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딱 기다려봐.”진한수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예천우의 사진을 찍은 후 장슬기에게 속삭였다.“장슬기, 내가 전에 했던 말을 잊지 마. 오늘이 마지막이야. 오늘이 지나도 내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내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나도 몰라.”진한수는 그렇게 말하고 씩씩거리며 떠났다.예천우의 사진을 찍었으니 그를 쉽게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이 녀석은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해.’진한수가 떠나자 장슬기는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왜 그러시는 거예요. 회사에서 진 부장님을 건드리면 도저히 회사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요.”“제가 슬기 씨한테 폐를 끼칠까 봐 그러는 거예요?”“물론 아니죠.”장슬기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예천우 씨가 없다고 해도 진 부장님은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보아하니 전 회사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왜요? 방금 그 음란한 노인네가 슬기 씨한테 무례한 요구를 제출했어요?”예천우는 진한수가 장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대략 짐작이 갔다.다만 장슬기가 스스로 말하지 않자 예천우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음란한 노인네?’장슬기는 어쩌면 이 단어가 진한수라는 사람을 형용하기에 너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예천우 씨, 정말 그 사람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진 부장은 정말 파렴치한 음란한 노인네가 맞아요. 많은 여직원이 진한수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어요.”“이런 일이 있었어요?”예천우의 손에는 그의 범죄 증거가 있었지만 주로 회사의 우수한 디자인을 남의 회사에 팔아 리베이트를 받는 것들이었다.“네. 방금 진 부장은 저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어요. 그와 하룻밤을 보내면 저를 승진시켜 주고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악랄한 수단으로 저를 해칠지 모르겠어요. 오늘이 아마도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 되겠네요.”장슬기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대표님이 아직 오지
“그게... 슬기 씨, 저한테 회사에서 돌고 있는 다른 소문에 관해 더 말해주세요.”예천우는 궁금했다.“그런 걸 말해서 뭐 하게요?”“궁금해서 그러는 거죠.”“나중에 말해드릴게요. 어차피 저도 회사를 떠나야 해요.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올라가죠.”“좋아요.”건물 1층 입구까지 왔는데 회사 출입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다.하지만 예천우에게는 카드가 없었다.장슬기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카드도 없으니 이상하기도 했다.“그게... 오늘 깜빡하고 안 가져왔네요.”“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장슬기는 경호원에게 예천우가 고객님이라고 말하고 예천우를 데리고 함께 들어갔다.건물은 새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도 무척 깨끗했다. 두 사람은 이내 15층에 도착했고 15층과 16층 전체가 홀스 그룹의 사무실이었다.회사 입구에 도착했는데도 예천우는 출입 카드가 없었기에 바로 장슬기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슬기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왠지 예천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지고 대범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일 리가 없을 것이다.다만 안으로 계속 들어가던 장슬기가 갑자기 돌아서서 말했다.“예천우 씨, 이쪽은 디자인 부서에요. 왜 아직도 저를 따라오시는 거예요?”“그게... 제 사무실도 이쪽이에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럴 리가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정말 디자인 부서 직원이었다면 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진 부장은 디자인 부서 부장이라고요. 여기로 오면 바로 진 부장님과 마주칠 수 있다고요!”“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도대체 우리 회사 직원 맞아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느낌에 화가 나서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이 계집애는 정말 풍만해. 진가인보다 엄청나게 크네.’“그게...”“빨리요. 진 부장이 저기 있어요. 빨리 제 뒤에 숨으세요. 일단 저쪽에 가서 앉아 있어요.”바로 그때 장슬기는 먼
그녀들의 상상과는 달리 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많은 예쁜 여직원들은 순식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그녀들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고 예천우가 정말 디자인 천재라고 생각했다.장슬기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예천우가 자기 선배라고 핑계를 댔을 뿐인데 예천우가 정말로 디자인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는 단번에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예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한 분이었던 거야? 어쩐지 처음부터 호감이 가더니 말이야.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어.’“선배님, 어느 대학에서 나왔어요? 지금은 어디서 일하세요? 실력이 너무 대단하시네요.”“선배님, 여자 친구 있어요? 없다면 저는 어때요? 안심하세요. 제 남자 친구가 되어준다면 선배님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다 할게요.”“저도요. 무슨 잡일이든 제가 다 할게요. 일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선배님을 내조하고 싶어요.”“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님과 아이를 4명 낳고 싶어요. 4명이 모자라면 5명, 6명 다 돼요.”“...”동료들이 점점 이상한 말을 하자 듣고 있던 장슬기마저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말소리가 점점 커지자 안고은이 개인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차갑게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다들 일 안 해요?”안고은의 말에 여직원들은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러자 안고은은 제자리에 서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장슬기는 놀라서 손바닥에 땀이 났다. 비록 안고은은 평소에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면서 잘 대해 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늘 패기가 넘쳤고 엄격했다.오늘 안고은이 아주 싫어하는 예천우를 회사까지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웠으니 안고은은 지금 엄청 화가 날 것이다.“여긴 왜 왔죠?”안고은은 예천우를 발견하자마자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고 차가운 시선으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그게...”“안 과장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멋대로 예천우 씨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어요.”장슬기는 어차피 자기도 곧 회사를 그
