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세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사라가 살아있다고?김현은 그 이야기를 한 회장에게 들었다고 했다.그렇다면 사라를 납치한 것은 결국 한 회장인가?“병신, 넌 한 회장과 한패면서사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 있는지도 몰라?”세나가 김현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김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존심이 또 한 번 구겨졌다.“내가 왜 한 회장 놈과 한패야? 그냥…… 업무상 협력하는 거지.그 개양아치랑은 난 달라.”“병신…….”“두고 봐. 내가 한 회장 놈을 어떻게 박살 내는지 보라고.”“말은…….”“진짜야. 내가 한 회장 약점을 쫙 찾아놨어.그놈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웃이야, 아웃.”김현은 한 회장을 생각하니 머리끝까지 열이 뻗쳐왔다.아파트 주차장, 주차된 차 안에 정 실장이 앉아 있었다.그 큰 덩치를 쪼그린 채, 이어폰을 끼고 태블릿PC를 열심히 보고 있다.화면에는 김현의 거실 모습이 나왔다.한참 후, 정 실장은 이어폰을 귀에서 빼면서 전화기를 들었다.“회장님. 접니다. 지금 세나가 와 왔습니다.김현이 결국 사라 얘기를 세나에게 했습니다. 그리고…….”정 실장은 김현의 말을 전달할까 말까 순간 고민했다.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그리고……, 김현이 회장님의 무슨 약점을 찾아놨다고 세나에게 떠들던데,그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뭐? 그 새끼가 그런 말을 해? 내, 이 새끼를 그냥…….”“그럼,…… CCTV 영상을 보내 드릴까요? 확인해 보시겠습니까?”“됐어.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아니?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런 일은.”정 실장은 회장의 말뜻을 알아들었다.그래도 최종 결정은 회장의 몫이었다.“김현을…… 어떡할까요?”정 실장이 회장의 이야기를 경청하더니.“네. 알겠습니다. 문제없이 처리하겠습니다.”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한 회장은 전화를 끊고는 짜증스러운지 소리를 질렀다.별채 안에서 이 의원이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야?”당황한 한 회장이 급하게
“그리고, 부회장님이 한 짓거리들 잘 생각해 보시고,그 뒤를 누가 닦아주는지도 잘 생각해 보세요.부회장님 뒤 닦은 종이,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요.”강기범이 삽시간에 얼어붙었다.짓거리? 뒤 닦은 종이?열이 확 받았지만 당장 받아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정말 ‘뒤 닦은 종이’를 한 회장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생각해 보니 섬뜩한 협박이었다.“그럼, 전 바빠서.”강 회장이 돌아서며 ‘별, 병신 같은 게…….’ 라며 중얼거렸다.슬쩍 내뱉은 혼잣말이지만 분명 그 말을 들었다.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강기범은 순간 폭발할 뻔했지만 꾹꾹 참았다.지금만큼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저 능구렁이 새끼. 언젠가 내가 죽여 버린다.강 회장은 방을 나왔다.저런 개양아치 변태 새끼.생각 같아서는 망하든 말든 놔두고 싶지만,문제는 줄줄이 엮여있다는 것이다.그걸 생각하면 참아야 한다.그래도 한 번 제대로 겁은 줘야 했다.그래서 작정하고 한 번 지른 것이다.저런 철딱서니 없는 재벌 애새끼들을 다뤄본 게 한두 해이던가.저런 변태들은 오히려 겁이 많다.‘그나저나, 민사라 문제를 너무 방심한 것 같아.죽었다는 이상한 소리를 어디서 들었지?어정쩡하게 놔두면 안 되겠다. 확실하게 마무리하든지 해야지.’한 회장은 하얗고 가는 머리카락을,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신경질적으로 쓸면서 별채로 향했다.세나는 아파트 출입구에 서서 다짜고짜 비밀번호를 눌렀다.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그새 번호를 바꿨나? 겁은 많아서.’이번에는 인터폰을 눌렀다.잠시 후 화면에 김현이 나타났다.작은 모니터 화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그러고는 곧 입이 찢어지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문 열어봐.”“응. 알았어.”세나의 차가운 말투에도 김현은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출입문을 열었다.집 안으로 들어가니 김현과 정 실장이 함께 있었다.세나를 보고 정 실장이 꾸벅 인사를 했다.“세나야, 왔구나. 아, 정 실장은 그만 나가봐. 수고했어.”정 실장이 꾸벅
“미안하네, 조 부장. 이번 일이 중요하다 보니 내가 좀 민감해.”“아닙니다, 형님. 할 일은 하셔야죠.원래 사업하는 놈들이 어제오늘 말이 달라지는 놈들이라.”“그렇긴 하지.”“그래도 그 두 사람, 제가 보기엔 반드시 채울 겁니다.그동안의 의리도 있고, 자기들 목숨이 달린 건데.”조영진이 이 의원을 위로했다.한 회장은 분위기를 바꿀 겸 건배를 제안했다.“그나저나, 네메시스는 왜 문을 안 열어요? 분위기 좋았는데, 허허.”조영진이 농을 쳤다. 농담만은 아니었다.조영진은 네메시스를 진짜 좋아했다.“그래, 애들이 보고 싶은데 말이야.요즘 어디 딴 데는 불안해서 술 한 잔 마음대로 못 해요.요즘은 비밀이 없어, 비밀이. 믿을 놈도 없고.그놈의 동영상에, 사진에, SNS에……. 어디 피할 때가 없어.모든 놈들이 자기가 언론인인 줄 안다니까.마음 같아서는 스마트 폰 같은 거 싹 압수하고옛날 박정희 때로 돌아가고 싶다니까.”이무기가 투덜거렸다.“제가 빨리 다시 오픈하겠습니다.사정이 좀 있어서요.의원님 말씀처럼 요즘 워낙 험악한 세상이라.보안이 확실히 확보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왜, 뭔 일이라도 있었나?”이무기가 이유를 물었다.사실, 민사라 건에 대해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고,이 사람들이 알아봐야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알아서 잘 정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게 자신의 전문 분야였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더니한 회장의 비서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그러고는 한 회장에게 잠깐 뵙자고 했다.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온 한 회장에게 비서실장이 조용하게 속삭였다.“회장님, 강기범 부회장이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뭐? 강기범이? 그 친구가 왜? 어디서?”“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여기에 와 계십니다.”“뭐? 그럼, 우리끼리 모인 걸 안 거야?”“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근데? 어떻게?”“모르겠습니다. 막무가내로,여기 한 회장 계시는 거 아
