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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0화

Author: 봄가을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

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

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

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

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

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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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79화

    “아! 너였구나!”오현림은 한참이 지나서야 기억이 떠올랐다. 용경에 있을 당시, 성씨 가문은 그를 접대한 적이 있었다. 성씨 가문은 용경에서 비교적 유명한 가문이었기에, 그는 당시 용경을 거쳐가면서 우연히 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성위는 비교적 어린 세대의 강자였기에, 그와 얘기를 나누게 될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오현림은 그에 대한 인상이 깊지 않았던 것이었다. “산성이라는 이 작은 곳에서 오 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영광이네요!”어느 정도 인맥이 넓긴 한 성위이긴 하지만, 오 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오현림에 비하면 한 수 아래였다. 필경 현재는 무예 실력으로 인정받는 시대였기에, 주먹이 강한 자만이 더욱 체면이 있었다. “여기로 온 김에 훈계할 사람이 있어서 들른 거야.”오현림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네? 이 산성에도 감히 오 선생의 미움을 산 사람이 있는 건가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이곳의 성수조차도 저한테 깍듯이 인사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한 마디만 하면 다 해결될 겁니다!”성위는 도와주려 급히 나섰다. 그의 말은 전혀 허세가 아니었다. 성씨 가문의 지위라면, 산성과 같은 이 작은 곳에서는 얼마든지 비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됐어. 사실 그놈이 청청이를 때렸거든. 이번에는 내가 반드시 직접 나서서 제대로 혼쭐을 내줄 거야!”오현림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성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오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가드리도록 할게요. 어쩌면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잖아요!”이내 성위는 경호원 몇 명을 향해 눈짓을 했다. 즉시 눈치를 챈 경호원 몇 명은 잇달아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하였다. 오현림은 그들을 그저 힐끗 보기만 할 뿐, 아무 말 않고 성큼성큼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침 일찍이 공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청청은 오현림을 발견하고는 급히 맞이했다. “오 도련님, 드디어 오셨네요!”

  • 용왕사위   제2878화

    한지훈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단단히 화가 난 계운해는 얼굴마저 파랗게 질린 채 벌떡 일어섰다. 그가 욕설을 퍼부으려 하자, 계천하는 급히 그를 가로막고는 말했다. “일단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진 마. 자네가 승낙만 한다면 용국에서 지내는 이상, 자네는 최정상의 자리에 앉게 될 거야!”“국왕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고분고분 움직여야 될 거야!”“사실 난 자네가 전에 무림 대회에서 천산으로부터 미움을 산 사람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 자네가 일단 소태종의 신분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천산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자네를 어떻게 할 엄두를 내지 못해!”“그리고 소태종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 자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어!”계운해에 비해 계천하는 아주 노련했다. 협박이 먹히지 않자 한지훈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우세를 읊어주는 계천하의 모습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굳이 소태종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전 최정상에 있는 사람입니다!”“그리고 저에게 있어서는 그 세상의 모든 영예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중요하지 않다고? 한지훈의 발언은 계천하에게 제대로 충격을 안겼다. 한지훈의 말도 일리가 있긴 했다. 대흑천의 절세 진법만으로도, 한지훈은 이 세상의 재부, 명예, 지위는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 자식 정말 미친놈이네! 네가 우리 계씨 가문의 대흑천 진법을 알지만 않았어도 너한텐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계운해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계속하여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계천하가 급히 손을 내밀어 그를 막았다. “됐어,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강요할 필요가 없어. 돌아가서 가주님더러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고!”떠나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계천하는 가슴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서는 안된다는 계씨 어르신의 신신당부

