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친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며칠째인데 아직까지 바람피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 이제 홈캠도 치웠으니까 앞으로 점점 더 기회가 적어질 텐데...”“걱정하지 마.”친구는 확신이 있는 듯 위로를 건넸다.“나한테서 돈을 받아 갔으니 꼭 성공할 거야.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이럴 수가!나는 등줄기가 오싹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도현이 두 사람이 보낸 스파이일 줄이야!그리고 덫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어쩐지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강도현을 찾아 마사지를 받으라고 은근히 강요한다고 했더니 이런 꿍꿍이를 꾸몄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그나마 초반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하지만 나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강도현이 왜 함구했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의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 이미 알고도 남았을 텐데.만약 강도현이 그들을 속였다면 모든 게 납득이 갔다.즉, 우리 둘의 관계를 숨긴 것이다.그렇다고 감동하거나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거짓말로 남을 기만하는 사람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나는 수집한 증거를 정리해서 변호사를 찾아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그동안 강도현이 문자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바로 차단했다.이혼 합의서를 내미는 나를 보자 남편은 그제야 당황하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이게 다 나를 먼저 유혹한 당신 친구 탓이야.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우리한테는 아이가 있잖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친구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남편의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애초에 욕구를 풀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데? 대신 바람 피운 증거를 수집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발각되니까 감히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워? 이 개새끼야!”워낙 성격이 불같아서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남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남편도 호락호락
남편의 손이 움찔하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포커페이스를 되찾았다.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선물을 준비한 걸 어떻게 알았어?”말을 마치고 나서 뭐라도 캐낼 기세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스스로 실토할 생각이 없는 이상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어쨌거나 기회는 이미 주지 않았는가?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좋게 헤어질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이 지경이 된 이상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다음 날 남편이 출근한 틈을 타서 며칠 전에 구입한 초소형 카메라를 거실과 안방에 몰래 설치했다.아직 확보하지 못한 증거는 직접 만들면 그만이었다.왜냐하면 결혼 생활 중에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나중에 재산과 자녀 양육권을 확보할 때 우세를 차지할 수 있다.이내 친구한테 미리 연락해서 선물을 준비했으니 주말에 놀러 오라고 했다.“정미야, 역시 너밖에 없네.”친구는 신이 나서 휴대폰을 들고 방방 뛰며 말했다.반면, 나는 속으로 조소를 금치 못했다. 과연 선물 때문에 기쁜 건지 아니면 남자 친구를 만나서 좋은 건지는 몰랐다.어느덧 주말이 되었고, 남편도 휴일인지라 집에서 쉬고 있었다.친구는 약속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나는 푸짐한 식사를 준비했고 술까지 사서 올려놓았다.“조금만 기다려. 마지막 요리도 금방 만들어줄게.”나는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짓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자극적일수록 환장하는 친구의 취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으로 CCTV 화면을 켜는 순간 둘은 소파에서 키스하느라 무아지경에 빠졌다.그리고 내가 음식을 들고 나가는 순간 모르는 사람처럼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이내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곧 정체를 까밝혀 주리라 다짐했다.나는 미리 준비한 술을 따라주었다. 어차피 수유 중이라 금주해야 하기에 두 사람한테만 계속 권했다.잠시 후, 휴대폰이 울렸다.“엄마, 왜요?”“알겠어요. 얼른 갈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미안한
휴대폰 너머로 은근히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칫 내가 기분이라도 상할까 봐 그런지 마지못해 대답했다.나는 전화를 끊고 거실의 홈캠을 치웠다.강도현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비록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말을 아끼는 나를 보더니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파로 가서 세팅했다.“오늘은 소파 말고 침대에서 해요.”이내 무덤덤하게 말하고 그를 무시한 채 안방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강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따라 들어왔다.이번에는 오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따뜻한 손바닥이 가슴을 만지는 순간 본능에 몸을 맡겼다.단 한 시간 만에 강도현은 격하게 반응하는 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그리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이제 가슴 뭉침 현상도 많이 좋아졌으니까 앞으로 마사지 시간을 단축해도 될 것...”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켜 그에게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강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제야 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결국 두 손은 허공에 멈춘 채 갈 곳을 잃은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 선생님... 혹시 싫어요?”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강도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참다못해 나지막이 신음을 내뱉더니 나를 침대에 쓰러뜨렸다.마사지사로서 일한 경력 덕분에 능수능란한 테크닉은 물론 손길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옆에서 자는 아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절정을 맛보고 강도현은 본능에 굴복한 자신이 한심한 듯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경멸을 금치 못했다.세상 남자는 역시 똑같았다. 정작 즐길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나중에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더욱이 지난번에는 그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알게 모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지나갔다. 