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 감히 우리 화산을 멸문하려 한다면, 앞으로 무종 전체가 너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반드시 널 제거하려 들 것이다!”금빛 광막에 갇힌 충소자는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목이 터져라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화산을 멸하든 말든, 어차피 결과는 같을 거다. 그렇다면 죄악으로 손을 더럽힌 자들을 굳이 살려둘 이유가 어디 있겠나.”한지훈은 냉소를 흘리더니 손을 번쩍 들었고, 그 순간 천지를 가르는 용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찰나에 수많은 이들의 생기가 산산이 흩어졌고, 순식간에 모두 백골로 변해버렸다.“한지훈!”비록 바깥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죽음의 기운이 몰려오자 충소자는 단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곧이어 한지훈이 손을 내리자, 금빛 광막이 거둬졌다.“충소자, 네가 날 직접 찾아오라 하지 않았나? 내가 이렇게 왔다!”한지훈은 담담히 웃었다.그 순간, 돌계단 위에는 새빨간 피바다와 천여 구가 넘는 백골들만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내가 너희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게 아니야. 용경으로 가서 법에 따르라 한 건, 겁이 나서가 아니라 너희에게 죄를 씻을 기회를 준 것뿐이다.”“하지만, 그 기회를 너희가 걷어찼다면 나 한지훈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한지훈의 목소리는 용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무종 내 아직 용경으로 향하지 않았던 종문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용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한지훈! 오늘 네가 우리 화산 만여 명 제자를 죽였다! 그 원혼들이 널 끝까지 따라붙어 복수할 줄은 모르느냐!”“네놈처럼 살기를 품고 수만 제자를 몰살한 자는 결코 좋은 죽음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충소자는 지금, 더는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화산의 주봉에만 무려 만여 명이 넘는 제자들이 있었건만, 이제 남은 건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 “흥! 내가 좋은 죽음을 못 맞이한다고? 네놈 화산의 제자들이 지난 5년간 몇 가정이나 파탄 냈고, 몇 명의 용국 백성을 죽였는지, 너는
멀리 떨어진 용경에서조차 계씨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국왕 또한 화산 방면을 멀리 바라보며, 눈썹을 깊이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대장로를 비롯한 수많은 고수들 역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주시하며 속으로 한지훈을 응원하고 있었다.“검이여, 오라!”검은 그림자가 다섯 손가락을 펼치자, 천지 사이를 가로질러 한 줄기 은백색 기운이 소용돌이치더니, 이내 투명한 진기지검이 형성되었다!그 진기지검을 손에 쥐는 순간, 산하를 멸할 기세의 무시무시한 위력이 온 화산을 덮쳐버렸다.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지금의 한지훈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당당히 허공 위에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그의 주위에는 세 마리의 거대한 용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고, 발아래에는 거대 무쌍한 음양어 한 쌍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심지어 하늘조차 찢겨나가는 듯, 천지가 비통한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오대 명산의 모든 사람들이 전율하며 몸을 떨었다.“설마, 천산검선과의 결투에서도 한지훈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건가...?!”이청도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화산 쪽을 바라봤다!“좋지 않군!”심지어 충소자마저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그 검은 그림자... 그는 너무나 익숙했다!시황제, 그는 용국 수천 년 제왕의 기운을 모두 품은 자였다!게다가 충소자의 경지는 높지 않았고, 화산의 사람인 그는 화산대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지훈이 휘두르면 몰라도, 시황의 일검은 그가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참하라!”한지훈이 비명을 외치는 순간, 검은 그림자 또한 천지를 갈라놓을 거대한 검을 쥔 채 화산의 호산대진으로 향했다.“안 돼! 한지훈, 넌 절대 그럴 수 없다!”검은 그림자가 검을 내리치는 순간, 충소자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목이 터져라 외쳤다.“콰직!”한 줄기 은색 섬광이 번뜩이더니, 호산대진 위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다음 순간, 한지훈은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단숨에 그 균열을
