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는 용국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사항이었다.그 어떤 기업이나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생겨도 엄격한 감사와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용국은 국민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하루에 다섯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S시에서도 전례 없는 대형 사고였다.뉴스에 이 사건이 보도된 순간부터 S시의 감찰기관과 국가 공공기관의 이목이 집중죄었다.반나절도 되지 않아 S시의 안전관리부서와 소비자협회, 검경조직이 전문가를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강운그룹의 다른 공사 현장도 공사를 중지하고 조사를 대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감찰부서 인원들이 강운그룹 본사에 들이닥쳤다.회의실에서 강운그룹의 고위임원진은 해결 방안을 의논하고 있었다.이때, 감찰부서 조사관들이 기세등등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쾅!회의실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고 제복을 입은 형사들과 근엄한 표정을 한 조사관들이 안으로 들어섰다.맨앞에 선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수색영장을 들이밀고 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임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특별조사팀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안전관리감독국 부국장 주연승입니다. 일전의 안선사고 관련해서 조사를 나왔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주연승은 안전관리감독국의 저승사자라고 불릴만큼 떠오르는 신예였다.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거로 유명했고 로비나 뇌물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건 그만큼 이 사건이 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조사가 내려올 거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특별조사팀까지 꾸려질 줄은 몰랐다.게다가 하필이면 그 저승사자로 불리는 관리감독국 부국장이라니!주연승은 싸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명령하듯 말했다.“이 회사 담당자가 누구시죠?”강문복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운그룹 대표이사 강문복입니다. 회장님의 건강 문제로 회사의 크
강우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접니다.”“사고가 일어났던 공사 현장, 강우연 씨가 담당한 거 맞나요?”주연승이 싸늘하게 물었다.강우연은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맞긴 한데요….”“그렇군요. 그럼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을 마친 주연승이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이 다가가서 강우연의 양팔을 잡았다.조급해진 강우연이 소리쳤다.“부국장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재는 제가 직접 가서 협약을 맺고 들인 건 맞는데 그때 확인할 때는 품질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목숨 걸고 약속드릴 수 있어요. 저는 저질 자재를 들인 적 없어요!”“목숨을 담보로요?”주연승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오르더니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들 같은 사업가들은 원래 생명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합니까? 목숨을 담보로 약속한다고요? 웃기지 않나요?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그런데 저질 자재를 쓰지 않았다고 목숨까지 들먹이며 우기는 게 우습지 않습니까?”강우연은 순간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사건이 벌어지고 지금까지 그녀 역시 과정이 어땠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사고 관련 문제도 오늘에야 듣게 되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할 말 없으시죠?”주연승은 냉소를 지었다.“이번 사고는 경찰청 본청과 사고대응본부까지 주목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본청에 새로 부임하신 청장님과 안전관리감독국 국장님까지 분노하시며 재빠른 사건 규명을 요구하셨어요! 책임을 피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 대로 털어놓는 게 정상참작에 유리할 겁니다!”“지금부터 강운그룹은 영업을 중지하고 산하의 공장과 건설 현장 모두 작업을 중단합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세요!”“강우연 씨는 이번 안전 사고의 주요 담당자로서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주연승의 말에 회사 임원들과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노려보았다.뇌물로 2억이나 받아먹었다고?“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뻔뻔한 년! 회사를 아작내려고 작심했구나!”“부국장님, 형사님들, 당장 저 여자를 끌고 가서 엄중하게 처벌하세요!”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일어서서 소리를 질러댔다.강우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뇌물로 2억을 받았다니!이건 명백한 모함이었다.“아니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이건 모함이에요!”강우연이 다급히 해명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주연승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짓했고 형사들이 강우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미 회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그녀가 형사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사적으로 뇌물을 받고 저질 자재를 납품 받았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S시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강우연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었고 피해자 가족들이 현수막을 걸고 해명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그 시각, 강문복과 회사의 고위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했다.