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손영표, 내 앞에서 되도 않는 연기하지 마! 살고 싶으면 빨리 사실을 말해! 난 성격이 급해서 오래 기다려 줄 수 없어. 말 안 하고 버티다가 그분이 오시면 넌 죽은 목숨이야!""회장님…."그 말을 들은 손영표는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잠시 고민했다.정도현은 주저하는 손영표에게 싸늘하게 한마디 하고 뒤로 물러섰다."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결정해!"손영표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려움에 떨었다. 천하의 정도현까지 겁낼 인물이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이기에!"회장님! 말할게요! 제발 그분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 전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강문복 이사랑 설해연 여사가 오늘 공장에 왔다가 강우연 씨랑 언쟁이 좀 있었어요. 강 이사가 강우연 씨를 때리면서 더 이상 그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협박했어요. 저는 그냥 옆에서 듣기만 했어요! 제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다고요!"조급해진 손영표는 곧바로 사실을 털어놓았다."아까 처음에 물어봤을 때는 왜 얘기하지 않았지? 이미 늦었어! 여기서 그분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정도현이 차갑게 말했다.손영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그리고 이때, 입구에서 훤칠한 키의 젊은 남자가 차가운 아우라를 뿜으며 다가왔다.한지훈이 들어오자마자 정도현은 직접 의자를 찾아 그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 모습에 손영표는 당황했다."당신이 손영표 공장장?"자리에 앉은 한지훈에게서 풍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손영표는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네. 제가 손영표입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공손히 대답했다.그는 팔짱을 끼고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아까 밖에서 다 들었어. 강문복 부부가 우리 집사람을 괴롭혔다지?"손영표는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네! 오늘 갑자기 공장에 찾아오셔서는 1억을 내놓으며 강우연 씨의 지시를 무시하라고 했어요. 마침 강우연 씨도 공장에 왔다가 세 명이서 언쟁을 벌였는데 강 이사가 강우연 씨의 귀뺨을 때렸어요."손영표는 속
안으로 들어온 한지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녁에 좀 과식했더니 소화가 안 돼서 산책 좀 하고 왔어."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가녀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우연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손길을 피했다."들어왔으면 일찍 쉬어요."그녀는 일어서서 침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앞으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제발 부탁인데 더 이상의 개입은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할게요."한지훈은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소파에 앉으니 테이블 위에 놓인 강우연과 고운이의 사진이 보였다.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연이 하늘을 날고 있었고 고운이는 비누방울을 불며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 속 두 모녀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한지훈은 사진을 손에 들고 눈시울을 붉혔다."우연아, 고운아, 걱정하지 마. 이제 더 이상 고생하지 않게 해줄게."다음 날.강문복 일가는 아침 일찍 회사로 나왔다.강희연은 높은 하이힐에 가슴골을 드러내는 검은색 H라인 원피스를 입고 요염한 자태를 뽐냈다.그녀는 곧장 강우연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책상을 쾅 치며 강우연에게 따지듯 소리쳤다."강우연, 어떻게 된 거야? 잘 돌아가던 동서구 공장이 왜 갑자기 생산을 중단했지? 여기 네 담당 아니었어? 지금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하루만 지체해도 손실이 어마어마해! 그런 판단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당장 물러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아?"강우연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언니, 미안해. 안 그래도 거기 다시 들를 예정이었어."말을 마친 강우연이 핸드백과 서류를 준비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강희연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목을 잡더니 다짜고짜 귀뺨을 날렸다. 그녀는 강우연의 코앞에 대고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가긴 어딜 가? 네가 가서 뭘 할 수 있어? 오늘은 협상 따위 하러 온 게 아니야! 당장 공장들 생산라인 통제권을 나한테 넘겨! 넌 백화점 건설 현장 관리나 맡아. 다른 건 다 내
비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작업복을 입은 거친 인상의 사내들이 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돈이 담긴 박스를 바닥에 던지며 큰소리로 말했다."강 이사! 손 공장장께서는 당신들의 똥내 나는 돈이 필요 없다고 말했소! 우리 공장은 강우연 씨의 지시에 철저히 따르기로 했소! 그러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시고 이 돈 도로 가져가시오!"말을 마친 사내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쏘아보고는 기세등등하게 사무실을 나갔다.강문복 일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밖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뭐야? 강 이사님이 돈으로 손 공장장을 매수하려 시도했어?""강우연 하나 저격하겠다고 이런 비열한 수를 쓰다니! 강 이사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세상에 착한 재벌이 어디 있어? 강희연 실장도 봐. 평소에 우리 같은 아랫사람들을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하잖아? 난 애초에 저 인간들이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었어."강문복은 수치심에 이를 갈며 소리쳤다."뭣들 하는 거야? 당장 입 다물고 일 안 해? 이상한 소리 떠드는 새끼들 다 해고야!"말을 마친 그는 문을 쾅 닫고 바닥에 떨어진 현금 박스를 힐끗 보고는 매섭게 으르렁거렸다."강우연, 이렇게 나온다 그거지? 손영표 이 자식은 어제는 좋아서 돈 받아 처먹고는 오늘 바로 나 몰라라 하네?"강희연은 조바심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아빠, 이제 어떡해? 강우연 이년은 도대체 무슨 수로 손영표를 구워삶았지? 설마 둘 사이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도 생긴 거야?"강문복이 눈을 부릅뜨며 통탄하듯 말했다."그랬겠지! 그년 그거 얼굴이랑 몸매만 믿고 손영표 늙다리에게 달라붙은 거 같아. 희연아, 당장 공장에 사람 보내서 알아봐. 강우연이 손영표랑 바람난 증거를 가져와. 이사회에서 내가 저들 얼굴도 들지 못하게 해주겠어!""알았어!"강희연은 곧장 공장에 사람을 파견했다.한편, 30분 전에 강우연의 연락을 받은 손영표는 생산 라인을 일단 모두 중지시켰다.모든 공장 직원들은 대문 입
