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봐도 적어도 백 명은 넘게 모여 있었다.강우연과 소은정은 비집고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대표님, 어떡해요?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이렇게 기다려서 언제 위슬린 씨를 만나요?”서은정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강우연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방을 주시했다.이때, 강문복과 강희연이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인파에 밀려 뒤에 서 있는 강우연을 거만하게 바라보았다.강문복이 뒷짐을 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우연, 넌 여기서 계속 기다려. 우린 내부 초대장을 가지고 왔으니까.”말을 마친 강문복은 자신의 초대장을 강우연 앞에 자랑하듯이 내놓았다.강희연은 팔짱을 끼고 피식거리며 말했다.“나가서 작은 사무실 하나 차리면 다 회사 대표야? 웃겨!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월급 받고 직장이나 다닐 것이지!”그 말을 끝으로 강문복과 강희연은 옆 문으로 가더니 외국 경호원에게 그들의 초대장을 내밀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기 전, 강희연은 기고만장해서 강우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본 서은정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대표님, 저 사람들 정말 너무 얄밉네요. 우린 이제 어떻게 할까요?”강우연은 내부 초대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지만 고집스럽게 말했다.“일단 더 기다려 보자.”그렇게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문복 일행이 호텔에서 쫓겨났다.그들의 모습을 본 서은정이 비웃으며 말했다.“난 또 얼마나 대단한 초대장인 줄 알았네. 어차피 쫓겨나올 거면서!”그 얘기를 들은 강희연이 서은정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누군데 우리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는 주제에!”“그야 모르지.”갑자기 싸늘한 목소리가 강우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한지훈이 피식피식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여보, 왜 왔어요?”강우연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장에 고요한 정적이 돌았다.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시선이 강우연에게로 쏠렸다.그들은 여기서 하루종일 기다린 사람들이었지만 위슬린과 대면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그런데 그렇게 콧대 높으신 분들이 이렇듯 공손한 태도로 강우영을 초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저 여자 누구야? 위슬린 씨가 직접 초대했다고?”“얼굴이 낯이 익네. 강운가 사람인 것 같아.”“강우연! 나 저 사람 알아. 강운가 작은집 딸이잖아. 저쪽에 강문복 이사도 있네.”사람들의 술렁이는 소리가 커지며 강우연의 진짜 신분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문복과 강희연의 얼굴은 금세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왜 이렇게 된 거지?위슬린 대표가 강우연을 따로 초대하다니!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강우연 본인도 당황하며 의심쩍은 얼굴로 자신을 초대한 직원에게 물었다.“정말 저를 따로 부른 게 확실해요?”투자 단체 직원이 공손히 말했다.“네, 강우연 씨. 우리 위슬린 대표께서 오래 기다리셨으니 저희랑 같이 가시죠.”말을 마친 그 직원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강우연은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을 돌아보았다. 한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서 협상 잘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의 시선을 받으며 투자 단체 직원을 따라 들어갔다.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사람들은 신설 기업에 불과한 강우연의 회사가 무슨 자격으로 위슬린 씨와 독대할 기회를 얻었는지 의논이 분분했다.그리고 10분 뒤, 강우연이 경악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모두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강희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또 뭐 대단한 줄 알았네. 올라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나와? 딱 봐도 협상 실패한 거네.”그 말에 사람들도 같이 반응했다.강문복은 강우연이 협상에 실패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강우연이 계약서를 흔들며 한지훈에게 달려갔다.“여보, 위슬린 씨가 나랑 바로 계약하자고 하네요. 내가 이번
“아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또 강우연이 채가냐고!”강희연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강문복도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또 한지훈이 뒤에서 손을 썼나?”“그럴 리 없어! 그 인간은 지금 북양 총사령관도 아니잖아. 위슬린은 해외의 거대 투자단체 대표야. 한지훈이 직위로 누를 수 있는 상대도 아니잖아.”강희연이 씩씩거리며 쏘아붙였다.강문복은 음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을 본 강희연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아빠는 웃음이 나와?”강문복이 말했다.“바보야. 강우연이 계약을 따냈으면 당연이 우리 강운의 몫이잖아.”그 말을 들은 강희연이 움찔하더니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아빠, 혹시 생각해 놓은 게 있는 거야?”강문복이 말했다.“강우연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걔는 결국 우리 강운의 자식이야. 비록 강운을 떠났다고는 해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지. 우리가 잘 구슬리면 위슬린과의 사업은 우리가 맡아서 주도하게 되는 거야!”“그러네! 역시 아빠야!”강희연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강문복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축하해. 위슬린과의 계약을 단 10분만에 따내다니. 큰아버지는 네가 참 자랑스러워.”사람들은 불쾌한 얼굴로 강문복을 바라보았다.어쩜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다 있을까.조금전까지 온갖 듣기 싫은 말로 조카를 비아냥거리더니 이제 와서 우리 조카라니!강우연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해요, 큰아버지.”강문복이 말했다.“고맙긴, 가족인데 당연한 거지. 가자. 큰아버지가 맛있는 점심을 살게. 이런 경사스러운 날은 축하파티 해야지!”“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지?”“그러니까! 아까까지는 그렇게 욕하더니 투자 계약을 따내니까 태도를 확 바꾸는 것 좀 봐!”“강 대표님, 저희 유강도 투자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시죠!”사람들은 안달이 났다.강문복이 대놓고 강우연의 계약을 독식하려는 행위에 그들은 분노했다.강문
