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그게 무슨 소리예요!”“무슨 소리냐니요, 사라 씨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회사에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사라 씨한테 마음을 품고 있는데요. 단지 사라 씨한테 매번 거절당해서 감히 못 다가서는 거지. 사라 씨,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사이를 봐서라도 나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돼요?”“알겠어요. 내가 한번 해볼게요.:유사라는 장연희가 비록 자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같은 여자 동료로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장연희가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고 또 얼마나 많은 벌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유사라가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예쁜 유사라를 봐서 마음이 편해진 덕인지 예천우의 태도도 많이 좋아졌다.“무슨 일 있나요, 사라 씨?”“네. 근데... 제가 이렇게 물어봤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시면 안 돼요, 팀장님.”유사라는 예천우가 불쾌해할까 봐 두려웠다.“장연희 씨 대신 부탁하러 온 건 아니죠?”“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장연희 씨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어요. 만약 도를 넘은 수준이라면 연희 씨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음, 그럼 장연희 씨더러 임 대표님 찾으러 가보라고 해요. 일단 갔으면 려성한 씨와 관련된 일은 모두 털어놓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해주고요.”조금 전에는 그저 성가셔서 그랬을 뿐, 려성한을 따른 별 볼 것 없는 사람에 대해 예천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네, 고맙습니다, 팀장님!”유사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장연희가 자발적으로 그런 창피한 일을 했음에도 예천우는 줄곧 무덤덤했다. 하지만 유사라의 한마디 말에 그는 바로 도와주기로 했다. 너무나도 확연한 차이었다.‘팀장님은 정말 나한테 잘해주셔. 설마 연희 씨가 말한게 진짜인가? 팀장님께서 나를 좋아하시나?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분이신데 분명 여자친구가 있을 거야. 만약 정말 있다면 어떡하지?’“사라 씨, 또 다른 일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인데요?”유
“아...”유사라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아니요.”“아니라니요? 설마 된 거예요?”장연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됐다고도 할 수 없어요. 팀장님께서 연희 씨더러 직접 대표님 찾으러 가래요. 그리고 려성한 씨와 관련된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하라고 했습니다. 말하는 게 많을수록 공로가 커지고 안전해질 거에요.”“진짜예요? 팀장님께서 그러셨어요?”자신을 지킬 수만 있다면, 장연희는 많은 것을 따지지 않았다.“네. 대표님께 예 팀장이 보내서 왔다고 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아마 연희 씨는 별일 없을 겁니다.”유사라가 대답했다.“근데 왜 그런 모습으로 나와요? 놀랬잖아요.”장연희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이번 일을 겪은 후로 그녀는 다시는 이런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저...”유사라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팀장의 자리는 장연희가 줄곧 추구해온 것이었으니 말이다.“왜요?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에요?”“네. 예 팀장님께서 저더러 준비하래요. 자기 팀장 자리를 인계받을 준비요.”“뭐라고요?!”이번에 멍해진 건 장연희였다. 그녀는 다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그 말이 진짜예요? 하지만 유현 부팀장님도 계시잖아요. 왜 그분이 이어받지 않고...”“저도 몰라요. 예 팀장님께서 말씀 안 하셨어요.”“진짜 생각도 못 했네요. 난 줄곧 그 자리만을 위해 온갖 수를 썼는데. 사라 씨는 아무런 별 노력도 없이 단번에 팀장 자리를 얻고. 어쩌면 이게 운명인가 보죠.”확실히 실망하기는 했지만, 장연희는 문득 자신이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이번 일 때문인지 많이 너그러워진 모양이었다.유사라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 본인 또한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했으니 말이다.장연희는 곧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이제 내 말 믿을 수 있겠죠? 예 팀장님은 사라 씨를 좋아한다니까요.”“하지만 팀장님은 저한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걸요.”“말은 무슨, 이렇게 분명하
예천우는 유사라가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오해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곧 밤이 되었고, 예천우가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안 소문하가 소씨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도록 사람을 배치했다.그러나 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낮부터 밤까지 소씨 가문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었다.예천우의 행방에 대해서 소문하는 감히 조사하지 못했다.‘그런 말까지 다 한 마당에, 왜 아직도 회사에 머무시면서 어디에도 출발하지 않는 거야? 설마 이 일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겠지. 하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수 있는 거지?’“혹시 예천우 도련님께서 도련님께 농담을 하신 건 아니겠죠?”심준혁은 소문하의 최측근, 심복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소문하를 돌봐오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그래서 예천우에 대해서는 심준혁도 알고 있었고 소문하는 많은 일을 그와 상의했었다.“그런건 아닐 거야.”소문하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왜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까요?”“일이 조금 번거로워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시겠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자.”