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들의 속셈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괴롭히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그는 방법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임완유가 속상한 게 싫어서라도 그는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국종 일행은 이미 홀까지 들어 왔다. 그곳의 배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은 더없이 웅장해져서 지금 당장이라도 이사를 와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지금 제일 급한 용무는 예천우를 설득하는 일이었다.지금 예천우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은수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얼른 다가가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천우야, 역시 여기 있었구나. 우리가 너를 찾느라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몰라.”“그래? 나는 항상 여기 있었는데. 말이 안 돼. 당신들은 허구한 날 나를 쓸모없는 놈이라고 욕하잖아.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안다면서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예천우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천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예전에는 엄마가 잘 몰랐어. 엄마가...”“잠깐만.”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말조심해. 엄마라고 하지 마. 나는 지금 당신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그래. 아줌마가 말을 잘못했어. 예전에는 아줌마가 부귀영화를 너무 바라는 마음에 잘못을 너무 많이 했고 허튼소리도 너무 많이 했어. 내가 죽일 년이야. 하지만 다 이 아줌마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니 완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가 완유한테 무슨 말을 해도 완유를 아무리 핍박해도 그 애는 네 곁을 지킬 생각뿐이였어.”유은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어제 네가 떠난 후로부터 완유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지금 눈은 완전 팅팅 부었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다.“지금 괜찮은 거야?”“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유은수는 말이 통할 기미가 보이자 얼른 눈물을 더 흘리며 말했다.“완유가 지금 무척 초췌해. 밥도 안 먹고 거의 반 시체처럼 있어.
임국종이 쓸쓸하게 말했다.“지금 너를 찾아온 건 네가 용왕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제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야. 너야말로 완유에게 최고의 안식처라는 것을 말이야. 만약 네가 지금 완유를 떠난다면 그 애는 살아가지 못할 거야.”“그래. 천우야, 우리를 어떻게 해도 좋으니 제발 완유를 살려줘.”유은수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천우야, 아저씨도 제발 부탁할게. 완유한테 기회를 한번 줘.”그들이 이렇게 말을 안 해도 예천우는 마음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조금 전 두 사람의 득의양양한 눈빛이 생각나 벌컥 짜증을 내며 말했다.“나한테 기회를 주라고? 당신들은 예전에 왜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거야?”“예전에는 우리가 잘못했어. 우리가...”유은수는 또다시 말을 반복하면서 전보다 더 후회스럽다는 기색을 띠었다.“그만해. 그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차갑게 대꾸하고는 임국종을 보며 말했다.“당신들의 사과는 모두 받아들일 것입니다. 예전의 일에 대해서 더는 서로 빚진 게 없는 거로 하죠.”이 말을 들은 임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특히 유은수는 무척 감격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예천우의 마음이 돌아졌다는 게 분명했다.“하지만!”예천우가 계속 말을 이었다.“임씨 가문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왜?”유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천우야, 우리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 때문에 완유를 원망하면 안 되잖아.”“내가 당신들을 용서했다고 말한 이상 반드시 용서할 거야.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양씨 가문과 양체은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어. 결혼식은 3일 뒤에 진행할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예천우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모두 크게 변하였다. 그 누구도 예천우가 양체은과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진도가 빠를 줄 예상치 못했다. 바로 결혼이라니.임국종은 믿지 못하는 듯했지만, 예천우의 단호한 모습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유은수는 초조해져서 말했다.“천우
유은수는 말을 마치고 정말 자신의 따귀를 스스로 세게 내리쳤다. 전혀 살살하는 기색이 없이 따귀를 내리치는 큰소리가 났고 무척 아파 보였다.하지만 유은수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자신의 따귀를 세게 내리쳤고 양쪽을 번갈아 가며 때리는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 뺨이 다 부었다.그녀는 임강을 쳐다보았고 임강에게 자신처럼 똑같이 하라고 눈짓했다. 유은수가 정말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임강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이를 악물고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예천우는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자리를 피하기는 했어도 계속 이렇게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오른손을 휘젓자 부드러운 힘이 유은수와 임강을 함께 넘어지게 해서 적어도 그 자리에 계속 무릎을 꿇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방향을 피해서 그 행동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당신들 이게 뭐 하는 거야!”예천우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말했다.“말했잖아. 이미 다 용서했다고. 그러니 이럴 필요 없잖아.”“아니야. 천우야, 너는 입으로는 용서했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용서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정말 우리를 용서했다면 우리와 함께 돌아갔을 거야.”임국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천우야, 나까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거야? 만약 저 두 사람이 무릎을 꿇은 게 아직 부족하다면 나도 꿇을게. 우리를 어떻게 처벌해도 되지만 완유를 탓하지 않기를 바래.”말을 마친 임국종은 정말 예천우가 있는 곳을 향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는 예천우가 그들을 무릎 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예천우가 다가가 말리려 했지만, 이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안돼요!”이때 임완유가 도착했다. 그녀는 이전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부모님은 이미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었고 할아버지도 꿇으려고 하는 상황이었다....용도의 예씨 가문. 서재의 의자에 앉아있는 예웅남은 어두운 표정을 하
