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주머니는 처음에는 안 된다는 표정을 짓다가사라의 몰골을 이리저리 보더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사라는 급하게 재킷을 하나 걸치고, 크로스백에 몇 가지 물건을 챙겼다.휴대전화는 이미 압수당한 상태였다.마당으로 나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네메시스 사무실 출입구로 빠르게 빠져나왔다.정훈이 떠나간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택시를 탔다.“어디로 모실까요?”택시 기사의 물음에 한참 머뭇거리던 사라는.“일단, 올림픽대로를 타 주세요.”기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비에 젖은 채 넋이 다 빠져나간 손님의 표정이 심각해 보여 더 이상 묻지 않았다.사라는 조금씩 이성을 찾아갔다.일단 허니 엔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정훈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야 했다.김 팀장이나, 정훈과 친한 진성 씨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차가 여의도를 통과할 무렵,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택시 앞으로 끼어들며 급정지를 했다.“저 미친놈이 운전을 이따위로…….”택시 기사가 씩씩거리며 내렸다.그때 사라는 검은색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봤다.감시조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왔지?성깔 있는 택시 기사는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훈기의 멱살을 잡았다. 실랑이가 벌어졌다.그때, 사라는 택시에서 내려서 무조건 뛰었다.빗속으로, 어둠 속으로 뛰었다.“저년 도망간다. 잡아!”감시조의 소리가 멀어져갔다.사라가 일단 이야기를 거기에서 멈췄다.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략 예상은 했었지만,직접 사라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사라가 느끼고 겪었을 아픔이,포탄이 터지듯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그럼, 그때, 우리가 만난 거네.”인명의 말에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날 어떻게 우리 집에서 잡혀간 거지?”“그날, 갑자기 그 세 사람이 문을 두드렸어요.‘사라야, 안에 있는 거 다 안다.문 안 열면 희진, 세나 다 죽는다.그리고 이 집 아저씨까지.’그래서 어쩔 수 없이······.”그랬다. 그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날 밤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정훈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갑자기 네메시스 주택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1명씩 교대로 지키던 감시조가 3명으로 늘어나더니느닷없이 사라의 방안으로 쳐들어왔다.“무슨 일이에요? 이거 왜 이래요?”“샅샅이 뒤져.”감시조 대장인 강판석의 말에 박석기와 김훈기가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다.“휴대전화 내놔.”판석이 사라를 무섭게 내려다보며 손바닥을 내밀었다.사라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알았을까?“내놔라. 말로 할 때.”사라는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넘겼다.판석은 휴대전화를 열어서는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다.다행히 휴대전화는 깨끗했다.사라는 정훈이 시키는 대로 미리 정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문제는 USB였다.정훈에게서 받은 USB를 어디에 둘까, 고민하던, 사라는냉장고 안에 있던 케이크 속에 넣어두었다.감시조들은 핸드백부터 장롱까지 이리저리 뒤졌고 냉장고 안도 열어봤다.다행히 그들은 케이크 속까지 뒤질 생각은 하지 못했다.“도대체 왜 그래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회장님에게 이를 거예요.”사라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판석이 사라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회장님께 이른다고? 네가? 뭘?네가 사고 친 거 자백하려고?”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문이 쾅 하고 열렸다.백발을 펄럭이며 한 회장이 나타났다.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곧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표정이었다.사라는 깜짝 놀랐다. 감시조는 재빠르게 한 줄로 도열했다.한 회장은 사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다가와서는난데없이 손바닥을 들어 사라를 후려쳤다.사라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한 회장은 쓰러진 사라에게 다가와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사라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너, 아주 당돌한 년이구나. 그러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니?”“회장님, 왜 이러시는데요.”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맞은 게 아프거나 화가 나지도 않았다.무엇인가 생각하기도 싫은,