“하긴, 소씨 가문은 그냥 일반 가문이 아닌 천해 시 4대가문중 하나니까요. 게다가 소문휘는 소씨 가문의 보배잖아요.”그 말을 들은 소문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소문휘 모자가 어릴 때부터 소문하를 억압하지 않았다면, 그의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을 듣게 하지 않았더라면, 소문하는 몇 년 동안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심준혁도 마음이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우리 도련님 여태껏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많이 힘드셨는데... 예천우 도련님께서 우리를 속인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하지만 밤까지 지속된 기다림 끝에도 소씨 가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들리지 않았고 더욱이 소문휘의 상황도 들려오지 않았다.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몰라도 소문휘의 일거수일투족은 소문하의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말이다.소문휘를 제거하겠다던 예천우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소창규가 잠시 멍해 있었다. 소문하는 그가 줄곧 미워하고 심지어 만나기조차 싫어하는 폐기물과 다름없는 손자가 아닌가?여기까지 이르자 그는 자연히 눈치채게 되었다.오늘 예천우가 온 것은 바로 소문하를 위해서라는 걸,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자신의 손자 소문휘를 무너뜨리고 소문하를 돕기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하지만 대체 그 자식이 무슨 능력으로 자기를 위해 전하께서 이곳까지 오게 만든 거지? 대체 문휘 걔는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전하께서 이리도 불만을 품고 계시는 거야.’“왜, 하고 싶지 않은가?”예천우가 차갑게 물었다.“아닙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아마 잘 모르시나 본데 소문하 그 아이는 비록 총명하지만 어려서부터 막무가내였어요. 지금은 먹고 마시고 도박을 일삼는답니다.”“내가 모른다고? 당신이야말로 나이 먹고 정신이 흐릿해졌는지 두 손자에게 도대체 어떤 덕행과 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소문하를 다시 한번 잘 조사해봐. 정말 안되는 놈인지 아니면 소문휘 모자에게 살해당할까 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능을 숨겼는지.”“네? 이런 일도 있었나요?”소창규가 놀랐다. 이런 일에 대해 그는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하지만 어찌 됐든 예천우가 직접 말했기 때문에 소문하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감사드립니다, 전하. 소인 반드시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나이다.”“그래.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 소씨 가문의 공고를 들었으면 좋겠네. 그렇지 않으면... 수라전은 자네를 살릴 수도, 또 언제든 자네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 명심하게.”예천우는 이 말을 끝으로 발끝을 살짝 들더니 순식간에 소창규의 앞에서 사라져버렸다.이 장면만으로도 소창규는 마음이 흔들렸다. 게다가 그는 수라전의 실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당시 소씨 가문이 원수 가문의 보복에 당해 궁지에 몰렸을 때, 그는 다행히 수라전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그 이후로 소씨 가문은 수라전에 충성하였고 매년
누구도 이렇게 많은 조회 수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헐, 진짜야?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불치병일 수도 있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빨리 나아지다니.”“그러게. 진짜 믿을 수 없어.”“진짜입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제 동생이 피해자인데 지금 이미 나았어요. 더 신기한 건 검은 반점 주위의 피부가 더 섬세하고 하얗다는 겁니다.”“이건 진짜예요. 우리 큰 이모도 마찬가지예요.”“맞아요, 저희 언니도요. 지금 다 낫고 언니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라요. 오늘 오전에 바로 배상금에 관해 얘기하러 갔는데 무려 2000만 원이나 되는 거 있죠.”“얼굴에 검은 반점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니, 게다가 돈까지 받고. 빌어먹을, 왜 내가 산 루루 화장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지? 왜 얼굴에 검은 반점이 안 생기는 거냐고.”“짜증 나. 나도 루루 화장품으로 바꿀래. 나도 검은 반점 날거야.”“루루 화장품 진짜 책임감 있네. 얼굴 문제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고액의 배상금까지 내다니.”“게다가 임연그룹에서 이번에 검은 반점 흉터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맞습니다. 저도 그때 들었어요. 정말 그렇게 멋진 제품을 갖고 있을까요?”“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막론하고 난 일단 관심을 가져볼 거예요. 출시하면 꼭 하나 사서 써봐야지.”“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쓰면 꼭 후기 알려주세요. 님께서 효과 보는 거 기다리겠습니다.”“당연하죠. 저 팔로우 하세요. 여러분들에게 가장 정확한 평가를 선보이겠습니다.”“...”단번에 온라인 댓글이 전부 반전되었고, 지지하는 여론이 댓글 창을 도배했다.그리고 하나같이 임연그룹의 새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검은 반점 흉터를 지울 수 있다는 신기한 화장품에 대해 매우 흥미가 있는 듯 보였다.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루루 화장품을 살 수 있기를 희망했다.일단 문제가 있는 것을 사게