청룡 전신은 건드릴 수 없다고 해도 용문의 용왕도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인가. 제일 처음 그는 예천우가 누군지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제야 예웅남은 자신이 아들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게 되었는데 바로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었다.처음부터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젊은 종사 고수가 불쑥 나타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라면 이상하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는 용문의 새로운 용왕의 실력은 종사 초급의 모습과 흡사했다. 기껏해야 종사 중급의 경지인데 백호 전신의 상대가 아니었다.유일하게 두려운 점은 그의 신분이었는데 그의 선생인 옛 용왕의 실력은 가늠이 안 갔다. 하지만 만약 예천우가 죽는다면 용문은 절대 죽은 사람을 위해 예씨 가문과 사생결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지금 아들이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마당에 그는 뭐라도 해야 했다.생각을 정리하고 난 예웅남의 눈 속에는 차가운 살기가 번쩍이며 핸드폰을 꺼내 백호 전신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백호 전신은 지금 일 때문에 밖으로 나가 있었다.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때 예관희가 다가와서 예웅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큰아버지한테 합니다.”예웅남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훈이의 복수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여기에 갇혀있을 것입니다.”예관희는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지금 네 큰아버지한테 누구를 죽여달라고 할 셈이야? 청룡 전신을 죽여달라고?”“그럴 리가요!”예웅남은 다급하게 부인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그럴만한 담력은 없었다.“그럼 예천우구나! 예천우의 신분이 밝혀졌다는 거 몰라? 그자가 바로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야.”예관희가 차갑게 물었다.“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떻습니까? 그자의 실력은 기껏해야 종사 초급인데 절대 큰아버지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그럼 옛 용왕은? 용왕의 좌우호위는?”“예천우가 죽는다면 설마 옛 용왕이 그자
소리가 들리자 임완유는 빠르게 다가와서 할아버지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당연히 할아버지가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바닥에 앉아 기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의 양쪽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따귀를 여러 차례 맞은 게 분명했다. 아버지의 표정도 어두웠고 얼굴에는 빨간 자국이 선명했다. 이를 본 임완유의 초췌한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 모든 게 예천우가 한 일인 게 분명했다. 부모님의 지난 만행에 대해 임완유도 알고 있었다. 보통 지나친 게 아니어서 그녀 자신도 참아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부모님이었다. 무릎을 꿇은 것은 부모님들이 스스로 한 행동일 수 있어도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성격으로 봐서 뺨은 예천우가 때린 게 거의 확실했다. 그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임완유는 고개를 들어맞은 편에 서 있는 예천우를 보면서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임완유는 오늘 예천우를 찾아서 자세히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예천우의 태도가 갑자기 크게 변한 것을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임국종 일행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길에 올라서야 그들이 이미 예천우의 집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임국종은 만약 임완유가 예천우의 주소를 물어본다면 알려주라고 떠나기 전에 당부했었다. 그는 임완유만이 예천우에게 먹힐만한 필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완유는 그들이 예천우에게 빌러 갔다는 것을 단번에 확신했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무슨 상황이라도 생길까 봐 바로 따라갔다.가는 도중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예천우가 처음 했던 말까지도 생각났다. 그는 재벌 양 회장이 그를 위해 환영회를 주최한다고 했는데 그녀는 거절했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그녀는 믿지 않았었다.지금에야 임완유는 모
‘혼자 때린 거라고?’임완유는 멍하니 서 있었다. 정말이란 말인가? 평소의 어머니는 살짝 손만 대도 온갖 엄살을 다 부리는데 자신을 이렇게까지 때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임국종은 손녀가 믿지 않는 것을 보고 얼른 덧붙였다.“그래. 천우가 우리를 용서했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임씨 가문에 돌아가려 하지 않아서 네 아빠, 엄마가 먼저 무릎을 꿇고 자신을 때린 거야. 그리고 천우는 계속 피하고 말렸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천우는 우리를 핍박하지 않았어.”그들은 예천우가 기분이 나빠질까 봐 애를 쓰며 예천우를 위해 해명했다.할아버지마저도 이렇게 말하자 임완유는 마음속에 확신이 들어 한껏 홀가분해졌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게 맞다. 예천우는 원래 좋은 사람이니까 말이다.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예천우가 정말 많은 희생을 해주었다.“완유야, 잘 왔어. 네가 천우를 설득해봐. 분명히 너를 좋아하는 데 지금 양씨 가문의 그 여우 같은 년이랑 결혼한다고 하잖아.”유은수가 다급하게 말했다.“결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이 몰려와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천우, 엄마 말이 사실이야?”예천우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 3일 뒤에 양체은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너, 너 뭐라고 했어?”임완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몸이 살짝 휘청거리며 위태로워 보였다.예천우는 가슴이 철렁하여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너, 다시 한번 말해봐.”임완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예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모습은 사람을 가슴 아프게 했다.예천우의 내공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어려웠다. 한참이 지나서도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는데 아무 말도 뱉을 수가 없었다.임완유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임완유는 비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축하할게.
