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널브러진 시체가 즐비했다.쾅!그리고 이때 폭발음이 들려왔다.밀림 깊은 곳에서 발사된 로켓탄이 앨리스를 향해 날아갔다.앨리스가 알아차리고 몸을 피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그리고 이 순간, 시커먼 그림자가 갑자기 허공에서 내려오더니 앨리스를 껴안고 옆으로 굴렀다.쾅!앨리스가 서 있던 자리는 로켓탄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불길이 하늘을 찢을 것처럼 치솟았다.바닥을 구른 앨리스는 조금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생긴 커다란 구덩이를 바라보며 욕설을 퍼붓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한지훈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네?’전쟁은 점점 더 백열화 단계에 진입했으나 북구 쪽 화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앨리스는 대원들에게 손짓하여 화력을 멈추라고 지시했다.밀림에서 스산한 바람소리와 주변에서 들리는 야수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긴장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타다닥!밀림 안 쪽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상대를 알아본 앨리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왔어! 전신급 강자가 나타났어!”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에게로 쏠렸다.한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아니, 그것은 절대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상대가 이곳을 향해 돌격해 오는 소리였다.쾅!검은 그림자가 한지훈이 주시하던 전방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마치 검은 표범처럼 공중을 날아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감이 풍기더니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지닌 사내가 나타났다.“후퇴!”순식간에 앨리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수십 명의 용병들이 후다닥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고 있었다.쾅!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다리를 들어 공중으로 발차기를 했다.한지훈을 향해 달려들던 그 검은 그림자는 그의 급습을 피하지 못하
한지훈은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내 상대가 안 돼.”“그건 겨뤄봐야 아는 거지!”상대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더니 한지훈의 코앞에 와서 갑자기 상체를 숙이고 급소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만약 전신급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었다면 그 일격에 심장이 산산조각이 나서 급사했을 것이다.한지훈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손을 뻗어 그대로 상대의 주먹을 잡았다.넘버13이 아무리 발악해도 한번 잡힌 주먹은 한지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악!”사내가 갑자기 분노한 함성을 지르더니 왼손으로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들었다.칼날이 번뜩이며 번개처럼 빠르게 한지훈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의 동작을 노려보았다.쾅!그리고 다시 손을 들어 그대로 사내의 가슴을 가격했다.그의 주먹은 포탄과도 같이 묵직하게 상대의 가슴을 치고 상대를 공중으로 날려보냈다.바닥에 추락한 사내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더니 단도를 잡은 손을 뻗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리고 속도를 조금씩 줄이며 습격의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괜히 힘만 빼지 마. 넌 내 상대가 아니라니까. 난 단지 사람을 만나러 북부에 온 거야.”“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북부에 발을 들일 수 없어! 그래도 가야겠다면 내 시체를 밟고 가!”사내는 다시 포효하며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단도가 번뜩이더니 한지훈의 명치를 노렸다.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오릉군가시를 꺼냈다.촤르륵!오릉군가시는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더니 상대가 들고 있는 단도를 가격했다.챙그랑!아찔한 소리와 함께 상대가 들고 있던 단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오릉군가시는 그대로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한지훈에게로 돌아갔다.그리고 다시 손을 뻗자 쇠사슬이 공중을 뻗어나가더니 사내의 몸을 휘감았다.
여자의 뜨거운 열정에 한지훈은 순간 당황했다.등 뒤에 서 있던 용병들도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한지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힌지훈은 힘겹게 앨리스를 밀쳐내고 말했다.“더 앞으로 가면 위험해. 나 혼자 갈 거야.”앨리스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우리가 당신과 함께 갈 거야! 당신은 우리의 신이야! 우리가 당신의 안전을 지킬 거야!”한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어쩐지 추종자들이 더 늘어난 느낌이었다.“앨리스, 나 믿어.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어. 너희는 들어가봐야 무모한 희생만 더해질 뿐이야. 이틀, 나한테 이틀만 시간을 줘. 이틀 안에 내가 나오지 못하면 그때는 마음대로 해.”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하게 말했다.앨리스는 한참 고민하다가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당신만 믿을게, 나의 신!”한지훈은 그제야 뒤돌아서 굳건한 걸음걸이로 북부의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뒤에서 앨리스 일행은 한지훈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제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리를 지켰다.한편, 한지훈은 북부의 지도를 손에 들고 밀림을 누비며 더 깊은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대략 20분 정도 걸은 후에야 그는 돌진해 오는 순찰 용병을 만났다.전차에서 뛰어내린 그들은 총을 들고 한지훈을 겨누었다.선두에 선 용병 한 명이 한지훈을 보고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누구야? 여긴 왜 나타난 거야?”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순찰대 팀장은 음침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누가 들여보냈어?”“나한테 키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히 대답했다.그제야 순찰대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사납게 말했다.“타! 우리랑 같이 움직일 거야.”한지훈은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들을 다 죽여버릴까 고민하다가 차에 올랐다.곧이어 한지훈을 태운 전차는 광활한 평원으로 그를 데려갔다.사방에는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수십 명의 순찰 소대가 호시탐탐 그들을 노려보고 있
