치게 만드려는 거지.”“그건 아닐 거야.”“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이번 일은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서지 마. 걱정 마.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인터넷에서는 이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2위, 3위 그 아래로도 관련 검색어가 여러 개 있었다.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사라 씨, 봤어요? 임 대표는 이제 끝났어요.”장연희가 비웃으며 말했다. 유사라 이것이 저들을 배신하고 돕지도 않더니 이제는 예천우와 붙어 다닌다.유사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되면 임 대표는 정말 끝장날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고 빌딩 앞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그들의 표적은 전부 임 대표였다.어찌 된 영문인지 임대표가 이 논란의 중심에 세워졌다.하문, 이신향 등 임완유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하나같이 비관적이었다. 그들도 이번 일이 전문적으로 임 대표를 향해 던진 화살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다들 임 대표가 오늘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었다.예천우는 임완유의 경고를 받긴 했지만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서 진가인에게 말했다. “가인아, 내가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너 먼저 먹고 있어.”“네!”진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천우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연거푸 몇 통 하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 다만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니라 두 여자가 앉아있는 옆 테이블이었다. 그는 얼굴을 가린 여인의 맞은편, 그 여인과 같이 온 일행의 옆에 앉았다.그의 목표는 임완유를 도와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뿐이 아니었다. 그는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루루 화장품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떨칠 예정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루루 화장품이 대박 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진가인은 흠칫 놀랐다. 예천우가 계속 전화를 하더니 정신이 어디에 팔려서 자기 자리도 못 찾는다고 생각했다.두 여인도 많이 놀란 듯 했다. 일행 여인은 진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요... 당신 자리는 저쪽이에요.!”“잘못 찾은 게 아닙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
같이 온 장미나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녀도 예천우의 말이 별로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말의 기회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정말 방법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예천우는 진나비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못 미더우신가 보네요. 이제는 아무도 못 믿으시겠죠?”“하지만 제게 기회를 주시면 하루 만에 확실한 효과를 보게 해드리겠습니다.”진나비는 예전의 아무것도 모르던 풋내기가 아니다. 이 말을 듣은 그녀는 싸늘하게 말했다. “긴 말 필요 없어요. 전 진나비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통 모르겠네요.”이 말을 끝내고는 그녀는 일어섰다.“미나야, 가자!”장미나도 할 수 없이 계산하고 따라 일어섰다.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입구에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나타났다.두 남자는 여자의 양옆에 서있었는데 여자의 몸매는 보통이였으나 아주 요염하게 꾸미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액세사리를 하고 있었는데 엄청 부티 났다.두 남자는 다 그녀와 매우 친밀한 관계인 것 같았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의 국민 첫사랑 나비 아니야?”여인은 둘을 보더니 호호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감히 나를 사기꾼으로 몰고 해고까지 했단 말이지? 아직도 네가 예전의 국민 첫사랑인 줄 알아? 이 언니도 네 뒤치다꺼리할 시간이 없단다.'‘지금 이 언니는 너의 재산을 손에 넣어서 돈도 넘쳐나고 남자도 넘쳐난단다. 그때는 너의 돈을 빼돌리지 못했으니 그렇지, 아니면 내가 네 뒤치다꺼리를 왜 했겠어.’진나비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녀를 보니 치가 떨렸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바로 자신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의 돈을 사기 쳐간 매니저 언니였다.만약 매니저 언니가 가짜 신의를 찾아서 연기하지 않았으면 그녀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진짜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랬으면 그녀는 진작에 완쾌됐을 것이다. 장태산 신의가 그녀에게 너무 늦게 왔
