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도련님을 너무 애송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하셨습니다.”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수용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이번 인수가 만약 도련님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반드시 큰 승리를 거둘 겁니다.”그러던 이수용은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도련님은 회장님을 많이 원망하고 계십니다.”월셋집.천도준은 이수용이 그의 아버지에게 이 모든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그는 얼굴을 비비더니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방으로 들어가 국을 끓였다.어머니는 아직 회복 중이라 영양이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비록 배달 음식이 편하긴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천도준은 아무리 바빠도 어머니의 음식은 직접 만들었다.졸업 후 천도준은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 오남미를 만족시켜 주려고 노력했고 어머니에게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하지만 오남미의 집안은 마치 밑 빠진 독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다.그러니 이젠 모든 정력을 사업과 어머니에게 두면 된다.천도준은 익숙한 듯 식재료를 뚝배기에 넣고 약불로 조절하더니 거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이때 문자가 들어왔다.휴대폰을 확인하던 천도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전 처남의 여자 친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싶다.“천도준 씨, 오늘 저녁 시간 있으세요? 설아와 함께 저녁 식사하실래요?”지난번의 교훈이 부족했나 보다.천도준은 코를 쓱 비볐다.오남미가 필사적으로 오남준과 결혼시키려고 하는 임설아가 이 사실을 안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천도준이 답장을 보냈다.“미안지만 우리 어머니가 입원하셔서 시간 없어. 그리고 귀찮게 좀 하지 마.”문자를 전송하자마자 임설아는 칼답을 보냈다.“귀찮다고요? 그래도 귀찮게 할 건데요? 천도준 씨 너무 나빠요.”천도준은 어이없다는 듯 휴대폰을 소파에 던져버리고 답장하지 않았다.이때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천도준은 넋이
다음 날 아침 천도준은 어머니의 식사를 챙겨 병원으로 갔다.어머니의 건강은 하루하루 호전되고 있어 곧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 몸조리를 할 수 있다.이수용의 관계로 천도준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천도준은 마음이 놓였다.다음 해결해야 할 일은 바로 서천구 재개발이다.그는 처음으로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나서서 프로젝트를 집행했다.예전에도 정태건설의 모든 업무는 그가 책임졌지만 매번 이대광이 그의 공로를 가로챘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반드시 서천구 개발 프로젝트라는 판을 뒤집고 정태건설의 명성을 높여야 한다.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20여 년 그들 모자를 버려두고 갑자기 나타나다니......이수용이 준 돈은 확실히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했다.돈은 좋지만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법이다.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아버지는 갑자기 나타나 그와 거래를 시작했다.그가 성공한다면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와 그의 어머니를 가문에 들여 그에게 권리를 물려주고 어머니에게 부귀영화를 줄 것이지만 만약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와 그의 어머니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유일하게 남는 건 바로 자형화 카드에 있는 돈이다.20년을 어머니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고, 그의 어머니는 그를 위해 평생을 고생만 했다. 하여 그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 어머니가 원래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되찾아주어야 한다.천도준은 천천히 병원을 나서며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이와 동시에.병원 밖의 큰길에는 차들이 꽉 막혀 있었다.아우디 A4에서 오남준은 꿈쩍도 하지 않는 차들을 보고 화가 나서 핸들을 두드렸다.“빌어먹을. 저것들이 대체 뭐 하는 거야? 싸구려 똥차를 끌고 무슨 낯짝으로 밖에 나와?”조수석에 있던 임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남준, 너 분노장애야? 싸구려 차면 어때서?”“아니, 난 설아 출근이 늦어질까
그 말에 임설아는 더욱 화가 솟구쳤다. 목적 달성을 위한 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오남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임설아와 오남준의 결혼 때문에 오남미는 이혼하게 되고 오남미의 전남편은 불운한 사람이 되었다.갑자기 오남준의 전 매형이 안쓰러워졌다.그녀는 오남준을 바라보더니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오남준, 너 전 매형말인데...... 정말 돈 없어?”“쳇...... 완전 궁상이야. 돈은 개뿔.”오남준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근데 그건 왜 또 물어?”임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천도준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천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왜 자꾸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임설아가 설명했다.“저번 주에 은행에 천도준이라는 고객님이 와서 현금을 인출하시겠다면서 나도 모르는 블랙 카드를 내밀었던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같은 이름이라 물어본 것뿐이야.”“하하하...... 설아야.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오남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깔깔 웃어대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천도준 그 모자란 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야. 기껏해야 실력은 좀 있으니까 정태건설의 부장직을 맡고 있어. 하지만 그까짓 월급으로는 죽어가는 엄마도 구할 힘이 없어요. 그 자식 거지다에 내 전 재산을 건다.”죽어가는 엄마?임설아는 그대로 몸이 굳어지더니 어젯밤 천도준에게서 받은 답장을 되뇌어 보았다.우연인 건가?오남준이 계속 비웃었다.“하지만 설아 네가 만난 그 천도준은 아마 대단한 사람일 것 같아. 너도 모르는 블랙카드라면 아마 부자겠지? 어쩜 이름은 같은데 운명은 그 자식과 완전히 다를까?”갑자기 이율 병원으로 고개를 돌린 오남준의 시선에 익숙한 그림자가 들어왔다.오남준은 피식 웃더니 임설아에게 말했다.“설아야, 넌 아직 내 전 매형 본 적 없지? 마침 저기 있네? 내가 소개해 줄게. 어디 한번 잘 봐봐?”말을 끝낸 오남준은 갑자기 핸들을 휙 돌렸다.오남준의 아우디는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와 이율 병원으로 들어갔다.