  • 용왕사위   제2877화

    계천하 역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한지훈은, 압박감은커녕 무자로서의 카리스마조차 없어 보였다. 뒤뜰에서 달려오는 한지훈을 발견한 주림림은 급히 다가가 계천하 일행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한지훈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내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천하에게 다가갔다. “두 분 어쩐 일로 찾아오신 거죠?”한지훈은 계천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소파에 앉았다. 그 모습에 일행인 계운해는 기분이 불쾌 해났다. 한지훈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계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그쪽이 바로 며칠 전 무림 대회에서 담홍을 죽인 그 한 선생인가?”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맞아!”“그래. 이제부터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가 하나 주어지게 될 거야.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지!”계천하는 본론부터 꺼냈다. “뭐라고요?”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계천하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기회요? 대체 어떤 기회인지 매우 궁금하네요!”사실 한지훈에게 있어서 그는 더 이상 기회가 필요하지 않았다. 진법이라면, 한지훈은 이미 금룡심을 가지고 있었고, 무예라면, 한 씨 가문의 천생서문에는 없는 내용이 없었고, 신분이라면, 북양 왕이라는 지위만으로도 충분히 용국을 압도할 수 있는데, 한지훈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필요하긴 할까? “소태종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지? 지금 다른 나라들은 모두 용국을 침략할 기회를 노리고 있어. 그래서 가주님과 묘당이 신중하게 상의한 끝에, 너를 소태종으로 위장시키기로 했어!”“그의 이름과 신분으로 사람들의 앞에 나서게 되면, 너에게 있어서는 평생 절대 다시 얻기는 어려운 기회가 될 거야!”계천하의 말투는 비록 담담하긴 했지만, 그 말속에는 다소 건방짐이 있었다. 게다가 그는 그 누구도 계씨 가문의 제안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한지훈과도 같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서민은 더더욱 그래서

  • 용왕사위   제2876화

    그렇게 계천하는 옥기행으로 들어섰다. 저 멀리서 점원 몇 명이 어지러운 화물칸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진선과 주림림이 장부를 모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옥기 보러 오셨나요?”주림림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가장 먼저 마중을 나섰다. “여기 사장님 어디 있어?”계천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림림은 그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상대의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경각심을 가졌다. “어르신께서는 무슨 일로 저희 사장님을 찾으시는 거죠?”“꼬맹아, 당장 너희 집 사장님더러 나와서 계 집사를 맞이하라고 해!”옆에 선 한 계씨 집안사람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 집사라는 세 글자를 들은 주림림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게 됐다. 계씨 가문? 주림림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현재 용국에서 계씨 집안이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았다. 게다가 이천패가 역외에서 천도 맹약과 대전을 펼친 일도 이미 세속에 소문이 퍼져있었다. 이 정도 전력은 5대 명산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하물며 주 씨 집안 같은 무도 가문은 어떻게 생각할까? “알겠어요. 제가 곧 사장님께 보고할게요. 두 분 일단 여기에 잠시 앉아 계세요!”말을 마친 주림림은 급히 점원에게 다가가 계천하 일행 두 사람에게 차 한잔 따르라고 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찾으러 급히 몸을 돌려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 시각, 한지훈은 자소화를 녹이고 있었다. “사장님, 용경 계씨 가문에서 사장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주림림은 바로 한지훈에게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먼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마침 결정적인 순간을 앞두고 있었던 한지훈은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자칫했다가는 자소화가 시들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 말에 주림림은 저도 모르게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무려 용경 계씨 집안인데, 왜 이렇게까지 태평인 거지? “사장님, 용경 계씨 가문 사람이

  • 용왕사위   제2875화

    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어느 정도 깊었기에, 동방 설령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돌아온 이상 한 번쯤은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 이제 내가 널 도와서 그 자소화를 다시 뺏어올게!”동쪽 설령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말만이라도 고맙긴 한데 너도 꼭 조심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장령풍은 조심하라는 당부 한 마디를 남겼다. 이내 동방 설령은 전화를 끊고는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나섰다. 어느새 공항 입구에는, 동방 가문 하인 세 명이 차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에 세워진 고급 승용차를 본 동방 설령의 눈빛은 의미심장해졌다. 근 몇 년간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성숙하게 성장한 그녀는, 더 이상 날카롭고 예민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랐고 오히려 침착해지고 인내심도 많아졌다. “바로 산성으로 가자. 강우연 네 옥기행으로!”차 안에 올라탄 동방 설령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한편 그 시각, 동방 설령뿐만 아니라 오 씨 가문과 계씨 가문 사람들도 산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계씨 어르신은 애초에 계설아를 파견하여 한지훈과 얘기를 나눠보게끔 하려 했다. 그러나 필경 계설아는 한참 어린 후배였기에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가 없을 것 같아, 신중히 고려한 끝에 계씨 가문 집사를 산성에 파견한 것이다. “계 집사, 설마 우리가 정말 세속의 후배를 하나 찾아 소태종으로 위장시켜야 하는 건 아니겠지?”이때 한 계씨 가문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는 아직 일성 준 천왕에 불과하긴 했지만, 계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본능적으로 세속을 깔보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세속이면 뭐 어때서? 한지훈을 제압할 수만 있다면 안 될 게 뭐가 있어? 게다가 다섯째 도련님은 본래 세속의 용국을 상대하려다가 역외에서 희생하시게 된 거야!”“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도련님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서이고!”집사의 이름은 계천하, 그는 수백 년 동안 계씨 어르신을 모셔온 영감이었다. 그리고 그는 계씨 가문이 무명으로부터 천하에 이름

