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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Author: 봄가을
군복을 입은 한지훈이 늠름한 풍채를 뽐내며 침대로 다가가서 앉았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도 취기가 올라 있었다.

강우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섰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군복을 벗겨 옷장에 걸었다.

“조금 피곤하네. 잠을 좀 자야겠어.”

한지훈이 말했다.

“지… 지금요?”

강우연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입고 있는 레이스 잠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그녀는 평소보다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빨갛게 상기된 볼은 깨물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왜 그러고 서 있어? 와서 앉아.”

한지훈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얼떨결에 한지훈의 품에 안겼다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왜… 왜 이래요?”

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본 한지훈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오늘 좀 이상해. 설마 이상한 상상한 거 아니지?”

“네? 아니었어요?”

강우연이 당황하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한지훈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 침대에 벌렁 누우며 말했다.

“이상한 상상하지 마.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긴장했던 강우연이 드디어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다가가서 그의 옆에 누웠다.

강요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훈 씨, 오늘 결혼식까지 했는데 첫날밤은 원래… 그거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그 머리로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첫날밤에 꼭 그거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래?”

“아닌… 가요?”

강우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지훈이 이렇게 대범하게 나오자 오히려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

내 몸매나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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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920화

    다음 날, 한지훈은 옆에서 달게 잠든 강우연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햇살이 그녀의 하얀 얼굴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핸드폰 진동음이 느껴졌다.그는 강우연이 깰까 봐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사령관님, 용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천자께서 사령관님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오셨습니다.]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신속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직도 달게 자고 있는 강우연의 뺨에 부드럽게 키스했다.“여보, 나 다녀올게.”말을 마친 그는 간단한 메모를 남긴 뒤에 보헤미 별장을 떠났다.별장 앞에는 용일부터 용팔까지 이미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사령관님, 용경에 뭔가 변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천자께서 직접 만남을 요청하셨어요.”용일이 신속히 다가와서 검은색 망토를 그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한지훈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변방 쪽에 문제가 생기거나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나한테 만남을 요청할 분이 아닌데.”용일의 표정도 매우 심각했다.“아무런 얘기도 들려오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은 잘 모릅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S시에 있는 5만 북양 주둔군은 자리를 지키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나머지 25만 군사는 당장 준비하고 북양으로 복귀한다!”“신룡전 장로들께 상황을 알리고 돌발상황을 대비해!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신룡전 4대 용존의 지휘를 따른다! 너희는 나와 함께 용경으로 가서 천자를 뵐 거야!”지시를 들은 여덟 장군의 얼굴에 비장함이 차올랐다.“사령관님, 뭔가 집히는 게 있는 겁니까?”“설마 적염왕 때문인가요?”“앉아서 그쪽에서 쳐들어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적염왕이 사령관님의 군권을 탈취한다면….”“닥쳐!”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의 사명과 책임을 똑똑히 기억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차에 올랐다.네 대의 차량이 신

  • 용왕사위   제921화

    “총사령관님, 그……”하지만 여덟 사람은 모두 무기를 상대에게 건네주었다.한지훈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던 오릉군 가시와 창용검을 내놓았다.도위소병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여러분을 위한 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 어서 타시기를 바랍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앞에 있는 도소위병을 한 번 보고는 한쪽에 대기 되어 있는 차로 향했다.도소위병을 지나칠 때,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한지훈에게 속삭였다.“총사령관님, 만용 어르신께서 저더러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흥분하지 마시고 국왕님의 말씀대로 움직이시라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치고 도소위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한사코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더니 한지훈은 허리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용이와 용팔은 한지훈과 다른 차에 올랐다.차는 곧 시동이 걸리고 군용 공항을 떠나 용경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천자각으로 향했다.그러나 가는 도중에 용이를 포함한 일행이 탄 차는 갑자기 한지훈이 타고 있는 차와 서로 다른 길로 가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지훈은 얼굴이 굳어지며 온몸에 차가운 살의가 용솟음쳤다.용이 일행 또한 한지훈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차를 보고 순간 폭발하여 차량의 주도권을 앗아오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옆에서 재빠르게 손을 써서 그들의 팔이나 목에 주삿바늘을 꽂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덟 사람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한편, 한지훈이 타고 있는 타는 어느새 수비가 가장 삼엄한 천궁 광장을 지나 천자각으로 들어와서 정문에 정차했다.차문이 열리자 도위소병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 도착했습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며 차에서 내려와 익숙하기 그지없는 천자각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둘러보고는 천자각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홀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륙십 세처럼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소박한 검은색 옷차림으로 나타났다.세 발짝 정도 떨어진 뒤에는 회색 옷