“디자인 부서에서 나가라고요? 저를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쪽은 그럴 자격이 없을 거예요. 게다가 당신들은 저를 환영해 주셔야 할 텐데요.”“환영한다고요? 자기가 누군지 알기나 알아요? 경고하는데 제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더 이상 소란을 피운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안고은은 화가 났다.지난번의 일이 있고 난 뒤로부터 그녀는 예천우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모든 화를 풀어버리고 싶었다.부하들이 모두 예천우 때문에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안고은은 예천우에게 더 심한 말도 했을 것이다.장슬기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말했다.“예천우 씨, 우리 회사에 몰래 들어온 건 예천우 씨가 잘못한 게 맞아요. 빨리 떠나세요.”“안 돼요. 전 오늘 절대 이대로 못 가요.”예천우는 새로운 대표님을 부임하러 왔기에 절대로 순순히 갈 수 없었다.“못 간다고?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었구나. 널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감히 디자인 부서에 와서 소란을 피워? 여봐라, 이곳에 정체불명의 도둑놈이 침입했으니 즉시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진한수는 휴대 전화를 꺼내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누가 여기서 떠들고 있는지 궁금해서 와보니 바로 자기가 죽여버리고 싶었던 녀석이었다.그 말을 듣다 장슬기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뭐 하는 거예요. 빨리 가세요.”지난번만 해도 장슬기는 예천우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지금 보니 예천우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안고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놈이 꽤 잘생긴 것치고 수단은 좀 있네. 진나비 씨도 이놈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 보면 이놈은 분명히 여자를 속이는 재주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개수작이라면 전혀 소용도 없지. 게다가 진한수까지 건드렸으니 이놈은 이제 끝장났어.’주미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안 과장님, 예천우 씨가 아무리 잘못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도둑은 아니니 경찰
“이 자식이!”진한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말로 주미원을 해고할 수 없었기에 돌아서서 모든 화를 예천우에게 화풀이했다.“경비원은 어딨어? 빨리 오라고 해!”“네! 무슨 일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원이 숨을 헐떡이며 허둥지둥 달려왔다.달려오는 경비원을 보자 진한수는 버럭 화를 냈다.“뭐 하는 거야. 빨리 이 자식을 다리가 부러지도록 때려. 그리고 당장 경찰서로 보내. 이 자식이 우리 디자인 비밀을 훔쳤어.”경비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달려가서 손을 쓰려고 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랐고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안고은은 차갑게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아주 쌤통이야. 내 말을 듣고 진작에 떠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정말 잘난척하더니. 꼴 좋네.’그들이 하도 큰 소리로 다퉈서인지 부대표 유영진의 비서인 황향선도 급히 달려왔다. 오늘 새로운 대표님이 온다고 했으니 회사에서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면 안 되었다.“그만해요!”그때 황향선이 달려오면서 진한수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진 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오늘은 새로운 대표님이 부임하시는 날인데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절대 안 돼요.”그 말을 듣자 진한수는 안색이 조금 변했다.‘지금 이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만약 새로운 대표님에게 들키면 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거야.’이런 생각을 한 진한수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화를 냈다.“이놈아, 운 좋은 줄 알아. 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다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거야. 당장 꺼져!”진한수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패기가 넘치게 말했다.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모두 예천우가 하룻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남의 회사에 와서 잘난척하고 있으니 말이다.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더라면 예천우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한수,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오늘 꺼져야