  • 용왕사위   제2874화

    자고로 오 씨 가문은 국내 무도 가문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었다. 평범한 옥기행의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그들 오 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데 한지훈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여자 친구의 뺨을 때린 것은 곧 오 씨 가문의 뺨을 때린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왕창평이 파견한 두 사람조차도 감히 죽여버렸으니 이는 말 그대로 오 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현림은 이렇게까지 미쳐 날뛰는 사람에게, 쓰디쓴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물며 고작 평범한 옥기행 사장이 과연 배경이라도 있긴 할까? 이런 일반 서민마저 감히 건방지게 굴게 된다면, 훗날 용국은 더욱 어지러워질 것 같았다. 사실 오현림은 진작에 오 씨 가문을 미래 규칙 제정자 중 하나로 여겨왔다. 그 말은 즉, 오 씨 가문을 제외한 사람들은 오직 오 씨 가문만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항과 불만이 있으면, 그는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겨우 화풀이를 마친 장령풍이 홀에 들어섰고 마침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고개 숙여 번호를 확인한 장령풍은 급히 수신 버튼을 눌렀다. “돌아왔어?”장령풍의 말투에는 약간의 공손함이 묻어 있었다. 그에게 전화한 사람은 바로 동방 가문의 큰 아가씨인 동방 설령이었다. 두 사람은 유럽에서 지내는 동안 함께 무도 학원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또한 두 사람 모두 한지훈을 눈엣가시로 여겨왔기에 서로 친분이 쌓이게 됐다. 당시 한지훈이 유럽을 떠난 후 무도 학원은 비록 사명을 완수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해산되지는 않았었다. 그 후 장령풍은 진법의 비밀을 전수받은 후 바로 국내로 돌아왔고, 동방 설령은 줄곧 유럽에 남아 계속 공부를 이어가며 깊이 연구하였다. 동방 가문 역시 용국 4대 가문 중 하나이긴 하지만, 장 씨 가문에 비해 무도계에서의 자원은 아주 적었다. 그리하여 동방 설령은 오직 자신의 노력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나아갈

  • 용왕사위   제2873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 차리게 된 배청명은 한지훈을 향해 벌컥 화를 냈다. “건방진 놈!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여?” “이게 바로 증거잖아!”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어. 난 결코 그들한테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적어도 20여 메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고, 게다가 난 아무런 흉기도 소지하지 않았지.”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굳이 뭔 증거를 보여준다는 거야? 분명히 네가...” “설마 눈이 멀기라도 한 거야? 난 여태 줄곧 이 자리에 서있기만 했을 뿐이고, 한 번도 저 사람들한테 접근한 적이 없어. 내가 직접 손 쓴 걸 봤어?”한지훈은 비웃듯이 말했다. “너... 다들 알다시피 천왕계 강자는 얼마든지 원격으로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방금 네가 한 그 말, 내가 그대로 녹음했어. 나중에 이 녹음을 네 상사한테 그대로 넘길게! 그리고 당장 네 부하들더러 꺼지라고 해. 옥기행은 계속해서 정상 영업을 해야 하니까!”“내 장사에 입힌 손해가 적지 않은데, 아마 너의 직급이나 신분으로서는 배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배청명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옥기행으로 들어섰다. 배청명은 굳어진 얼굴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왕창평은 어떻게 해서라도 한지훈을 사지로 몰아넣으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한지훈을 이렇게 허무하게 놓쳐버릴 수가? 하지만 그가 나서기도 전에, 우렁찬 따귀 소리가 여러 사람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짝짝짝!”연이어 또 세 번의 따귀 소리가 배청명의 귓가에 울렸다. 그러자 그의 곁에 서 있던 몇몇 부하들은 급히 두 손을 높이 들고는 해명했다. “팀장님, 저희가 그런 거 아닙니다!”바로 그때, 얼굴에 웃음을 띤 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배청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 팀장, 얼굴이 왜 그래?”어느새 배청명의 얼굴은 엉덩이처럼 퉁퉁 부어올라 눈까지 감겼다. 대체 누가

