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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

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

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

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

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

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

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

한수경이 귀띔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

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를 찾았다고?"

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

"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

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내 뜻이야."

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유, 말해 줄 수 있어?"

임지환이 다시 물었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

"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

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

"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

"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

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

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

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벽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하필 신분과 지위에서 문제가 생겼다.

마음속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배지수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해야 했다.

"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린다고 해서 결혼을 돌이킬 수는 없어."

배지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배지수를 바라보다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하자, 이혼."

"정말이야?"

배지수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당당하지 못한 건 배지수였기에 임지환이 힘든 요구를 내놓는다고 그녀는 모두 허락해 줄 준비를 하고 왔었다.

그런데 임지환이 이렇게 깔끔하게 허락할 줄이야.

"더 많은 배상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다 들어줄게."

배지수가 덧붙였다.

"네 돈 하나도 필요 없어."

임지환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돈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냥 서류에 적힌 것들 다 가져가, 너 비웃을 사람 누구도 없어."

배지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너랑 상관없어, 이 집에 있는 거 나 다 안 가져."

말을 하던 임지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딱 한가지 가져가야 할 게 있어."

"저거 봐, 이제 꼬리 내놓는 거."

한수경이 말했다.

"지수야, 저놈 분명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하려는 거야."

이런 수작질로 누구를 속이겠다는 건지, 하여간 남자들이란…

"입 다물어요!"

임지환이 황야의 우두머리 승냥이처럼 사납게 한수경을 쏘아봤다.

한수경은 그 눈빛에 놀라 내키지 않은 얼굴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뭘 가져가겠다는 거야?"

그때 배지수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가 결혼할 때, 내가 가지고 왔던 상자."

임지환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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