애정이 흘러넘치는 남편의 다정한 얼굴은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멍하니 서서 점점 멀어져가는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씁쓸함이 밀려왔다.10년 동안 사랑한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고작 이런 남자였다니.그토록 진심을 다했거니 결국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했고, 귓가에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고개를 돌리자 강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장바구니 2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이내 눈시울이 빨개진 나를 발견하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휴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닦아요.”나는 몽롱한 얼굴로 손을 젓고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이때, 강도현이 팔을 덥석 붙잡았고 눈빛이 왠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졌다.“데려다줄게요.”이런 모습을 보니 문득 실망감이 밀려왔다.낯선 사람조차 걱정해주는 와중에 정작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배신을 선택했다.며칠 전 자칫 실수를 저지를 뻔해서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동안의 다짐은 단지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나는 강도현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흐리멍덩한 정신을 부여잡고 혼자서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엄마는 내가 도착하자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손에서 자랐다.결혼식에서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고작 몇 년 만에 남편은 변했다.“엄마...”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엄마의 얼굴을 보자 여태껏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고 나도 모르게 흐느끼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엄마는 서둘러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나는 일말의 숨김도 없이 방금 목격한 상황을 낱낱이 말해주었다.“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어?!”엄마는 씩씩거리며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당장이라도 남편을 찾아갈 기세였다.“가자! 내가 앞장서서 물어볼게. 애
강도현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물었다.정신이 혼미하고 반응도 느려진 와중에 귀에서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무려 혀로 핥고 있는 촉감이지 않은가?생각지도 못한 난감한 상황에 얼른 치료를 끝내고 싶었다.하지만 온몸이 나른해서 힘이 전혀 없었다.강도현의 입술은 귀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양손도 가슴을 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은밀한 곳에 점점 가까워졌다.이내 전신을 휘감는 쾌감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딱 한 번만 본능에 맡기자고 마음 먹었다.강도현의 스킬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고, 오로지 손놀림만으로 절정에 이르게 했다.그러다 갑자기 우뚝 멈췄다. 안대를 벗는 순간 바지를 벗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나는 괜스레 쑥스러웠다. 비록 잘못된 걸 알면서도 충동을 멈출 수 없었다.강도현은 고개를 숙여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잘생긴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사모님, 괜찮아요?”이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허락은 왜 구하냐는 말이다!그리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일촉즉발의 순간 안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아까만 해도 머리가 흐리멍덩했지만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몸의 이상 반응을 애써 외면한 채 강도현을 밀어냈다.곧이어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아이는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었다.자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자격 미달 엄마가 된 것 같아 문득 마음이 아팠다.나는 가슴을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야 수유하기 시작했다.모유를 먹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눈을 깜박거리며 빤히 쳐다보았다.남편을 닮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방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이내 뒤따라 들어온 남자를 보자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게 다 강도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가 봐요. 돈은 이따가 보내줄게요.”강도현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무
그리고 앞으로 남자 마사지사를 부를 때 곁에 누군가 있어야 위험하지 않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귀로 흘려 내보냈다.강도현은 정석대로 치료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다른 곳을 함부로 만진 적도 없으며 테크닉도 완벽에 가까웠다.마사지를 받고 나니 가슴 뭉침이 확실히 호전되었다.그러나 얼마 안 되어 모유가 또 막히기 시작했다.마침 남편이 출장 중이라서 집에 돌아온 다음 강도현을 부르려고 했지만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결국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같이 있어 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당시만 해도 흔쾌히 대답했으나 강도현이 방문한 날에 갑자기 잠수를 탔다.친구는 휴대폰 너머로 농담을 건넸다.“그냥 편하게 즐겨. 걱정하지 마. 강 선생님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 황홀경을 맛볼 거야.”점점 도를 넘는 말에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통화하는 동안 강도현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뻘쭘한 내 표정을 보자 그는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안심하세요. 의사 앞에서 성별은 무의미하죠. 저는 프로예요.”지난번에 받았던 마사지를 떠올리면 그동안 고용했던 사람보다 강도현의 기술이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더욱이 거실에는 홈캠도 설치되어 있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 하리라 여겼다.나는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강 선생님.”강도현은 소파 위에 세팅을 마쳤다.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안대를 쓰고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온몸의 감각기관이 강도현의 손길에 집중되었다.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는 졸음이 몰려왔다.이때, 가슴이 서늘한 느낌이 문득 들었다.나는 깜짝 놀라 안대를 벗고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했다.강도현이 서둘러 설명했다.“사모님, 긴장 푸세요. 제가 직접 만든 마사지 오일인데 막힌 부위를 뚫는데 효과가 탁월하죠.”이 말을 듣자 비로소 안심되었다.그리고 속으로 언제부터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몰래 한탄했다.아까만 해도 차가운 오일이 마찰을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