강우연이 경악하며 아빠를 바라봤다.“아빠!”“꿇으라고!”강문복이 거친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털썩!강희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미안해. 전에는 내가 다 잘못했어. 그거 다 사과할게.”옆에 있던 강문복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이제 속이 좀 풀렸지? 희연이가 사과도 했잖아.”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만 끄덕이고는 강우연을 데리고 뒤돌아섰다.뒤에서 강문복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훈아, 우연아, 내일 집으로 찾아갈 테니 그때 사업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자!”한지훈과 강우연이 떠난 뒤, 강문복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강희연도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빠, 왜 나한테 그런 짓을 시켰어? 나 너무 창피해서 죽어버리고 싶어! 강우연 걔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강문복이 고개를 돌리고 싸늘하게 말했다.“걔가 아직도 예전의 강우연으로 보여? 걔 이제 우리가 뭐라고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아!”“당장 돌아가서 이 일을 할아버지께 알려야겠어.”말을 마친 강문복은 뒤돌아서 차에 올랐다.정원에서 여가를 즐기던 강준상은 돌아온 강문복 부녀를 보고 다급히 물었다.“어때? 위슬린 씨는 만났어?”강문복은 굳은 표정으로 강준상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버지, 아들이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위슬린 씨는 저희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강우연을 독대하더니 그 큰 계약을 강우연에게 줬어요. 지금 S시의 각 대기업 대표들이 줄을 서서 강우연과 협력하겠답니다. 이제 오군에서 우리 강운이 설 자리는 없어졌어요.”그 말을 들은 강준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 강우연이 위슬린과의 계약을 따냈단 말이야? 걔가… 우리 강운을 배신했다고?”“그래요, 아버지! 강우연은 지금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사적으로 위슬린과 접촉한 것 같습니다. 배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우연이 위슬린 씨의 계약을 독점한 건 확실해요.”강문복의 우는 연기는 일품이었다.강희연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며
“아빠,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어요?”강우연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혈육이 몸져누웠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강학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몰라. 지금 응급수술 중이야.”“하, 강우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를 와? 다 너 때문에 할아버지가 심장병이 도진 거잖아!”강희연이 달려들어 강우연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희연, 그 입 조심해!”단 한마디에 강희연이 겁에 질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한지훈, 설마 병원에서 폭력을 벌이려고? 넌 이제 북양 총사령관도 아니잖아! 권력으로 우릴 찍어 누를 생각은 이제 집어쳐!”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렸다.강문복이 다가오며 싸늘한 눈빛으로 딸을 노려보았다.“너도 그만해!”그는 냉랭하게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우연아, 할아버지는 너 때문에 충격 받아서 쓰러진 거야.”“저요?”강우연이 당황했다.강문복은 그녀에게 숨 쉴 기회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네가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위슬린 씨의 계약을 독점한 걸 할아버지가 아셨거든. 할아버지는 배신감에 힘들어하시다가 심장병이 발병한 거야. 쓰러지기 전에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 강우연 네가 강운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그 말에 강우연은 침묵했다.옆에서 듣던 서경희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딸, 너 회사 창업했어? 해외 단체 대표랑 계약한 거야?”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딸 능력 좋네!”서경희는 싱글벙글 웃더니 고개를 돌려 강문복을 노려보며 말했다.“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당신들이 무능해서 계약을 못 따낸 게 왜 우리 우연이 탓이에요? 영감님이 쓰러진 거랑 우리 우연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입은 비뚤어도 말은 바로 해야죠!”강우연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나서줬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녀뿐만 아니라 옆에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던 강신 마저 강우연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목청을 높였다.“맞아요! 우리
