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드류 가문 사람들조차도 최강 진법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다. 이리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예 180도 바뀌게 되었다. 그녀는 드류 가문과 비슷한 유럽 대족 중 한 가문에서 자라게 됐는데, 그녀는 태어난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 아무리 대단한 귀족 도련님들, 왕실 성원들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여태 한 번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을 마주한 이 순간,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이리나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할 무렵, 필칸트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녀와 로저스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 속에는 은은한 적대감이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손을 흔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그러자 필칸트는 비로소 매서운 눈빛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 “네, 선생님!”한지훈에게 연락한 사람은 바로 진개국이었다. “무슨 일이야?”한지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개국은 다소 격동되어 말했다. “한 선생님, 저희가 정보를 얻어냈는데 마영리는 지금 현재 유럽에 있고 듣던 얘기와는 달리 한부의 정보도 팔지 못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전에 매우 중요한 정보 하나를 칼이라는 사람한테 팔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사람의 행방을 알아내긴 했는데 문제는...”“문제가 뭔데!”한지훈은 덤덤하게 물었다. “한 선생님, 그 사람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유럽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카일 가문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그를 잡고 용국으로 돌아가거나 그 정보를 되찾으려는 건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래서 진 총사님께서는 저더러 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해결할 방법을 물어봐달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사람 사진이라도 있어?”“네! 바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칼이었다. 듣던 얘기와는 달리 그다지 늙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매우 교활하고 야비한 성격 때문에 영감이란 별명이 생기게 된 것이다. 비록 그가 플랜지 제국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카일 가문 세력에서도 최상위 몇 명의 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샛별을 상대하게 되더라도 그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필칸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칼, 내 뒤에 있는 이 분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하셨어. 아주 중요하게 해결할 일이 있거든!”뭐라고? 칼은 한지훈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하찮은 웃음을 보였다. 그의 눈에 있어 한지훈은 용국에서 온 젊은이에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감히 자신의 앞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용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긴 엄연히 용국이 아닌 유럽이니까. 설령 용국의 국왕이 온다 하더라도 칼은 개의치 않는다. “너 신중히 생각하고 나서 입을 놀려. 네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칼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히 너지!”이내 필칸트는 몸을 살짝 기울여 한지훈을 도와 의자를 옮겨주었다. 한지훈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필칸트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서서 곁눈질하지도 않고 정면만을 주시했다. 뭐야? 그 모습에 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필칸트의 지위는 그다지 높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칸트 가문의 희망이다. 그런데 대체 왜 한지훈에게 이렇게 공손 한 걸까?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데?”칼은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알아온 소식에 따르면, 얼마 전에 마영리라는 용인한테서 정보 하나 샀다며?”“그런 일이 있었나?”칼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의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건데!”“딱히 특별한 뜻은 없어. 당장 그 정보를 용국에 돌려주고, 나중에 직접 용국에 와서 잘못을 인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그러나 필칸트는 그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여전히 똑바로 선 채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필칸트는 칼의 이런 위협적인 말들을 완전히 우스갯소리로 여겼다. 안드레마저 고개를 숙이게 만든 사람인데, 유럽에서 감히 어느 누가 건드릴 수가 있겠는가? 그에게 있어 한지훈이 바로 부적이었다. 한지훈이 있는 한, 필칸트는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는 칼과 굳이 따질 생각도 없었다. 뭐가 됐든 칼이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건 뻔하니까. 한편 한지훈은 커피 잔을 든 채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가 전혀 말릴 의사도 없어 보였다. 칼이 전화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한지훈은 미동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진우로부터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한지훈은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한지훈, 그 정보를 쫓는 일은 이젠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방금 플랜지 제국과 서국의 대사가 직접 국왕을 만나러 왔었어. 지금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더라고!”“안 그래도 지금은 용국 국교가 걸린 중요한 순간이기에 국왕 말씀으로는…” “나한테 맡겨!”한지훈은 바로 말을 끊었다. 진우는 잠깐 망설이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절대 외교상의 분쟁을 일으키지는 마. 