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손영표는 약간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 아닙니다.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 순간 판단 실수로 강 이사 편에 섰는데 그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더라고요. 괜히 라인 잘못 탔다가 모가지 날아갈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바로 거절했습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강 부장님을 따르는 게 백 번 낫죠."강우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더 캐묻기도 껄끄러워서 손영표를 따라 공장으로 들어갔다.한편, 강희연의 연락을 받은 강운그룹 직원이 멀리서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강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실장님, 강우연 씨가 손영표 공장장이랑 같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뭐가 좀 나왔어?"강희연이 다급하게 물었다."아… 아니요. 그런 건 없었고 손영표 저 인간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해서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던데요?"직원은 말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강문복을 바라보며 말을 전했다."아빠, 손영표가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대.""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손영표 같이 철저히 이익만 쫓아 움직이는 간신배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는 강우연에게 무릎을 꿇었다니!"강문복은 듣고도 못 믿겠다는 듯이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아니야!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있어! 강우연이 요즘 밖에서 거물을 문 게 분명해."잠시 생각을 굴리던 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희연아, 너 당분간은 강우연 잘 구워삶아봐. 옆에 꼭 붙어 다니면서 걔가 누구랑 연락하는지 걔를 도와주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봐. 직접적인 증거를 잡으면 더 좋고! 그러면 바로 이사회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으니까!"강희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한편, 한지훈은 아침 일찍 고운이와 함께 외출했다. 오늘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벤츠 매장이었다.강우연이 힘들게 버스로 이동하는 게 못내 마음이 쓰였던 그는 먼저 차부터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표정으로 여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죠?"여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서예지인데 왜요? 찌질하게 집에 가서 형님들한테 고자질하려고요? 이름 알려줬으니 영업 방해하지 말고 당장 여기서 나가요!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벤츠를 산다고."말을 마친 여직원은 요염하게 골반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한지훈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벤츠 매장을 나서며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해상동 벤츠 매장인데 정 회장한테 연락해서 여기로 애들 좀 보내서 청소하라고 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옆에 있는 BMW매장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남자 딜러 한 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인사했다."차 보러 오셨나요? 관심 가는 차종이 있으실까요?"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딱히 알아보고 온 건 없으니까 어떤 게 좋은지 추천해 주세요. 저건 어떤가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손가락으로 최신형 5시리즈를 가리켰다."네, 고객님. 저건 새로 나온 5시리즈인데요. 연비도 괜찮고 주행성능이 아주 뛰어나죠…."남자 딜러는 한지순에게 차에 대한 기본 정보와 성능, 장단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한지훈은 카드 한 장을 딜러에게 건네며 말했다."그럼 저 차로 하죠. 카드로 결제할게요."순간 당황한 딜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른 차 안 둘러 보시고 정말 이 차로 하시겠어요?"한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 어차피 와이프가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거라 성능은 크게 상관없어요. 딜러님 인상이 푸근해 보이니 딜러님 말만 믿고 구매할게요."그 말을 들은 남자 딜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네, 고객님. 지금 구매절차 도와드리겠습니다. 휴게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거기 간식도 있으니 아기도 좋아할 거예요."한지훈을 휴게실로 안내한 딜러는 케익 하나를 꺼내 고운이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애가 참 예쁘네요. 며칠 전에 우리 집사람도 출산했는데 이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정장을 입은 사내가 정중히 떠나는 차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그녀들에게는 정말 익숙한 얼굴이었다. BMW 해성동 매장 점장 전일주였다."다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그 가난뱅이가 무슨 수로 BMW를 사?"서예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렇긴 하네. 옷차림을 보니 전혀 돈이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애 데리고 마실 나왔다가 차 구경하러 온 사람이 분명해. 그 인간이 BMW를 구매했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다른 직원도 서예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매장 안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그들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운이를 안은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전일주 점장과 몇 마디 나누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리창에 매달린 여직원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서예지를 포함한 여직원들은 머리 속이 하얘졌다."세상에나! 저 사람 맞네!""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가난뱅이 아니었어? 무슨 돈으로 최신형 외제차를 산 거야? 저거 최고급 옵션이잖아? 2억 정도 할 텐데?""내가 뭘 놓친 거지? 