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한마디에, 필칸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찰스의 눈앞에 다가갔다. 비록 실력은 단 한 경지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필칸트 앞에서 찰스는 감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내 살기 어린 눈빛의 필칸트가 두 주먹을 들어 찰스를 향해 내려치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그만해!”곧이어 안드레는 빠른 걸음으로 강당까지 들어와 숨을 헐떡이며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이번 일은 이 정도만 하는 건 어떨까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시죠!”안드레는 소란 피우는 동방 설령을 막으러 온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고, 기껏해야 찰스를 잡아갈 거라고만 예상했다. 그런데 한지훈이 찰스에게 살기를 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체면? 나한테 보여준 체면이 있기나 해?”한지훈은 안드레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무도 학원 강당 전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여청양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안드레를 상대로, 한지훈이 감히 이런 건방진 말투로 말을 하다니? 크게 놀란 장령풍은 아예 바지에 오줌까지 싸버렸고, 내심 더없이 후회가 됐다. 한편으론 한지훈의 미움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한지훈이 찰스를 처단하고 나서 자신을 찾기라도 한다면 도망갈 곳도 없을 테니까. 동방 설령 역시 단단히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줄곧 업신여기고 비웃어왔던 사람이 뜻밖에도 거물이었다니? 이럴 수가? 안드레는 한지훈의 반문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그는 한지훈 앞에서 제대로 보여준 체면은 없었다. 설령 한지훈이 당장 그의 따귀를 때려도 그는 감히 한 마디도 할 용기가 없었다. “오늘 이 일, 제대로 깔끔하게 해결해서 나한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기를 바래.”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이 안드레의 몸에 떨어졌다. 그 말에 필칸트는 급히 몇 걸음 물러나 한지훈의 뒤쪽에 섰다. 한참을 침묵하던 안드레는 천천히 몸을 돌려 찰스를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찰스, 네가
“철컥!”우렁찬 소리와 함께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가슴을 파고드는 심한 통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찰스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팔은 어느새 완전히 부러지게 됐다. 무려 8개의 갈비뼈가 부러지게 됐다. “푸!”이내 찰스는 엄청난 피를 뿜어냈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안드레 앞에서 한지훈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 내 뼈가 부러졌어!”찰스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봐도 소용없어. 안 믿기면 직접 물어봐 봐,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안드레를 애써 무시하였다. 곧바로 또 발을 굴려 마치 공을 차듯이 직접 찰스를 날려버렸다. 그 모습에 필칸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당시 그 또한 한지훈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받았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이 파워에 비하면 매우 약했다. 한지훈의 발차기의 여파는, 찰스의 온몸 여러 곳의 뼈마디를 깨뜨렸고 끊임없이 탁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유럽 공주? 그게 그렇게 대단해?”“나더러 혈령단을 내놓으라고? 난 그걸 가질 자격도 없다고? 용인은 혈통 자체가 비천하다고? 대체 넌 누굴 믿고 감히 내 앞에서 용인을 욕하는 거야!”“뭘 믿고 네 혈통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과연 얼마나 고귀한 건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자고!”이내 한지훈은 찰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찰스는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뼈 부러지고 살까지 벗겨져 그 모습이 참담했다. “한... 한군림, 너... 잘 생각해. 너... 네가 나를 죽였다가는 10대 가문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너는 살아남아서 유럽을 떠날 수 없어!”“그러니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럼 앞으로 너의 과실은 따지지도 않을게!”찰스는 여전히 명령하는 어투로 한지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통증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한지훈이 이번에 유럽에 온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안드레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감히 묻지도 못했다.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평안하게 있다가 평안하게 돌아가도록 협조해 줘야 유럽이 평화를 유지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지훈은 영륜 왕족을 멸할 거라고 직접 포부까지 밝혔다. 이는 유럽에게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일이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기만 하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10대 가문은 반드시 그 전쟁 속에 말려들 테고, 그중에서도 4명의 일성 천신계 강자들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결은 유럽의 모든 것을 건 피 터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만약 패한다면, 앞으로 유럽은 더 이상 고개를 들 수조차 없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찰스라는 멍청한 놈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한지훈이 보는 앞이라 안드레가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찰스는 진작에 안드레의 손에 죽게 됐을 것이다. “안드레, 너 지금 유럽을 배신하는 거야?”단단히 절망에 빠진 찰스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상대는 단 한 손으로도 유럽의 절반을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그런데도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대놓고 말해서 설령 10대 가문의 숨어진 고수들이 다 나오더라도, 유럽은 전혀 승산이 없는데, 넌 하필 그런 거물을 건드리려 해?”안드레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숨까지 거칠게 몰아쉬었다. “뭐? 승산이 없다고?”그 말에 찰스는 완전히 멍해졌다. 바로 그때, 안드레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쥔 채 찰스에게로 달려들었다. “쾅!”역시나 천신계 강자의 주먹은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주위의 기장과 자기장마저 동시에 이끌리게 되어, 무도학원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강력한 자기장이 힘을 이끌어내더니 곧바로 찰스를 시체로 만들어