그 말을 들은 손영표는 약간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 아닙니다.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 순간 판단 실수로 강 이사 편에 섰는데 그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더라고요. 괜히 라인 잘못 탔다가 모가지 날아갈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바로 거절했습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강 부장님을 따르는 게 백 번 낫죠."강우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더 캐묻기도 껄끄러워서 손영표를 따라 공장으로 들어갔다.한편, 강희연의 연락을 받은 강운그룹 직원이 멀리서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강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실장님, 강우연 씨가 손영표 공장장이랑 같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뭐가 좀 나왔어?"강희연이 다급하게 물었다."아… 아니요. 그런 건 없었고 손영표 저 인간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해서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던데요?"직원은 말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강문복을 바라보며 말을 전했다."아빠, 손영표가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대.""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손영표 같이 철저히 이익만 쫓아 움직이는 간신배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는 강우연에게 무릎을 꿇었다니!"강문복은 듣고도 못 믿겠다는 듯이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아니야!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있어! 강우연이 요즘 밖에서 거물을 문 게 분명해."잠시 생각을 굴리던 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희연아, 너 당분간은 강우연 잘 구워삶아봐. 옆에 꼭 붙어 다니면서 걔가 누구랑 연락하는지 걔를 도와주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봐. 직접적인 증거를 잡으면 더 좋고! 그러면 바로 이사회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으니까!"강희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한편, 한지훈은 아침 일찍 고운이와 함께 외출했다. 오늘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벤츠 매장이었다.강우연이 힘들게 버스로 이동하는 게 못내 마음이 쓰였던 그는 먼저 차부터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표정으로 여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죠?"여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서예지인데 왜요? 찌질하게 집에 가서 형님들한테 고자질하려고요? 이름 알려줬으니 영업 방해하지 말고 당장 여기서 나가요!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벤츠를 산다고."말을 마친 여직원은 요염하게 골반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한지훈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벤츠 매장을 나서며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해상동 벤츠 매장인데 정 회장한테 연락해서 여기로 애들 좀 보내서 청소하라고 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옆에 있는 BMW매장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남자 딜러 한 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인사했다."차 보러 오셨나요? 관심 가는 차종이 있으실까요?"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딱히 알아보고 온 건 없으니까 어떤 게 좋은지 추천해 주세요. 저건 어떤가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손가락으로 최신형 5시리즈를 가리켰다."네, 고객님. 저건 새로 나온 5시리즈인데요. 연비도 괜찮고 주행성능이 아주 뛰어나죠…."남자 딜러는 한지순에게 차에 대한 기본 정보와 성능, 장단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한지훈은 카드 한 장을 딜러에게 건네며 말했다."그럼 저 차로 하죠. 카드로 결제할게요."순간 당황한 딜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른 차 안 둘러 보시고 정말 이 차로 하시겠어요?"한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 어차피 와이프가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거라 성능은 크게 상관없어요. 딜러님 인상이 푸근해 보이니 딜러님 말만 믿고 구매할게요."그 말을 들은 남자 딜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네, 고객님. 지금 구매절차 도와드리겠습니다. 휴게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거기 간식도 있으니 아기도 좋아할 거예요."한지훈을 휴게실로 안내한 딜러는 케익 하나를 꺼내 고운이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애가 참 예쁘네요. 며칠 전에 우리 집사람도 출산했는데 이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정장을 입은 사내가 정중히 떠나는 차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그녀들에게는 정말 익숙한 얼굴이었다. BMW 해성동 매장 점장 전일주였다."다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그 가난뱅이가 무슨 수로 BMW를 사?"서예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렇긴 하네. 옷차림을 보니 전혀 돈이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애 데리고 마실 나왔다가 차 구경하러 온 사람이 분명해. 