긴장이 순식간에 고조되었다.한지훈은 사방에서 자신을 향한 총구들을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제가 죽인 게 맞습니다.”그러자 군복을 입은 중년 사내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이곳에서 넘버13을 죽인 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니?”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모릅니다.”중년 사내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신급 강자를 죽였다는 건 흑뢰 수뇌부의 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넘버13을 죽였으니 넌 적어도 그를 뛰어넘는 강자라는 것을 뜻하겠지. 어쩌면 내 수하들이 힘을 합쳐도 네 상대가 되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깊은 곳에 더 강한 강자 두 명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넘버13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야.”“젊은 친구, 죽고 싶지 않으면 여기 남아 우리 사람이 되어서 넘버13의 자리를 대체하는 게 어때?”그 말에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싫다면요?”사내는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거절은 너의 몫이니 어쩔 수 없지. 너를 2구역으로 보내겠다. 그곳의 전신 강자가 너를 처리할 것이야.”중년 사내는 통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2성 전신 강자를 죽였다는 건 그의 실력이 넘버13보다는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일개 용병단인 그들이 이런 사람을 품는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그러니 무의미한 희생을 할 필요는 없었다.흑뢰의 생존법칙은 제때에 상황을 판단하고 실력을 보존하는 것이었다.“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중년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 수하에게 손짓했다.“이 녀석을 2구역으로 보내.”“예, 장군!”그리하여 한지훈은 다시 전차를 타고 3구역 군사기지를 떠났다.중년 사내는 뒷짐을 지고 멀어지는 전차를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어떤 호랑이 새끼가 흑뢰에 침입했다고 2구역에 공지해!”“예, 장군!“10여분 뒤, 전차는 거대한 바위 앞에서 멈추었다. 거기에는 붉은 페인트로 2구역 금지구역이라는 영문 글자가 칠해져 있었다.“내려!”운전대를 잡은 용병이
밀림 속에서 무서운 기운이 느껴졌다.한지훈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들고 위쪽을 향해 총을 쏘았다.탕탕!총소리와 함께 위측에서 인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한지훈은 그 인영을 쫓으며 계속해서 총을 쏘았다. 얼마 가지 않아 탄약이 떨어졌다.상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고 있었다.한지훈은 단호하게 총을 바닥에 버렸다.거의 동시에 밀림을 누비던 인영에게서 비수가 날아와 한지훈의 목을 겨누었다.한지훈은 뒤로 덤블링을 하며 공격을 피했다.공중에서 낙하한 인영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일반 전신급 강자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습격이었다.상대가 자신을 향해 달려든 순간 한지훈은 앞구르기를 하고 다리를 들어 상대의 가슴을 걷어찼다.쾅!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밀림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상대가 휘두른 주먹은 한지훈의 발에 맞았다.상대는 뒤로 뒷걸음치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목적으로 금지구역에 들어온 거지?”말을 마친 사내는 한지훈의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뚫어지게 그를 관찰했다.한지훈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누구?”“넘버1!”그 얘기가 나오자 상대가 당황하더니 이내 얼굴에 냉소를 머금었다.“넘버1을 만나려면 일단 나부터 쓰러뜨리고 지나가!”순식간에 상대의 두 눈에 진한 살기가 차올랐다.한지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쾅!거의 순식간에 상대의 앞에 도달한 한지훈은 무릎으로 상대의 복부를 가격했다.사내는 필살기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공중을 날아 바닥으로 추락했다.사내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지훈을 쳐다보며 물었다.“너… 대체 누구야?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사내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뜨고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한지훈은 자신의 발 밑에 쓰러진 남자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헀다.“3성급 전신 강자 정도면 최강자라