단상에 오른 강문복은 비통한 표정으로 진상 해명에 나섰다.“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절차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정부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며 피해자 가족에게 합리한 손해 배상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당사자 강우연이 해당 업체와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발생한 바, 저희 강운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법에 따라 처벌할 것입니다. 오너 일가라고, 가족이라고 절대 봐주는 일 없을 거라고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문복 일가와 강학주 일가는 본가의 회장님 댁에서 모이게 되었다.모두가 침통한 표정으로 거실에 무릎을 꿇고 강준상의 지시를 기다렸다.소식을 접한 강준상은 크게 분노하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있었다.“문복아,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대? 소식은 있어?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냐!”그는 너무 분노
강문복은 공손한 자세로 떠나는 강 회장을 배웅했다. 뒤돌아선 그의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걸리더니 바닥에 엎드린 강학주를 노려보며 말했다.“오늘부터 너희의 바깥 출입을 금할 것이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어!”“형님, 그건 좀….”강학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만류했지만 강문복 일가는 냉랭하게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집으로 돌아온 강희연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신나서 떠들었다.“아빠, 강우연이 그런 짓까지 벌일 줄 몰랐어. 돈 2억 때문에 스스로 제 발등을 까다니.”강문복은 담담하게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말했다.“그러게. 누가 이럴 줄 알았겠니. 하지만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인 건 맞아. 강우연이 잡혀갔으니 걔가 진행하던 사업 모두 우리가 맡아서 하게 되었어. 백 선생과의 사업은 초기 자본만 400억이 들어가는 큰 사업인데 어떻게든 우리가 추진할 수 있도록 미리 손을 써야 해!”“맞아! 강우연도 이런 사건이랑 엮였으니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강희연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지어졌다.그 시각, 리양제약.송천우는 한 건장한 중년 남자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관장님, 일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송천우가 다급히 물었다.어딘가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송 대표, 걱정하지 말아요. 내 사람들이 나섰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어요. 시공 현장 CCTV는 이미 내가 처리했으니 형사과 기술인력이 와도 복구가 힘들 겁니다!”“저질 자재를 납품한 애들도 내 제자들이니 믿어도 돼요. 공급 업체 쪽에는 내가 미리 언질을 주었으니 절대 허튼소리 안 할 겁니다.”송천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강우연은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네요?”허임호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우리 칠성파가 출마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요. 강우연은 어차피 감방 갈 거예요. 대통령 인맥을 동원해도 이건 못 빠져나가요. 증거가 확실하니깐요. 특별조사팀 팀장 주연
강우연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한지훈마저 화들짝 놀라며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용이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고 설명을 다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분명 뭔가 있어! 현장에 한번 가보자!”그는 그 길로 박 대사와 작별하고 용이와 함께 시공 현장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이미 시공 현장은 폴리스라인이 둘러졌고 관계자외 아무도 출입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송호문도 당황하며 다급히 말했다.“사령관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송호문은 곧장 현장 감식반에 연락해서 명령을 하달했다.“당장 그분을 안으로 들여보내!”현장을 지키던 경찰관들은 지시를 받고 의아했지만 주저없이 길을 비키고 한지훈과 용이를 현장으로 들여보냈다.한지훈은 용이와 함께 신속히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잠시 후, 송호문이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했다.“총사령관님,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번 안전사고의 조사는 특별조사단에서 맡았고 팀장은 본청 안전관리국의 부국장 주연승입니다.”송호문은 도착하자마자 즉각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한지훈에게 알렸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다가 구석진 곳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자재가 현장에 들어오려면 저기를 경과해야 하니까 CCTV에 찍혔겠네요.”송호문은 즉각 형사들을 불러 물었다.“CCTV 영상은 확보했어?”형사들이 다급히 말했다.“청장님, 그게….”“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송호문이 짜증스럽게 재촉했다.북양 총사령관의 예비신부와 연관된 사건이니만큼 속도와 정확성은 생명이었다.“CCTV는 이미 망가졌고 최근 찍은 영상은 복구불가 상태입니다.”한 경찰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카메라가 망가져?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영상이 사라졌단 말이야?”보고를 들은 송호문이 버럭 화를 냈다.형사들도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습니다.”한지훈은
