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날려간 노인의 몸은 몇 개의 거대한 돌기둥에 부딪쳐 떨어진 뒤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광장 전체에는 연기와 먼지가 사방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강자들은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았다. 노인은 무려 칠검의 수장이었다. 심지어는 삼성 지급 천왕 경계에 오른 강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하게 될 줄이야.’ 다른 여섯 명의 검종 장교들은 경악한 얼굴을 한 채 잔뜩 놀란 기색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적색 열용 장총을 든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던 한지훈은, 이내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위세는 매우나도 놀라웠다. 곧바로 멀리서 지켜보던 6명의 검종 장교들은 뒤이어 재빨리 돌진하여 한지훈을 앞을 가로막고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 자식 봐라, 네가 감히?”“수장! 괜찮아요?”“감히 검종의 수검인 날 건드리다니... 한지훈, 너 우리 검종이랑 원수라도 지고 싶은 거야?” 그러자 한지훈은 적색 열용 장총을 더욱 꽉 쥐고는 살의 어린 말투로 말했다. “내가 말했지. 날 막는 자들은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만약 너희들이 기어코 고집을 부리고 날 막으려 한다면, 오늘 난 반드시 너희 모두를 몰살할 거야! 너희 검종 칠검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건방진 놈!”“어디서 감히!”“너 죽고 싶어?”한지훈의 패기 넘친 발언에, 여섯 명의 검종 장교들은 일제히 분노하며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장내는 더더욱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지훈 혼자서, 무려 여섯 명의 검종 장교를 상대하고 있었다. 고층 건물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적천의 입가에는 옅은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용 선생, 내가 틀린 말한 건 아니지?”용 선생은 이미 크게 놀라 멍해있었다. 뜻밖에도 한지훈이 정말로 계급을 뛰어넘는 도전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는 적색 열용 장총이라는
그 순간, 하늘은 놀랍게도 여섯 갈래의 공포의 검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육검 합일은 검종 칠검에서도 중요한 필살기 중 하나였다. 사실은 칠검 합일이 가장 완전한 필살기였다. 하지만 수장이 중상을 입은 상황에 이미 검까지 부러져, 칠검 합일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육검 합일의 위력도 꽤나 놀라웠다. 2성 현급 천왕 강자 한 명을 죽이는 것 정도는 매우 쉬울 것 같았다.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 날려오는 검의 기운을 느낀 한지훈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내심 공포와 위기감을 느꼈다. 이 여섯 개의 검은 일단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 대지를 가르고 천군만마까지 쓸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지훈! 죽어!”육검 합일의 기운은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무섭게 한지훈을 덮쳤다. 곧이어 한지훈은 적색 열용 장총을 힘껏 올려 들었다. 쨍그랑! 놀랍게도 여섯 자루의 검을 순식간에 모두 쓸어버렸다. 그것도 단 한 방에 여섯 자루를 동시에 쓸어버렸다. 쾅! 곧바로 여섯 강자들 역시 한지훈에 의해 몸이 수십 미터 밖으로 날려가 땅에 쓰러지게 되었다. 푸! 힘없이 쓰러진 여섯 강자들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손에 장총을 든 채, 그중 한 사람에게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러고는 장총을 들어 올려 한 손가락으로 총알을 쐈다. “애초에 검종은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데 너희들은 기어코 바보같이 저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 거야. 그것도 무종과 용국 조정의 규정을 깨버리고 말이야.” 한지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땅에 쓰러진 한 검종 종교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지훈, 멍청한 건 네놈이야! 무종과 용국 조정은 원래부터 하나의 조직이었어. 저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그것이야말로 우리 검종이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야! 용국도 언젠가는 결국 국왕이 바뀌게 될 거야! 그리고 때가 되면 검종도 당연히 새로운 장군을 맞이하게 되겠지.”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
한편 천자각 광장 위에 있던 문무백관들은 일제히 정문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이어 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적인 그림자가, 손에는 금색의 용검을 든 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장내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설마... 북양 왕?”“북양 왕이 왔어. 정말 그가 온 거야!”“저건 용검이잖아! 무려 용검을 들고 나타나다니!”놀라운 한지훈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한지훈은 손에 용검을 든 채 차가운 눈빛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자문을 넘어섰다. 곧이어 땅에 무릎을 꿇은 백관들 앞을 지나치고는 저군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쏴! 곧바로 그는 금색 용검을 휘날리며 저군을 노렸다. 그러자 다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는 숨 죽인 채 지켜보기만 했다. 저군을 향해 꺼내든 한지훈의 용검에, 많은 사람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용검은 결국 저군의 목 쪽에서 멈추기만 했다. 담담하게 뒷짐을 지고 서있던 저군은, 자신의 목을 겨눈 칼을 마주하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입가에 옅은 웃음기를 드러냈다. 저군은 역시나 태산이 무너져도 놀라지 않을 어마무시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한지훈은 여전히 용검을 내려놓지 않은 채 저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이때, 낙로가 제일 먼저 튀어나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노호하였다. “북양 왕!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네가 감히 검을 들고 저군을 노려?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곧이어 한지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낙로를 노려보자, 그 기세에 눌린 낙로는 어쩔 수없이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잠시 마주했을 뿐이지만 한지훈의 그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공포스러웠다. 한지훈은 손을 진 채 여유롭게 미소를 띤 저군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등용도에 있던 천 명의 흑철 현갑 병사들, 네가 파견한 거야?”저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그랬어!”뻔뻔한 그의 태도에 한지훈은