그렇지 않으면 우리 용국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돼!”이내 진우는 전화를 끊었다. 칼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한 채 한지훈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래? 흑병대 총사한테 연락이 온 것 같은데? 이 상황에도 여전히 나한테서 정보를 뺏어내길 바라는 거야? 하하하...”“흑병대는 정보가 내 손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오지 못하잖아. 진우한테 물어봐, 감히 직접 와서 빼앗아갈 용기가 있는지!”그는 이젠 용국을 상대로 도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의 건방진 발언에도,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고 더우기는 비웃지 못했다. 카일 가문의 자원이 곧 그의 자원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재주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한지훈의 말에, 칼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그는 암만 봐도, 눈앞의 이 어린 친구가 정말 세상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감히 그 앞에서 이런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라면,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이내 칼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난 단지 네가 헛되이 목숨을 잃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럼 차라리 이렇게 해,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넌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기만 하면, 난 너를 놓아줄 생각도 있어!”“만약 이 제안을 거절하여 내가 부른 사람이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면, 너 혼자만 재수 없는 꼴을 당하는 게 아니라 너의 상사인 진우도 제대로 당하게 될 거야!”그는 결코 단지 한지훈을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다. 카일 가문의 영향력으로, 심지어 유럽의 기타 수십 개 작은 나라들에게 호소하여 동시에 용국과 단교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용국의 국제적 지위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용국은 유럽과 이국 양대 세력 집단에 의해 소외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사실 용국 국왕도 이런 국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일이 잘못 틀어졌다가는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진우는, 필연적으로 국왕에게 미움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은 군인인 점을 봐서라도, 너한테 진심이 담긴 조언 한마디 해줄게. 만약 칼 선생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정말 이곳에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이번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카일 가문은, 너 같은 낮은 직급의 사람이 쉽게 미움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한편에 있던 마리오는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플랜지 제국의 육군 원수인 마리오는 그 가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육군 원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가문의 덕분이었다. “내가 말했지, 너의 신분을 최대한 이용해서 네 배후에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을 데려오라고. 난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방금까지 노발대발하던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 마냥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칼은 마스터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는,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몸을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젠 너도 잘 알겠지?”“내 뒤에는 바로 카일 가문이 있어. 플랜지 제국이 카일 가문의 핵심 영지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카일 가문은 유럽 다른 그 어느 곳도 쉽게 깔아뭉갤 수 있어!”“그러니 네가 아닌 설령 진우가 직접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오만하게 굴지 못할 거야. 그런데 넌 이 상황도 눈치채지 못하고 나더러 그 정보를 내놓으라고 하는 거야? 심지어 나더러 용국에 가서 죄를 인정하라고?”칼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카일 가문의 집사가 2성 천왕계 고수 4명을 데리고 찾아온 이상, 이 일은 절대 가볍게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지훈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 필칸트는, 가만히 있을 뿐 감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가 일단 손을 대게 되면, 칸트 가문이 카일 가문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팍!”마스터는 갑자기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우렁찬 소리로 큰 따귀를 때려 그의 앞니를 세 개나 날려버렸다. 한지훈을 마주한 순간, 마스터는 칼이 분명히 큰 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공해상에서는, 안드레마저 한지훈에 의해 패배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안드레는, 한지훈 앞에서 비참하게 결말을 마주하게 되었고 심지어 당시에는 반격할 힘도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의 핍박을 이기지 못하여 용경으로 달려가 용국 국왕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까지 하였다. 그 후로, 카일 가문은 유럽으로 돌아오자마자 즉시 모든 가족 성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여 한지훈의 모습을 머릿속에 명기하게끔 하여 앞으로는 절대 미움을 사지 않기로 했다. 일단 누구든지 이 약속을 어기면 즉시 추방하고 관용을 베풀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카일 가문이 생각지 못한 점이 있었다. 줄곧 그들을 도와