강우연은 그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요, 할아버지.”그제야 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문복은 뒤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얼마 후, 강우연과 한지훈은 병실을 나왔다.강문복이 뒤따라오며 소리쳤다.“우연아, 할아버지한테 약속한 거, 꼭 지켜야 한다. 이번 투자건에 대해….”강우연이 말했다.“내일 회사로 오세요.”“그래, 그래!”강문복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이 병원을 나오는데 서경희와 강신이 뒤쫓아왔다.“우연아, 잠깐만.”“엄마, 무슨 일인데?”강우연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얘는… 무슨 일이긴. 너 새 회사 설립했다면서? 게다가 해외 투자 단체에서 투자까지 받았다며? 내가 듣기로 거기서 이번에 1조를 투입하기로 했다더라? 신이가 요즘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잖아. 큰아버지가 신이를 중용할 리도 없고. 차라리 신이 회사 그만두고 너희 회사로 가서 출근하게 하는 건 어때? 직급은 부장 정도가 좋겠네.”서경희는 대놓고 요구했다.강신도 당연하다는 듯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맞아, 누나. 나 그 회사에서 일 그만하고 싶어. 누나 회사로 보내줘. 나 정도 경력이면 이사 정도는 달아줄 수 있잖아.”강우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신아, 미안하지만 우리 회사는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남는 자리가 없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 말에 서경희의 안색이 돌변했다.“강우연, 이제는 잘나간다고 엄마랑 동생도 무시하는 거야? 그까짓 회사 생겼다고 가족한테 이래도 되는 거냐고!”“누나! 그러면 안 되지! 아까는 우리가 누나 편에 서줬잖아!”강신도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우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옆에 있던 한지훈이 나서며 싸늘하게 말했다.“경고하는데 우연이랑 얘기할 때 태도 단정히 하세요!”서경희와 강신이 화들짝 놀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딸, 신이는 네 동생이잖아. 누나가 잘되면 동생을 이끌어 주는 건 당연한 일 아
며칠 뒤, 강우연은 강운그룹과 투자 협업 계약을 체결하고 위슬린 상단의 일부 업무를 강운그룹에 위임했다.강신은 평사원의 자격으로 입사했다.처음에는 불만을 표했지만 한지훈의 싸늘한 시선 앞에 이내 꼬리를 내렸다.그렇게 강우연의 새 회사와 위슬린 상단의 협업이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강우연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반면 한지훈은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도설현이 그를 찾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북양 총사령관에서 해임한 후, 그가 신경 써야 할 업무도 줄었다.한지훈이 별장에서 느긋하게 운동이나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담벽을 넘어서 소리 없이 착지하더니 그의 앞으로 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용린, 신룡전의 주인을 뵙습니다!”뒤돌아선 한지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에게 말했다.“일어나.”검은색 잠행복을 입은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지훈과 얼굴을 마주했다.그는 신룡전의 4대용존 중 한 명인 용린이었다.무도의 경지는 이미 2성현수의 경지를 돌파했다.“원씨 가문에 대해 조사하라는 건 어떻게 됐어?”한지훈이 물었다.용린이 공손하게 답했다.“단서가 좀 잡혔습니다. 강북에 기영증권이라고 원씨 가문의 끄나풀이 있는데 그쪽이 원씨 가문의 중요한 자금줄인 것 같습니다.”“기영증권은 강북에서 입지가 아주 탄탄한 회사예요. 강북의 6대 가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가문 중에 여섯 명의 군왕급 실력자가 보좌하고 있고 전신급 무인도 한 명 있습니다.”“강북의 기영증권이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용왕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용린이 물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기영증권 자제 중 전신급 실력자는 어느 부대 출신이지?”용린이 고개를 저었다.“부대 출신이 아닙니다. 저희가 찾은 단서로 봤을 때, 경내에 사절이라는 조폭세력이 있는데 그 조직의 수장 중 한 명입니다. 인성이 포악하고 수단이 잔인무도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에요. 단지 기영증권에서 그자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있어 이 조직은 강북의 여러 지방에
현 시각 공항에는 무장한 경호원이 여기저기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강북의 세력 가문과 기업인들이 전부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와! 저기 봐! 기영증권에서도 나왔네!”“해외 출신 투자자가 귀국한다는 소식에 기영까지 출두했어!”“기영뿐이 아니라 다른 6대 가문 수장들도 다 왔는데?”순식간에 공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시선 속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파를 뚫고 대기실의 맨 앞쪽에 자리했다.맨 앞에 선 사람은 기영증권의 대표이자 가문의 가주인 길종문이었고 그의 옆에는 동생 길천호와 길용호가 자리했다.그들의 뒤에는 가문의 정예 경호원들이 실탄을 장전한 채 자리했다.기영증권 일가의 등장에 수만은 여론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적지 않은 강북의 재벌가와 기업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길종문은 오만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그는 깡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콧대와 눈매의 소유자였다.그의 동생 길천호는 장대한 체격에 온 얼굴로 살기를 뿜고 있었다.길용호는 스타일리시한 옷차림에 깔끔한 스타일이었지만 딱 봐도 놀기만 좋아하는 재벌가 도련님의 이미지였다.그는 의아한 얼굴로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지, 굳이 저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요? 오늘 친구들이랑 카레이싱 가기로 약속했는데요.”길종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소리 낮춰! 사람들도 가득한데 품위 좀 지키면 안 되니? 오늘 오시는 손님이 우리 기영에 큰 도움을 주실 귀한 손님이야! 무려 500억 달러나 되는 투자금을 약속했다고! 이 돈이면 다른 가문들을 다 잡아먹고도 남아!”길용호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아까 올 때도 말씀하셨잖아요.”이때, 강북의 재계 1위인 심천하가 길종문 일가를 보고 다가와서 공손히 인사했다.“길 가주님도 여기 오셨네요.”길종문은 심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재계 1위인 심 대표도 왔는데 당연히 우리도 와야지요.”심천하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제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