“네? 북양의 총사령관이요?”소식을 들은 주연승이 화들짝 놀라며 인상을 썼다.갑자기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뭘까?그와 북양군은 예전에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어떻게 된 거지?주연승은 즉시 시공 현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송호문과 함께 서 있는 젊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그가 바로 천하를 호령하는 북양 총사령관이라는 것을 직감했다.“안전관리감독국 소속 주연승, 북양의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주연승은 그에게 다가가서 정중한 자세로 인사했다.한지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강운그룹에서 일전에 안전사고가 터졌다던데 부국장님 담당 맞습니까?”주연승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북양 군부의 총사령관께서 왜 한낱 중소기업의 안전사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이 맞습니다. 단 하루 안에 다섯 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지금은 특별조사팀이 조사에 착수 중이고 지휘를 제가 맡았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전 사고 관련 모든 증거품과 단서를 내 사람에게 인계하세요.”그 말을 들은 주연승은 불쾌한 표정으로 송호문을 노려보다가 정색하며 말했다.“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총사령님과 이번 사건 관계자인 강운그룹은 어떤 특별한 관계라도 있나요?”한지훈은 솔직하게 사실을 말했다.“특별조사팀에서 잡아간 강우연 씨가 내 아내입니다.”그 한 마디에 주연승은 하늘에서 날벼락이 내려친 느낌이었다.강우연이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이었다고?어찌… 이럴 수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잡아들인 여자가 이 나라 주군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아내였다니.주연승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잠깐 고민하다가 정색하며 말했다.“총사령관님, 비록 강우연 씨가 사령관님의 사모님인 건 맞지만 이번 안전 사고 문제의 증거가 속출하였고 강우연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령관님께서
30분 뒤, S시 모 지방 경찰서 조사실.몸에 문신을 새긴 젊은 남자들이 조사실에 끌려왔다.“무슨 근거로 저희를 잡아들인 겁니까? 증거 있어요?”남자들이 꽥꽥 불만을 터뜨렸다.그리고 이때, 주연승이 안으로 들어오고 그의 뒤를 한지훈이 따랐다.안으로 들어간 한지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1분 줄 테니까 너희들 사주한 사람 불어.”문신남들이 바로 며칠 전 몰래 시공 현장에 저질 자재를 운반한 자들이었다.그들은 한지훈을 보자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터뜨렸다.“넌 또 뭐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1분 준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우리가 조사실 경력이 몇 년인데 이런 걸 두려워할 것 같아?”남자들은 대놓고 한지훈을 무시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30초 남았다.”그 말에 남자들이 당황했다. 그들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젠장! 너 대체 누구야? 당장 우릴 풀어줘! 이거 공권력 남용이야! 신고할 거라고!”“맞아! 우린 죄없는 백성이야! 당장 우리를 풀어줘!”“제한시간 끝났어!”이렇게 말하는 한지훈에게서 강력한 기백이 용솟음쳤다.쾅!그가 다리를 들자 남자들 중 한 명이 발에 맞아 그대로 벽에 처박혀 버렸다.순식간에 벽에 금이 가면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바닥에 추락한 남자는 가슴을 부여잡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남은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경찰이 사람 때린다! 이거 미원 넣을 거야! 고소할 거라고!”“짝!”하지만 한지훈은 무자비하게 손을 들어 소리치는 남자의 귀뺨을 후려쳤다. 조금 전까지 빡빡 우기던 남자가 그대로 바닥을 구르더니 입에서 부러진 이빨 두 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악!”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는 다가오는 한지훈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쳤다.“오… 오지 마! 오지 마! 경찰이 사람 잡네!”하지만 한지훈은 옆에 있던 의자를 집더니 그대로 놈의 팔목을 찍어버렸다.남
강문복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반면 강준상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그 시각, 리양제약 대표 사무실.뉴스를 확인한 송천우는 분노에 치를 떨며 찻잔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는 곧장 허임호에게 전화를 걸어 분노를 터뜨렸다.“허 관장,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절대 잘못 될 리 없다고 하셨잖아요? 왜 이렇게 된 겁니까?”그 시각 뉴스를 보고 있던 허임호도 싸늘하게 말했다.“송 대표, 강운그룹의 배후에 거물급 인사가 있는 것 같네요.”“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내가 이 일 제대로 하라고 2억이나 줬잖아요!”분노한 송천우가 소리쳤다.허임호는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송 대표한테까지 피해가 가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허임호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훈련 중인 제자들을 노려보며 한숨을 쉬었다.“아룡아, 가서 누가 배후에서 손을 썼는지 좀 알아봐.”“그리고 그게 누구든 즉시 처결해 버려! 감히 내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왔군!”허임호의 신변을 지키던 건장한 남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관장님!”말을 마친 아룡은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갔다.쾅!누군가가 대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성인 남성 두 명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칠성파 도장으로 들어섰다.맨앞에 선 남자는 다름 아닌 한지훈이었다. 그의 두 눈은 이미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그의 뒤로 싸늘한 냉기를 내뿜는 용이가 따르고 있었다.한지훈이 도장에 들어선 순간, 마당에서 훈련 중이던 제자들은 신속히 집결하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아룡은 그들을 지나쳐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맨 앞으로 가서 섰다.한지훈은 뒷짐을 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내전의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허임호를 발견했다.“너희들 누구야? 감히 허락도 없이 칠성파 도장으로 들어오다니!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