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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6화

Author: 봄가을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벽 끝으로 몰리게 됐다.

비록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검을 들 힘조차 없었다.

체내의 자기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떠한 진법도 사용할 수 없고, 자기장 또한 소환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굳이 단해룡이 손을 쓰지 않아도, 갓 입문한 종무 제자라 하더라도 한지훈의 목숨을 쉽게 빼앗을 정도였다.

“나야 더는 말할 것도 없고, 갓 입문한 평범한 우리 제자들도 마음먹고 손을 쓰게 되면 얼마든지 널 처단할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설마, 천생서문이 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거야?”

백연무는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한지훈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자연스레 천생서문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 위에 적힌 비밀 언어는 한 씨 집안사람들만이 해석할 수 있었다. 설령 백연무가 정말 천생서문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마치 암호를 보는 것처럼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이 사실은, 무종뿐만 아니라 명산도 잘 알고 있었다.

천신계가 세속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은, 단시간 내에 해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백연무와 같은 강자의 유일한 출로는, 가능한 한 빨리 경지를 향상해 천신계로 돌파해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원수들이 찾아올 것이고,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이 그를 귀찮게 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그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단해룡과 같은 강자가 천산에 들어서기 위해 사당과 국왕을 적으로 만드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이다.

“천생서문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한 씨 집안사람들의 사명이야. 그러니 백연무, 넌 더 이상 헛수고할 필요가 없어!”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백연무를 바라보았다.

그의 무심하고 태연한 태도는, 백연무조차도 탄복하게 했다.

한지훈... 역시나 용국의 백전 명장답네. 죽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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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457화

    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쫓아낼 거야!”바로 그때, 산 아래 오솔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제단으로 올라섰다. “혹시... 예 씨 어르신인가요?”한지훈은 멍하니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곤륜 예충기였다. 이번에는 예 씨 어르신의 부인도 함께 자리에 오게 됐다. 활짝 웃는 예충기의 표정과는 달리, 노파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그녀의 실력은 예충기보다도 한 단계 높았다.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창령산은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큰 굉음을 내었다. 이내 노파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의 용머리 지팡이에서는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우르릉!”곧이어, 백연무가 펼친 그 칠성대진은 뜻밖에도 큰 소리와 함께 가루로 흩날리게 됐다. “푸!”칠성대진이 깨지게 됨과 동시에, 백연무는 거칠게 피를 뿜어내고는 몸을 휘청거리더니 털썩 넘어져 버렸다. “뭘 또 기다려? 얼른 지옥으로 보내!” 살기 가득한 노파가 지팡이로 백연무를 가리키자, 깜짝 놀란 백연무는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커, 상대방의 위압만으로도 백연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격은커녕 그는 꿋꿋이 버틸 용기조차 없었다. “예 씨 어르신! 저희... 저희가 잘못했어요!”결국 단해룡은 털썩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예충기, 그는 자고로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신화이다. 더욱이는 용국에서도 천하무적의 존재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에 반면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의 장교가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잘못했다고? 허허!”예충기는 차갑게 웃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단해룡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크게 놀란 단해룡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예충기와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만약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놈은 진