한지훈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는 크게 소리쳤다. “폐하의 명령, 받들겠습니다!”그러자 국왕은 미소를 띤 채 직접 한지훈을 일으켜 세우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한지훈, 앞으로 이 용국은 너희 젊은이들한테 맡기려고 해. 저군의 곁을 잘 지키면서 용국을 위해 열심히 싸워줬으면 좋겠어!”한지훈은 약간 의아했지만 일단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곧이어 국왕은 저군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저군, 이젠 네가 바로 용국의 근본이야. 오늘 이후로 용국은 네 것이 될 거야. 앞으로 오직 용국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이끌어가길 바랄게.”저군은 재빨리 몸을 굽혀 말했다. “폐하께서 바라시는 대로,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용국을 이끌어 나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폐하를 본보기로 삼으면서 제 방식대로 또 열심히 이끌어갈 것입니다!”국왕은 흐뭇해하는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훈, 내 말 명심해. 용검이 네 손에 들려있는 한, 국왕이 일단 반역이라도 일으키려 한다면 넌 언제든지 그 검을 들고 처단할 수가 있어. 용검은 예로부터 국왕을 처단하는 유일한 검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한쪽 편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저군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국왕의 이 말의 뜻은 분명히 자신에게 일종의 경고를 날리는 것이었다. 곧이어 국왕은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 금자탑을 우러러보며 외쳤다. “내가 국왕으로서 집권한 일생 동안, 유일하게 유감스러운 일은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다는 거야. 하지만 더 이상 욕심은 가지지 않을 거야. 만인의 찬양 따위는 바라지 않고, 내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만족할 거야!” “오늘부로 나의 자리는 저군이 물려받게 된다!”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저군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는 절을 올렸다. 바로 그때, 국왕의 몸은 다시 쓰러지게 되었다. 한지훈은 빠른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국왕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지체 없이 권력을 행하려 한다니. 바로 이때, 침착한 얼굴을 한 신한국의 진노가 직접 나서 그 장교를 쳐다보며 노호하였다.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대체 누가 반역했다는 거야? 여기 있는 용국 장병들 그리고 용국 백성들에게 물어봐. 누가 반역했다는 건지?”진노의 기세에 놀라 장교는 당황하여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애초에 이 임무를 받았을 때, 장교 또한 어리둥절했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나 감히 신군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진노, 저... 저도 받든 명령대로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인데 굳이 저를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난처? 내가 보기엔 너희들이 지금 이러는 게 바로 반역이야!”얼굴에 노기가 가득했던 진노는 노발대발하며 화를 냈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전부의 대장군도 애써 침착한 얼굴을 한 채, 뒷짐을 지고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 장교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너 다시 말해봐!”대장군마저 자신을 압박해 오자 배짱 없는 장교는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장군, 그... 신군께서는 한지훈 사령관을 천자각까지 데려오라고 하셨어요...”어쩔 수 없이 완곡한 말투로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사람들이 계속하여 따지려 하자, 이때 한지훈이 직접 손을 흔들며 말렸다. “괜찮아요, 대장군. 제가 한 번 갔다 올게요.”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직접 발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갔고, 많은 사람들의 불안한 시선 속에서 조묘를 유유히 떠났다. “아... 강노, 저희 이제 어떡하면 좋죠?”신한국은 조급한 마음에 강만용을 바라보았다. 강만용 또한 눈살을 찌푸린 채 눈앞이 캄캄한 기분이 들었다. 신군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기 그지없었다. “대장군, 만약 신군이 정말로 한지훈한테 해서는 안 될 죄명이라도 씌우려고 한다면, 전부에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 거예요?” 강만
