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허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강우연의 작은 손을 잡으며 물었다.“나한테 말해, 누가 때렸어?”강우연은 망설였고 한지훈의 눈을 피했다.한지훈이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자 강우연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말했다.“큰…. 큰아버지에요.”강문복?빌어먹을!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고 눈에서는 본노가 터져 나왔다!“왜 때렸어?”한지훈이 물었다.강우연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프로젝트 때문이에요. 너무 큰일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강우연은 한지훈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가볍게 손을 뻗어 강우연의 작은 얼굴을 만졌다. 그 붉은 손바닥 자국이 한지훈의 마음속을 분노로 가득 채웠다!“정말 괜찮아?"한지훈은 다시 물었다.강우연은 웃으며 한지훈의 큰 손을 잡으며 “괜찮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한밤중에 한지훈은 작은 뜰의 의자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강우연과 한고운이 잠에 든 뒤에 용이한테 전화를 걸었다.왜냐하면 용일이는 용경 북양구의 원씨 가문의 일을 조사하러 갔기 때문이다.“보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용이는 아주 공손하게 물었다.한지훈은 “요 며칠 동안 결혼식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나?”라고 물었다.“보스,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은 다 잘 계획되어 있습니다.”용이가 대답했다.“좋아!”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명의 일꾼들을 더 준비시켜 S시의 주위를 지키도록 해. 혼례일날 반드시 예측할 수 없는 세력들이 올 거야. 특히 북양오국과 서방의 몇몇 나라들에서 내가 혼례를 치른다는 것을 알면 반드시 망치러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알겠습니다 보스, 밀준은 이미 사람을 배치하여 S시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밀준이 드래곤 궁의 형제들에게도 알렸습니다. 그들도 이미 여러 차례로 나눠서 S시의 비밀리에 잠입했습니다.”용이는 신속하게 대답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끊었다.혼례일에는 반드시 어떠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이
회의 중이던 회사 임원들과 강가의 친인척들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강우연과 강문복을 번갈아보았다.“어떻게 된 거야? 저질 자재라니? 안전 사고는 또 뭐야?”“큰일이야! 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이게 배상으로 끝날 거 같아?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 강운은 그날로 끝장이야!”긴장한 목소리들이 높아졌다.강우연도 당황한 얼굴로 서류를 펼쳤다. 현장에서 찍어온 사진에는 자재가 가짜라는 품질보고서와 대조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녀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그녀가 직접 발품을 팔며 공장들과 협약을 맺고 가져온 자재들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게다가 같은 날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자재들이 대량 사용되었다.“큰아버지, 이럴 수는 없어요. 자재는 제가 직접 뛰어다니며 협약을 체결하고 가져온 것들이에요. 가짜일 리가 없다고요!”그녀는 다급히 해명했다.하지만 강문복은 그녀의 말을 단박에 자르며 호통쳤다.“그래서? 이것들은 다 어떻게 설명할 거야? 증거가 코앞에 있고 사고가 났어. 설마 또 누가 널 모함하려고 자재를 바꿔치기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강문복은 싸늘하게 코웃음치며 말을 이었다.“이번 프로젝트는 강우연 네가 총괄책임자야.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네가 책임을 져야지. 내가 겨우 언론사들을 틀어막기는 했지만 오래 막고 있을 수는 없어. 당장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 강운의 이미지만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거라고!”강희연이 팔짱을 낀 채로 차갑게 비아냥거렸다.“강우연, 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해결방안 찾아오라니까? 설마 회사가 망하는 꼴 보고 싶어?”“맞아! 회장님이 아시기 전에 당장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할 거야. 사람을 보내 부상자와 소통하고 보상 방안도 내놓아야 해.”“맞아! 가장 급한 게 이거지!”“강우연, 계속 서 있기만 할 거야? 당장 가서 해결하라는데도!”사람들은 모든 분노와 책임을 강우연에게 돌렸다.강학주와 서경희는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짜증 섞인 한숨만 쉬었다.이 일로 강운
안전사고는 용국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사항이었다.그 어떤 기업이나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생겨도 엄격한 감사와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용국은 국민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하루에 다섯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S시에서도 전례 없는 대형 사고였다.뉴스에 이 사건이 보도된 순간부터 S시의 감찰기관과 국가 공공기관의 이목이 집중죄었다.반나절도 되지 않아 S시의 안전관리부서와 소비자협회, 검경조직이 전문가를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강운그룹의 다른 공사 현장도 공사를 중지하고 조사를 대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감찰부서 인원들이 강운그룹 본사에 들이닥쳤다.회의실에서 강운그룹의 고위임원진은 해결 방안을 의논하고 있었다.이때, 감찰부서 조사관들이 기세등등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쾅!회의실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고 제복을 입은 형사들과 근엄한 표정을 한 조사관들이 안으로 들어섰다.맨앞에 선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수색영장을 들이밀고 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임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특별조사팀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안전관리감독국 부국장 주연승입니다. 일전의 안선사고 관련해서 조사를 나왔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주연승은 안전관리감독국의 저승사자라고 불릴만큼 떠오르는 신예였다.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거로 유명했고 로비나 뇌물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건 그만큼 이 사건이 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조사가 내려올 거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특별조사팀까지 꾸려질 줄은 몰랐다.게다가 하필이면 그 저승사자로 불리는 관리감독국 부국장이라니!주연승은 싸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명령하듯 말했다.“이 회사 담당자가 누구시죠?”강문복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운그룹 대표이사 강문복입니다. 회장님의 건강 문제로 회사의 크
