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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Author: 탄산요정
“언니, 나랑 같이 가 주면 안 돼요? 부탁이예요”

카스터 우나의 태도에는 억지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 있었다.

은희도 딱히 다른 일정이 없었고, 이상하리만큼 이 아이에게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래. 그럼 언니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아직 어린 카스터 우나를 혼자 보내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적어도 집에 무사히 들어가는 건 확인하고 싶었다.

은희는 카스터 우나를 따라 한동안 걸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이상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분명 방금 곤란한 상황에서 꺼내 주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일이 너무 쉽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잠겨 걷다 고개를 들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 차가운 시선이 곧장 은희를 향했다.

“거기 서십시오! 누구십니까? 왜 저희 아가씨에게 접근하신 겁니까?”

남자가 날카롭게 외치며 총구를 은희 쪽으로 겨눴다.

은희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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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6화

    느슨해진 민영순의 손에서 묵주가 미끄러졌다. 작은 구슬들이 바닥에 흩어지며 잇따라 굴러갔다.민영순은 거칠게 기침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은희가 급히 다가가 휘청이는 몸을 받쳤는데 손에 닿은 피부가 얼음처럼 차가웠다.“약... 주머니에 있어.”은희는 민영순의 주머니에서 니트로글리세린 정제를 꺼내 혀 밑에 넣어 준 뒤 효찬에게 소리쳤다.“심장내과 교수님 바로 불러주세요!”“아니야. 남우부터... 보러 가자.” 민영순은 놀라울 정도로 강한 힘으로 은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남우가 오늘 밤을... 못 넘길 수도 있다는구나.”어두운 병실 안에서 모니터의 붉은 표시등이 깜빡였다.은희는 문 앞에 서서 각종 관과 선에 연결된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를 한참 알아보지 못했다.산소마스크 아래 남우의 입술은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그보다 더 보기 힘든 건 이불 가장자리 밖으로 드러난 붕대였다. 여러 겹 감아 놓은 거즈 사이로 피가 계속 배어 나오고 있었다.“은희 씨 목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효찬이 수액 펌프를 조절하며 낮게 설명했다. “뇌파상 깊은 의식 저하 상태지만 은희 씨가 남긴 음성을 들려주면 수치가 반응합니다.”은희는 천천히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모니터의 심박수가 45에서 68까지 갑자기 올라갔다가 다시 서서히 내려왔다.은희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남우의 손끝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손가락에는 산소포화도 센서가 끼워져 있었고, 창백한 피부 아래로 푸른 혈관이 선명하게 비쳤다.“말이라도 해주세요.” 효찬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남우가 그렇게 미워도 지금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욕이라도 한마디해 주세요.”창밖에서 천둥이 크게 울렸다.은희는 남우가 감고 있는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걸 봤다.“하남우.” 은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살아서 네가 한 일에 책임지겠다고 했잖아.”모니터의 수치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효찬은 급히 남우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반응이 있어요! 계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5화

    병실의 정적을 깨뜨리며 모니터 경보음이 울렸다.효찬이 고개를 들었다. 화면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파형이 거칠게 흔들렸고 심박수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남우야!”효찬은 침대로 달려가 남우의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가슴 위에 손을 댔다.“심실세동! 제세동기 준비해!”효찬은 남우의 환자복을 열어 붕대로 감긴 가슴을 드러냈다.일주일 전 처치한 상처에서도 아직 피가 배어 나와 흰 거즈 곳곳이 붉게 젖어 있었다.간호사가 제세동기를 밀고 왔다. 효찬이 패드를 들었다. “전부 떨어져! 200줄, 충전!”전기 충격이 들어가자 남우의 몸이 침대 위에서 크게 들렸다가 다시 떨어졌다.모니터에서 길고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고 파형은 수평에 가까운 선으로 변했다.“한 번 더! 250줄!”두 번째 충격이 들어간 뒤에야 화면의 선이 다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효찬은 차가운 침대 난간에 이마를 잠깐 기댔다. 가운 뒷부분이 식은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이제 절대 더 자극받으면 안 돼.”효찬은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그 말이 얼마나 무력한지도 알고 있었다.의식이 없는 남우가 은희의 냉담한 말을 들은 뒤부터 각종 수치가 빠르게 나빠지기 시작했다.남우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창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던 효찬은 결심을 굳혔다.검은 세단은 빗속을 빠르게 달렸다. 효찬은 세 번이나 신호를 급하게 지나친 끝에 다시 은희의 집 앞에 섰다. 턱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현관 매트로 뚝뚝 떨어졌다.문이 열렸다. 은희는 실크 소재의 잠옷 차림으로 실내 불빛과 어두운 복도 사이에 서 있었다.“제가 분명히...”“남우 곧 죽을지도 몰라요.” 효찬이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방금 심장이 두 번 멈췄습니다.”은희의 속눈썹이 아주 작게 떨렸다.“저랑 상관없어요.” 은희가 몸을 돌리려 하자 효찬이 급히 손목을 잡았다.“남우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4화