그 시각, 흑뢰 수뇌부.이곳은 흑뢰의 최강자들만 모인 구역이었고 파리 한 마리 들어올 수 없는 금지구역이었다.각 구역의 수장들이 밀실 안에 모여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모니터에는 넘버12를 쓰러뜨리고 1구역으로 전진하는 한지훈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밀실에 앉은 7인은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만 주시하고 있었다.어두운 불빛 아래 한 사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가 오고 있어. 이미 넘버13과 넘버12를 쓰러뜨렸어. 이대로 가다가는 흑뢰 내부에 천지개벽이 일어날지도 몰라. 무슨 방법을 써서든 저놈을 처리해야 해.”“하. 말이 쉽지. 상대는 용국의 북양왕이자 신룡전 용왕이야. 1존 사령관급 인물이라고. 무슨 방법으로 해결할 건데?”“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다른 애들은 맞서봐야 무의미한 희생일 뿐이야.”외부의 사람들이 들었으면 경악할 내용이었다.전신급 강자가 여기서는 무의미한 희생양이라니….상상도 하기 어려운 상황!“그들이 우리 말을 안 들을 수도 있어. 그들은 우리 관할구역도 아니잖아. 기분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목구비와 말투로 보아 그는 용국 사람이었다.그의 오른편에는 금발의 서양 사내가 앉아 있었다. 금발 사내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대체 뭐가 두려운 거야? 여기는 흑뢰야. 외부 침입자 혼자 힘으로 여기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소리야?”“캐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한 서양 사내가 물었다.캐럴은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내 용병단을 출동시켜서 화력으로 제압하면 돼. 아무리 북양왕이라고 해도 현대 무기 앞에서는 맥을 못 쓴다고. 게다가 나 캐럴이 직접 개발한 최고의 장비야.”“하!”용국인 사내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캐럴, 이래서 넌 아직 어리다는 거야. 용국의 북양왕의 실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사령관급 강자가 얼마나 변태인지 모르니까 그런 소리나 지껄이
자신만만하던 넘버11이 순식간에 쓰러진 것이다.그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지훈을 비웃으며 말했다.“넌 들어가지 못해. 감시구역에서 이미 최강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거든. 그 사람이 있는 한 넌 절대 감시구역으로 발을 들이지 못할 거야.”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발로 사내의 가슴을 짓밟았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넘버11은 그렇게 숨이 끊어졌다.그 모습을 밀실에 모인 사내들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가득 서렸다.“넘버11도 죽었어! 어디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넘버5는? 아직이야?”그들이 분노에 치를 떨고 있을 때, 한지훈은 이미 북부 감시구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그렇게 몇 걸음 못 가서 한지훈은 걸음을 멈추었다.그의 앞에는 숨 막히는 압박감을 풍기는 사내가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다가오고 있었다.한지훈은 가까이 다가오는 사내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거대한 도끼를 든 사내에게서 사령관급 기운이 풍겼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진한 살기가 뒤덮였다.상대는 한지훈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한걸음 한걸음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갑자기 사내가 속도를 올리더니 들고 있던 도끼를 한지훈을 향해 휘둘렀다.엄청난 살기를 가진 일격에 한지훈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쾅!순식간에 한지훈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상대는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한지훈이 뒤로 물러선 순간 더 가까이 그와 밀착하며 도끼를 휘둘렀다.한지훈도 인상을 쓰며 오릉군가시를 휘둘렀다.무기와 무기가 서로 부딪히며 눈이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사내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고는 다시 도끼를 다잡고 휘둘렀다.한지훈은 신속히 응대하며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밀림에서 아찔한 마찰음이 귀를 찢을 것처럼 들려왔다.쾅!순식간에 한지훈은 다리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걷어차며 반동을 이용해서 덤블링한 뒤에 오릉군가시를 휘둘렀다. 그 순간 사내가 들고 있던 도끼가 바닥에 떨어지며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사
사내는 뼈가 부러진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고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인정하지. 나를 이긴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하지만 내가 과연 혼자 왔을 거라고 생각해?”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확 썼다. 어딘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순식간에 사방에서 네 명의 인영이 튀어나왔다.그들 각자가 가진 기운은 흑뢰 전체를 찢고도 남았다.사령관급 강자가 벌써 네 명이나 튀어나온 것이다.한지훈 한 명을 상대한다고 다섯 명이나 되는 사령관급 인물들을 동원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한지훈의 주변으로 진한 살기가 요동쳤다.갑자기 나타난 이 네 명의 실력은 넘버5를 훨씬 능가했다.더 불안한 것은 그들 중 세 명의 기운을 봐서 오성 용수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6성! 6성이었다.명왕의 말은 사실이었다.흑뢰 내부에 세 명의 6성 용수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외부에서는 사령관급 강자 한 명만 있으면 일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그만큼 전쟁터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그리고 한 나라를 쓰러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눈앞의 다섯 명 중에 실력이 가장 뒤처지는 사람도 3성 사령관급의 강자였다.이런 사람이 만약 용국에 있었다면 한 지방의 사령관을 맡고도 남았을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한지훈은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그들의 기운을 봤을 때, 이 흑뢰를 파괴하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그들의 주변으로 생명력을 가진 모든 것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이… 이게 뭐지?”“다섯 명이 전부 출동한 건가?”“한 번도 있었던 적 없는 일이야! 너무 위험해! 북양왕을 물리치겠다고 다섯이 같이 움직이다니! 저 세 명은 6성 용수잖아!”밀실 7인방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감탄했다.그들이 힘을 합치면 서방의 모든 나라를 파괴하고도 남았다.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진 이국이라고 해도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분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