  • 용왕사위   제922화

    역시나 생각대로 적염왕이 돌아온 것이 이유였다.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두고 나서 덤덤하게 웃었다.“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국왕은 그의 말에 덧붙였다.“알다시피 지금 국제적인 국세가 하루가 멀다고 다릅니다. 우리 용국에는 5명의 총사령관을 지니고 있어 주위에 있는 작은 나라들은 손쉽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열강까지 제압하기에는 그 실력이 터무니없이 약합니다. 적염왕은 50만 대군을 통솔한 적이 있습니다. 막강한 실력과 명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용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열강을 진섭 하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그럼, 국왕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한지훈은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국왕은 한지훈을 한 번 보더니 웃었다.“성격이 급한 건 여전하시네요. 아직 말을 채 끝내지도 않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네요.”한지훈은 계속 바둑을 두었는데, 바둑판은 이미 적을 포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저는 국가를 위한 목숨을 걸 줄밖에 모릅니다. 전략과 같은 방면에서는 거의 의견을 내놓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 만약 국왕님께서 저에게 내릴 지시가 있으시다면 말해주시기를 바랍니다.”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들고 한참이나 머뭇거리더니 판을 보며 입을 열었다.“제법 용감한 길을 택한 거 같아 갑작스럽네요.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어난 거 같습니다.”말을 마치고 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통 안에 던졌다.“그만하시죠.”그러고 나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파이터 킹의 북양구 대군을 적염왕 소속 부대로 모두 보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이 말을 듣고 있는 한지훈은 국왕의 두 눈에 비친 짙은 예기를 느꼈다.국왕의 곁에 있는 용 선생님마저도 무겁기 그지없는 눈빛을 보이며 앞으로 반걸음 정도 나오기까지 했다.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버리고 양손을 뒤로 젖힌 채 머리에 대고 웃었다.“마침 잘 됐습니다. 근래에 들어 일하는 것도 버거워 국왕님께 퇴임을 제기하려고 했습니다. 적염왕께서 인

  • 용왕사위   제923화

    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원한이 좀 있어서 처리하고 싶습니다.”답을 듣고 난 국왕은 안색이 살짝 일그러지며 한숨을 쉬었다.“원씨 가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가문입니다. 저라도 그들을 상대로 감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때 그 일로 원씨 가문을 찾아가려는 것이라면 고심하고 나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알고 있습니다.”한지훈은 더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덧붙였다.“하지만 반드시 원씨 가문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사람까지 연루되어 난 온다면 국왕께서 친히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니 말리지 않겠습니다. 연루되는 사람이 누구든지 막론하고 나서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공수하며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서 떠났다.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내내 국왕 뒤에 서 있었던 강만용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국왕님, 만약 정말로 원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댄다면 다른 세 가문의 이목도 끌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어 사대 가문에서 연합 관계를 맺기라도 한다면 국왕님께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국면이 초래될지도 모릅니다.”국왕의 두 눈에서 차가운 빛이 흘러나왔다.“한 나라에 국가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있는 가문이 4개나 나타난다면, 그게 정녕 좋은 일인 것 같습니까 아니면 나쁜 일인 것 같습니까?”강만용 어르신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러자 국왕은 웃으며 덧붙였다.“나쁜 일인지 아니면 좋은 일인지 모두 시기와 이점에 달렸습니다. 용국은 백 년 동안보다 안정적인 세월을 보냈으나, 이 사대 가문은 누리처럼 용국의 운세를 갈아 먹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용국은 언젠가 세차게 흔들리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칼을 휘둘러 누리들을 모조리 깨끗이 없애야 만이 용국은 더 나은 발전을 맞이하며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습니다.”“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한지훈이었으면 하는 겁니까?”강만용 어르신은 놀라움을