이를 지켜보던 장슬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경비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 두려워서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다행스러운 건 바로 옆에 서 있던 예천우가 앞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몇몇 경비원들의 두 손을 모두 부러뜨렸다.그들은 너무 아파서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다리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아예 일어날 수 없었다.그런 상황을 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예천우는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무술 솜씨까지 대단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자 뜻밖에도 자기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진한수도 안색이 좀 변했고 이내 화를 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쩐지 이렇게 날뛰더라니. 무술 실력이 좀 있었네. 네가 깡패야? 딱 기다려.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예천우가 아무 말이 없자 황향선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새로운 대표님께서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오면 뭐 어때요? 새로운 대표가 온다고 해도 전 그를 혼내줄 거예요.”진한수는 황향선의 건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황향선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진 부장님과 유 대표님은 서로 친한 사이었으니 그녀도 진한수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한수도 이렇게 중요한 부서의 부장이 될 수 없었다.예천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다가가 진한수의 휴대 전화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그의 뺨을 때렸다.진한수는 뺨이 얼얼한 통증을 느끼며 잠시 멍해졌다가 버럭 화를 냈다.“이놈이, 감히 날 때려?”“널 때리면 어쩔 건데? 회사에서 당장 꺼져.”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날 회사에서 꺼지라고? 하하. 웃겨 죽겠네. 내가 누군지 알아?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그래. 넌 내 말을 들어야 하지.”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내가 바로 홀스 그룹의 새로운 대표야.”예천우가 그의 휴대전화를 내팽개친 건 일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깜짝 놀랐다.안고은 등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얼굴도 잘생기고 나이도 젊은 남자가 회사의 새로운 대표님일 줄은 그 아무도 몰랐다. 그들의 생각에는 새로운 대표님이라면 나이가 있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고 적어도 30, 40대인 줄 알았다.이렇게 젊은 대표님은 본 적도 없었다.특히 진한수는 황향선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안색이 크게 변해서 다리에 힘이 빠져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진한수는 방금 예천우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얕잡아봤다.‘망했어. 이제는 끝장났어.’“예... 예 대표님, 제가...”“왜? 네 말대로 내가 회사에서 꺼져줄까?”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아니에요. 예 대표님, 오해예요. 전 예 대표님이신 줄 몰랐어요. 제발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어요.”“내가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네가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이야?”“아니에요. 제가...”“됐어. 쓸데없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 내가 널 회사에서 꺼지게 하겠다고 한 이상 반드시 약속을 지킬 거야. 네가 스스로 꺼질래? 아니면 내가 널 해고할까?”예천우는 전혀 진한수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진한수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고 사악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호통쳤다.“예 대표님, 아까는 확실히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회사에 엄청나게 큰 공헌이 있는 사람이에요. 대표님을 조금 건드렸고 해서 저를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았어요? 대표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다른 고위직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면 누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겠어요? 이건 분명히 회사의 발전에 해를 끼치는 겁니다.”사실 예천우가 오기 전에 고위직 간부들은 미리 회의했다. 그들은 사전에 모두 힘을 합쳐서 새로운 대표를 상대하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대표님이 자리에 오르자마자 자신들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랐다.모든 고위직 간부의 지지가 있었으니 진한수
“네!”황향선은 재빨리 공손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 역시 부대표님께 보고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알았어. 빨리 가서 처리해. 딱 10분만 줄게. 10분 안에 회사의 모든 직원을 집합시켜.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네!”황향선과 진한수는 다급하게 몸을 돌려 달려갔다.두 사람이 떠나자 안고은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지금 예천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라움과 어색함이 가득했다.안고은은 방금까지만 해도 줄곧 예천우를 얕잡아 보고 그가 했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알고 보니 예천우는 정말로 홀스 그룹의 사람이었다. 다만 보통 직원이 아닌 새로운 대표님이었다.‘난 심지어 새로운 대표님을 그토록 얕잡아 보았어.’안고은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예 대표님, 제가 그전에...”“괜찮아요. 앞으로 잘하면 되죠.”안고은은 몇 번이고 예천우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고 심지어 심한 말까지 했지만 다만 성격이 워낙 강했을 뿐이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안고은은 확실히 업무 능력이 강했기에 이것만 봐서라도 예천우는 그녀의 성격을 다 참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승진하는 건 불가능했다.예천우는 안고은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기로 했다.예천우는 진한수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주미원을 승진시키기로 이미 결정했다.“네!”안고은은 재빨리 순순히 대답했고 더 이상 예전의 도도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는 장슬기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이 계집애는 정말 안목이 참 좋네. 지난번의 일을 겪고도 여전히 예천우 씨와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야.’안고은은 이제야 진나비가 왜 예천우에게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아차렸다.안고은은 예천우가 반드시 다른 가문의 도련님이거나 재벌 2세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대표님의 자리를 손쉽게 이어받지 못할 것이다.장슬기는 지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뜻밖으로 예천우는 회사의 새로운 대표님이었다.“정... 정말 회사의 대표님이세요?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