    남우는 오래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효찬이 이제 대답을 포기했을 때쯤,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냥... 조금이라도 은희에게 싶었어.”은희가 견뎌야 했던 고통도, 흘렸던 눈물도.그중 아주 작은 일부라도 대신 받아 보고 싶었다.효찬은 창백한 남우의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불 끝을 정리해 주며 평소보다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네가 해야 할 건 상처부터 회복하는 거야. 다른 생각은 하지 마.”남우가 조금 고개를 돌렸다. 짙은 눈동자에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은희한테... 한 번만 와 달라고 해주면 안 될까?”효찬의 손이 멈췄고 목이 꽉 막혔다.‘어떻게 말해야 해?’남우가 매를 견디고 쓰러진 첫날, 효찬은 이미 직접 은희를 찾아갔었다....일주일 전.은희의 집 앞에서 효찬은 초인종을 세 번이나 누른 뒤에야 문이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은희는 단정한 홈웨어 차림에 긴 머리를 대충 묶고 있었다. 차분하지만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효찬은 숨을 한번 고른 뒤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남우가 크게 다쳤어요. 지금 의식이 없고요. 은희 씨를 보고 싶어 합니다.”은희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지만 금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왔다. 오히려 짧게 웃기까지 했다.“하남우가 죽든 살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효찬이 미간을 찌푸렸다. “가문의 징계를 대신 받느라 매 아홉 대를 맞았어요.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은희의 눈에 작은 동요가 스쳤지만 오래 남지는 않았다.은희가 효찬을 바라봤다.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자기가 선택한 일이잖아요.”“은희 씨!” 효찬이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은희 씨한테 잘못한 걸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거잖아요.”“갚는다고요?” 은희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번졌다. “고작 매 몇 대 맞으면 자기가 한 일이 다 없어지기라도 한대요?”효찬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은희는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 듯 몸을 돌려 문을 닫으려 했다.효찬이 급히 문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3화