“왜 말을 못 해? 반박이라도 좀 해보지 그래?”“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분수를 모르고 나내다가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된단다.”조혜선은 득의에 찬 표정이었다. 예전에 진나비의 매니저로 있으면서 굽실대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진나비는 너무너무 화났다. 장미나가 맞는 것을 보니 자신이 맞는 것보다도 더 괴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조혜선 양 옆에 서있는 두 남자를 보니 조혜선을 때리려고 해도 치기도 전에 자신이 맞을 것 같았다. 바로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가씨는 어디서 오셨나요? 혹시 묘연각에서 오셨나? 허세가 장난이 아니네.”이 말이 나오자 다들 예천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나비와 장미소도 예천우가 그들 대신 나서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조혜선을 비꼬면서 말이다.조혜선도 멈칫했다. 한참 후에야 예천우가 일부러 자신을 기생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발끈 화를 냈다.“이 녀석이 지금 나를 욕했어?”“당신 말고 여기 그런 사람 또 있나요?”“뒤지려고!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로 나를 모욕했어? 내가 너 험한 꼴 보게 해줄 수 있어, 알아?”조혜선이 성내자 옆에 있던 두 남자도 슬슬 손을 쓰려고 했다.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덩치 큰 남자 둘씩이나... 밤에 당신이 험한 꼴을 당할 건 알겠네요.”예천우가 후훗 웃었다. 그의 말뜻은 너무나도 뻔했다.“너!”“가서 저 녀석 폐인 만들어버려!”조혜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진나비와 장미소 둘은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금방 또 걱정이 앞섰다. 조혜선은 업계에서 인맥이 꽤 넓은 편이다. 게다가 재력도 있고 실력도 만만치 않다.그녀를 건드리면 이 젊은 친구는 득이 될 게 없을 뿐만 아니라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미 두 남자가 좌우로 공격이 들어간 후였다.펑, 펑…그들은 예천우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예천우에 발에 차여 나가떨어졌다. 예천우는
그 바람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 너무 끔찍했다. 그리고 정말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예천우는 조혜선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런 나쁜 사람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던것이다. 그는 서둘러 식당을 나와 진가인과 갈라선 후 곧장 회사로 달려갔다.이때 조혜선은 아픈 몸으로 가까스로 기어 일어났다. 그녀는 많이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여 얼굴을 부여잡고는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의 한 쪽 얼굴은 이미 부어올랐다.진나비와 장미나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화면이 현실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보긴 뭘 봐. 너네 둘 딱 기다려. 그 녀석은 반드시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너네 둘도 책임을 면할 수 없어.”조혜선은 화가 나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녀들을 노려보았다.진나비와 장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심지어 조혜선이 찾지 못하게 거처도 옮겼다. 조혜선이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만 그 청년이 이렇게 나서서 도와줬는데 자신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진나비는 조혜선을 본 순간 심지어 그 청년도 조혜선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접근한 게 아닐까 하고 잠깐 의심했었다. 아니면 어찌 그런 우연이 다 있단 말인가. 몇 달 동안 안 보이던 조혜선이 마침 그때 그곳에 나타났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았다.하지만 그 귀뺨 한방이 진나비의 의심을 싹 가셔주었다. 정말 짜고 쳤다고 해도 진나비를 그렇게 심하게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심했다. 보기만 해도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것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 청년의 번호를 받아놓지 못했다. 연락이 되면 정말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임완유는 예천우와의 통화를 마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때 려성한이 나타났다.그의 뒤에는 회사 사업 개발부 이사 왕건 등 일행
이것 또한 임완유가 소문휘가 조작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죄송합니다. 소 대표님.”“죄송하다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할 거예요.”소문휘가 냉정하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확실하게 처리할 겁니다.”임완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급선무는 려성한이 일으킨 분쟁을 잘 넘기는 것이다. 려성한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기회를 순순히 놓칠 리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회의가 시작되자 려성한은 아예 노골적으로 임완유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임완유가 부임해서부터 독단적이고 중요한 자리는 자신의 측근들로 교체했다고 비판했다.임완유가 결정한 일은 아무리 큰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따라야 했고 그녀가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려성한은 이전에는 결과가 그래도 나쁘지 않았으니 별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화장품과 관련시키면서 말했다.“화장품 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저희 다수 임원들이 줄곧 반대했었습니다.”“왜냐면 저희가 이 업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었거든요. 하지만 임 대표님은 진미소 씨를 믿고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팀에 큰 돈을 들여 전폭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소 씨 가문에서도 거액의 투자금도 받았지요.”“지금 보세요. 결과는 회사의 방침이 빗나가도 너무 산으로 갔다는 게 보이시죠? 심지어 회사가 지금 생사가 걸린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이런 말을 듣고 있는 임완유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비록 이번에 화장품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녀는 하늘에 맹세코 전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한 결정이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은 한치도 없었다.하문은 차마 들어주지 못해서 큰소리로 말했다.“전 려 대표님의 주장을 전혀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화장품 사건에서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임 대표님의 의사결정에는
