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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것은 두 분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수용이 계속 말했다.

“부친께서는 늘 두 분을 그리워하셨습니다. 이젠 드디어 가문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으셨고 저를 보내 두 분에게 지난 20여 년에 대해 보상을 해주라고 하셨습니다.”

“보상요? 어떻게 보상한답니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20여 년 동안, 저와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십니까? 전 늘 아버지도 없는 자식이라고 비난을 받았고, 제 어머니는 절 키우기 위해 하루 종일 일만 하시다가 결국 저렇게 되셨습니다!”

툭!

이수용은 자형화가 박힌 검은색 카드를 천도준의 손에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부친의 작은 마음입니다.”

손에 들린 카드를 보고 천도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런 카드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

순간 짙은 분노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20년 동안의 빚을 까짓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수용은 그에게 폭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카드는 단지 작은 성의일 뿐입니다. 저를 이곳에 보낸 진짜 이유는 두 분을 당당하게 집으로 모시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도련님도 가문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 수 있도록 충분한 실력을 갖추셔야 합니다. 하여 저는 도련님 옆에서 도련님이 하루빨리 실력을 향상해 부친의 권력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보좌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마땅히 누려야 할 부귀도 반드시 전부 드릴 겁니다.”

천도준은 완전히 멍해졌다.

이수용의 말은 마치 메아리처럼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이수용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카드를 뒤집어보니 쪽지가 붙어있었는데 그곳에는 이수용의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얼굴을 벅벅 비비며 쓴웃음을 짓던 천도준은 중환자실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 어머니의 건강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오남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천도준에게 당장이라도 이혼 절차를 밟자고 윽박질렀다.

천도준은 짧게 대답한 후 병원을 나서 면사무소로 향했다.

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오남미가 경망스럽게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천도준을 발견한 오남미는 기세가 등등해서 그를 가리키며 욕을 내뱉었다.

“천도준, 너 똑바로 기억해. 내가 널 찬 거야. 그러니까 이혼도 내가 원해서 하는 거라고! 절대 후회하지 마!”

“가자. 후회 안 해.”

천도준이 말했다.

오남미는 천도준의 냉정하고 단호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연애 3년, 결혼 3년. 천도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이토록 냉정하게 군 적이 없었다.

화가 난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더니 재빨리 따라갔다.

10분도 안 돼서 이혼 절차가 끝났다.

면사무소를 나온 뒤, 오남미는 멀어져가는 천도준의 뒷모습에 화가 솟구쳤다.

“너 반드시 후회할 거야!”

끼익!

이때 아우디 A4L 한 대가 오남미 앞에 멈춰 섰고, 그녀의 동생 오남준은 히죽거리며 고개를 내밀었다.

“누나, 저 궁상맞은 자식과 결국 이혼했어?”

“했어.”

오남미는 오남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너 내 동생 맞아? 누나가 이혼했는데 히죽거리며 웃고 있어?”

오남준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천도준 저 병신과 이혼했는데 웃음이 안 나와? 저 자식이 감히 누나를 욕심냈고, 이젠 누나는 천도준이라는 지옥을 벗어난 거야.”

오남미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화제를 돌렸다.

“맞다. 너 여자 친구와 어떻게 됐어?”

“말도 마. 설아 그 계집애 은행에서 출근하더니 눈만 잔뜩 높아서는 예물을 1억이나 내놓으래. 게다가 집도 차도 다 원하는데 골치 아파. 천도준의 그 쥐꼬리 마한 돈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됐어.”

“누나가 미안하다.”

오남미는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천도준은 면사무소에서 나와 바로 이율 병원으로 가지 않고 택시를 타고 근처 은행에 들렀다.

비록 아버지라는 사람이 준 돈이라 혐오스러웠지만 지금 상황에 그는 지속적인 병원비용을 지급해야 하며 생활비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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