임설아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오남준으로부터 들은 천도준과 은행에서 만난 천도준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차갑고 준수한 얼굴이 바로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천도준이 맞았다.자존심을 버린 그날 밤, 침대에 함께 있었던 남자가 바로 눈앞의 이 남자다.“아, 맞다. 지금 완전 빈털터리죠?”오남준은 눈치 없이 계속 떠들어댔다.“아쉽네. 내 말대로 죽어가는 엄마 하루라도 빨리 보내줬더라면 우리 누나와 이혼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엄마도 못 살리고 돈도 잃고, 꼴 좋네.”주먹을 꽉 쥔 천도준의 손등에 선명하게 핏줄이 섰다.오남미와 결혼한 뒤, 워낙 자기 집안만 맴도는 오남미 때문에 천도준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겨우 3년 만에 건설회사의 부장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족족 오남미 집안에 퍼다 주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천도준을 하찮게 여겼다.예전에는 오남미를 위해 참아왔지만 이제는 참을 이유가 없다.“설아야, 빨리 와서 봐봐. 이 사람이 바로 궁상맞은 내 전 매형이야.”오남준은 오만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손을 흔들었다.천도준은 차 안의 임설아를 힐끗 보더니 주먹에 힘을 풀었다.이 순간 모든 화가 가시고 웃음만 나왔다.궁상맞은 전 매형?천도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남준을 바라봤다. 왠지 짠해지는 기분이다.임설아는 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리더니 시선은 오남준을 지나쳐 천도준에게로 향했다.천도준의 웃음기에 임설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그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설마 그날 밤 일을 설마 오남준에게 말하지 않겠지?’임설아는 바보가 아니다. 비록 천도준이 욕심나긴 하지만 성공하기 전엔 절대 오남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다시 말해, 오남준은 그의 하한선이고 천도준은 그의 상한선이라는 뜻이다.만약 천도준을 건드려 그날 밤 일을 폭로한다면 그녀는 오남준도 천도준도 모두 잃게 된다.“설아야, 빨리 와. 내가 소개해 줄게.”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이 임설
천도준은 차갑게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어머니는 그의 세상이자 그의 목숨이다.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오남미와의 이혼을 택했을 것이다.오남준같은 쓸모없는 자식을 오남미는 조상처럼 모실 수 있지만 천도준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그만해!”임설아는 갑자기 오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오남준 너 너무해! 당장 사과드려!”쿵!득의양양했던 오남준은 순간 멍해졌다.“설아야, 너 갑자기 왜 화를 내고 그래?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해?”임설아는 빨개진 얼굴로 오남준을 혼냈다.“매형에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하는데 내가 보고만 있을까?”임설아가 화를 내는 이유는 오남준이 천도준에게 무례하게 행동해 그날 밤 일을 털어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다른 한편으로는 천도준을 편들면서 천도준 마음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하지만 오남준은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무례하게 행동했는데? 우리 누나와 이혼한 사람에게 나같이 아우디를 끌고 다니는 동생이 먼저 인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니야?”인사?대단해?임설아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히 천도준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임설아는 오남준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쓸모도 없거니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임설아는 화가 나서 오남준에게 소리를 질렀다.“네가 뭔데? 아우디를 끌고 다니면 대단한 줄 알아? 넌 그냥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야!”임설아가 오남준과 만난 이래, 그는 임설아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그런데 임설아의 다음 행동이 그를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임설아는 갑자기 몸을 돌려 천도준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천도준 씨, 죄송합니다. 오남준이 단지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이럴 줄 몰랐어요. 용서하세요.”“임설아, 너 돌았어? 네가 왜 사과 해?”오남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임설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천도준은 미소를
오남준과의 우연한 만남은 그저 해프닝일 뿐, 천도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그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모든 정력을 집중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그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버지에게 주는 답안지이자 그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정태건설에 있어 60억의 손해를 입힌 이 계약은 정말 재앙 중의 재앙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직원들도 다 알고 있다.하여 천도준이 회사에 들어섰을 때, 왠지 모를 적막한 기운이 느껴졌다.직원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평소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회사 전체에는 어두운 기운이 풍겼다.천도준은 그런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이런 상황에 직원들이 여전히 정태건설을 지킨다는 건, 천도준을 믿고 모든 걸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이런 믿음은 그들의 긴장과 초조함을 잠재울 수는 없다.