임완유는 속으로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곧장 자신을 지목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누구일까. 그녀는 예천우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려성한이 이 일을 꾸몄단 말인가?그녀는 이 일이 누가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누가 조작한 것이라고 하면 가장 동기가 있는 사람은 려성한이었다.하지만 지금 알았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결과는 이미 눈앞에 놓여있다.이때 려성한은 임완유를 보면서 속으로는 너무 뿌듯했지만 겉으로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임 대표님, 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저도 회사를 위해서 부득이하게 이런 말을 하는겁니다. "“임 대표님도 보셨죠, 밖에 피해자들이 눈이 벌개서 대표님만 찾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나서지 않으면 이 일은 해결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회사는 손해만 더 커집니다.”“결정하기 어려우시면 투표로 표결합시다. 다들 회사가 부도나길 바라는지, 실업당하고 월급도 못 받는 걸 원하는지 한 번 봅시다.”려성한은 이 말을 하면서 임직원들을 둘러보았다. 투표를 시작하려는 속셈이 뻔했다.하지만 그의 매 한 마디 말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을 들게 유도하고 있었다. 어쨌든 회사가 망하고 실업당해서 월급 못 받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필요 없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허무하게 웃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이 말을 듣고 하문 등은 애간장이 탔다.만약 이대로 사임하면 회사는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임 대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 많은 욕설과 탄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임완유는 손을 흔들어 하문 등 자신의 편을 들려는 사람들에게 더 말하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어떤 원인에서든, 이번 루루 화장품에 문제가 생겼으니 반드시 누군가 책임져야 할것입니다. 사람들이 다 저를 노리고 있으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임 대표님이 책임을 진다니 됐네요.
하지만 지금 보니 자신이 너무 너그러웠다. 려성한은 소문휘가 이렇게 멋진 장면을 준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속으로는 콧노래를 부르며 임완유에게 쌀쌀하게 말했다. “임 대표님, 배상 문제도 협의가 끝났네요. 이제 사임하고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요?”“시간만 끌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임완유는 씁쓸해하며 일어서려는데 몸이 휘청하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겨우 일어서서 말했다. “좋습니다. 오늘부로 저 임완유는......”펑!그런데 이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군가 발로 힘껏 찬 것 같았다.임완유의 말도 그 굉음에 중단되었다.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일제히 돌아봤다. ‘누구야? 감히 이런 중요한 회의 중에 쳐들어 오다니... 그것도 이렇게 난폭하게... ’적잖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알아봤다. 그렇다. 회의 중 쳐들어온 사람은 바로 영업팀 예천우였다.임완유도 굉음과 함께 소리 나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예천우인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그가 여기에는 뭐 하러 왔을까. 그것도 문을 차고 쳐들어 오다니...무대 위에 앉아있던 하문도, 밑에 있던 이신향 등도 예천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신향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찼다. 왜냐하면 그녀는 예천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천우에게는 임 대표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른다.려성한은 예천우를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천우 씨, 뭐 하자는 겁니까? 누가 회의실에 쳐들어 오라고 허락했어요?”“누구의 허락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쳐들어 왔네요. 어쩔 겁니까?”“누가 감히 임 대표님을 끌어내리려고 합니까. 이따가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예천우는 눈에 살기를 품고 으름장을 놓았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예천우가 무모한 행동에 이어 이런 난폭한 말까지 하리라고는 예상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건 대놓고 임 대표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그의 말에 려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