이 순간, 한지훈은 살짝 눈을 감은 채 아예 충소자를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그가 공격을 멈춘 건 결코 체력이 고갈돼서가 아니었다.방금 전의 빗발치는 연속 공격은, 전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시도였다.바로 화산 호산대진의 약점을 찾기 위한 시험인 것이다!아무리 강대한 호산대진이라 해도 약점은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그 약점만 찾는다면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진법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그리고 지금, 한지훈은 분명 그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그 순간, 그의 주위로 셀 수 없이 많은 흰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하늘을 받치고 대지를 꿰뚫는 듯한 거대한 기세가 한지훈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땅 밑의 수천 년 된 고목조차 그 압력에 못 이겨 땅속으로 삼 미터나 꺼졌고, 화산 자락의 대지 전체가 무려 일 미터나 가라앉았다!그때, 하늘 위에 커다란 황금빛 광막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새에 한 마리의 창룡로 변화했다!콰앙!창공을 울리는 우렁찬 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한지훈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진왕검을 들어 화산의 대진을 향해 단칼을 휘둘렀다!또 한 번의 용의 포효가 산하를 뒤흔들었다!황금빛 창룡이 구천을 찌르며 날아오르자, 용국 전역의 시민들이 하늘을 바라보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엄마, 저거... 저거 용이야!”“진짜 용이잖아!”“내... 내가 잘못 본 건가? 이 세상에 진짜로 용이 존재해...?!”사람들이 눈을 비비며 현실을 의심하고 있을 때, 이번엔 하얀 광막이 한지훈의 발아래서 솟구쳐 올랐다!콰앙!또 한 번 하늘을 가르는 용의 울음이 터져 나왔고, 하얀 빛의 창룡이 허공을 갈라 구름 위로 솟구쳤다!다만, 금룡과는 달리 이 백룡은 위엄은 없으나, 살기 어린 기운이 온몸에서 흘러넘쳤다!두 마리의 창룡이 하늘을 가로지르자, 그 모습을 본 충소자는 완전히 얼어붙은 듯 말을 잃었다.용...그 존재는 실제로 이 세상에 있었으나, 만 년 전 이미 멸종되었다는 게 정설이었다.그런데, 한지훈이 어찌 용의 의지를 계승할 수
결국 그는 반보 인왕계 강자에 불과했다.아무리 해도 화산의 호산대진을 수동 방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지, 이 대진의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한 번에 한지훈을 화산 기슭에서 몰살시킬 수는 없었다.“보아하니 제법 자신 있는 모양이군. 좋아, 그럼 나도 한번 보지. 화산의 호산대진이 강한지, 아니면 시황의 제왕 기운이 강한지 말이야.”한지훈의 말이 떨어지자, 심지어 충소자조차도 싸늘한 숨을 들이켰다!그제야 모두가 깨달았다, 방금 전 한지훈이 휘두른 검기는 그의 개인 무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그건 바로, 시황의 제왕 기운이었다!“흥, 한지훈! 네놈이 지금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본데, 제왕 기운이 아무나 함부로 동원할 수 있는 줄 아나?! 그건 결국 네 체력을 소모하는 거다! 아무리 네가 괴물이라도, 그 기운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겠느냐!”충소자의 고함에서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그의 경지로는 제왕 기운이란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한지훈이 어째서 이런 기운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방금 전 한지훈의 일격이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만일 화산의 호산대진이 보통의 진법이었다면, 방금 일격에 바로 산산조각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허나 그와 달리, 충소자는 호산대진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한지훈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가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곤 단 하나, 심리전이었다!한지훈의 신념을 흔들고, 그로 하여금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 그것만이 화산을 지켜낼 유일한 길이었다!“그래? 그렇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도록 해라.”한지훈이 낮게 웃으며 말하자, 손에 쥔 진왕검이 또다시 번뜩였다!“콰과광!”연이어 폭음이 터졌다!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한지훈의 공격에 화산의 호산대진은 흔들림 하나 없었지만, 그 기세 하나만큼은 천지를 뒤흔들었다!이 순간, 용국 전역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초천홍은 먼발치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다 은밀히 아미의 화룡진군에게 말을 전했다.“화룡진군