한쪽 켠에 서있던 낙로는 묵묵히 두 사람의 대국을 보고 있었다. 한지훈은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수를 두는 것 같지만 사실 매번 수를 둘 때마다 다 전략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국왕은 계속하여 그를 압박하며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갔다. 이 간단한 바둑판 위에서도 격렬한 대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변화하기만 했다. 한참 동안 한쪽 켠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낙로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막상막하인 이 바둑판의 승부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한편 그 시각, 천자각 사방에는 어느새 1만 명의 중무장한 병사들이 조용히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순식간에 천자각을 에워쌌다. 천자각을 중심으로 반경 5리 이내는 전부 계엄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곧이어 한 무리의 흑갑 병사들이 총을 들고 칼을 찬 채 조용히 천자각으로 몰려들어 각 층을 봉쇄했다. 어느새 9층 밖에는 이미 5천 명의 중무장한 흑갑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총구는 일제히 창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문에서는, 금성 세 개를 어깨에 달고 있는 상도위가 엄숙한 표정을 한 채 귀를 기울이며 천자각 내부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때 이미 바깥의 인기척을 들어낸 한지훈은 입가에 웃음기를 살짝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행동하며 계속하여 바둑알을 두었다. 곧이어 신군은 손에 흑자를 들고는 이내 바둑판을 쓱 훑더니 한참 동안 바둑알을 놓지 못했다. 이내 신군은 웃으며 바둑알을 다시 내려놓고는 한지훈을 보며 말했다. “한 사령관의 실력은 내가 들어온 소문보다도 훨씬 대단하네. 내가 졌어.”한지훈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양보해 주신 덕분이죠.”“하하하.”곧이어 신군은 웃으며 차 한 잔을 우려내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새로 우려낸 차야. 한번 마셔 봐.” 한지훈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들여다보고는 즉시 마시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께서 우려낸 차는, 사실 제가 평소에 즐겨 마시지는 않는
신군은 뒷짐을 진 채, 깊은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대원수 직위와 북양 왕의 직위를 가지려 해.”신군은 한마디로 자신의 뜻을 당당히 밝혔다. 그는 바로 군사 정권을 빼앗으려는 것이다. 한지훈은 눈썹을 찌푸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신군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끊임없이 들려오는 바깥의 동정을 신경 쓰기도 했다. 천자각 정문과 창문 밖에서는, 중무장한 흑갑 병사들은 이미 총알을 장전하고 있었다. 그 병사들을 거느린 대장은, 큰 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긴장한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일단 명령만 떨어지기만 하면 그들은 바로 돌진하게 된다. 심지어 홀 안에서는 이미 정문과 창문 밖 사람들의 그림자를 훤히 보아낼 수가 있었다. 곧이어 한지훈은 갑자기 웃더니 탁자 위에 놓인 식은 찻잔을 들고는 망설임 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폐하께서 가져가려 하신다면 제가 굳이 안 넘겨줄 이유는 없죠. 이 차, 식었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신군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 사령관, 이 길대로 천자각을 나가면 너는 더 이상 용국의 대원수도 북양 왕도 아니라 그저 평범한 백성이 될 거야.”그 말에 한지훈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뒤도 안 돌아보며 말했다. “저도 피 터지게 싸우는 게 싫어서 그러는 겁니다. 폐하께서 저의 통솔권과 병권을 원하신다면 전 얼마든지 흔쾌히 넘겨줄 의향이 있어요. 오늘부터 전 더 이상 용국의 대원수도, 북양 왕도 아닙니다. 앞으로는 폐하께서 저희 용국을 더욱 휘황찬란하게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말이 끝나기와 바쁘게 한지훈은 자신의 품 속에서 금색 영패를 하나 곧바로 신군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것은 바로 대원수 영패였다. 이 영패를 두 눈으로 확인한 신군은 그제야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떠나기 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제 말을 믿어주실지는 모르겠
진노는 호들갑을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안돼! 대체 신군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길래... 북양이 우리 용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것도 잘 알 거잖아! 너 말고 국경에 있는 여러 나라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데 네가 만약 이렇게 파면된다면, 그 여러 나라들은 반드시 언젠가는 북양을 노릴 거야! 내가 지금 당장 들어가서 신군을 설득해 볼게!”신한국은 불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재빨리 그를 가로막고 말했다. “장로님, 나서실 필요 없어요. 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른 상황에 저희가 더 이상 설득할 필요는 없어요.”“그래도...”신한국의 얼굴에는 여전히 노기가 가득했다. 강만용도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국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그만해. 신군이 즉위하게 된 이상 노신들을 정리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야. 필경 그의 입장으로서는 권력을 단단히 틀어쥐어야 하거든.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한쪽 켠에 서있던 전부 대장군도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노의 말이 맞아. 이 시점에 굳이 신군한테 도전할 이유는 없어. 필경 우리가 전임 국왕과 함께 뽑은 사람이잖아. 어떻게 보면 그 또한 전임 국왕이랑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해.”사람들은 침묵한 채 한지훈만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사실 저도 좀 피곤했어요. 마침 쉬는 시간을 가져서 우연이랑 고운이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 용국의 미래는 장로님들한테 부탁할게요.”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그 후 그는 발걸음을 옮겨,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용운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마자 한지훈은 말했다. “강중으로 돌아가자.”“네, 용왕님.”곧이어 용운은 액셀을 밟고는 천자각 광장을 떠났다. 미련 없이 떠나는 한지훈의 모습에 강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용국에는 더 이상 북양 왕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