저 사람 E클래스 보려고 온 거였잖아. 그런데 손님을 무시하다니!"사람들은 저마다 한탄을 금치 못했고 서예지는 후회막급이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예지 언니, 저 사람 언니가 내쫓은 사람 아니야? 가서 사과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에 사람들의 이목이 다시 서예지에게로 쏠렸다.서예지는 수치심에 이를 갈고는 씩씩거리며 긴 다리를 끌고 한지훈에게 다가갔다."이 차 그쪽이 산 거 맞아요?"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서예지를 바라봤다."뭐 문제 있나요?"서예지는 수치심에 발끈하며 화를 냈다."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당신 같은 가난뱅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비싼 차를 사요? 당신 이거… 할부로 긁은 거죠?"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저기요.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서예지가 어깨를 부여잡고 전일주에게 삿대질했다."당신이 뭔데 날 때려?""너 내 고객 리스트 빼돌린 것도 내가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우리 매장을 방문한 고객님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건 못 참아!"전일주의 무시무시한 표정에 서예지는 겁에 질려 어깨를 움찔했다.전일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고객님한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네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댁까지 모셔다드릴까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일행이 곧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죠.""네? 그게 무슨…."전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이때, 수십 대의 벤츠 차량이 달려오더니 벤츠 매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렸다. 한 남자가 공손히 다가가서 마이바흐 차량의 문을 열었다.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벤츠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달려 나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점장까지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왔다.경호원들은 질서 있게 벤츠 매장 앞에 줄을 지어 섰다. 점장과 직원들은 공손한 자세로 손님을 기다렸다.서예지는 싸늘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봤지? BMW 하나 샀다고 유세는! 진짜 부자는 바로 저런 사람들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요염하게 허리를 비틀며 손님들에게 다가갔다.이런 대어를 다른 직원들에게 양보할 수는 없었다.전일주 점장마저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옆집에서 오늘 큰건 하겠네요. 저런 거물급 인사가 이곳을 방문하다니! 한두 대가 아니라 매장을 싹쓸이할 기세인데요?"그 말에 한지훈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차를 사러 온 게 아닐 수도 있지요."그 말을 들은 전일주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모두의 시선이 마이바흐에서 내린 정도현에게 쏠렸다. 오늘 정도현은 회색 정장을 입고 같은 톤의 중절모자를 썼는데 중년의 나이임에도 풍채가 남달랐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문채 조용히
순식간에 주차장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정도현의 뒤를 따르던 경호원들마저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한지훈에게 인사하자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두 자동차 매장 직원들과 두 명의 점장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S시 전체를 공포와 충격에 빠뜨린 조직의 우두머리 정도현이 젊디젊은 청년 앞에 고개를 숙이다니!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 남자 도대체 뭐지?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던 서예지는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누군가는 주저앉았다.S시 시민들에게 정도현이라는 인물은 공포 그 자체였다.정도현의 심기를 거스른 자는 그날로 이 세상을 하직하거나 해외로 도주해서 평생 이 땅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그런 정도현이 그들이 한껏 무시하고 비웃었던 남자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니 이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일까?전일주 점장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정도현의 존재감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아무런 죄도 짓지 않는 그마저 긴장감에 다리가 떨렸다. 그런 존재가 눈앞의 남자 앞에서는 고양의 앞의 쥐처럼 바짝 엎드리고 있었다."가져오라고 한 건 가져왔나요?"한지훈이 싸늘하게 묻자 정도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준비해 왔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매서운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준비해!"그 순간, 수십 명의 경호원들은 발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 튀어가서 자동차 트렁크에서 무기들을 꺼냈다. 범죄도시에서나 볼법한 장면에 벤츠 점장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영문인지는 모르나 상황이 그들이 예상했던 전개가 아니란 건 누가 봐도 확실했다.털썩!점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통곡하며 애원했다."정 회장님, 한 선생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제가 뭐 실수라도 했어요? 제발 이유라도 알려주세요!""하!"한지훈이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서예지는 개처럼 한지훈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울고불고 애원했다.굳이 한지훈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벤츠 점장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다가가서 서예지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멍청한 년이 네 주제에 손님을 무시해? 너 정말 답이 없는 애로구나? 당장 나가서 죽어! 죽으라고, 이년아! 너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분노에 이성을 잃은 점장은 인정사정 없이 발길질을 해댔다. 바닥에 쓰러진 서예지는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이가 부서져 나갔고 입가에도 피멍이 들었다.점장은 다시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고개 숙여 연신 사과했다."