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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월셋집.

갈색 개량한복을 입은 이수용이 소파에 앉아 무거운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보고 있다.

“도련님, 정태건설을 인수한 건 너무 경솔하신 결정입니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언제든지 파산할 수 있다는 거 모르십니까?”

천도준의 연락을 받고 이수용은 곧바로 정태건설의 시세보다 30% 높은 가격으로 빠르게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를 마치고 조사하니 이런 정황이 포착되었고 그는 순간 골치가 아파졌다.

만약 이런 정황이 없다면 정태그룹의 인수는 손해가 되지 않는다. 천도준 모자가 가문으로 돌아가려면 이런 경영 수업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니 기껏해야 260억으로 천도준에게 경영 수업을 시켰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앞으로 천도준이 해야 할 사업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반드시 강하게 성장해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

그런데 계약서 한 장으로 첫 투자는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정태건설의 파산은 이젠 시간문제다.

돈이 아까운 건 아니다.

자형화 카드에는 이천억이 들어있으니 이까짓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천도준의 첫 실패가 가문에 알려졌을 때, 그들은 반드시 천도준을 무능하고 어리석은 아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천도준 모자가 가문에 들어오는 일이 어려워진다.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제가 경솔했어요.”

물론 천도준도 인정한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다.

이수용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회장님은 제가 도련님을 보좌해 성장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야만 권력과 재부를 도련님에게 상속해 주시고 어머님과 함께 당당하게 가문으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가문 사람들에게 꼬투리라도 잡힌다면......”

똑똑!

천도준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

“왜 파산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수용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성과를 내라면서요? 그래서 정태건설을 인수한 거예요.”

천도준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저와 어머니를 20년 넘게 버렸는데 돈 좀 쓰면 어때서요?”

이수용이 다급히 말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닙니다.”

“60억을 손해 보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전 결코 애송이가 아니에요. 제가 만약 실력이 없었다면 3년 만에 부장의 자리에 올랐을까요?”

천도준의 예리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이수용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천도준이 계속 말했다.

“안심하라고 하세요. 지난 20년 동안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그분이 원하시는 성과, 제가 보여드릴게요. 전 그 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놈이에요!

반드시 해낼 뿐만 아니라,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래서 저와 우리 엄마 당당하게 그 가문으로 들어가서 제가 직접 우리 엄마한테 영광을 안겨다 드릴 거예요. 그건 워낙 우리 엄마의 것이니까요.”

확신에 찬 그의 말투는 무겁고 진지했다.

늘 잔잔한 호수 같던 이수용도 그의 말에서 깊은 원한을 느끼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이내 들려오는 천도준의 다음 말에, 이수용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정태건설은 절대 파산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승승장구할 거예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손해가 없을 것이며, 전 반드시 이윤을 만들어 낼 거예요.”

천도준은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웠다.

“3일만 주세요. 어르신이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전 반드시 이 판을 이길 자신이 있어요.”

예전의 천도준이라면 60억을 손해 보는 이 상황에 돈이 있다고 해도 정태건설의 인수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가 잠시 놀랐던 건 이수용이 30%의 가격을 더 주고 정태건설을 인수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도련님, 그게 가능합니까?”

이수용은 천도준을 돕기 위해 왔다. 그런데 만약 천도준의 첫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회장님에게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천도준의 자신감과 명쾌함에서 이수용은 한 가닥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10분 뒤, 이수용은 미소를 지으며 월셋집을 떠났다.

롤스로이스 팬텀에 앉은 그는 지체 없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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