  • 용왕사위   제2458화

    “장씨 집안?”노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장 씨 집안, 설마 이젠 문 닫으려는 거야?”“착실하게 조룡의 묘지나 지키지 않고, 사방으로 날뛰면서 시비나 일으키다니! 장진원, 너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 천산을... 할머니의 목소리는 계속 메아리가 되어 멀리서 들려왔고,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천산을 짓밟는다고? 그 말을 들은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편네, 대체 정체가 뭐야? 감히 천산 장 씨 집안을 상대로 큰소리치고, 감히 천산을 짓밟는다고 위협까지 하다니? 무려 5대 명산의 으뜸, 천산을 말이야? 심지어 단해룡이든 백연무든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 그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아도, 이 노부부는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방 선배님, 이... 노인네들은...”“팍!”원상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방 소가 손을 흔들어 힘껏 따귀를 때렸다. “너 죽고 싶어? 상대는 예충기와 정봉교야! 너는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원 씨 집안에 남은 세 영감이라 하더라도 이 두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돼!”“그렇게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연루시키지 말고!”깜짝 놀란 동방 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충기나 정봉교의 그 차원에 이르게 되면 귀 또한 매우 밝아, 10리 밖의 바람 소리가 동남풍인지 서북풍인지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러니 방금 원상용의 망언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순간 창령산 전체는, 마치 저승사자가 휩쓴 듯이 조용해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이내 예충기는 몸을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사실 칠성대진이 무너진 이후, 한지훈의 체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그 회복의 속도는 매우 느렸다. “어르신께서 제 생명을 구해 주신 은혜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가 감히 어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한지훈은 한쪽 무릎을

  • 용왕사위   제2459화

    “아무튼 네가 명심해야 할 건, 네 목숨은 단지 너 자신 것만이 아니라는 거야.” 예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예충기를 바라보았다. 한 씨 집안에 비밀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나 한지훈과는 달리, 단해룡은 한 글자라도 더 듣기 싫은 듯 한사코 귀를 막고 있었다. 이내 백연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의 머리는 한 지팡이에 부딪히게 됐다. “팍!”예상치 못한 타격에 백연무의 이마는 벌겋게 붓게 되었다. “네가 들어서는 안되는 거야. 들으면 죽는다고!”노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녀는 그저 무덤덤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저희 못 들었습니다...”“선배님, 저희 한 글자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 저는 천성적으로 귀가 먹게 돼서...”“어르신... 저... 저도 귀먹은 놈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곧이어 제단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실 예충기가 갑자기 이렇게나 많은 비밀을 털어놓을 줄은 몰랐고, 심지어 그들에게 회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너희들이 들었든 못 들었든, 오늘 이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살아서 떠날 생각하지 마!” 노파의 우렁찬 목소리는,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을 놀라게끔 했다. “선배님, 그건...”대장로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정봉교의 눈에서는 갑자기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설령 대장로라 할지라도, 그 또한 노파의 살기 어린 눈빛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서게 됐다. “빌어먹을 놈들은 마땅히 죽어야 돼!”노파는 지팡이를 짚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푸!”바로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맨 앞 세 줄에 무릎을 꿇은 무종 제자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내 겁에 질린 단해룡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땅바닥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우린... 우린 더 이상 이 미친년이랑

  • 용왕사위   제2460화

    장진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한 대 맞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예충기의 추궁에 더욱 고개를 숙였다. 무종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예충기 부부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장 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천산 전체가 다 나선다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을 죽이기에는 버거웠다. 그렇기에 장진원이든 단해룡이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설령 그들의 실력과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예충기 부부를 상대로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너한테 묻잖아. 안 들려?”뒤이어 다시 한번 우렁찬 따귀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장진원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장 씨 집안 가주조차도 순순히 맞을 수밖에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장진원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예충기를 바라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북양왕이 선배님과 여전히 관계가 깊을 줄은 저... 정말 몰랐습니다. 진작에 알았으면 저 절대 감히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장진원의 표정에서 알 수 있는바, 그는 이미 간담이 서늘해 났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100여 년 전의 5대 명산에서, 천산이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 용국의 진정한 제1명산은 바로 화산이었다. 그러나 당시 화산의 수좌가 예충기의 제자 한 명을 잘못 다치게 한 탓에, 결국 화산은 살신이라는 큰 화를 불러오게 됐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화산 전체는 피바다가 됐고, 수많은 고수들은 예충기의 손에 죽게 됐으며, 심지어 화산의 무종과 진종 사이에는 단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많은 젊은 세대의 고수들이 모두 처참하게 죽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화산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고, 5대 명산의 지위에서도 곤두박질치게 됐다. 그렇기에 방금 정봉교가 한 그 말은, 절대 장 씨 집안에게만 충격을 안긴 것이 아니었다. 예충기 부부는 정말 천산을 죽일 수도 있었다. 장 씨 집안이 그 아무리 공적이 크다

