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은 어이가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새침한 표정을 짓던 여자가 갑자기 여우가 되었다고?오남미에게서 들은 바로는 임설아는 아주 보수적이고 착한 여자라 오남준과 남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손밖에 잡아보지 못했다고 했다.천도준은 시력도 정상이고 머리도 정상이다.그런데 이 모습이 보수적이라고? 중년 남자의 안색이 삽시에 굳어지더니 천도준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고객님. 자중하세요. 여긴 은행입니다. 부장의 신분으로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나가주세요. 아니면 경비를 불러 강제로 끌어낼 것입니다.”두 경비는 낄낄거리며 웃었다.이 은행에서 임설아가 부장의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런데 감히 부장의 여자에게 눈독을 들이다니?부장의 말에 임설아는 더 요염하게 몸을 비틀며 아양을 떨었다.“부장님, 저런 사람과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바로 끌어내라고 하세요.”천도준은 화가 났지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자형화 은행 카드는 어르신이 준 것이고 그는 돈을 인출하러 왔을 뿐이니 이런 무례함을 당할 이유가 없다.아까만 해도 임설아가 그저 얄밉기만 했는데 지금 꽈배기처럼 몸을 배배 꼬는 그녀를 보니 화가 솟구쳤다.“당장 끌어내!”천도준이 꼼짝도 하지 않으니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경비원에게 명령했다.은행 부장이라는 신분이 아니었다면, 천도준이 임설아를 힐끔거렸다고 했을 때 바로 끌어냈을 것이다.두 경비원은 천도준에게 다가갔고 구경꾼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천도준은 뭐든 참는 성격이 아니고 닌자 거북이도 아니다.부정당한 대우에 그는 뚜껑이 열렸다.쿵!그는 자형화 카드를 올려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난 정정당당하게 이 은행에 현금을 인출하러 온 겁니다. 그런데 고객을 이렇게 모욕하고 모함하다니, 이런 대우를 당하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요?”경비원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부장이라는 남자는 당장이라도 천도준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본능적으로 그가 올려놓은 자형화 카드를 힐끔 보았다.순간.쿵!남
“고객님, 아까는 제 불찰입니다. 제가 귀하신 분도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남자는 연신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사과하는데 등이 푹 젖어있었다.자형화 은행 카드는 워낙 희귀해서 일반 은행 직원은 전혀 알지 못했고 이 카드를 알아보는 사람은 적어도 직급이 부장 이상인 높은 사람들이며 이 카드를 소지한 사람이 나타나면 본점의 은행장도 직접 허리를 굽신거리며 접대해야 했다.남자는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 같았다.이런 대단한 인물이 왜 이런 구석진 곳으로 찾아왔을까?심지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니?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이러는 걸까?천도준은 고개를 들어 평온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많이 긴장한가 보네요?”남자는 움찔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닙니다. 우선 차부터 따라드리겠습니다.”남자는 어떻게든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무릎을 꿇어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아니면 임설아 뿐만 아니라 부장인 그도 영영 매장당할 수 있다.“아니에요. 현금이나 꺼내줘요.”천도준의 싸늘한 말에 남자는 자꾸만 맺히는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아냈다.이건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인가?남자는 후회가 밀려왔다.부장이라는 직급에 오르기까지 그는 십여 년을 분투했다.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으로 인해 그동안의 공든 탑이 이대로 무너진다면?털썩!남자는 주저 없이 천도준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아까는 정말 오해입니다.”천도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아까의 건방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현금이 필요해서 왔으니 긴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빨리 처리해 주시죠.”남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억지로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네, 당장 해드리겠습니다.”남자는 천도준의 손에서 자형화 카드를 건네받고 물었다.“얼마나 인출하시겠습니까?”천도준은 은행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슈퍼 고객은 임설아 같은 작은 은행 직원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다.아까 발생했던 일을 떠올리니 임설아는 후회가 밀려와 자기의 뺨이라도 갈기고 싶었다.그런 슈퍼 고객이 그런 눈빛으로 자기를 봤다는 건,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밀어냈다니, 게다가 기분까지 상하게 했다니.“부장님, 나 도와줄 거죠?”임설아는 몸을 배배 꼬며 남자의 목을 팔로 감았다.“도와줘?”남자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박박 긁적였다.“나도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야. 너도 너지만 만약 그 고객님께서 기분이 상하셨다면 나도 끝장이라고.”청천벽력이다.멈칫하던 남자는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맞다. 아까 널 훑어봤다는 말, 사실이야?”임설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무릎을 내리치며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아직 기회는 있어! 방법이 있다고! 임설아, 네가 직접 찾아가서 사과드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사과 받아들이게 해. 아니면 우리 둘 다 끝이야.”“하지만......”임설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남자의 말은 명백했다. 그녀가 은행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남자의 덕분이다.그러니 남자의 요구에 그녀는 순응할 수밖에 없다.결국 임설아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사무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남자가 한마디 덧붙였다.“수단 방법 가리지 말라는 말, 반드시 기억해. 그래야 우리 둘 다 살 수 있어.”은행을 나선 후 천도준은 택시를 타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차에서 그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천도준 고객님, 저는 업무를 도왔던 임설아입니다.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미안함의 의미로 저녁 식사를 함께하려고 합니다. 오늘 밤, 반드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천도준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임설아 이 여자 생각보다 아주 노골적이네?’하지만 천도준은 아까 발생했던 일에 대해 따질 생각이 전혀 없었고 임설