  • 용왕사위   제2872화

    “네가 우릴 잡아간다 하더라도 충분한 증거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순간 한지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배청명이 군대까지 동원한 걸 봐서는, 분명히 한지훈을 잡으려고 작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증거? 네가 우리 따라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증거는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거야! 게다가 저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 식탁에 접근한 적도 없어!”이내 배청명은 녹화 테이프를 꺼내고는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엄연히 천왕계 고수들이고, 얼마든지 물건이나 사람을 멋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주림림은 자신 또한 천왕계 강자였기에 이 사실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놈들은 한지훈과 대립하려 할 뿐만 아니라, 악의적으로 더럽히고 모함까지 하려 한다. 곧이어 배청명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말한 대로 저 사람들이 얼마든지 물건을 통제할 수 있고 사람도 멋대로 죽일 수 있다면 그 증거를 내놓아. 제대로 된 증거만 있으면 너희들이 한 말들 모두 믿을게!”“하지만 증거가 없다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도망갈 생각 하지 마!”사실 배청명은 왕창평의 사주를 받아 한지훈을 잡으러 온 것이었다. 게다가 왕창평은 배청명에게, 암암리에 한지훈을 처단해도 된다고 지시까지 내렸다. 그동안 배청명은 비슷한 명령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게다가 여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왔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혹시나 옥기행의 점원이 도망가게 되어 혹시라도 소문이라도 흘리게 될까 봐 군대까지 동원하여 주위를 모두 봉쇄한 것이다. “너!”주림림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까지 파랗게 질렸다. 누가 봐도 배청명은 분명히 억지를 부리고 있었고, 게다가 주림림에게는 누명까지 씌우려 하고 있었다. 만약 천왕계 강자인 주림림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통제하는걸 직접 보여준다면, 배청명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그들을 잡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었다. “뭐 어쩔 건데? 사실 난 애초에 너희들 중에 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 용왕사위   제2871화

    “한 마디만 더 해봐. 법에 따라 당장 너를 잡아다가 처벌할 거니까!”배청명 옆을 지키고 있던 두 집행 인원은, 굳어진 표정으로 수갑을 매만지며 주림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체는 어디 있어?”그러나 한지훈은 배청명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주림림에게 물었다. “시체는 이미 저 놈들이 가져갔어요!”주림림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배청명을 노려보았다. “뭐?”그 말에 고개 돌려 배청명을 노려보는 한지훈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뭘 봐? 넌 고작 평범한 시민일 뿐이니 부검할 권리 같은 건 없어!”“게다가 너의 옥기행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수백만 원의 현금도 사라지게 됐어. 이 사실만으로도 너희 가게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가 없어!”“지금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 가게를 다시 열 수 없는 건 물론이고 너조차도 남는 거 하나 없이 이곳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배청명은 이를 갈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시게, 옥기행 사장이라는 사람이 설령 정말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쳤다 하더라도 자기 가게에서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있어? 이건 분명 말이 안 되잖아!”“그러니까 말이야. 가게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건, 본인을 잡아가라고 기다리는 거랑 뭐가 달라?”옆에서 구경하던 몇몇 사람을 더 이상 참다못해 잇달아 한 마디씩 끼어들었다. “지금 사건의 경위가 불분명한 상황에 아직 일반 서민들이 나서서 변호할 상황은 아니야! 누가 감히 또 나섰다가는 동조죄로 여기고 바로 이 자리에서 사살할 거야!”배청명은 마치 꼬리 밟힌 미친개처럼 험상궂은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필경 그의 신분으로서는, 일반 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산성 시수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몇몇 서민들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려 할 줄은 몰랐다. “흥! 그 세 사람은 분명히 저 두 사람이 죽였다니까! 천왕계 고수가 원격으로 살인을 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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