    일곱 번째 채찍이 등에 떨어지자 남우는 더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짚었다.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와 바닥을 붉게 적셨다.모두가 이제 쓰러질 거로 생각했지만, 남우는 이를 악문 채 천천히 몸을 다시 세웠다.마지막 채찍까지 끝났을 때 남우의 온몸이 피로 젖었다.의식이 흐려지고 있었지만 남우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 가장 연장자인 원로 하일만을 바라봤다.“이제... 세준이를 풀어주는 겁니까...?”하일만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남우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곧 시야가 까맣게 꺼졌고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졌다.의식을 잃기 직전, 남우는 은희가 눈앞에 서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환영을 본 듯했다.이 정도의 육체적인 고통으로라도 은희가 겪었던 일을 이해하는 데 가까워질 수 있다면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자신이 겪은 건 몸에 난 상처뿐이었다. 은희가 무너질 만큼 겪었던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남우는 곧바로 하진그룹에서 운영하는 개인 의료센터로 옮겨졌다. 들것 아래까지 피가 스며들 정도였다.효찬은 이미 연락받고 의료진과 함께 수술실에서 남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남우의 등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망가진 걸 본 효찬은 눈을 크게 떴다. 손에 들고 있던 차트를 구길 만큼 힘이 들어갔다.“야, 너 미쳤어?” 효찬이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그걸 진짜 아홉 대를 맞았다고? 네 몸이 쇳덩이인 줄 알아?”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효찬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장갑을 끼고 곧바로 상처 처치에 들어갔다.금속 돌기가 지나간 자리는 깊은 곳까지 찢겨 있었다. 소금물에 젖어 있던 작은 돌기 조각과 오염물까지 살 속에 남아 염증이 시작되고 있었다.효찬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핀셋으로 살 속에 박힌 조각을 하나씩 꺼냈다. 최대한 손을 가볍게 움직였지만 의식이 없는 남우조차 엄청난 통증에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졌고 식은땀과 피가 수술대를 적셨다.“혈압 떨어집니다!”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2화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집 앞에는 또 보온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안에는 진하게 우린 닭곰탕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고 옆에는 짧은 메모 한 장이 붙어 있었다.[식기 전에 먹어. 몸에 좋아.]은희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하남우를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왜 가슴은 이렇게 아플까?’차라리 예전 기억을 전부 되찾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우가 자신에게 얼마나 모질게 굴었는지 하나하나 기억해 낸다면, 지금처럼 괜히 마음이 흔들려 눈물나는 일은 없을지도 몰랐다....남우가 본가로 돌아왔을 때, 원로회의실 안에는 숨이 막힐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남우는 회의실 중앙에 서서 자신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원로들을 마주한 채 담담히 입을 열었다.“세준에게 내려진 가문 차원의 추적 명령을 거둬 주십시오.”“뭐라고?” 백발의 원로 한 명이 벌떡 일어서며 찻잔을 탁자에 내리쳤다. “남우야, 세준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외부 세력과 손잡고 가문을 배신했다. 내부 규정대로라면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아야 해!”남우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빛은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감형을 요구하는 거냐?” 다른 원로가 탁자를 두드렸다. “네가 지금 총수 자리에 있다고 해서 하진가의 규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남우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세준에게 내려질 구타 징계 아홉 대를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회의실이 완전히 조용해졌다.하씨 집안의 오래된 비공개 징계 가운데 가장 혹독한 것은 ‘구타 아홉 대’였다. 소금물에 적신 금속 돌기가 박힌 채찍으로 등을 아홉 차례 내리치는 방식이었다.오래된 기록을 통틀어 끝까지 버틴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나머지는 심각한 후유증을 얻거나 목숨까지 잃기도 했다.“정신 나갔느냐?” 가장 연장자인 원로 하일만이 떨리는 손으로 남우를 가리켰다. “한 번만 잘못 맞아도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고, 심하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51화

    그 말을 들은 남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최근 들어 은희가 예전과 다르다는 건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은희가 기억을 지우는 수술까지 받았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었다. 자신을 너무 미워해서 기억까지 없애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 납치 사건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수술을 선택한 걸까?세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면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컸다.그 사실만으로도 남우는 이미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다. 은희가 가장 절실하게 자신을 필요로 하던 때, 곁을 지키고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은희의 의도를 의심했다.그 진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은희가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해 기억까지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가슴이 조여서 숨이 막혔다.남우는 그 자리에 굳어 섰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어서 손끝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가늘게 떨렸다.은희는 기억을 지웠다. 남우와 함께했던 모든 일을 다시 떠올리느니 차라리 완전히 잊는 쪽을 택한 것이다.가슴 한가운데가 억지로 찢겨 나가는 듯 아파 남우는 허리를 제대로 펴기도 힘들었다.“은희야...” 잠긴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은희는 무심한 눈으로 남우를 한번 바라봤을 뿐이었다. 붙잡힐 생각도, 말을 섞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정말 아무런 상관없는 낯선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저기요, 길 좀 비켜 주세요.” 은희는 예의를 갖췄지만 차갑게 말한 뒤 남우를 지나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랐다.차문이 닫히고 시동이 걸렸다. 남우는 움직이지 못한 채 차가 점점 멀어져 시야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돌아온 뒤 은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쉬며 보냈다.임신 주수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회사 일은 이미 담당자들이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은희가 무리해서 챙길 필요는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디를 가든 남우와 마주쳤다....어느 이른 아침, 은희가 마당 문을 열자 남우가 밖에 서 있었다.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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