그들이 떠나고 예천우의 모습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방금 임완유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그는 가슴이 너무 아팠고 숨도 쉬기 어려웠다.하지만 방금 그 상황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기만 한다면 그건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 되고 아주 쉽게 발각될 것이다.임완유는 눈물을 흘리며 차로 돌아갔다. 그녀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 통곡했는데 보는 사람마저 눈물이 핑 돌게 했다.그녀가 너무 오래 울고 있었던 탓인지, 예천우의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인지 예천우는 이미 차 부근까지 와서 임완유의 상태를 보게 되었다.심지어 그는 임국종 일행보다 더 빨랐다. 임국종 일행도 인제야 여기 나타났기 때문이다.임완유는 가족들이 오는 것을 보았는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며 차에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떴다. 부모님과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와중에 임국종 일행은 임완유를 찾아서 잘 설득할 생각이었다. 임완유가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잘해보자고 하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게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어찌 됐든 한번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핸드폰을 꺼버렸다.유은수는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완유가 나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용왕 사위를 잃게 되는 거잖아요.”“닥쳐,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임국종은 화가 났다.“왜요? 그럼 아니에요? 완유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예천우는 영원히 우리 사위가 못 되는 거잖아요.”유은수가 큰 소리로 반박했다.“너, 너는 조금이라도 완유한테 관심을 줄 수는 없어?”“누가 관심을 주지 않는 대요? 저는 항상 완유를 생각했어요. 완유가 무병장수해서 100살까지 살았으면 해요. 아버님, 예천우의 마음을 못 돌렸다고 해서 그 화를 저한테 푸시면 안 되죠.”유은수도 서운했다. 지금 자신은 할 수만 있다면 날아가서 완유를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어떻게 관심하지 않는다고
한참이 지나 임완유는 무슨 생각인지 차에서 내려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장면을 회억하면서 몇 번 방인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는데 그때 그녀가 예약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해서 임완유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임완유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냥 집에 가기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카운터로 가서 예천우라는 이름으로 그날 예약한 방이 어느 방인지 물었다.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건 고객의 개인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임완유는 바로 현금 200만 원을 건넸다. 마침 그날 예천우가 자신의 이름으로 방을 예약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찾지 못했을 것이다.“1006번 방입니다.”“그 방 아직 비어있어요?”임완유가 물었다.“네, 아직 비어있습니다.”직원은 이렇게 아름답고 돈도 많고 완벽해 보이는 여인이 도대체 뭘 하려는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체크인하려고 하는 건지 불륜이라도 잡으러 온 건지 아리송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다.“오늘 밤 그 방에 입주하겠어요.”“알겠습니다.”직원은 빠르게 입주절차를 마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방키를 건넸다. 아무래도 이렇게 아름답고 돈 많은 완벽한 여자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임완유는 방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하지만 방문 앞에 서자 자신이 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 하는지 망설이게 되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갔고 방키를 꽂은 뒤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이 방안의 공간은 아주 컸고 안에 있을 건 다 있었다. 임완유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망연한 표정이었다.그러다가 갑자기 그녀는 멍하니 자리에 멈춰 섰다.‘이건, 천우?’캐주얼한 차림의 예천우가 그녀 앞에 꼿꼿하게 서서 절절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계속 거기 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아니야, 천우는 아직 천궐1호별장에 있어.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