정훈의 제안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든 녹취하든, 현장을 기록하는 거였다.그러고는 김현과 네메시스 멤버들과 관련된 진술서를 모두 기록하고그 증거들을 자신에게 넘겨주면 언론에 터뜨리는 거였다.“경찰은 위험해.”정훈은 경찰서로 가는 것은 반대했다.“내가 알기로는 우리 회사부터 한 회장 가게들,그리고 그 멤버들까지 모두 경찰들과 커넥션이 있어.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그들 편인지 구분이 안 돼.”사라도 그 점은 동의했다.네메시스 멤버 중에 분명 경찰 간부도 있었다.자신이 참석한 술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처음에는 표시를 안 냈지만, 나중에 술에 취하자,다분히 경찰 간부라는 걸 드러내는 대화들이 오갔다.“그 증거를 확보하면 내가 언론에 넘길게. 다만.”“다만?”“그렇게 하면, 네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괜찮아.”“그러면, 네가 언론에도 나와야 할 수도 있고,너의 치부마저도 밝혀야 하는데.”“괜찮아.”“그러다가, 이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이 나라에서 살 수 없을 수도 있고.”“괜찮아.”“오히려 손가락질도 당하고, 악플에 시달리고,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도 있고.”“괜찮다니깐.”정훈이 고개를 들어 사라를 봤다.정훈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사라는 그의 얼굴을 봤다. 정훈은 눈물을 감추듯 얼른 고개를 숙였다.마음이 아팠다. 사라는 정훈을 꼭 앉아줬다.사라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동영상을 찍었다.들킬까봐 떨려서 조마조마했지만 그래도 성공했다.나중에 정훈과 같이 확인해 보니 앵글이 예상보다는 잘 나오지 않았다.“이게 뭐야? 아, 다시 찍을까?”“안 돼!”사라가 속상해서 투덜대자, 정훈이 정색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물론 사라도 다시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의외의 강한 반응에 그를 쳐다봤다.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듯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왜 그래?”“아니야. 위험해서 그래.”잠시 후 사라는 깨달았다.그 동영상의 내용에 정훈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사라는 너무 미안했다.정훈에게 몹쓸 짓
한 회장의 표정이 싹 변하더니 손목을 끌고 빈방으로 들어갔다.한 회장에게서 저항하기 힘든, 살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그놈은 좀 그래, 문제가 있어. 하지만 잘 모셔봐.내가 보기엔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한 회장의 말은 이랬다.여기 네메시스 전체 멤버 중에 저 멤버들이 VIP 중 하나다.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과,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네가 조금만 참고 잘하면, 너의 가수 생활은 물론,나머지 인생도 활짝 필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말까지 친절하게 해주었다.“만약에 말이야. 내 말을 이해 못 하면, 그 반대가 되겠지.김현의 허니 엔터가 아작나는 건 시간문제고.자네도. 그리고 자네 친구들도.”사라는 이를 깨물었다.그리고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한 회장의 협박도 무서웠지만,‘나라’와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민낯을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일종의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한 회장과의 파트너를 두어 번 했던 희진이 갑자기 떠났다.이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부모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해약금을 물고 떠난다는 거였다.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부러울 뿐이었다.“희진아 축하해! 정말 다행이다.”희진이 떠나는 날,셋이 실내 포차에서 조촐한 이별 파티를 열었다.“미안해, 이렇게 나만.”“야, 미안하면 우리도 데리고 나가든지.”세나가 농담을 던지고는 술잔을 기울였다.물론 그녀답게 말 끝머리에는 육두문자도 시원하게 날려줬다.“근데, 나가서 뭐 할 거니?”“응, 일단 좀 쉬다가, 어디 이런 포차나 하나 할까 해.”사라의 물음에 희진이 새로운 희망에 들떴는지아니면 술기운인지 불그스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근데, 갑자기 웬 돈이 생겼니? 장사까지 할 생각을 하고.”세나가 별 의도 없이 물었는데,희진이 머뭇거리며 당황하는 듯했다.“응 그게, 아빠가 뭐 하나가 잘 풀렸다고.그래서 자금이 좀 생기신 모양이야, 언니.”“완전, 부럽다. 잘 살아야 해. 너 하나라도 잘 살아라.”
