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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마태
“말 다 했죠? 다 했으면 당장 회사에서 꺼져요.”

천도준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싸늘하게 이대광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에 이미 이대광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었고 이대광이 그런 계약서에 서명해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

하지만 금액이 무려 60억일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래, 갈게.”

이대광은 꼭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크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기다가 사무실 입구에서 멈추더니 거만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다들 들었으니 내가 긴말할 필요는 없겠고...... 내가 그래도 너희의 대표로 꽤 오래 있었잖아. 그러니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섭섭해하지 마.”

이대광은 손가락 두 개를 세우며 계속 말했다.

“나와 함께 이 회사를 떠난다면 앞으로 내가 큰돈 벌 때 너희는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을 수 있어. 그게 아니라면 천도준 저 못난 놈과 이 회사에 남아서 파산을 기다리든가. 너희가 선택해.”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태그룹을 누가 이끌고 있는지 직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천도준과 이대광 중에 인품과 능력을 논한다면 직원들은 반드시 천도준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천도준은 돌아서서 덤덤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 능력은 다들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제가 정태건설을 인수했는데 까짓 60억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천도준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에는 순간 빛이 들어왔다.

이내 직원들은 일제히 좌우로 갈라서더니 길을 비켜주었다.

이대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떠나기 전에 하나라도 망가뜨리고 싶었건만, 아무도 그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모자란 것들. 천도준이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래, 그렇다면 천도준 저 자식이랑 같이 죽어!”

이대광은 씩씩거리며 욕설을 내뱉고는 회사를 떠나갔다.

그 뒤로 한참 침묵이 흘렀다.

이때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부, 부장님. 60억 정말 해결할 수 있으세요?”

“내가 언제 널 속인 적 있어?”

천도준은 활짝 웃으며 손을 저었다.

“다들 내려가서 일 보세요. 이젠 회사의 모든 중심은 서천구에 두어야 합니다.”

천도준이 정태건설을 인수한 이 순간, 오씨 집안은 이미 발칵 뒤집어졌다.

오남준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설아 쪽에서 또 재촉했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내가 결혼해야 우리 가문이 대를 이을 거 아니야!”

어려서부터 손만 내밀면 뭐든 해결할 수 있었던 오남준은 이미 온 가족이 그를 오냐오냐하는 데 익숙해졌다.

거액의 예물에 워낙 고민하던 그의 부모님은 대를 잇는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엄마인 장수지가 다급히 말했다.

“아들, 서두르지 마. 엄마 지금 돈 열심히 구하고 있어.”

“그래, 그래. 우리 가문의 대를 잇는 큰일인데 엄마 아빠는 너보다 마음이 더 급해.”

아버지인 오덕화도 오남준을 달랬다.

“급하면 돈을 달라고!”

오남준은 화를 내며 컵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일주일이야. 일주일 안에 반드시 돈 마련해! 설아한테 돈 주고 결혼할 거라고!”

“오남준!”

보다 못한 오남미가 벌떡 일어나 호통쳤다.

“너 엄마 아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지금 다들 급해하는 거 안 보여? 소리 지르고 행패 부리고,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오남미, 닥쳐! 이게 어디서 함부로 입을 열어!”

장수지의 호통에 오남미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과격한 장수지의 말에 오덕화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내가 남미 이혼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 아무리 그래도 정태건설의 부장인데 돈 나올 구멍이 있을 거 아냐. 근데 그 목숨값을 한꺼번에 가져왔으니 결국 이혼했잖아!”

“아니, 그게 내 탓이에요?”

장수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남준이가 결혼한다는데 그럼 그놈한테서 얻어오지 돈을 빌려요? 빌린 돈은 빚이고 갚아줘야 할 거 아니에요!”

“어차피 지금 모자란 돈은 빌려야 하잖아. 일억에 집에 그리고 차에, 그 사천만 원은 턱없이 부족해!”

오덕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수지는 씩씩거리더니 갑자기 오남미에게 다가가 악독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밀었다.

“이게 나 이 계집애 때문이야. 시집을 가도 하필 천도준같은 거지한테 갔으니, 동생도 못 도와주는 주제에 네가 누나야?”

오남미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몸을 떨었다.

한바탕 욕설을 내뱉은 장수지는 뭔가 떠오른 듯 눈동자를 굴리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맞네! 야, 오남미. 너 당장 선부터 봐. 이번에는 내가 결정해. 돈 많은 남자 물어서 남준이 예물부터 해결해!”

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엄마, 날 대체 뭐로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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