“그래서 어젯밤 무작정 나와서 희진이를 찾아왔죠.갈 데도 없고. 아마 당분간 희진이 집에 머물 것 같아요. 참, 그래도 되지?”세나는 뒤늦게 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그 말에 희진은 ‘응, 그래.’라며 얼버무렸다.세나가 인명을 돌아보며 말했다.“얘네 집이 엄청 좋거든요. ‘스타빌’이라고.제가 집에 있어도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할 정도로 집이 커서,덜 미안하겠더라고요.”세나가 농담으로 어색함을 깨려 했다.인명은 사라가 죽었다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대신, 정훈이 죽기 전에 사라와 증거를 수집했으며그 증거 때문에 정훈이 결국 죽게 되었고,그 때문에 사라가 납치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결국 정훈 씨가 그렇게 된 게, 다 사라를 위해서······.”또 세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희진도 전염이 되었는지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꿈 많던 소녀들이 왜 이리 모두 불행해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김현 그 자식을 그냥 놔둬선 안 될 것 같아요.김현을 족치면 뭐든 정보가 나오겠죠?일단 본인 말로는 전혀 상황을 모른다고 했지만.그래, 한 회장. 희진아 너, 한 회장하고 연락 안 되니? 그래도 너하고 친했잖아.”그 말에 희진이 당황했다.“언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희진이 화를 냈다.그러나 화난 표정이라기보다는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인명은 무슨 직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알았어. 난, 뭐든지 해 보자는 거지.”셋은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겼다.인명은 고민했다. 말해야 하나,말아야 하나. 사실 사라가 죽었다는 증거가 없다.일단 인명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다는 증거도 없다.“사라 같은 똘똘한 애라면,우리 중에 누구에게도 연락이 한번은 왔을 텐데.이렇게 감감무소식일까.”세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했다.인명은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숨긴다고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지금 사라의 생사 여부를 빨리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다.
“뭔 개소리야? 그래서? 최성훈이 나 때문에 죽었다고?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네가 어쩔래? 이 병신아!”“인정하냐? 인정은 해?”비서들이 인명의 멱살을 잡고 팔을 꺾었다.인명은 완력에 의해 무릎이 꺾였다. 강부가 다가왔다.그러고는 인명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들었다.인명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낮고 강하게 말했다.“민사라도 네가 죽인 거냐?”강부는 처음에 그 소리를 듣고는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점점 표정이 변했다.최성훈의 죽음보다 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왜? 충격이야? 이제는 겁이 나기 시작하냐?”“너, 이 새끼······.”그러더니 인명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강부는 인명을 쏘아보며 멱살을 흔들었다.그러고는 주먹을 다시 들었다.그때 마침, 장례식장 경비들이 닥쳤다.주위를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고 있었다.일부는 카메라로 촬영까지 하고 있었다.사태를 파악한 강부는 인명의 멱살을 놓고는 뒤로 물러섰다.임원들이 강부를 호위해서 재빨리 차에 태웠다.인명은 떠나려는 강부를 향해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강기범! 기다려. 내가 널 찾아갈 거야. 그때는 넌 끝이야.”강부는 인명의 눈을 쳐다보다가이내 눈길을 피하며 차 윈도를 올렸다.차는 재빠르게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임원들과 비서들도 뿔뿔이 흩어졌다.수진이가 다가와 인명을 부축해 일으켰다.“난 괜찮아. 그래, 다 찍었냐?”“네 선배님. 촬영 다 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인명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머릿속이 복잡했다.갑작스러운 최 과장의 죽음과 강부와의 만남.이 혼란스러운 상황 이전에 더 큰 혼란.사라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했다.일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인명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일단 진구에게 전화했다.원래 진구의 상태를 보러 가려 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진구야. 몸은 좀 어때?”“네, 괜찮아요. 병원 가서 치료받고 왔어요.큰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다행이다. 정민이네 집이니?