  • 용왕사위   제924화

    같은 시간, 용경 교외에 있는 저택 안에서 두 중년 남자는 차를 마시고 있다.우두인 남자는 사오십 세로 되어 보이는데, 준수하고 우람하며 차가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그의 맞은 쪽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는 값비싼 양복을 차려입고 우아한 아우라를 뽐내고 있으며 뒤에는 경호원 두 명이 함께 하고 있다.이때, 우아한 남자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적염왕, 북양구 25만 대군을 통솔하게 되셔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그러자 우람한 자태의 중년 남자는 덤덤하게 웃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원 선생 덕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북양구 총사령관의 자리를 이어받지 못했을 겁니다.”“하하하!”원 선생은 크게 웃으며 덧붙였다.“원씨 가문과 적염왕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적염왕의 이익이 바로 우리 원씨 가문의 이익이나 다름없다는 말입니다. 적염왕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그저 영광일 따름입니다.”“저 또한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받게 돼서 영광입니다.”적염왕은 공수하며 거듭 강조했다.“오늘 이후로 저는 원씨 가문과 운명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할 것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 대신 원씨 어르신께 안부 좀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이곳으로 오기 전에 어르신께서 저에게 분부하셨습니다. 적염왕께서 필요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원씨 가문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원 선생은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적염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무장한 남자가 특수한 재질의 비단 함을 안고 나와 원 선생에게 건네주었다.“원 선생, 이건 제가 3년 동안 공들여 찾아낸 한씨 가문 중의 결본 한 장입니다. 원 선생께서 원씨 어르신께 직접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적염왕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덤덤한 그와 달리 원 선생은 무서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비단 함을 건네받았다.천천히 열어보니 안에는 누르스름한 종이 한 장이 보였다.무엇인가 덕지덕지 묻은 데다가 모서리까지 찢어지고 불에 탄 검은 흔적까지 고

  • 용왕사위   제925화

    이곳을 떠나게 되었으니,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작전 구역에 이르자마자 한지훈은 홍장미를 보게 된다.총을 어깨에 메고 수천 명에 달하는 장병들을 이끈 채 기세 당당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총사령관님! 국왕님이 내리신 결정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북양구 장병들은 절대 비겁한 적염왕의 통솔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홍장미는 지금 화가 불길을 타고 훨훨 타고 있다.용각으로부터 통지를 받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놀라워 마지 못했으나 노여움이 미친 듯이 밀려왔다.위에서 한지훈에게 압력을 가하였기에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총사령관인 한지훈은 절대 북양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순간, 홍장미의 뒤에 서 있는 수천 명의 장병들이 총을 머리 위로 들며 일제히 소리쳤다.한지훈은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홍장미 손에 있는 총을 앗아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행동하는 거야! 여긴 북양구고 용국이야! 장병으로서 명령 어기고 함부로 행동하는 대가가 뭔지 몰라? 당장 각자 자리로 돌아가!”“싫습니다! 총사령관님이 떠나시는 거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용경으로 가서 어떻게든 저희가 직접 국왕님께 묻겠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지시를 내리셨는지 똑똑히 알아야겠습니다!”화가 난 나머지 두 눈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홍장미이다.그녀의 뒤에 있는 수천 명의 장병들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들에게 있어서 한지훈은 유일하게 추앙하는 존재이며 그 누구든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한지훈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어 홍장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러고 나서 어깨를 토닥거리며 입을 열었다.“다 큰 사람이 아직도 울고 그러면 어떡해. 적국에서 보기라도 한다면 놀리지 않겠어? 북양구 장병들은 하나같이 모두 다