칼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마스터는 또다시 한번 매서운 따귀를 갈겼다. “팍!”칼의 마지막 앞니까지 떨어뜨릴 정도의 거센 따귀. 순간 칼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스터님, 전 평생 카일 가문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충성심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칼은 불복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마스터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넌 그동안 확실히 우리 가문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고, 그 공적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지만, 지금 넌 우리 카일 가문의 재앙을 초래하고 있어!”“네가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그동안 네가 이룬 모든 성과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어! 그래도 난 단지 너의 카일 가문 구성원 신분만 박탈했을 뿐 널 죽이지는 않았잖아. 그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마스터의 얘기를 들은 칼은 완전히 멍해졌다. 재앙이라니? 카일 가문이 멸망이라도 한다는 거야? “넌 지금 네 앞에 앉아 있는 이 선생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 어디 감히 이 분 앞에서 망언을 해?”“거울 한번 봐봐, 네가 여기에 끼어드는 게 어울리기나 하는지!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안드레가 직접 오더라도 이 분 앞에서는 공손히 인사해야 해!”“칼, 이젠 네가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지!”마스터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던 마리오조차도 식은땀을 흘렸다. 안드레마저 공손하게 모셔야 하는 사람을, 내가 비웃었다니? 그중에서도 특히나 칼은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마리오와 마스터를 소환하여, 그들의 신분을 들먹이며 한지훈이 고개를 못 들게끔 만들 계획이었다. 심지어 직접 한지훈을 죽이게 되더라도 용국이 감히 자신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머릿속으로는 한지훈을 어떻게 부려먹을지도 다 생각해놓고 있었다. 우선 무릎 꿇어 자신에게 사과하게 하고, 그의 두 손과 두 발을 잘라 용국
하지만 마스터의 말 한마디에, 그는 죽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만약 그가 용국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온 가문이 카일 가문에 의해 몰살될 것이니까. 멀어져 가는 한지훈과 필칸트의 뒷모습에, 칼은 털썩하고는 땅에 쓰러졌다. 마리오도 마치 가위눌리다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칼, 네가 이렇게나 어리석은 놈일 줄은 몰랐어. 다른 사람한테 손을 대기 전에 상대의 배경을 제대로 조사했었어야지!”방금 칼이 한지훈에게 한 말을, 마리오로부터 곧이곧대로 돌려받게 됐다. 이튿날 아침, 필칸트는 일찍 고성에 와 한지훈을 찾았다. “한 선생님, 마영리와 1000톤의 황금은 이미 용국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가문의 족장께서는, 한 선생님께서 마영리에게 공을 세워 지난 과실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한 선생님을 만찬에 초대하려고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저희 족장님께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저희 칸트 가문이 한 선생님을 위해 한 몸 바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필칸트는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사실 그는 전날 밤 자신이 본 모든 광경을 가문에게 보고했다. 칸트 가문 현 족장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내심 한지훈에 대해 좀 더 거리낌이 생겼다. 만약 이 기회에 한지훈과의 관계를 잘 맺지 않는다면, 한지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칸트 가문이 아예 역사 속에서 지워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필칸트더러 한지훈을 초청하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족장 베레칸트는, 한지훈을 모셔오지 못하면 다시는 칸트 가문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필칸트에게 압박까지 가했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을 초청하지 않으면 그는 칸트 가문에서 제명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무도 학원이 개학일인데, 이렇게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겠어?”그러자 필칸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심하세요. 제 말 한마디면 무도 학
심기 불편한 여청양의 표정을 읽어낸 에밀리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급히 일어서서 말했다. “선생님께 보고 드립니다. 한... 한군림은 오늘 휴가를 냈습니다!”사실 다른 선생님들한테는 필칸트가 이미 진작에 얘기를 해뒀었다. 하지만 용국에서 온 몇 명의 선생님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를 않았다. 심지어 부교장한테도 다 얘기를 해놓은 상황인데, 용국에서 온 고작 몇 명의 선생님들이 감히 어떻게 이 상황을 빌어 한지훈한테 트집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실은, 여청양은 남다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에밀리가 눈치 빠르게 나서서 한지훈을 도와주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한지훈은 용국에서 온 학생이고 여청양 또한 마찬가지로 용국인이니 반드시 한지훈을 특별히 돌보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에밀리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여청양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차갑게 물었다. “뭐라고? 개학 첫날부터 휴가를 냈다고? 배짱이 대단하네!”“너희들 아마 인체 자기장 이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잘 모르고 있을 텐데, 설사 상위 가문의 직계 자녀라 하더라도 감히 함부로 내 수업을 빼먹지는 못할 거야.”“하물며 한군림은 아무런 배경도 없고 내력도 없는 일반 학생인데 말이야! 그리고 이참에 너희들한테 충고할게. 나는 너희들이 각자 어느 가문에서 왔든, 어느 나라에서 왔든, 배후에 어떤 사람이 있든!”“나 여청양의 수업은 그 누구도 결석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여청양은 노발대발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한편 장령풍만이, 한군림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듣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용국에 한 씨 집안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용국의 한 씨 집안이 전부 한용 일가만의 것이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도학원에 사람을 파견할 수 있는 건 오직 한용의 가문뿐이었다. 설마 한군림과 한지훈 사이에 다른 혈연관계라도 있는 건가? 정말 그런 거라면 심상치 않은 사실이 숨겨져 있을 것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