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먹었느냐?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조천화가 호텔 매니저에게 고함을 질렀다.“손님. 이 호텔은 저희 소유입니다. 누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저희의 권리입니다!”“그리고 말이죠, 어젯밤엔 왜 그 부상 사람들한텐 아무 말도 못 하고, 지금 와서 저 같은 조그만 매니저 앞에서만 잘난 척입니까? 무종이란 데는 원래 이렇게 행동하나요?!”매니저도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조천화에게 맞받아쳤다.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조천화 일행의 얼굴빛이 즉시 굳어졌다.매니저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조천화가 거칠게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세게 갈겼다.“보아하니 네놈은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조천화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무종의 중심 인물인 예충기의 손자였고, 지금 무종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에 올라 있었다.하찮은 호텔 매니저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오대 명산의 원장이나 부원장급 인사들조차 그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쾅!”그의 말이 막 끝났을 때, 연회장의 대문이 누군가에게 한 발에 걷어차이며 열려버렸다.“참 잘난 위세로구나.”한지훈이 매우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에는 계씨 가문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그리고 이미 호텔 주변은 수만 명에 달하는 시위 인파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둘러싸인 상태였다.조천화는 과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지훈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어, 그가 재차 나타나 자신의 계획을 망치려 하자 분노가 폭발했다.“계씨 가문이 참 간섭하는 범위가 넓어졌구나?”그는 말하며 한지훈 뒤쪽에 서 있는 계씨 노인을 노려보았다.비록 그는 소태종의 강대한 실력을 경계하긴 했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상황이 달랐다.오대 명산의 고수들이 이미 귀환했고, 심지어 반보 인왕계 고수까지 오대 명산에 자리 잡은 상태였다.소태종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반보 인왕계 고수와 비교하면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조천화도 오늘은 말에 힘이 실렸다.“천하 일을 천하 사람들이 관리하
이 시각, 만승 호텔 연회장에선 최고급 고위층 연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야마모토 일행은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고, 양옆으로는 오대 명산 대표 인사들과 젊은 세대 제자 십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이번에 초청된 젊은 무인들 또한 모두 오대 명산 중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었다.“야마모토 선생, 이분이 바로 우리 용국 오륙 젊은 세대의 선두 주자인 곽소천입니다! 곽장봉 어르신의 친손자죠.”조천화가 야마모토에게 곽소천을 소개했다.“오? 곽장봉 선배님의 친손자라니, 역시 영웅은 어릴 때부터 기개가 다르군요!”야마모토가 곽소천에게 공손히 주먹을 모아 인사했다.“감히 그런 말씀을요, 과찬이십니다!”곽소천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며 답례했다.“곽씨 형님, 어제 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어제 일에 대한 생각이라니?!곽소천 일행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도 곧 어딘가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비록 최종적으로는 부상 무사들이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모두 살해되었지만, 그 이전에 용국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심지어 용국의 불사군까지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이는 누가 봐도 오대 명산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나 다름없었다.그러나 곽소천은 잠시 생각한 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나선 종문 문주들은 자만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그자들의 실력으로 어찌 각하의 스승님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물론, 마지막에 각하의 스승님께서 안타깝게도 독을 맞고 목숨을 잃으셨지만, 그 또한 앞선 수차례 격전에 지친 결과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용국 청년은 절대 각하의 스승님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곽소천은 용국 무인들을 위해 변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깎아내리는 말만 늘어놓았다.그는 지금 야마모토 일행의 환심을 사는 것만이 사부로부터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더구나 야마모토와 친분을 쌓는 것은, 자신의 문파 내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음, 다른 놈들도 곽씨 형님
물론, 눈앞의 이 젊은 남성은 기개가 당당하여 딱 보기에도 보통 인물이 아님이 분명했다.하지만 상대는 오륙 명산의 사람들이며, 그들은 사실상 무종 전체를 대표하고 있었다.그런 상대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작 이 젊은 남자 하나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숨마저 잃을 수 있었기에 중년 남자가 나서서 말린 것이었다.“설령 오대명산이라 해도, 감히 용국 백성을 함부로 짓밟을 수는 없다!”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섯째 도련님, 이 일은 저희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계씨 가문은 무종과 대놓고 적대 관계에 설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부상 대표를 맞이하러 온 이는 조천화입니다!”이전에 한지훈은 이미 조천화와 원한이 있었다.만약 오늘, 조천화 앞에서 부상에서 온 대표들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조천화로 하여금 직접 한지훈을 상대하게 만드는 꼴이었다.지난번 조천화가 그 치욕을 참은 것도, 순전히 계씨 가문의 힘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번엔 달랐고, 한지훈이 직접 사람을 죽인다면 이는 곧 무종의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된다. 그럴 경우 조천화가 한지훈을 죽인다 해도, 계씨 가문은 전혀 막을 방법이 없다.한지훈의 생사는 계씨 가문과 관계없다 할 수 있지만, 지금 한지훈은 어디까지나 계씨 가문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렇게 되면, 무종은 계씨 가문 전체를 숙청할지도 모른다.“조천화가 뭐 어쨌다고? 그 조천화는 용국 백성의 목숨 따위는 무시해도 되는 존재인가? 고작 몇 명의 부상인을 위해 감히 우리 국민을 다치게 해? 그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 줄은 알고 있는 거냐? 여긴 용국이다!”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요즘 각국에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면서, 무인들은 각국에서 적지 않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다른 나라에서 단순히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고사하고,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인다 해도 감히 막을 자가 없을 정도다.하지만 용국은 달랐다.오대 명산이건, 대종문이건 간에, 어떤