강우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접니다.”“사고가 일어났던 공사 현장, 강우연 씨가 담당한 거 맞나요?”주연승이 싸늘하게 물었다.강우연은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맞긴 한데요….”“그렇군요. 그럼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을 마친 주연승이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이 다가가서 강우연의 양팔을 잡았다.조급해진 강우연이 소리쳤다.“부국장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재는 제가 직접 가서 협약을 맺고 들인 건 맞는데 그때 확인할 때는 품질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목숨 걸고 약속드릴 수 있어요. 저는 저질 자재를 들인 적 없어요!”“목숨을 담보로요?”주연승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오르더니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들 같은 사업가들은 원래 생명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합니까? 목숨을 담보로 약속한다고요? 웃기지 않나요?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그런데 저질 자재를 쓰지 않았다고 목숨까지 들먹이며 우기는 게 우습지 않습니까?”강우연은 순간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사건이 벌어지고 지금까지 그녀 역시 과정이 어땠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사고 관련 문제도 오늘에야 듣게 되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할 말 없으시죠?”주연승은 냉소를 지었다.“이번 사고는 경찰청 본청과 사고대응본부까지 주목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본청에 새로 부임하신 청장님과 안전관리감독국 국장님까지 분노하시며 재빠른 사건 규명을 요구하셨어요! 책임을 피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 대로 털어놓는 게 정상참작에 유리할 겁니다!”“지금부터 강운그룹은 영업을 중지하고 산하의 공장과 건설 현장 모두 작업을 중단합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세요!”“강우연 씨는 이번 안전 사고의 주요 담당자로서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주연승의 말에 회사 임원들과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노려보았다.뇌물로 2억이나 받아먹었다고?“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뻔뻔한 년! 회사를 아작내려고 작심했구나!”“부국장님, 형사님들, 당장 저 여자를 끌고 가서 엄중하게 처벌하세요!”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일어서서 소리를 질러댔다.강우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뇌물로 2억을 받았다니!이건 명백한 모함이었다.“아니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이건 모함이에요!”강우연이 다급히 해명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주연승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짓했고 형사들이 강우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미 회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그녀가 형사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사적으로 뇌물을 받고 저질 자재를 납품 받았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S시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강우연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었고 피해자 가족들이 현수막을 걸고 해명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그 시각, 강문복과 회사의 고위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했다.단상에 오른 강문복은 비통한 표정으로 진상 해명에 나섰다.“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절차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정부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며 피해자 가족에게 합리한 손해 배상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당사자 강우연이 해당 업체와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발생한 바, 저희 강운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법에 따라 처벌할 것입니다. 오너 일가라고, 가족이라고 절대 봐주는 일 없을 거라고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문복 일가와 강학주 일가는 본가의 회장님 댁에서 모이게 되었다.모두가 침통한 표정으로 거실에 무릎을 꿇고 강준상의 지시를 기다렸다.소식을 접한 강준상은 크게 분노하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있었다.“문복아,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대? 소식은 있어?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냐!”그는 너무 분노