  • 용왕사위   제2461화

    그 말에, 원상용은 재빨리 땅에서 일어나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는 쏜살같이 오솔길을 따라 창령산을 뛰어내렸다. 원상용이 뜻밖에도 한지훈으로부터 특별 사면을 받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모두 급히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면서, 모든 책임을 단해룡과 장 씨 집안에게 떠넘겼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훑고는, 곧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도 얼른 돌아가! 그리고 앞으로는, 너희들도 용국의 일원이자 국왕의 신하라는 걸 명심해!”“나라를 위해 힘써야 할 때는 절대 몸도 사리지 말아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내 죄를 따질 거야!”“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제멋대로 굴지 않겠습니다. 나라가 저희를 필요로 하는 한, 모든 걸 내던져서라도 뜨거운 피를 보여주겠습니다!”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한지훈을 향해 패기를 보이고 나서야, 이내 벌떼처럼 산 밑으로 도망쳤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훈은 역시나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사실 맨 처음, 한지훈이 원상용을 풀어준 이유는 원 씨 집안과의 원한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 씨 집안이 오늘날 거의 절반이 넘는 무종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예충기가 그들을 창령산에서 죽이게 된다면, 용국의 무종은 반드시 단층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용국에게 있어서도 큰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예충기가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원 씨 집안사람들을 풀어주었고, 그 후 또 무종 사람까지 풀어주었다. 감격의 눈빛을 보내는 대장로의 모습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용서해 줄 줄 알아야 하잖아요. 저들 중 절대다수는 결코 저한테 악의가 없다고 믿어요!”“필경 모두들 생면부지이니, 원한이라 할만한 것도 없을 테죠!” “대장로님, 제 말 맞죠?” 그 말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예충기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선배님께

  • 용왕사위   제2462화

    “예!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예 선배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장진원과 단해룡을 비롯한 무리는 일제히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예충기에게 감사를 표했다.심지어 노 씨 어르신과 창 씨 어르신조차 무릎을 꿇고 연신 감사를 전했다.그들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예충기는 한지훈 앞으로 다가왔다.“정말 예상 밖이군. 몇 달 전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정말 나도 다시 보게 되는구나!”비록 한지훈은 여전히 오성 용급 천왕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지만, 자신의 자기장을 끌어올려 구만리와 벌인 전투 장면을 예충기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한지훈이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비로소 곤륜허에 들어가 백룡의 심장을 얻을 자격이 생긴 것이었다!“과찬이십니다, 선배님. 단지 우연히 깨달음을 얻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진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한지훈이 겸손하게 대답하자, 예충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뒷짐을 진 채 말했다.“그래! 교만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가짐이야말로 큰일을 이루는 필수 덕목이지! 사실 네 나이에 이 경지까지 깨우친 자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야!”“내가 이번에 널 찾아온 이유는, 정식으로 곤륜허에 널 초대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뇌해를 건너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도와준다면 문제없을 것이다!”“나는 수백 년간 곤륜허를 지켜 왔지만, 이제 마침내 그 사명을 끝낼 날이 왔구나. 네 덕분에 나도 해방될 수 있게 됐다.”예충기가 한지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말하자,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예 선배님, 과연 지금의 제 실력으로 뇌해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한지훈은 아직 곤륜허에 가본 적도 없고, 그곳의 뇌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천생서문에는 천뢰가 다섯 명의 신을 멸한 전설이 기록되어 있었다.상고 시대에