임완유는 생각난 즉시 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유 은행장님, 안녕하세요!”지난번 일이 있은 후로 유명은 특별히 임완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고 있었다. 그는 전화번호와 목소리를 듣고 바로 얼굴에 웃음기를 띠며 말했다.“임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무슨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실까요?”임연그룹에서 꽤 큰 사건이 일어난 데에 더해 그가 이끄는 신안은행에서 임연그룹에 고액의 대출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은 자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처음에는 정말 걱정했지만, 나중에 임연그룹이 한 걸음 한 걸음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특히 그는 자신을 때린 그 젊은이에게 주의를 돌렸다. 바로 그가 이 모든 것을 주도했기 때문이다.그동안 유명이 줄곧 두려워했던 것은 양씨 가문의 세력이었다. 왜냐하면 양씨 가문이 예천우를 도와주고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어제 이후로, 그는 갑자기 예천우가 절대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다.오늘은 또 인터넷 관련 여론을 보니 임연그룹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의 배후에 양씨 가문의 지지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임완유는 유명이 이렇게 공손하게 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지라 서둘러 말했다.“너무 예의 차리지 마세요, 은행장님. 전 그저 대출 일에 관해 물어보러 왔을 뿐입니다.”“대출 말입니까?”유명은 잠시 멈칫했다.“왜요? 좀 어려운가요?”“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얼마가 필요한지 말만 하세요. 제 쪽에서 통과할 방법만 있다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유명은 여전히 매우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처음 그녀를 만나 무시하던 모습과는 정말 천지 차이였다.임완유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당시 유명이 유걸의 경고 때문에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며 사과도 하고 대출도 해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유걸이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을 텐데. 잠깐만, 유걸이가 많은 일들은 자기가 도와준 게 아니라 내가 오해한 거라고 했지? 그럼 설마 그때 그 일도... 그럼
‘이게 천우한테는 얼마나 큰 상처일까...’그녀는 당시 가족들과 예천우에 대해 말할 때, 그가 공로를 마구 얻어간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게다가 당시 소정도 유걸이 임완유를 구했다고 증언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유걸은 좋은 사람인 척 예천우에게 공로를 양보하라느니 하는 역겨운 발언을 했었다.이제 와 생각해보니 예천우가 얼마나 억울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어떠한 원한도 가지지 않았다. 그 일을 기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평불만 없이 일심전력으로 묵묵히 임완유를 도와주었다.‘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남자인데 내가 전에는 왜 그렇게 미워했지. 내가 그때 눈이 멀었었나보다, 아니면 마음이 고장 났었거나...’“임 사장님?”걸핏하면 말을 하지 않는 임완유와 얘기를 나누기가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명은 감히 그녀의 전화를 끊지 못했다.“네. 이번 에는 제 개인 명의로 대출받고 싶어요. 괜찮을까요?”“얼마나 드릴까요?”“200억이요! 임씨 가문의 재산으로 담보를 걸 수 있지만, 가치는 아마 이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괜찮습니다. 저에게 맡기세요.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혹시 예천우 때문에 은행장님께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건가요?”임완유가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 혹시 아시나요? 예천우 씨 뒤를 양씨 가문이 봐주고 있어요.”“아, 그런 거였나요!”임완유는 그제야 깨달았다. 당시 예천우 본인은 어떠한 권세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그가 양체은을 구했기 때문에 양씨 가문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말이다.임완유도 양체은 떄문에 이 대출금을 받지 않겠다는둥 하며 따지지 않았다.“그럼 제가 자료를 준비해서 오후에 가져다드려도 될까요?”“네, 언제 방문하시든 저한테 전화만 주세요. 제가 반드시 은행에서 기다리고 직접 모시겠습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다시 이 일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당장 예천우를 불러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아니지, 아직도 득의양양해 있을 텐데
상황이 뒤바꿔버린 것을 알아차린 소문휘는 직접 자신이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여기 좀 와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루 화장품을 완전히 망가뜨려서 임완유를 내 노예로 만들겠어. 예천우 그 개자식, 감히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을 깎다니.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할 뿐만 아니라 내가 그 자식의 여자를 놀리는 걸 지켜보게 할 거야.”“개자식아, 그게 사람이 할 말이야? 네가 감히 누구라고 이렇게 건방지게 굴어? 네가 뭘 그리 대단한 사람이야?”바로 그때 분노에 가득 찬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칫 놀란 소문휘는 얼굴색이 크게 변하며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정원에서 쉬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갑자기 여기로 오셨어요?”“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여기서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면 내가 왜 이곳으로 오겠어? 예전부터 넌 능력이 뛰어나지만 질투심이 많고 소심하고 음험하고 악랄한 짓을 많이 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이토록 낭패를 볼 줄은 몰랐어.”소창규는 소문휘의 무기력한 모습에 동정을 하면서도 몹시 화가 났다.그가 제일 먼저 소문휘를 찾아가지 않았던 건 그가 소문하 그리고 자신의 보배 손자인 소문휘도 함께 조사했기 때문이었다.첫 번째는 그가 정말 낭패를 보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둘째는 그가 최근에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기에 수라전 전하가 이렇게 화가 나서 그를 지옥에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조사했다.하지만 조사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조사해 보니 깜짝 놀랐다. 소문휘가 그렇게 많은 끔찍한 일을 했을 줄은 몰랐다.만약 이걸 다른 사람이 발견했다면 그는 평생 감옥살이를 해도 부족할 상황이었다.최근에 그는 임연그룹 특히는 임완유라하는 여자만 건드린 것 같았다.소창규는 임연그룹에서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특히 어제 모든 상황을 컨트롤한 예천우의 몸짓에 관심이 더 많이 갔다.보면 볼수록 어젯밤 만난 수라전 전하와 비슷했다.게다가 수라전 전하가 소문휘에 대한 태도가 남달랐고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