강문복은 공손한 자세로 떠나는 강 회장을 배웅했다. 뒤돌아선 그의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걸리더니 바닥에 엎드린 강학주를 노려보며 말했다.“오늘부터 너희의 바깥 출입을 금할 것이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어!”“형님, 그건 좀….”강학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만류했지만 강문복 일가는 냉랭하게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집으로 돌아온 강희연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신나서 떠들었다.“아빠, 강우연이 그런 짓까지 벌일 줄 몰랐어. 돈 2억 때문에 스스로 제 발등을 까다니.”강문복은 담담하게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말했다.“그러게. 누가 이럴 줄 알았겠니. 하지만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인 건 맞아. 강우연이 잡혀갔으니 걔가 진행하던 사업 모두 우리가 맡아서 하게 되었어. 백 선생과의 사업은 초기 자본만 400억이 들어가는 큰 사업인데 어떻게든 우리가 추진할 수 있도록 미리 손을 써야 해!”“맞아! 강우연도 이런 사건이랑 엮였으니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강희연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지어졌다.그 시각, 리양제약.송천우는 한 건장한 중년 남자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관장님, 일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송천우가 다급히 물었다.어딘가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송 대표, 걱정하지 말아요. 내 사람들이 나섰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어요. 시공 현장 CCTV는 이미 내가 처리했으니 형사과 기술인력이 와도 복구가 힘들 겁니다!”“저질 자재를 납품한 애들도 내 제자들이니 믿어도 돼요. 공급 업체 쪽에는 내가 미리 언질을 주었으니 절대 허튼소리 안 할 겁니다.”송천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강우연은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네요?”허임호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우리 칠성파가 출마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요. 강우연은 어차피 감방 갈 거예요. 대통령 인맥을 동원해도 이건 못 빠져나가요. 증거가 확실하니깐요. 특별조사팀 팀장 주연
강우연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한지훈마저 화들짝 놀라며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용이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고 설명을 다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분명 뭔가 있어! 현장에 한번 가보자!”그는 그 길로 박 대사와 작별하고 용이와 함께 시공 현장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이미 시공 현장은 폴리스라인이 둘러졌고 관계자외 아무도 출입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송호문도 당황하며 다급히 말했다.“사령관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송호문은 곧장 현장 감식반에 연락해서 명령을 하달했다.“당장 그분을 안으로 들여보내!”현장을 지키던 경찰관들은 지시를 받고 의아했지만 주저없이 길을 비키고 한지훈과 용이를 현장으로 들여보냈다.한지훈은 용이와 함께 신속히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잠시 후, 송호문이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했다.“총사령관님,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번 안전사고의 조사는 특별조사단에서 맡았고 팀장은 본청 안전관리국의 부국장 주연승입니다.”송호문은 도착하자마자 즉각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한지훈에게 알렸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다가 구석진 곳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자재가 현장에 들어오려면 저기를 경과해야 하니까 CCTV에 찍혔겠네요.”송호문은 즉각 형사들을 불러 물었다.“CCTV 영상은 확보했어?”형사들이 다급히 말했다.“청장님, 그게….”“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송호문이 짜증스럽게 재촉했다.북양 총사령관의 예비신부와 연관된 사건이니만큼 속도와 정확성은 생명이었다.“CCTV는 이미 망가졌고 최근 찍은 영상은 복구불가 상태입니다.”한 경찰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카메라가 망가져?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영상이 사라졌단 말이야?”보고를 들은 송호문이 버럭 화를 냈다.형사들도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습니다.”한지훈은
“네? 북양의 총사령관이요?”소식을 들은 주연승이 화들짝 놀라며 인상을 썼다.갑자기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뭘까?그와 북양군은 예전에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어떻게 된 거지?주연승은 즉시 시공 현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송호문과 함께 서 있는 젊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그가 바로 천하를 호령하는 북양 총사령관이라는 것을 직감했다.“안전관리감독국 소속 주연승, 북양의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주연승은 그에게 다가가서 정중한 자세로 인사했다.한지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강운그룹에서 일전에 안전사고가 터졌다던데 부국장님 담당 맞습니까?”주연승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북양 군부의 총사령관께서 왜 한낱 중소기업의 안전사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이 맞습니다. 단 하루 안에 다섯 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지금은 특별조사팀이 조사에 착수 중이고 지휘를 제가 맡았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전 사고 관련 모든 증거품과 단서를 내 사람에게 인계하세요.”그 말을 들은 주연승은 불쾌한 표정으로 송호문을 노려보다가 정색하며 말했다.“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총사령님과 이번 사건 관계자인 강운그룹은 어떤 특별한 관계라도 있나요?”한지훈은 솔직하게 사실을 말했다.“특별조사팀에서 잡아간 강우연 씨가 내 아내입니다.”그 한 마디에 주연승은 하늘에서 날벼락이 내려친 느낌이었다.강우연이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이었다고?어찌… 이럴 수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잡아들인 여자가 이 나라 주군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아내였다니.주연승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잠깐 고민하다가 정색하며 말했다.“총사령관님, 비록 강우연 씨가 사령관님의 사모님인 건 맞지만 이번 안전 사고 문제의 증거가 속출하였고 강우연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