  • 용왕사위   제2463화

    용국의 조정에서도 한지훈을 극도로 중요하게 여겼다.따라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예충기의 눈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도 빠듯했다.“좋습니다. 그럼 한 달 후, 곤륜허에서 뵙겠습니다!”한지훈은 예충기에게 주먹을 맞대어 예를 표했고, 예충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명심해라. 돌아간 후에는 이 일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화를 초래할 것이야!”“용족 유적을 탐내는 자들은 광명파만이 아니다. 또한 용심을 융합하는 것은 용족 유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니,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자들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예충기의 시선이 멀리 있는 산봉우리로 향했다.이때, 무적천이 두 눈에서 불꽃을 뿜으며 산 정상에 서 있었다.그는 눈앞에서 한지훈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고, 다시 한번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사실, 그가 몰래 이곳에 온 이유는 한지훈이 힘이 다할 때를 기다렸다가 불시에 습격하여 목숨을 담보로 용심을 융합하는 방법을 말하도록 협박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저 헛된 망상이 되고 말았다.심지어 장씨 가문의 어르신들조차도 그 곤륜의 노인을 그렇게 공손히 대하는데, 자신이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그가 감히 이 상황에서 감히 한지훈을 공격할 수 있을까?감히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다!“흥! 한지훈, 네놈의 목숨도 참 질기군!”무적천은 이를 갈며 독설을 내뱉은 후, 분노에 찬 채로 몸을 돌려 산 아래로 내려갔다.이때, 한지훈도 멀리 산봉우리 위에 서 있는 그 외로운 뒷모습을 발견했다.“무적천?!”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그래, 그는 꽤 끈질긴 자다. 다만, 반쪽짜리 흑룡의 심장을 손에 넣고도 끝내 융합하지 못했지. 십중팔구 그는 천생서문을 빼앗으러 온 걸 거다!”“무적천과 황약사, 이 두 사람을 반드시 조심하거라. 사실 수십 년 전, 이들은 모두 국왕의 후계자로 고려되었던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옛 국왕이 지닌 자애로운

  • 용왕사위   제2464화

    “대장로님, 어떤 일이든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대장로는 한지훈의 눈빛 속에서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아이고! 북양왕께서 이미 뜻을 굳히셨다면, 더 이상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대장로는 그렇게 말한 뒤, 한지훈에게 주먹을 맞대어 예를 표하고는 서둘러 산 아래로 내려갔다.그날 오후, 장씨 가문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지훈에게 사과를 표명했다.무맹 또한 나서서 입장을 밝히며, 단해룡은 언론 앞에서 직접 자신과 한지훈 사이에 원한이 없음을 선언했다.그는 단지 소인의 감언이설에 속아 한지훈을 겨냥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고, 이 모든 상황은 황약사의 예상대로 흘러갔다.결국 예충기의 등장으로 인해 한지훈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문주님, 과연 신묘한 계략이십니다! 무종의 사람들 말에 따르면, 당시 한지훈은 이미 백연무에게 완전히 몰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예충기가 갑자기 나타나 백연무와 무종의 여러 사람들을 처치했다고 합니다!”“심지어 장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따귀를 여러 대나 맞았다고 합니다!”약왕파 대장로가 다급히 달려와 창릉산 전투의 결과를 황약사에게 보고했다.황약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예상대로였고, 예충기는 줄곧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장씨 가문 따위가 감히 한지훈을 죽이겠다고?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문주님, 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대장로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황약사를 올려다보았다.“어떻게 하다니? 그야 당연히 한지훈 쪽으로 붙어야지. 우리는 오직 강자만을 따른다. 청운종처럼 한지훈의 날개 아래에 있으면 약왕파가 비상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느냐?”황약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대장로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멍해졌다.황약사가 누구인가?그의 자존심은 누구보다도 높았는데, 그런 그가 이렇게 쉽게 한지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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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11화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 용왕사위   제2810화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 용왕사위   제2809화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 용왕사위   제2808화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 용왕사위   제2807화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 용왕사위   제2806화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 용왕사위   제2805화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 용왕사위   제2804화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 용왕사위   제2803화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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