  • 용왕사위   제926화

    그날은 북양구 전체가 흔들리고 용국 전체가 뒤흔들렸다.오성 용수이자 용국의 기념비적인 인물인 파이터 킹이 북양구 총사령관에서 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제 겨우 20대밖에 되지 않는다.용국 백성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비할 데 없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반나절이 지나고 나서 한지훈은 오군으로 돌아왔다.별장으로 돌아오자, 사람은 여느 때보다 많았고 모두 강씨 가문 사람들이다.강준상, 강문복 일가족 그리고 강학주 등 모두 자리에 있다.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갑자기 한지훈이 나타나자, 눈물을 휘날리며 그대로 품으로 달려들었다.“여보, 어디에 갔다가 이제 온 거예요? 흑흑흑……”한지훈은 강우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위안했다.“무사하게 돌아왔잖아. 이제 다 괜찮아.”한참을 위로받고 나서야 강우연은 한지훈을 놓아주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뉴스에서 지훈 씨 얘기만 나오던데, 정말로 북양구 총사령관 직위에서 퇴임한 거예요?”강씨 가문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한지훈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다.그러자 한지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답을 듣고 나더니 강우연은 숨을 들이시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한지훈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하지는 다른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강준상이 가장 먼저 일어서서 물었다.“한지훈, 너 정말로 북양구 총사령관에서 퇴임한 거야? 그 적염왕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네 자리를 대신하는 거야?”“네.”한지훈의 대답에 강준상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위에서 너를 어디로 보낸 거이냐? 어떤 직위냐?”이것이야말로 강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그러나 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저 지금 일반입니다. 그 어떤 직위도 관직도 없습니다. 우연이 옆에 있어 주려고 퇴임한 것입니다.”“씁씁.”그의 답에 다들

  • 용왕사위   제927화

    이때 서경희는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로 걱정이 가득한 채 다가가 물었다.“우리 사위,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어? 북양구 총사령관 자리에서 정말 이대로 물러난 거야?”처음으로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서경희는 하마터면 목덜미 잡고 쓰러질 뻔했다.앞으로 사위인 한지훈만 믿고 기세등등하게 큰소리치며 살 작정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현실은 터무니없고 모든 환상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또 다른 문제라도 있습니까?”서경희는 흠칫 놀라며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했으나, 옆에 있는 강학주에게 끌려 자리를 떠났다.모두가 떠나고 나서야 한지훈과 강우연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내가 대신 사과 할게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강우연은 미안해하며 말했다.그러자 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이미 습관 되어 있어.”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연은 한지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지훈 씨가 북양구 총사령관이든 아니든 내 남편인 사실은 변함없어요.”한지훈은 강우연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들어 안았다.그리고 나쁜 웃음을 지으며 음흉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부부 사이에 해야 하는 일이나 하자.”“네? 지훈 씨…… 뭘 하려는 거예요?”훅 들어오는 한지훈 때문에 강우연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한지훈의 뜻을 모를 리가 없지만, 지금은 백주 대낮이고 그런 일을 하기에는 남사스럽기만 하다.“내가 뭘 할 걸 같아?”한지훈은 웃으며 그대로 안방으로 향했다.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자그마치 한 시간 동안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이미 지친 대로 지쳐버린 강우연은 한지훈의 품에 기대어 붉어진 얼굴에 행복한 표정을 그려냈다.작은 얼굴을 살짝 들고 한지훈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한지훈은 강우연을 품에 안고 입을 열었다.“부모님 원수 갚아 드려야지.”“원수요?”강우연은 원수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몸에 감고 일어나 앉았다.“그 배후가 누군지 알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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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19화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 용왕사위   제2818화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 용왕사위   제2817화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 용왕사위   제2816화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 용왕사위   제2815화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 용왕사위   제2814화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 용왕사위   제2813화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 용왕사위   제2812화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 용왕사위   제2811화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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