한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손에 진왕검을 움켜쥐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인왕 일 층의 기세가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다른 자들이라면 결코 이처럼 전면으로 화산의 호산대진을 향해 달려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천하를 굽어보는 군림의 기세로, 화산을 향해 검을 겨누며 달려들었다!이는 감정에 휘둘린 돌진이 아니었고, 천생서문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던 것이다. 이와 같은 호산대진을 돌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진왕검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쳤으나, 그 위에 깃든 것은 바로 군왕의 기운이었다!군왕의 기운 또한 기운의 일종으로, 그것은 인간 세상의 지배자에게만 허락된 기운이며 천하의 위엄을 상징했다! 충소자는 한지훈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듯 치솟고, 분명히 탐색하는 것이 아닌 실전으로 호산대진을 깨부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거기에 더해, 인왕 경지의 기운이 전혀 숨겨지지 않고 드러나자, 그는 한지훈이 더 이상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은 걸 알 수 있었다! “흥! 죽고 싶은 모양이군! 네놈이 무종을 해치는 해충이라면, 오늘 이 충소자가 무림의 이름으로 너를 말끔히 없애주겠다!”충소자가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양팔을 쭉 펼치더니, 곁에 있던 사람 키만 한두 개의 돌기둥을 강하게 내리쳤다!그 순간, 두 돌기둥 위에서 금빛이 솟구쳐 오르며, 화산 전체의 상공에 엷은 금색의 광막을 형성했다!공간진법!일반적인 공간진법과는 다르게, 이 호산대진은 화산과 외부 세계를 아예 두 개의 차원으로 분리해버리는 진법이었다. 어떤 끔찍한 공격이 오더라도, 화산 자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즉, 한지훈이 아무리 강한 힘을 쏟아부어도, 화산에는 손톱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한지훈 자신만이 소모되고 상처 입는 것이었다!이것이 바로 공간진법의 진정한 공포였다!하지만 한지훈은 화산을 감싸고 있는 금빛 광막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며칠 전 천산검선과 맞붙었을 때보다도, 이번이 오히려 더욱 위험했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깨달았다. 오대 명산은 수많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쉽게 뚫을 수 없는 호산대진으로 수호되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그들은 한지훈의 말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조정의 존재마저도 무시했던 것이다! 그들 앞에 놓인 호산대진은 설령 핵무기를 쏜다 해도 피해를 입는 건 오히려 명산 밖의 속세일 뿐, 그 내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터였다!“이건 일부러 한지훈을 도발해 유인하려는 계략이다! 한지훈이 스스로 공격해 오게 만들어놓고, 그 뒤 호산대진으로 막아 체력을 소진시키려는 속셈이야!”진우는 즉각 오대 명산의 의도를 간파했다.호산대진을 뚫지 못한다면, 한지훈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인간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지금은 비록 한지훈이 인왕 일 층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그 기력은 어찌 됐든 소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틈을 타, 충소자가 기습을 감행한다면 한지훈은 열에 아홉이 아니라, 열에 열은 죽게 될 것이다!“보통 상황이라면, 호산대진은 수동적인 방어용이라 공격 능력은 없다지만, 한지훈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위협이 되지!”계씨 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안 돼! 한지훈이 먼저 손을 쓰게 놔둬선 안 돼!”진우는 이 생각을 하자 재빨리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한지훈이 손을 쓰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진우가 전화를 걸어온 것을 본 한지훈은 잠시 생각한 뒤 전화를 받았다.“한씨 형님, 그 호산대진은 형님께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저놈들은 형님의 체력이 소진된 후에 곧바로 덮쳐서 형님을 죽이려는 속셈이라고요!”“이럴 땐 물러나는 게 상책입니다! 당장은 참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되갚아줄 수 있지 않습니까!”진우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걱정 마세요. 고작 호산대진 따위, 날 막기엔 역부족이니.”한지훈은 담담히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