그 인간이 BMW를 구매했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다른 직원도 서예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매장 안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그들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운이를 안은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전일주 점장과 몇 마디 나누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리창에 매달린 여직원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서예지를 포함한 여직원들은 머리 속이 하얘졌다."세상에나! 저 사람 맞네!""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가난뱅이 아니었어? 무슨 돈으로 최신형 외제차를 산 거야? 저거 최고급 옵션이잖아? 2억 정도 할 텐데?""내가 뭘 놓친 거지? 저 사람 E클래스 보려고 온 거였잖아. 그런데 손님을 무시하다니!"사람들은 저마다 한탄을 금치 못했고 서예지는 후회막급이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예지 언니, 저 사람 언니가 내쫓은 사람 아니야? 가서 사과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에 사람들의 이목이 다시 서예지에게로 쏠렸다.서예지는 수치심에 이를 갈고는 씩씩거리며 긴 다리를 끌고 한지훈에게 다가갔다."이 차 그쪽이 산 거 맞아요?"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서예지를 바라봤다."뭐 문제 있나요?"서예지는 수치심에 발끈하며 화를 냈다."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당신 같은 가난뱅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비싼 차를 사요? 당신 이거… 할부로 긁은 거죠?"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저기요.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서예지가 어깨를 부여잡고 전일주에게 삿대질했다."당신이 뭔데 날 때려?""너 내 고객 리스트 빼돌린 것도 내가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우리 매장을 방문한 고객님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건 못 참아!"전일주의 무시무시한 표정에 서예지는 겁에 질려 어깨를 움찔했다.전일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고객님한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네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댁까지 모셔다드릴까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일행이 곧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죠.""네? 그게 무슨…."전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이때, 수십 대의 벤츠 차량이 달려오더니 벤츠 매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렸다. 한 남자가 공손히 다가가서 마이바흐 차량의 문을 열었다.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벤츠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달려 나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점장까지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왔다.경호원들은 질서 있게 벤츠 매장 앞에 줄을 지어 섰다. 점장과 직원들은 공손한 자세로 손님을 기다렸다.서예지는 싸늘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봤지? BMW 하나 샀다고 유세는! 진짜 부자는 바로 저런 사람들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요염하게 허리를 비틀며 손님들에게 다가갔다.이런 대어를 다른 직원들에게 양보할 수는 없었다.전일주 점장마저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옆집에서 오늘 큰건 하겠네요. 저런 거물급 인사가 이곳을 방문하다니! 한두 대가 아니라 매장을 싹쓸이할 기세인데요?"그 말에 한지훈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차를 사러 온 게 아닐 수도 있지요."그 말을 들은 전일주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모두의 시선이 마이바흐에서 내린 정도현에게 쏠렸다. 오늘 정도현은 회색 정장을 입고 같은 톤의 중절모자를 썼는데 중년의 나이임에도 풍채가 남달랐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문채 조용히
순식간에 주차장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정도현의 뒤를 따르던 경호원들마저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한지훈에게 인사하자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두 자동차 매장 직원들과 두 명의 점장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S시 전체를 공포와 충격에 빠뜨린 조직의 우두머리 정도현이 젊디젊은 청년 앞에 고개를 숙이다니!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 남자 도대체 뭐지?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던 서예지는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누군가는 주저앉았다.S시 시민들에게 정도현이라는 인물은 공포 그 자체였다.정도현의 심기를 거스른 자는 그날로 이 세상을 하직하거나 해외로 도주해서 평생 이 땅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그런 정도현이 그들이 한껏 무시하고 비웃었던 남자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니 이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일까?전일주 점장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정도현의 존재감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아무런 죄도 짓지 않는 그마저 긴장감에 다리가 떨렸다. 그런 존재가 눈앞의 남자 앞에서는 고양의 앞의 쥐처럼 바짝 엎드리고 있었다."가져오라고 한 건 가져왔나요?"한지훈이 싸늘하게 묻자 정도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준비해 왔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매서운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준비해!"그 순간, 수십 명의 경호원들은 발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 튀어가서 자동차 트렁크에서 무기들을 꺼냈다. 범죄도시에서나 볼법한 장면에 벤츠 점장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영문인지는 모르나 상황이 그들이 예상했던 전개가 아니란 건 누가 봐도 확실했다.털썩!점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통곡하며 애원했다."정 회장님, 한 선생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제가 뭐 실수라도 했어요? 제발 이유라도 알려주세요!""하!"한지훈이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