야마모토 일행도 조천화를 따라 휴게실을 나섰다.공항 입구에 몰려 있던 시위대는 야마모토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저 개자식들, 당장 부상으로 꺼져라! 우리 용국은 너희 따위 환영하지 않아!”“당신네 무종이 우리 용국의 전사한 장병들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제는 저놈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인다고?!”많은 사람들이 조천화 일행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을 쏟아냈다.이 광경을 본 조천화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위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야마모토 앞에서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터였다.그런데 막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렇게 코앞에서 조롱을 당하다니, 이건 곧 그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내 조천화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비록 지금은 용국 내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였으니, 천신계 강자의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입 닥쳐라! 우리 용국은 예로써 사람을 대접하는 나라다. 이 자리에서 우리 용국의 귀빈을 향해 욕을 퍼붓는 자들의 심보가 무엇이냐!”조천화의 한 마디 분노 섞인 고함에, 떠들썩하던 시위대는 즉시 조용해졌다.단 한 번의 외침이었지만 수백 명이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심지어 체력이 약한 노인 몇몇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반 백성들이었다. 이들 중 무종의 무인 같은 이는 전혀 없었으니 감히 조천화의 위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모두가 조용해지자, 조천화는 냉소를 흘리며 야마모토 일행을 이끌고 거들먹거리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윽고 그들은 대기 중이던 고급 차량에 올라탔고, 한참이 지나서야 시위대 중 한 젊은 남성이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흥! 저 배신자들... 북양왕님께서 계셨다면 저놈들이 감히 저리 굴었겠나!”“그래! 저놈들은 북양왕의 손가락 하나만도 못한 놈들이야! 저들도 감히 자기 편에게만 저렇게 세게 나올 뿐이지!
이때 옆에 있던 검은 양복의 한 젊은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들 일행 중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꽤나 있었다. 필경 바로 어젯밤, 그들의 스승은 용국의 고수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상대가 그들에게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촌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 이번엔 천도 맹약이 우리더러 세속으로 돌아가 협력하여 역외 맹수들을 대처하라고 직접 명령을 내린 거야!”“역외 흉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굳이 내가 말하지 않다고 잘 알거라 생각해. 뉴스에서도 분명히 봤잖아!”“게다가 5대 명산은 자신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나마 원한을 내려놓고 우리랑 손을 잡아야 돼! 이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가 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겠어?”야마모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천도 맹약이 있었다. 역외 맹수들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들어왔든, 스스로 역외와 세속을 연결하는 통로를 통해 들어왔든, 지금으로서는 모든 무종이 권력의 중심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용국 무종 역시 이번 기회를 놓칠 리는 없었다. 묘당을 뛰어넘어, 용국 무종의 이름으로 부상과의 갈등은 잊고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게 그들의 계획의 시작이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과연 부상인들한테 의외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 야마모토의 얘기를 들은 부상인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사실 그들은 걱정이 많이 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용국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필경 바로 전날 양 측은 해상에서 혈전을 벌였고, 용국의 불사군은 모두 전멸하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이렇게 부상인들을 귀빈급으로 모신다는 것은 그야말로 용국의 국위를 짓밟는 짓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바로 이때 휴게실의 대문이 열렸고, 조천화를 필두로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조 선생님, 오랜만입니다!”야마모토는 금세 미소를 지으
사실 한지훈은 전에 이미 역외 전장에서 이 거대한 뱀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역외의 특유 산물이었다. 그 말은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역외 맹수를 세속에 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외에서는 이런 맹수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기는 어렵지만, 세속에서는 달랐다. 큰 뱀 한 마리 혹은 작은 크기의 도마뱀 한 마리라도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었다. 심지어 무장한 군대조차도, 이 맹수들을 마주하면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한 뱀과 대치하고 있는 노인도 결코 심상치는 않아 보였다. 이내 노인은 손을 들어 거대한 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주림림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아직 빙산의 일각에 지나칠 뿐이었다. 오늘은 뱀이 나타났지만 내일은? 그리고 모레는? “한 선생님, 저희 산성 설마...”주림림은 저도 모르게 아침에 보았던 뉴스를 떠올리게 됐다. 바로 서북의 한 시골에서 하룻밤 사이에 수백 마리의 맹수가 나타났다는 뉴스 말이다. 당시 한 시간도 안 되어, 온 시골 사람들은 전부 도살되었다. 만약 이러한 일이 산성에서도 발생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정말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럴 리 없어, 산성 주위를 지키는 무종도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거야! 그래도 앞으로 외출할 때는 반드시 더욱 조심해야 해. 일단 위험에 부딪히게 되면 즉시 나에게 연락하고!”한지훈의 말투는 차분했다. 곧이어 5대 명산은 마침내 각 매체를 통해 전국을 향해 뜻을 밝혔다. 전국 각지의 주요 도시에 고수들을 파견하여 유사 사건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가 아는 5대 명산은 이렇게 호의를 품을 리가 없었다. 분명히 이 기회를 이용하여 용국 전체를 통제하려는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여 묘당에 대항할 수 있도록! 다만 지금은 5대 명산과 섣불리 갈등을 맺을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전해져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