직원들은 처음에는 부회장을 멀뚱히 쳐다보다가,뒤늦게 상황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목례하였다.몇몇 직원들은 입구까지 뛰어가다시피 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지금까지의 모든 격론과 성토가,언제 그랬냐는 듯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강기범 부회장은 썩은 인상을 펴지 않은 채 주위를 휙 둘러봤다.그래 내가 왔다. 너희 주인. 밥을 주는 주인.그러고는 손을 잠시 들었다 놨다. 그래 됐어. 쉬어.물론 인명은 자리에 앉은 채 이 재미있는 장면을 지켜봤다.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 보니 정말 가관이구나.그러면서 강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강부는 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분향소로 들어섰다.몇몇 직원들은 얼떨결에 일어나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뒤늦게 깨닫고는‘에이’ 하면서 어색하게 앉았고,대부분의 직원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인명이 당한 그날의 사무실에서처럼,최 과장이 당한 그날의 사무실에서처럼,강부 앞에서는 다들 몸이 굳었다.마음으로는 침을 뱉고 욕이라도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에이, 왜 여기 온 거야? 재수 없게.”박 과장이 조용하게 투덜댔다.“그래도 오긴 왔네요.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죠?”명진도 한마디 거들었다.그때였다.“여길 어디라고 와? 나가. 나가라고!”고함이 들렸다.모두 강부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분향소 쪽을 일제히 쳐다봤다.이게 무슨? 그리고 곧 깨달았다.최 과장 부인의 목소리였다.“당신이 죽였잖아, 우리 남편. 그래 놓고 뻔뻔스럽게 어딜 들어와!”식장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음식을 나르던 상조회 직원들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잠시 후, 더 심하게 썩은 표정의 강부가 분향소 밖으로 나왔다.임원들이 부인을 달래는 소리와,이어지는 부인의 울부짖음이 들렸다.그랬다. 부인은 알고 있었다.공개되지 않은 유언장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최 과장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한 건지,아니면 식장에서 떠드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건
“모르겠어요.내가 완전히 살아난 건지 아니면 또 죽으려 할 건지.하지만 중요한 건 나나 아가씨나 현재는 살아있다는 거죠.”여자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빗물 때문에 그녀가 울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아저씨. 저는 죽을 거예요. 죽어야 해요.죽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날 죽이고 말 거예요.”이 말을 하고 여자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맞다. 그 사람들.자신이 봐도 분명 그 사람들은이 여자를 살리려고 뛰어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 사람들이 이 여자를 죽일 거라고?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아까 그 사람
“이거 좀 먹어요. 죽다 살아나니 배가 더 고프네.”여자가 살짝, 아주 살짝 피식 웃는 듯했다.“소주 한 잔, 할래요?”인명은 컵라면을 주고 소주잔을 채워줬다.여자는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그러고는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방을 둘러보는 듯했다.분명 여자는, 이 늙은 남자의 삶도 그리 평균적이진 않구나,하는 걸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그냥 별 볼 일 없는, 그래서 진짜 힘들어서 죽으러 간 게 맞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그래서인지, 불안해하던 눈빛이 조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늙은 남자가 그 늦은 시간에 한강에
“이건…….”한참을 보던 김 기자가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이거 기자님이 말한 그 서류 아닐까요?”“그런 거 같네요. 근데 이 남자가 누구죠?”“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하지만 분명히 차에서 뭔가를 가져갔어요.”“음, 그러니까 우연히 가져간 건 아닌 것 같고동생분의 차를 따라왔다가 사고를 목격하고 일단 서류만 가져갔다?”“기자님도 그런 거 같죠.”“네. 왜 이걸 경찰들이 못 봤을까요?봤으면 사장님께 최소한 얘기를 했을 텐데.아마 사고냐 아니냐, 그 여부에 신경 쓰느라미처 뒤쪽 영상은 안 본거 같네요.”둘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들고 온 봉투에서 동생 휴대전화를 꺼냈다.기억나는 사진 이미지가 있었다.다시 열어보았다. 맞았다.동생의 휴대전화에도 여러 장. 그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여자 친군가? 그런 말 못 들었는데.’잠시 휴대전화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정식은벌떡 일어나 책장을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아까 스쳐 가듯 본 게 있어서였다.그리고 찾아낸 음반 CD 한 장. 아니나 다를까,그중 한 앨범에서 그 여자를 발견했다.‘피클 4집! ’‘피클’이라는 그룹의 세 명의 멤버 중 한 여자가 그 여자였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