한 선생님,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저 년이 혼자 저지른 일이고 제가 엄하게 처벌했으니 제발 우리 매장 살려주세요!"듣다못한 정도현이 다가가서 그 점장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한 선생 대신 분풀이를 한다는 거지?""아… 아닙니다! 그런 뜻 아니에요!"점장은 바닥에 다시 무릎을 꿇고 부들부들 떨었다.한지훈은 싸늘하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랫사람 관리 못한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죠! 사죄의 의미로 오늘부터 10일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정성껏 대하세요. 고객은 왕이라는 신념을 직원들에게 확고히 각인시키란 말입니다!"솔직히 점장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처벌이었다."네! 꼭 그렇게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점장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는 일어서서 직원들에게 지시했다."한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 앞으로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신분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대접한다! 조항을 어기는 인간은 바로 해고야! 다시는 이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어!"말을 마친 그는 다시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하면 되나요?"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새로 구매한 BMW로 다가갔다. 정도현을 지나치던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벤츠 디자인이 정말 구리네요. BMW로 바꿔요. 나도 오늘 샀는데 정말 승차감이 괜찮더라고요. 여기 매장
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무슨 문제 있어?"그 말을 들은 강신이 더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거 네가 산 거 맞아? 이 차 최소 2억은 하지 않아? 가문에서 쫓겨난 주제에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비싼 외제차를 샀어? 설마 렌트한 건 아니지?"그 말을 들은 서경히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아들, 네가 잘못 본 거 아니야? 이 차가 2억이나 한다고?"강학주에게 시집와서 강운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서경희는 시댁에서 뭐 하나 건진 게 없었다. 평소에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아서 강학주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차 한 대에 2억이라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의심의 눈초리로 한지훈을 쏘아봤다."엄마, 이 차 나도 봤었어. 최신형 BMW 5시리즈야. 시중 가격이 2억이나 한다고! 확실해!"강신은 질투로 시뻘게진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한지훈 이 자식이 좋은 타를 타고 다니다니!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데!’"구경은 다 했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고운이와 함께 차에서 내린 한지훈은 곧장 집 안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서경희가 다가와서 그의 팔목을 낚아채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물었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이 차 자네가 산 거 맞아? 자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좋은 차를 샀어? 아, 우연이 고년한테서 용돈 받았어? 그 멍청한 년은 프로젝트 맡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뒷돈을 챙겨? 이거 공금횡령이야!"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서경희는 당당했다.강신 역시 해답을 찾은 것처럼 한지훈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맞아! 한지훈 너 이 자식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이 좋지 않았어! 가문에서 버려진 놈은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한씨 핏줄이 다 그렇지 뭐. 비열한 자식! 네가 강우연 꼬셔서 회삿돈에 손을 댔지? 큰 프로젝트 맡은 게 이제 며칠이라고 벌써 외제차부터 뽑아? 이러다가 나중에 별장도 사겠다?"강신은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로 찾아가 강우연에게
"악! 이 인간이 사람을 죽여요! 한지훈, 너 미쳤어? 당장 내 아들 내려놔! 그거 안 놔?"정신을 차린 서경희가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꿈쩍도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아빠, 아빠… 나 무서워. 고운이 무서워! 싸우지 마!"옆에 있던 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겼다.아이의 울음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경희를 노려보고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강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이를 갈았다."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네가 감히 나한테! 당장 할아버지한테 가서 이를 거야! 아빠한테 말할 거야! 두고 봐!""그렇게 해."차갑게 대꾸한 한지훈은 고운이를 품에 안고 집 안으로 향했다.강신은 기다시피 해서 겨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경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들, 괜찮아? 엄마 봐봐. 어디 다쳤어?""엄마, 한지훈 저 미친놈이 날 죽이려고 했어!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고!"강신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정말 주제를 몰라도 분수가 있지! 아들, 가자! 지금 당장 회사로 가서 한지훈 저놈이랑 강우연이 공금횡령한 사실을 아버님께 전할 거야! 아버님도 사실을 아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우리가 사실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말하면 당장 강우연 해고하고 널 총책임자 자리에 앉힐지도 몰라!"서경희는 자신의 추측이 정확하다고 확신했다.강신 역시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지금 당장 할아버지한테 가자!"말을 마친 그는 휴대폰으로 차량을 촬영해 증거로 저장한 뒤, 서경희와 함께 강준상의 별장으로 달려갔다.강준상의 별장으로 온 강신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저 정말 억울해서 못살겠어요! 조금 전 한지훈 그 놈이 저를 목 졸라 살해하려고 했어요! 이거 봐요! 목에 자국도 있잖아요!""네, 아버님! 한지훈 그 인간 정말 미친놈이에요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