천도준의 답장을 받은 임설아는 다급히 부장이라는 남자에게 휴가를 내고 천도준과의 만남을 위해 준비했다.이는 그녀와 부장이라는 남자의 미래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심지어 남자는 규정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천도준의 연락처를 알아냈다.초조한 마음으로 은행을 나서는데 마침 차에서 내리는 오남준과 마주쳤다.하지만 오남준은 그녀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설아야, 벌써 퇴근했어?”“오남준?!”임설아는 깜짝 놀랐다.그제야 오남준과 데이트 약속을 잡았던 것이 떠올랐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응, 그래. 몸이 안 좋아서 미리 나왔어.”“하핫, 다행이다. 일찍 퇴근했으니 조용한데 가서 게임이라도 하자. 오늘 내가 제대로 함께 놀아줄게.”오남준의 말에 임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이 자식 말귀 못 알아듣는 거야?’히죽거리는 오남준의 면상을 보니 저도 몰래 화가 치밀어 올랐다.놀아주기는 개뿔!그녀는 오늘 다른 남자한테 몸을 바치게 되었는데 아직도 게임 타령이라니?임설아는 애써 화를 누르며 차분하게 말했다.“미안한데 남준아. 나 오늘 급한 일이 있으니 다음날 다시 만나자.”오남준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밥 먹고 함께 게임하기로 약속했잖아.”임설아는 이가 갈렸다.‘오남준 이 모자란 자식,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지.’시골 출신인 그녀는 도시에서 집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아무리 가정이 있는 은행 상사와 불륜을 저질러도 그 남자는 절대 임설아를 위해 가정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하여 그녀는 미리 다음 남자를 물색했고 결국 오남준이 걸려들었다.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오남준을 한대 패고 싶은 심정이다.결국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애써 웃어 보이며 오남준의 볼을 꼬집었다.“미안해, 자기야. 근데 나 오늘 정말 급한 일이 생겼어. 게다가 지금 몸도 불편해. 우리 다음 날 다시 데이트하자.”“그래.”오남준은 풀이 죽어 대답했다.오남준은 그녀를 집에 데려
오남미는 자기의 물건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털어갔고, 천도준과 그의 어머니의 물건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헤집어 놓았다.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건 그와 오남미의 웨딩사진인데 찬찬히 보니 반쯤 찢겨 있었고 사진 속에는 천도준의 얼굴만 보였다.그리고 그와 어머니의 유일한 사진도 바닥에 떨어져 액자가 깨져있었으며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천도준은 사진을 집어 들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당신 마음속에 나와 우리 엄마는 고작 이 정도였어?”그는 심호흡한 뒤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이삿짐센터 직원을 불러 이사를 시작했다.모든 물건을 다 옮기고 정리하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6시가 되었고 마침 임설아에게서 문자가 왔다.천도준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임설아가 있는 호텔, 오스턴으로 향했다.5성급 호텔 펜트하우스의 스위트룸에서는 전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임설아는 채 말리지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샤워 가운을 입은 채 소파에 요염하게 기대앉아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보아하니 취기가 제대로 오른 모양이다.그녀의 뺨은 붉게 물들었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와 도시 사람이 되려고 악착같이 애썼다.은행원이라는 직업은 그녀에게 조신한 껍데기를 선사했으며 그녀만의 우월감을 느끼게 했다.오남준의 여자 친구가 된 것도 그를 사랑해서 아니라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1억이라는 예물, 아파트 한 채 그리고 육천만 원짜리 차 한 대는 그녀의 허영심을 한동안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비록 예물로 1억은 한참 적은 숫자이지만 최소한 그녀는 결혼 전에 그 돈으로 작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고 그 집은 자기만의 혼전 재산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나중에 더 좋은 표적이 생기면 오남준과 이혼하더라도 남는 장사이다.아쉽게도 충동적인 행동으로 도도한 껍데기를 벗고 끝없는 굴욕을 견뎌야 한다.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녀는 분명 더 좋은 방법을 택할 것이고 그녀가 꿈꾸던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똑똑!문
아침 일찍 깨어나 보니 천도준은 보이지 않았다.임설아는 피곤한 몸을 일으키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몸에 감쌌다.어젯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갑자기 쪽지 한 장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너...... 요가 배웠어?”천도준은 이미 떠나갔지만 쪽지를 보노라니 왠지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었다.임설아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지만 화를 분출할 곳이 없었다.하지만 다행인 것도 하나 있다.천도준이 이런 쪽지를 썼다는 건, 어제 일에 대해 용서했다는 것이 아닐까?바로 이때, 오남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설아야. 나 어제 롤 완전 날아다녔잖아. 진짜 레전드 찍었어.”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오남준의 흥분된 목소리에 임설아는 미칠 것만 같았다. 