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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은행에 들어선 그는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천도준의 순서가 되자 그는 지정된 창구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얼핏 머리를 드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임설아!

이런 우연이.

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오남준의 여자 친구 임설아가 맞았다.

두 사람은 비록 만난 적이 없지만 그는 전에 오남미를 통해 임설아에 대해 들었고 사진도 본 적 있었다.

그는 임설아에게 원한이 없다. 그저 얄밉다는 정도일 뿐이다.

예쁘장한 은행원이 오남준에게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상대가 예물을 얼마를 원하던, 그것은 그녀의 마음이다.

천도준이 증오하는 건, 빌어먹을 오씨 집안 사람들이 그의 어머니 목숨값을 오남준에게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고객님, 어떤 업무를 원하십니까?”

임설아는 프로답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천도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울분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짓더니 카드를 내밀었다.

“현금 인출할게요.”

얼마를 인출할 거냐고 물으려는 순간, 자형화 카드를 확인한 임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고객님, 이 카드 맞으십니까?”

임설아는 자형화 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만약 진짜 은행카드라면 은행원인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천도준은 멈칫했다.

‘설마 그 어르신이 가짜 카드를 준 건 아니겠지?’

하지만 거액의 수술비를 대신 내주고 굳이 가짜 카드를 줄 이유가 있을까?

“맞아요.”

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설아를 훑어보았다.

정확한 키는 알 수 없었지만 유니폼을 입었는데도 꽤 몸매가 드러났고 하얀 피부와 정교한 오관은 가녀리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천도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괜찮은 여자가 왜 굳이 그런 쓰레기한테 반한 거지?’

임설아는 미간을 점점 더 찌푸렸지만 침착하게 카드를 확인했다.

하지만 “삐-”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에 에러가 뜨자 그녀는 인내심을 잃고 카드를 천도준 앞에 던지며 말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이 카드는 본 은행 시스템에서 읽을 수 없습니다.”

‘헐, 설마 날 속인 건가? 굳이 수술비까지 대신 내주고 가짜 카드로 날 속인다고? 그럴 리가?’

“저기요, 한 번만 다시 시도하실래요? 이거 은행카드 맞아요.”

천도준은 애원하듯 말했다.

오남미와 이혼했으니 전에 살던 월셋집을 빼서 다른 집으로 이사 가려고 했다.

남은 사천만 원도 오남미가 다 털어간 이 상황에 이 카드마저 쓸 수 없다면 그와 그의 어머니는 정말 빈텉터리가 되어 후속 치료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고객님, 지금 장난하세요?”

임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날카롭게 말했다.

“아까부터 저 힐끔힐끔 보셨던 거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작업을 걸려면 카드라도 진짜를 가지고 오셔야죠. 나가세요. 계속 장난하시면 경비 부를 거예요.”

천도준은 멍해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천도준이 설명하기도 전에 임설아는 가슴을 가리고 소리를 질렀다.

“경비 아저씨!”

순간 두 경비원이 다가왔다.

마침 이 시간에 업무를 보러온 사람이 많았고, 그들의 시선은 모두 천도준에게로 향했다.

천도준은 다급히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진짜 은행 카드 맞다고요! 현금 인출한다는데 날 쫓아낸다고요?”

임설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대꾸하지 않았다.

경비원은 목소리를 깔고 천도준에게 경고했다.

“고객님, 이만 나가시죠. 근무시간에 직원에게 성희롱한다면 신고할 겁니다.”

“아니......”

천도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돈도 못 찾고, 게다가 순식간에 성희롱 딱지가 붙었다.

이때 출렁이는 뱃살을 겨우 양복에 구겨 넣은 중년 남성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새침한 표정을 짓던 임설아는 순식간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배배 꼬았다.

“부장님, 저 사람이 가짜 카드를 들고 온 것도 모자라 제 몸을 힐끔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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