에밀리와 필칸트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안드레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오륙의 최강자가 이렇게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다니!무도 학원의 모든 교직원과 고위층 인사들도 안드레가 무릎을 꿇는 순간 일제히 땅에 엎드렸다!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조차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누구든 간에, 우리 용국인을 업신여기는 자는 단 하나의 결말, 즉 죽음뿐이다!”한지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무도 학원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똑똑히 기억해라. 용국은 모욕당할 수 없고, 용국인은 모욕당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찰스의 뒤를 따를 것이다!”“너희 뒤의 가문이 그렇게 강력한가? 오늘, 나 한지훈이 너희에게 보여주겠다. 우리 용국을 모욕하는 자는 어떤 가문이든 모두 멸망할 것이다!”한지훈?!이름을 들은 순간 안드레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용국에서 온 여청양은 더욱 그 자리에서 숨이 멎을 듯 놀라워했다.한지훈? 하지만 그는 분명 한군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러나 다음 순간, 한지훈은 천천히 가면을 벗어던지며 본래의 얼굴을 드러냈다.“북... 북양왕?!”여청양이 무의식적으로 외치자, 한지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 한지훈은 절대 다른 사람, 더구나 용국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륙의 어느 인물이든, 어느 가문이든 복수하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한다!”안드레는 완전히 절망했다. 한지훈의 명성을 그는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것이다.한지훈 앞에서 오륙을 위해 탄원한다고?그야말로 우스운 일이다!“한 선생님, 당신의 진면목을 뵙게 되어 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패한 것이 한 점 후회 없습니다!”안드레는 몸을 일으켜 한지훈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가자!”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안드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한지훈과 함께 강당을 떠났다.여청양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문득 중요한 사
노인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곁에 있던 집사도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고, 사성 천왕계의 기운이 번개처럼 폭발해 눈 깜짝할 사이에 대청의 정중앙에 나타났다!동시에, 두세 명의 이성 현급 천왕계의 검은 옷을 입은 고수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 일제히 창가 쪽을 노려보았다!“누가 감히 우리 영륜 왕족의 고성을 침범하는가!”찰리가 냉랭하게 소리쳤다.시시한 졸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오륙의 일인자 안드레라 해도 자신을 만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만 했다.한 나라의 국왕이라도, 허락 없이 함부로 침입할 수는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아예 왕족 고성에 가까이 갈 자격조차 없었다!하지만 찰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문의 대문이 날아와 찰리 앞의 찻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집사는 급히 앞에 몸을 날려 그를 보호하며, 양옆의 호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네댓 명의 호위가 즉시 집사의 바로 앞에 서서 단단한 방벽을 형성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실루엣이 성문 입구에 나타났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찰리를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었다!“너... 너는 누구냐! 감히 왕족 금지 구역을 침범하다니!”집사는 그가 용국의 젊은이라는 걸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한지훈이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한지훈?! 네놈이 용국의 북양왕 한지훈이라고?!”찰리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하며 물었다.한지훈이 곤륜 뇌해에서 죽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었고, 최첨단 장비조차 그 초고온 지역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한지훈이 살아남을 수 있다니?!“그렇다!”한지훈은 차분하게 찰리를 바라보았다.이제야 이해가 갔다. 오륙에서 감히 이런 방식으로 영륜 왕족을 방문할 사람이 누구겠는가?!“흥! 건방지군!”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사는 손을 들어 강력한 힘을 발산했고, 하얀빛의 구체가 총알처럼 한지훈을 향해 날아갔다!그 빛 속에는 수많은 날카로운 검기가 아른거렸다!집사가 공격을 가하자, 검은
찰리의 이 분노의 포효는 단순한 고함이 아니었다.그의 목소리 속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으며, 마치 거대한 홍수처럼 한지훈을 향해 휘몰아쳤다!찰리 자신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으며, 이 경지에 머무른 지 이미 사십 년이 넘었다!그 실력은 일반적인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를 훨씬 능가했다.보통 사람이나 천왕계 아래의 고수라면, 이 한 번의 포효만으로도 피를 쏟으며 즉사했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지훈 앞에서는 이 포효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비록 용국의 사자후와 비슷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경지 차이가 너무 컸다!설령 천왕계의 정점에 도달한다 해도, 천신계 강자의 손가락 하나조차 막을 수 없다!이것이 바로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였고, 그런 차이는 시간으로도 절대 메울 수 없었다!