어젯밤 임설아는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건만, 이 물건은 게임에서 이겼다고 떠들어대다니?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오남준,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해? 예물은 준비했어? 언제 준비할래? 도대체 나와 결혼할 거야 말 거야?”임설아가 뜬금없이 화를 내자 오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급히 말했다.“설아야, 화내지 마. 돈 마련하는 중이야. 이 모든 게 천도준 그 자식 때문이야. 얼마 안 걸려. 조금만 기다려 줘.”천도준?임설아는 움찔했다.어젯밤 그 남자가 천도준인데?임설아가 물었다.“천도준이 누구야? 돈 많아?”“돈 많기는 개뿔!”오남준은 욕설을 내뱉었다.“내 매형인데 완전 궁상맞아. 우리 누나 그 자식과 결혼하고 월셋집에서 살았잖아. 그 자식에게 돈만 많았더라면 일이 쉽게 풀렸을 텐데.”임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오남준이 말하는 천도준은 절대 자형화 카드를 소유한 천도준이 아니라고 확신했다.“설아야. 조금만 기다려 줘. 우리 부모님과 누나가 돈 마련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전화기 너머의 오남준은 천도준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쓰레기 같은 매형, 아니 전 매형만 아니었으면 우리 이미 결혼식 올
천도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천도준은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학창 시절 성적이 뛰어났던 천도준은 해외로 갈 기회가 있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건설 기업에 입사하였는데 불과 3년 만에 관리층으로 승진해 부장이 되었다.만약 직속 상사가 이대광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더 높이 올라갔을 것이다.이대광이 천도준의 능력을 감출 수 있었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바로 기업 오너의 처남이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무능하고 여자만 밝히는 이대광이 대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이유이다.요 몇 년 동안 회사의 크고 작은 일 중 그가 처리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이대광이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결정한 사안들과 사고들은 모두 천도준이 뒤에서 해결해 주었다.더 웃긴 것은 본사 회장은 이대광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전부 천도준이 혼나고 천도준이 해결했다. 하여 사람들은 그를 ‘해결사’라고 부르기도 했다.하도 부장의 월급이 꽤 높은 편이고 그는 어머니와 오남미 일가를 보살펴야 했기에 하는 수 없이 계속 이 회사로 출근했었다.천도준은 주머니에서 자형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내 눈빛이 반짝이더니 차갑게 웃으며 혼잣말했다.“이 카드에 적어도 이천억이 있다고 했지? 비록 돈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혐오스럽지만 돈이 있으니 확실히 자신감도 생기고 선택지도 많아지네.”정태건설.천도준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이대광은 그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닫히고 이대광은 어두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두 발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였다.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워낙 비흡연자라 담배 연기도 싫어한다.“내가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너 영영 안 돌아올 셈이었어?”이대광은 연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웃더니 머리카락이라곤 몇 가닥뿐인 정수리를 쓱쓱 만지며 물었다.“아니요.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 제가 좀 바빴어요.”천도
“왜 웃어?”이대광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오만하게 말했다.“워낙 천도준 네 일인데 내가 널 돕다가 생긴 일이잖아. 근데 지금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는 거야?”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진실이 뒤바뀐 것이 분명했다.천도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더는 대표님의 뒤치다꺼리는 하지 않으려고요.”“뭐야?!”이대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이 자식 미친 거야? 예전 같으면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던 자식이 오늘은 왜 이렇게 확고하게 거절하는 거지?’천도준의 확고한 태도에 이대광은 제대로 당황했다.이번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60억을 초과했다. 이런 가격으로 이윤은커녕,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이대광의 매형이 본사로 온다는데 만약 이 일이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그는 반드시 이대광을 회사에서 쫓아낼 것이다.이대광은 대표라는 위치에서 제멋대로 구는 일상이 익숙해졌다.만약 자기를 대신해 죽을 꼭두각시를 찾지 못한다면 이런 꿀 직장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하여 지금으로서는 부장인 천도준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최근 몇 년 동안 사고가 생기면 천도준이 해결했고, 명예가 있으면 자기가 누렸으며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당연한 것으로 되어버렸다.지금 천도준의 반응은 그를 당황하게 했다.“천도준,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회사 잘리고 싶어?”이대광은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도준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뱉었다.“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지금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내가 매형에게 네 능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 고작 대리나 하고 있을걸? 인간이면 양심이 있어야지. 은혜를 갚지 못할망정 지금 나 배신하려는 거야?”천도준이 싸늘하게 대답했다.“본인을 과대평가한 건 아니고요? 매형앞에서 꼬리나 살랑살랑 흔들 줄만 알았지 대표님이 제대로 한 일이 있기나 해요? 사고 친 후에 뒤처리는 누가 했는지 설마 다 잊으셨어요? 은혜는 대표님이 갚으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