“이틀 뒤면 다들 웃을 수 있겠지?”천도준은 확고한 미소를 짓더니 코를 비볐다.그 일만 이수용이 도와준다면 그는 충분히 이 판을 뒤집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어젯밤 임설아의 문자를 받은 뒤 그는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다.평소 그는 바이어들과의 소통을 위해 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하지만 어젯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고 다시 기분이 이상해졌다.시간을 확인하니 어젯밤이다.“너 괜찮아?”간단한 몇 글자가 천도준을 흔들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한참 뒤에야 그는 씁쓸하게 코를 비비더니 답장을 보냈다.“괜찮아.”답장을 보내자마자 상대가 칼답을 보내왔다.“나 티켓 끊었어. 여기 일 끝나고 다음 달에 귀국해. 우리 3년 못 봤지?”그녀의 답장에 천도준은 흐트러진 눈빛으로 기억의 문을 열어 살며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고청하......”고청하는 3년 전 그의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가 되어주었고 그 후로 해외에 나갔
“이 엄마가 맞선을 주선해 준다는데 싫다고? 너 진짜 창피한 게 뭔 줄 모르지?”오덕화는 소파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빠!”오남미는 오덕화에게 절망스러운 눈길을 보냈다.“아빠, 엄마 좀 설득해 줘.”“어딜 감히!”장수지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보다 못한 오덕화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어 오남미를 대신해 사정했다.“아무래도 그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40대가 말이 돼? 우리 부부와도 얼마 차이 안 나.”“40대가 뭐요?”장수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덕화를 노려보며 말했다.“남자는 40대가 한창이야. 남미는 중고라고, 중고!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해야지 제 주제에 설마 돈도 많고 젊은 남자와 재혼하려고? 그 남자들이 널 보기나 하겠어?”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수지를 바라보았다.엄마라는 사람이 딸을 ‘중고’라고 표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엄마......”오남미는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닥쳐!”장수지는 욕설을 내뱉었다.“천도준 그 자식과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상황은 없었을 거야! 어쩜 동생이 장가가겠다는데 누나가 돼서 도움도 못 줘? 다 같은 자식인데 나라고 네가 아깝지 않겠어? 네 아빠와 내 월급이 쥐꼬리만 한데 너라도 도움이 됐어야지! 너 엄마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 우리 집 대가 이대로 끊겼으면 좋겠냐고?”오남미는 그저 입술을 꽉 깨물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대가 끊긴다는 말에 오덕화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녀에게 한 소리 했다.“남미야. 엄마 말 들어. 우리 집안의 운명이 너한테 달렸어. 남준이 네 친동생이잖아.”“근데 그 사람 천도준 회사 대표잖아. 천도준 직속 상사라고!”오남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애를 썼다.겨우 20대의 나이에 40대의 늙은 남자와 맞선을 보라고?게다가 이제 막 이혼했는데?“그게 뭐 어때서?”장수지는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웃었다.“그 모자란 자식이 널 욕심 내더니 이제 와
퇴근 후.천도준은 다급히 집으로 돌아와 국을 끓여서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 앞에 이르렀을 때 천도준은 마침 회진을 마치고 나온 장민호와 다른 의사들과 마주쳤다.천도준을 발견한 장민호는 동료들에게 먼저 가보라는 손짓을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천도준에게 다가왔다.“천도준 씨 정말 효자십니다. 매일 이렇게 음식을 직접 해서 가져오시다니.”천도준은 미소를 지었다.“박사님, 우리 엄마 어때요?”“회복이 잘 되고 있어 며칠 뒤면 퇴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이식 수술은 배척 반응 때문에 반년에서 1년 정도를 지켜보셔야 합니다.”장민호의 말에 천도준은 마음이 아팠다.장민호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안심하세요. 어르신께서 특별히 부탁하셨으니 우리 병원에서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어머님의 회복을 돕겠습니다.”“고마워요, 박사님.”천도준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이수용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장민호는 그의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했었다.“별말씀을요. 하지만 단기간은 정서 조절에 힘써주십시오. 정서 파동이 크면 위험하니 많이 주의하셔야 합니다.”장민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젓더니 병실을 힐끔 보며 말끝을 흐렸다.그러더니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전 회진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천도준은 의아한 눈길로 떠나가는 장민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병실에 들어선 천도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제야 아까 장민호의 묘한 웃음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병상에 누워있는 천도준 어머니의 수척한 얼굴에는 웃음이 서려 있었고, 병상 옆에는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임설아, 당신이 왜 여기 있어?”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천도준 씨, 오셨어요?”임설아는 고개를 들어 천도준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에 퇴근하고 바로 들렀어요.”말을 끝낸 그녀는 다정하게 사과 한 조각을 베어 천도준 어머니의 입에 넣어주었다.병상 옆 캐비닛에 올려진 보온 도시락을 발견한 천도준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임설아가 이런 수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