찰리의 포효가 한지훈에게 닿는 순간, 그 힘은 마치 가벼운 산들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 한지훈에게 털끝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찰리 씨, 더 이상 애쓸 필요 없습니다.”그 순간,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드레였다!“안드레! 너... 네가 그를 돕는 것이냐?!”찰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자신의 운뢰호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천신계 강자가 방어하지 않는 이상 한지훈이 멀쩡히 서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찰리 씨, 솔직히 말씀드리죠. 한지훈 선생님께서 당신을 죽이고 싶다면, 당신은 죽어야 합니다.”“그리고 오늘, 한지훈 선생님께서는 당신과 말다툼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영륜 왕족을 이 자리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러 온 겁니다.”안드레는 담담한 얼굴로 대청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찰리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안드레를 노려보며 외쳤다.“안드레! 네 말이 무슨 뜻이냐? 설마 네가 나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냐?!”안드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고, 그는 찰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찰스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찰리
아직 찰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는 한 줄기 유성처럼 빛을 뿜으며 찰리의 미간을 그대로 꿰뚫었다!찰리의 시신이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안드레는 눈을 질끈 감았다.하늘을 뒤흔들 대재앙이 시작된 것이다!오륙 전역에 거대한 재앙이 덮쳐올 조짐이 보였다!한 시간 후, 고성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다.영륜 왕족 7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고성이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이 소식은 순식간에 오륙 전역에 퍼져나갔다.그날 밤, 아시란치 가문의 고성에서는 밤새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아시란치 어르신은 중앙에 앉아, 손에 쥔 기밀문서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한지훈! 네가 살아있다면 조용히 숨는 편이 나았을 텐데!”“안타깝게도, 넌 너무 자신만만하고 지나치게 오만했군!”아시란치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광채가 반짝였다.그 순간, 밤하늘을 가르며 은백색의 빛줄기가 솟아올라 오륙의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멀리 폐허가 된 고성 안,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석관이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그 안에서 창백하고 핏기 없는 중년 남자가 천천히 일어나 앉았고, 그가 깨어나는 순간 고성 전체가 강력한 진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네 갈래의 압도적인 기운이 오륙 전역을 뒤덮으며 심지어 밤하늘조차 핏빛으로 물들었다!그 시각, 필칸트는 긴급하게 칸트 가문으로 소환되었다.원래 칸트 가문은 한지훈의 힘을 빌려 가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지만, 영륜 왕족이 전멸했다는 소식은 가문의 판단을 뒤흔들어 놓았다.“할아버지, 이렇게 급하게 저를 부르신 이유가...?”“필, 내가 널 부른 건 더 이상 한지훈 곁에 남아 있다가는 네 목숨이 위험해질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엘칸트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어젯밤의 일을 저는 직접 목격했고, 안드레조차 한지훈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륙에 그분을 감당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필칸트가 눈살을 찌푸
안드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평선 너머에서 네 갈래의 각기 다른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 순간, 무겁고도 압도적인 위압이 오륙 전역을 뒤덮었다!아시란치 가문 외에도, 오륙에는 무려 세 명의 은거한 천신계 강자가 더 있었다!그들은 근 200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순간 오륙의 모든 이들이 그들의 존재감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안드레는 그 엄청난 압박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이 동시에 한지훈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들의 위압이 대륙 전체를 휘감은 것은 오륙의 패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선언이었다.천신계 강자들도 각자의 영역이 있었고,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그 경계를 넘는다면 그들은 가차 없이 그를 짓밟을 터였다. 심지어 한지훈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저 안드레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 아무렇지 않게 무술 학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시각, 무도 학원은 이미 소란이 극에 달했다.영륜 왕실이 전멸했다니!그것도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멸족했다는 소식은 오륙 학생들 사이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조차 흥분과 두려움에 휩싸였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영륜 왕실을 멸문시킨 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지 수군댔다.하늘에는 전운이 가득했고, 모두가 숨조차 편히 쉴 수 없을 만큼 긴장된 분위기였다.그런데도, 평소 한지훈을 증오하며 없애버리려 했던 동방설령은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다.그녀는 강당 창가에 서서, 멀리 떠오른 네 개의 빛줄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동방 가문이 그녀를 오륙에 보낸 이유가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였지만, 한지훈과 적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안드레조차 무릎 꿇은 상대가 과연 동방 가문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동방설령은 처음으로 동방 가문의 실력에 의문을 품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그녀는 필칸트와 결혼해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