그동안 이들이 어디까지 파헤치고 다녔는지 새삼 경이로울 뿐이었다.“다 맞아요.”사라가 확인을 해줬다.정식은 즉시 휴대전화를 들었다.“응, 나야, 맞대.”“뭐가요?”김 기자였다.“나머지 두 사람. 박석태 사장, 조영진 부장판사 맞다고.사라가 얘기했어. 지금.”“오호, 감사합니다.”정식이 전화를 끊고는 사라를 보고 싱긋 웃었다.“자, 이제 사라 얘기를 들어봅시다.”인명은 그렇게 말하며 사라를 바라봤다.사라는 한강에서 만난 그날 밤처럼 한숨을 한번 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사라가 처음 네메시스에 간 것은 작년 말이었다.전에도 김현의 강요로 강남의 클럽이나 고급 룸살롱 같은 데에 끌려가서,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술자리에 합석했었다.이렇게 술자리로 불려 다닌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피클’ 멤버인 세나와 희진도 함께, 때로는 따로따로 불려 다녔다.주로 기업인, 정치인, 고위공무원들이었다.때로는 외국인들도 있었고, 때로는 연예인들도 있었다.특히 연예인들과의 합석은 죽을 만큼 싫었다.더더군다나 자신들이 누군지 알아보고도 치근덕거릴 때는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네메시스에 가게 된 것은한헌준 회장을 직접 만난 이후였다.김현의 말로는 회장님이 세 사람을특별히 눈여겨보시고는 키워주겠다고 했다는 거였다.네메시스는 예전에 갔던 술집과는 차원이 달랐다.메인 홀은 따로 없이 모두 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최고급 수입 가구는 물론,방에 딸린 화장실에는 샤워 시설뿐만 아니라,고급 마사지 룸처럼 자쿠지까지 갖춰져 있는 방도 있었다.매니저, 요리사, 웨이터에서부터 마사지사, 체형 관리사까지 고용하고 있었다.네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돈 있다고 일반 손님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철저하게 회원제였다.회원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이 함부로 따라 들어올 수도 없었다.회원들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이었지만,몇 번 가서 겪어보니 대강 알 수가 있었다.얼굴만 보면 알만한 정치인, 유
그러자, 이 의원은 자리에 다시 털썩 앉았다.“김기정 기자라고 했나? KBC 라고?어디서 아무 근거 없는 악의적인 정보를 들고 와서협박을 그러는데. 감당할 수 있겠어?”“저는 근거 있는 정보에 대한 의원님의 해명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뭐가 근거 있다는 거야? 뭐가?”이무기가 또다시 고성을 높였다.평소 보스 기질이 강한 스타일이라열이 한 번 받으면 숨기지 못하는 단점이 있는 사람이다.“결과를 보면 알겠죠.만약 근거가 없고 제가 예상한 거와 달리결과들이 나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물론 그 결과와 관계없이 ‘네메시스’ 건에 대한 해명은 하셔야 할 겁니다.”그 말에, 이무기 의원의 머리에서 힘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너 이 새끼. 새까만 후배 기자 새끼가 대선배한테. 두고 보자.너희 사장부터 내가 손보려고 벼르고 있어. 아주 그냥.”그런 그를 보고 김 기자가 씩 웃었다.그러고는 카메라 기자에게 그만 철수하자고 했다.이무기는 아뿔싸 하는 기분이 들었다.뭔가 함정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러나 지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김 기자는 문을 나서다가 이무기를 돌아봤다.“참, 의원님. 조영진 판사님 잘 아시죠?그분이 곧 민국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나요?두 분 친하시잖아요.”그렇게 말하고는 김 기자는 돌아섰다.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이무기는 부글부글 끓다 못해 몸이 폭발할 것 같았다.박 형사의 파주 집은 산골에 파묻혀외부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도피처로서는 완벽했다.하지만 그 점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기가 힘들어서 펜션으로서는 망했다고 한다.어쨌든 본채와 별채에 총 6개의 방과 주방 2개와 거실 2개로 이루어져 있어,일행이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아침을 먹고 난 후, 박 형사는 집을 돌봐주는 후배들과 인근 병원으로 갔다.시은도 따라갔다.아무래도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상처가 도진 모양이었다.밤새 통증이 있었다.그리고 덕만은 가족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